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설을 맞아 저희 SBS Radio에서는 호주 내 한국 음식 이야기 코너를 마련합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김치를 소개합니다. 김치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한국 고유의 전통 음식입니다.
한국인의 밥상에 김치는 필수적인 반찬인데요.
호주 한인 이민 역사가 시작되면서 김치는 호주에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당시는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만의 김치였지만 이제는 이민 역사가 깊어지고 김치가 글로벌화하면서, 호주인을 겨냥한 김치가 속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Kimchi Source: Pixabay
서호주 퍼스 남쪽의 작은 마을 마가렛 리버에서 증조할머니 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김치 담그는 비법을 바탕으로 호주 현지인들에게 아주 건강한 한국의 발효음식을 전파하고 있는 김진두 셰프.
그가 처음 호주인 셰프들과 함께 김치 사업을 시작하려 했을 때, 호주인 처남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걱정어린 조언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음식보다는 와인으로 더 잘 알려진 서호주의 마가렛 리버의 작은 마을에서는 생소한 음식으로 현지인들을 교육시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였던 것.
하지만 김진두 대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다. 가족이라고 생각되는 지역 사람들에게 한국의 건강한 음식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대표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김치는 한국 문화에 내재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조부모 세대에는 고기를 먹는 것이 사치였을 정도로 가난을 겪었던 한국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겨울철 아무것도 먹을 게 없던 시절, 김치와 쌀만 있으면 버틸 수 있었다. 김치에는 한국적인문화와 공감대가 내포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 대표는 “한국인에게 김치는 고향의 맛과 같은 것”이라면서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정해진 김치 담그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엄마의 손맛’이 김치의 맛을 좌우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정해진 김치 담그는 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엄마의 손맛’이 김치의 맛을 좌우합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친 후 2010년에 서호주에 도착한 김 대표는 군복무 기간 동안 통제된 공간에서 의무적인 생활을 이어 나가면서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커져만 갔다고 합니다.
Jindu Kim’s parents, Jaeyeon Jeon and Bong Gab Kim, picking garlic shoots for their son's kimchi. Source: Sarina Kamini
약 5년 간 지역내 와인 양조장에서 요리사로 일하다 4년 전, 김치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셰프 직업을 뒤로 하고 한식 푸드 트럭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고 합니다.
김치가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가렛 리버 파머스 마켓(Margaret River Farmers' Market)에서 김치 무료 시식 행사를 통해 호주인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흔히 오해하고 있는 ‘열을 가하는 요리’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대표는3년 전 한국에 계신 할머니의 방문이 김치를 담그는 방식에 대한 그의 고정관념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요리사이기 때문에,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레시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있지만, 할머니는 그냥 감으로 하셨다”는 김 대표는 할머니의 자유로운 방식에 매료돼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신뢰하는 요리 방식을 배우게 됐습니다.
그리고 요리법이 어떻게 세대에 걸쳐 변화할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세대가 이어지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레시피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금은 김치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배추의 숨을 죽인다”고 표현하는 소금은 그 비율과 종류에 따라 김치의 최종 식감을 좌우한다. 너무 많은 소금은 배추의 염분을 촉진시켜 최종 배합물의 구성을 방해하면서 아삭한 식감을 잃게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김치 앙념 재료에 해산물을 추가하는 것은 단백질이 부족한 식단을 충족시키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 밖에도 고추, 마늘, 생강 등의 필수 재료가 포함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는 요리하는 사람의 정체성, 즉 개인적 경험이다. 가정마다 다른 재료를 추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우리는 호박과 배를 사용한다. 김치 만드는 데 흔한 재료는 아니지만, 호박과 배에서 나오는 자연의 단 맛이 발효를 돕는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배를 매우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설탕을 사용하기보다는 배를 활용하곤 했다. 이러한 것이 바로 가족으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치 레시피는 세대가 흐르며 변화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