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포 소설집으로 부커상 후보 오른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 호주 방문 “오싹한 기분 즐기고 책 닫고 나면 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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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와 단편집 '저주토끼' 표지 Source: Supplied / Bora Chung

장르 문학으로 불리는 공포, SF 소설 등을 묶은 단편집 ‘저주토끼’로 세계 3대 문학상 후보로 오른 정보라 작가가 2013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참석한 뒤 멜버른에서 호주 독자들을 만나 한국의 공포, 환상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정 작가는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의 간극이 좁혀지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라 작가
  •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거쳐 미국 예일대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 학위 취득
  • 인디애나 대학교 슬라브 문학 박사 학위 취득
  • 대학 강사 및 번역가, 작가로 활동
  • 2022년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 선정
나혜인 PD: 스웨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의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의 단편집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곧 호주를 방문합니다. 오는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2023년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초청됐기 때문인데요. 정보라 작가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브리즈번 작가 축제 참석한 이후 멜버른의 더 윌러 센터에서 호주 관객들을 만납니다. 현재 보고타 국제 도서전에 참석 중인 정보라 작가 남미 콜롬비아에서 연결합니다. 정보라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정보라 작가: 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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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 Source: Supplied / Bora Chung

'저주토끼'에 대한 해외에서의 반응

나혜인 PD: 현재 콜롬비아 보고타 국제 도서전에 참석 중이신데요. 호주에서는 한국도 멀지만 오늘은 더 먼 곳에서 이렇게 연결하게 됐습니다. 보고타에서는 ‘저주토끼’가 아닌 ‘씨앗’ 단편집을 소개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는 프랑스 리용 장르 축제에 저주토끼가 초청됐었죠? 당시 반응은 어땠나요?

정보라 작가: 반응이 ‘저주토끼’뿐만이 아니고 한국 문화와 한국 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았고요 저의 출판사를 통해서 블로그나 책 관련 SNS 계정을 운영하시는 분들하고 만났는데요. 한국에 전반적으로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러니까 한국 전문의 책 블로그나 한국 전문 계정들이 아니었는데요. 굉장히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하시고 한국 장르문학이라든가 한국의 순수문학이라든가 이런 쪽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관심을 굉장히 많이 보이셨어요. 그리고 저주 토끼 저의 프랑스 출판사가 280권 가지고 갔는데 전부 다 팔렸어요.

나혜인 PD: 그렇군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외국 독자들의 경우 한국 독자들과 좀 다른 부분에 주목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저주토끼’도 세계 곳곳으로 출판됐기 때문에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으실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정보라 작가: 해외 독자님들 같은 경우에는 ‘저주토끼’의 옛날 얘기 같은 형식이라든가 문체를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옛날 얘기 형식 혹은 옛날 얘기 형식을 빌려서 현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마 어느 나라 사람한테나 좀 친근하게 느껴지고 어렸을 때 들었던 형식이라서 익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았고요. 그리고 외국어 인도 유럽 어의 경우에는 대명사를 명확하게 지칭을 해야 문장이 구성이 되기 때문에 주인공의 성별 이 로봇의 성별 이런 성별 관련된 질문들이 많아서 그게 좀 재미있었어요.

나혜인 PD: 한국어로 읽을 때는 사실 성별은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았는데요?

정보라 작가: 제가 쓸 때도 성별은 생각을 안 하고 썼기 때문에 답변을 하기 곤란한 상황들이 조금 있었어요.

나혜인 PD: 네. 그래서 결국 성별을 만드셨나요. 번역하셨을 때?

정보라 작가: 번역가 선생님 판단에 맡겼는데요. 프랑스도 그렇고 영어도 그렇고 번역하시는 분이 가장 감을 잘 잡으시기 때문에 번역가 선생님의 판단에 맡겼는데 그게 좋은 판단이었던 것 같아요.

나혜인 PD: 네. 그러면 전체적으로 같은 성별로 통일이 됐습니까?

정보라 작가: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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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e 출판사에서 출간한 저주토끼 호주 판 Source: Supplied / Scribe
나혜인 PD: 그렇군요. 좀 그러면 이제 각국 독자들마다 약간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읽게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재밌네요. ‘저주토끼’는 호주에서도 출판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호주에서 브리즈번과 멜버른에서 정보라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있을 텐데요. 호주에서는 어떤 일정이 준비돼 있나요?

정보라 작가: 5월 10일부터 5월 14일까지는 브리즈번 작가 축제에 참여해서 3개 정도 세션에서 공포나 환상문학하고 단편 소설이라는 형식하고 이런 문학의 여러 측면들에 대해서 대담을 할 예정이고요. 그런 다음에는 멜번에 가서 윌러 센터에서 저주토끼 홍보 행사를 하게 되는데요. 이 행사는 스크라이브(Scribe) 출판사가 주최를 하게 됩니다.

부커상 최종 후보 오른 '저주토끼', 장르 문학 새 지평을 열다.

나혜인 PD: 네. 그렇군요. 작가님께서는 주로 공포나 SF 등 장르 문학을 해 오셨습니다. 작년 국제적인 명성의 문학 상인 부커상에서도 ‘저주토끼’를 주목하면서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 사이의 간극이 조금은 좁혀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떤 변화를 느끼십니까?

정보라 작가: 1차 후보에 지명이 됐을 때에 다른 곳도 아닌 현대문학에서 연락이 왔어요. 현대 문학이 1955년에 창간돼서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순문학 문예지인데요. 거기에서 여름 한국 SF 문학 특집을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셔서 그래서 7월달에 10편 8월달에 10편 이렇게 저를 포함해서 20명의 작가님들이 참여하는 짧은 단편 시리즈를 냈고요 그런 다음에 그 단편들이 책으로 묶여서 10월 말에 출간이 됐어요. 이렇게까지 순문학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여주실 줄은 몰랐고요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줄도 몰랐어요. 그래서 간극이 정말로 많이 좁혀진다고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설의 고향 본방사수 한 타고난 ‘용자’

나혜인 PD: 이제 ‘저주토끼’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보죠. ‘저주토끼’는 단편 소설 10편을 묶은 단편집입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저주토끼’는 장르로 보면 호러죠. 그런데 공포물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도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작가님께서는 원래 무서운 이야기나 공포 영화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정보라 작가: 저 공포 영화 굉장히 좋아하고요. 거기다가 그 옛날에 전설의 고향을 매주 토요일마다 본방사수하면서 성장했거든요. 저는 그래서 여러 종류의 공포 문학도 좋아하고 공포 영화도 좋아하고 다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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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Supplied / Bora Chung
나혜인 PD: 그런데 사실 이렇게 일상을 살면서 어떻게 이런 독특한 이야기들을 떠올리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신기했는데요. 평소에 이런 무서운 이야기들이 문뜩문뜩 떠오르시나요?

정보라 작가: 떠오르지는 않는데요. 저는 사실 귀신을 본다거나 그런 경험도 없고요. 제가 공포 이야기를 저 스스로 무섭게 창작하는 데는 별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근데 무서운 얘기를 열심히 찾아서 읽고 워낙에 좋아하니까 네 공포 소설들 고전적인 공포 소설들도 열심히 읽고, 찾아 읽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나혜인 PD: 그렇군요. 작가님께서 창작하신 내용이지만, 이야기를 되돌려보면서 작가님 스스로도 무섭다고 느끼시는 경우가 있진 않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정보라 작가: 아니요. 전혀 없었고요

나혜인 PD: 그렇군요.

정보라 작가: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독자님들이 이미 유튜브와 넷플릭스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진짜 화려하고 무서운 거를 다 보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무서운 이야기를 쓸 때 ‘내가 제일 무섭게 쓸 수 있다.’, ‘나도 무섭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고요. 이거는 ‘독자님들이 보시기에는 심심할 거다 그러니까 더 노력해서 더 엉뚱하고 더 무섭게 만들어야만 한다’.

나혜인 PD: 아닙니다! 충분히 무섭습니다.

정보라 작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동유럽 문학에서 배운 ‘글 쓰기의 자유로움

나혜인 PD: 그렇군요. 작가님은 무섭지 않으시고 결국 무서움은 독자들의 몫이네요. 작가님께서는 원래 동유럽 문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연세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하신 뒤 미국 예일대에서 러시아, 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그리고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슬라브 문학 박사를 취득하신 뒤 번역가로도 오랜 시간 활동해 오셨습니다. 동유럽의 이야기들이 작가님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지요.

정보라 작가: 동유럽 문학은 전반적으로 환상 문학과 사실주의 문학을 그렇게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보면은 꿈 얘기가 굉장히 자주 나와요. 작품 중에 그러니까 작품 자체는 굉장히 사실적인 이야기인데 거기에 주인공의 꿈이 들어간다든가 아니면 유명한 죄와 벌 같은 경우에는 악역인 스비드리가일로프라는 인물이 있는데요. 그 인물이 진짜냐 아니면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양심에 너무 자기의 살인의 죄가 양심에 걸리기 때문에 만들어낸 환상 속의 인물이냐 이걸 가지고 학술적인 논문도 있을 정도예요.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는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 같은 걸 보면은 현실의 모스크바에서 마술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2000년 전 과거의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이 수난을 당하는 모습은 작가가 역사책을 꼼꼼하게 공부를 해서 가장 최고로 사실적으로 쓰고 이렇게 환상과 현실을 섞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요. 오히려 소설이니까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수도 있지 이렇게 독자님들이 굉장히 좀 너그럽게 받아주시는 편이세요. 그래서 그런 측면에서 글쓰기가 이렇게 자유로워도 되는구나를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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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 Source: Supplied / Bora Chung

“취미를 데모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저희가 사실 말씀해 주신 작품들 죄와 벌 이런 것들도 그냥 고전의 한 영역으로만 사실 받아들였지 이렇게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요. 재밌습니다. 언제가 취미는 데모라고 하신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직접 데모에 나서시는 거죠? 어떤 활동에 참여하고 계시나요?

정보라 작가: 취미라고 해서 생존을 위해서 싸우고 계시는 분들한테 항상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는데요. 네. 데모에 참가할 일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최근에는 쌍용차 해고됐다가 복직하신 노동자분들이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국가 손배소를 철회해 달라는 기자회견이었어요. 작년 11월에 대법원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었다. 기중기와 헬기 사용은 과잉 진압이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은 방어할 권리가 있다. 이렇게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국가 손배소를 계속하는 건 사실 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보고타 오기 이틀 전에, 출국하기 이틀 전에 기자회견에 갔었어요.

나혜인 PD: 이렇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사실 글 쓰시는 것만 해도 굉장히 좀 시간도 많지 않고 버거우실 것 같은데…

정보라 작가: 앉아서 글만 쓰면 저의 일상은 사실 굉장히 안온하거든요. 그래서 그리고 저의 삶의 경험이 그렇게까지 많다고도 볼 수 없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세월호 농성장에서 특별법 서명 받고 이런 거를 했었는데 그때 온 세상이 다 와주셨어요. 호주에서 한국에 관광을 오셨다가 저한테 붙들려서 난데없이 서명하신 분들도 계시고요 네 한국에서도 인권 활동 단체부터 시작해서 노동 활동하시는 분들까지 전부 다 와서 같이 참여해 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분들을 저 혼자 동지라고 생각하고요 보고 싶어요. 잘 계시는지 궁금하고 그래서 그분들이 데모한다고 그러면 잘 계시는지 보러 가요.

“오싹한 기분 즐기고 책 닫고 나면 잊어버리세요”

나혜인 PD: 알겠습니다. 정보라 작가님 앞으로도 계속 무서운 이야기들 쓰실 계획이신가요? 그리고 이런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독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지요?

정보라 작가: 사실 공포 문학 같은 대중 장르는 메시지가 있는 장르가 아니고요 그냥 오싹한 기분을 즐기고 책을 닫고 나면은 저의 소망은 그냥 잊어버리고 편하게 주무셨으면 좋겠는데요.

나혜인 PD: 그게 어려우실 것 같아요. 계속 잔상이 남을 것 같거든요.

정보라 작가: 죄송합니다.

나혜인 PD: 네.

정보라 작가: 그렇지만 최근에 제가 인터넷 괴담이나 아니면 무서운 이야기 프로그램들을 보니까요. 흉가 체험 같은 게 되게 유행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네 그래서 독자 여러분 그런 데 가지 말아주시면 좋겠어요.

나혜인 PD: 위험할 수 있죠.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 정보라 작가님의 책을 통해서 충분히 오싹오싹하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정보라 작가님을 만나 뵙길 기대하고 계실 우리 호주 한인 동포 여러분들께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보라 작가: 저 작년 2022년 브리즈번 작가 축제는 온라인으로 참여했었는데요. 그때도 한인 동포 독자님들께서 행사장까지 오셔서 저한테 온라인으로 질문도 해주시고 사랑 많이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이번에는 직접 찾아뵙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알겠습니다. 네. 곧 브리스번 작가 축제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 그리고 멜번의 더 윌러 센터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는 한국의 정보라 작가 오늘 함께했습니다. 작가님 호주에서 뵙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보라 작가: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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