2025 음력설 특집: '떡국' 한 그릇에 담긴 설날의 전통과 숨은 이야기

Tteokguk is a traditional must-eat New Year's dish in Korea.

Tteokguk is a traditional must-eat New Year's dish in Korea. Source: Getty / Getty Images

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의미를 담은 한국의 전통 음식, '첨세병'이라 불리며 '꿩 대신 닭' 속담의 유래가 된 떡국은 설날의 상징입니다


Key Points
  • 설날에 흰 떡국을 먹는 이유는 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는 뜻
  • 나이를 더하는 떡국 '첨세병', 끊기지 않게 길게 뽑는 가래떡은 장수의 의미
  • 속담 '꿩 대신 닭'은 떡국에 귀한 꿩고기를 넣어 먹던 옛 풍습에서 유래
  • 지역 특색…개성 조랭이, 충청도 생떡, 경상도 굴 매생이, 전라도 고추장 떡국 등
설날에 흰 떡국을 먹는 이유는 새해를 맞아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는 뜻

설날이 되면 빠지지 않는 음식, 바로 떡국입니다. 떡국은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음식인데요.

한 해를 시작하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떡국의 유래와 문화적 의미는 매우 깊습니다. 특히, 떡국을 먹으면서 한 살을 더 먹는다고 믿고, 하얗고 긴 가래떡이 상징하는 의미도 함께 담겨 있죠.

2025 을사년 음력설 새해를 맞아 떡국의 유래부터 각 지역별 특색, 그리고 맛있게 먹는 비결과 영양까지, 오늘은 떡국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 떡국은 정말 한국의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이죠. 우리 한인 동포들, 특히 이민 생활을 하면서 설날의 의미가 더 깊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에는 양력 설과 음력 설 두 번 떡국을 먹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어요.

유화정 PD: 네, 저희 집도 비슷해요. 양력 1월 1일에는 새해의 기분을 만끽하며 설음식을 나누고 세배를 하지만, 음력설이 되면 "오늘이 진짜 명절이다."라면서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한 번 먹는데요. 몇 년 전부터는 양력설에 만두를 넉넉히 빚어 냉동해 두었다가 음력설까지 이어 먹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서 떡국을 두 그릇씩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왜 설날에 떡국을 먹는 걸까요? 떡국은 언제부터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자리 잡았나요?
Tteokguk is a traditional must-eat New Year's dish in Korea.
Tteokguk is a traditional must-eat New Year's dish in Korea. Credit: Korean Tourism Office
유화정 PD: 일부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고려 이전 우리의 주식이 떡이었다고 합니다. 쌀을 갈아서 떡을 만들어 여러 끼니를 나눠 먹었는데, 떡은 시간이 지나면 굳어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먹기 위해 국물에 넣어 먹은 것이 오늘날 떡국의 시작이라고 전해지고 있고요.

더 오래전부터 떡국을 먹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상고시대부터 이어져 온 '음복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기록했습니다.

박성일 PD: 음복은 제사를 마친 후 가족들이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나누어 먹는 걸 말하죠?

유화정 PD: 맞아요. 옛날 문헌에 따르면, 설날에는 '떡국차례'라는 의식이 있었고, 그때 떡국을 차례상에 올려 제사를 지내며 가족들이 음복했어요. 음복은 복을 먹는다는 의미로, 왕실부터 양반, 서민까지 모두 지켰던 전통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떡국의 모습은 18~19세기 역사 문헌인 ‘동국세시기’나 '열양세시기', ‘경도잡지’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선 후기에 작성된 '동국세사기'에는 떡국을 '백탕'이라거나 떡을 넣고 끓인 탕이라 해서 '병탕'이라고도 불렀습니다.

그때는 떡국을 몇 사발 먹었느냐로 나이를 물었다고 해요. 그래서 떡국을 '첨세병(添歲餠)', 즉 '나이를 더하는 떡'이라고 불렀습니다. '떡국 먹고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는 표현은 조선 후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맞아요. 설날, 혼기 넘은 성인 남녀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너 올해 몇 살 되지?”인데요. 선조들의 그 슬기로운 지혜가 정말 멋지네요! 떡국의 유래를 이제 알았는데, 설날에 떡국을 먹는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유화정 PD: 설날에는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는 의미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려고 맑은 물에 흰 떡을 넣어 끓인 떡국을 먹었습니다.
The type of rice cake used for Tteokguk is called garaetteok.
The type of rice cake used for Tteokguk is called garaetteok. Credit: Korean Tourism Office
가래떡의 하얀 색은 근엄함과 청결함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좋지 않은 일들을 깨끗이 씻어내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볼 수 있죠. 또한, 긴 가래떡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박성일 PD: 맞습니다. 떡은 끊기지 않고 길게 뽑아야 오래 산다고 해서, 방앗간에서 떡을 뽑을 때 자르지 않고 최대한 길게 뽑았던 기억이 납니다.

유화정 PD: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가래 두 줄이 나오면 바로 물에 담갔다 건져서 엄마 따라 구경 온 아이들은 그 떡고다리 얻어 먹고 했는데요. 방앗간 앞에 떡 쌀 불린 광주리가 길게 줄을 잇던 풍경이 생생합니다. 가래떡의 길이는 집안에 재물이 늘어나는 것을 상징했어요. 긴 가래떡을 동그란 엽전 모양으로 썰어 재산이 불어나길 기원한 것이죠. 엽전 모양의 떡국을 먹으면서 재물이 풍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떡국에 얽힌 재미있는 속담이 있죠? 바로 ‘꿩 대신 닭’인데요. 이 속담이 떡국에서 유래됐다는 얘기 궁금합니다!

유화정 PD: 맞아요. 떡국과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이죠. 예전에는 설날에 떡국을 끓일 때 반드시 꿩고기를 넣었습니다.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는 떡국에 꿩고기가 들어가는 이유를 옛사람들이 꿩을 ‘하늘 닭’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떡국에는 귀한 꿩고기를 넣어 끓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국세시기'를 보면, 떡국에는 원래 흰 떡과 쇠고기, 꿩고기가 쓰였지만, 꿩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신 닭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꿩은 야생동물이라 잡기 힘들고 가격도 비쌌기 때문에 닭고기로 대체한 것이죠. 여기에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Joraengi-tteokguk
Joraengi-tteokguk Source: Getty / Getty Images
 박성일 PD: 재미있네요! 떡국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네요. 그런데,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음식인 김치에도 지방마다 특색이 있듯이 떡국도 지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다른 지니고 있다고요?  본래 떡국의 엽전 모양이 아닌 조랭이떡도 요즘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유화정 PD: 떡국은 떡의 모양과 국물에 따라 지역별로 특색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조랭이떡은 조롱박 모양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데요. 긴 가래떡을 썰어 대나무 칼로 가운데를 눌러 만드는 데요. 북쪽의 개성 지방에서 조랭이 떡국을 먹는다고 해요.

박성일 PD: 강원도에서는 떡보다 만두 위주의 떡국을 먹던데요?

유화정 PD: 떡국에 만두를 넣는 지역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데요. 쌀농사가 적은 북쪽 지방에서 만둣국이 떡국 대신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풍속이었습니다. 진한 사골육수에 큼지막하게 빚은 만두와 떡을 함께 넣어 끓여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내는 떡국을 먹습니다.
mandu (Korean dumplings)
Koreans add mandu (Korean dumplings) to tteokguk, in which case the soup is called tteok-manduguk. Source: Getty / Getty Images
충청북도 지방에선 미역과 들기름, 들깨를 넣어 진하게 끓인 국물에 생떡을 넣어 떡국을 끓였다고 해요. 생떡은 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 만드는 떡으로, 추석에 빚는 송편의 익반죽과 같은 것이죠. 이걸 길쭉하게 만든 다음 동그랗게 썰어서 국물에 넣어 먹었습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마치 삼계탕처럼 닭으로 진한 육수를 내고 닭고기와 두부 고명을 얹은 닭장 떡국을 먹는다고 합니다.

박성일 PD: 같은 떡국이라도  8도의 음식들이 지역별로 특색이 다 다르군요. 어느 집에서는 떡국에 굴을 넣어 먹기도 하던데요?

유화정 PD: 네. 바로 경상도 지방의 특색인데요. 경상북도에서는 특별한 육수 없이 매생이와 굴을 넣어 시원한 맛을 살리는데, 특히 떡의 모양이 태양같이 동그란 모양이라 태양 떡국이라 부릅니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멸치를 넣은 멸치 떡국, 혹은 굴을 넣어 먹는데, 멸치육수에 국간장과 멸치액젓으로 간을 해 멸치 맛을 더해줍니다.

박성일 PD: 요즘에는 보통 고기로 육수를 내서 떡을 넣고 김이나 달걀 고명을 올려서 간단히 먹지 않나요?

유화정 PD: 현대 사회는 지역별 특성을 갖기가 쉽지 않지요. 글로벌 시대에 맞게 김치도 떡국도 전 세계인의 즐기는 음식이 됐고, 설 명절이 아닌 평소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다 보니 음식의 모양과 맛도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비건 떡국, 해산물 떡국, 고추장을 활용한 매콤 떡국 등 다양한 변형이 등장하고 있고요. 퓨전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시도도 많습니다.
Rice cake soup with oysters(Tteokguk)
Rice cake soup with oysters(Tteokguk). Source: Getty / Getty Images
박성일 PD: 얘기를 듣다 보니 시장기가 느껴지는데요, 색다른 맛의 떡국도 먹어보고 싶고요. 우리 고유 음식 떡국의 영양가는 어떻게 되나요?

유화정 PD: 떡국은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B, C, E, 철분, 칼슘 등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어요. 특히, 고명으로 얹은 쇠고기나 사골 국물은 필수 아미노산과 무기질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습니다. 떡은 소화가 빠르기 때문에 노년기 어른들의 열량 보충에도 효과적입니다.

떡국은 이처럼 여러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음식이지만, 고칼로리 음식이기도 해요.재료에 따라 칼로리는 달라지지만 보통 사골이나 멸치를 우려낸 국물을 베이스로 하는 떡국은 1인분에 약 450~700kcal 정도 됩니다. 그런데 떡국 국물은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으니 간장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좋겠죠.

박성일 PD: 떡국은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지만 과하지 않게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겠군요.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음식 떡국, 오늘은 음력설을 맞아 우리 음식 떡국의 유래와 의미 특색 조리방법과 영양까지 고루 살펴봤습니다. 이번 음력설에는 떡국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여러분 떡국 맛있게 드세요!

박성일 PD: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5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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