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원홍 씨와 한국 사람들이 1~2살 젊어진 이유는?

28일부터 한국에서 나이를 세는 기준이 모두 ‘만 나이’로 통일된다. 호주에 사는 한인 동포들의 생각은 어떨까?

A man stands in front of the Sydney Harbour Bridge

William Seung moved to Australia from Korea in the 1970s. Source: Supplied / William Seung

“몇 살이세요?”

호주에서 자란 실비아 조 씨에게는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한인 2세인 실비아 씨는 “항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 나이요? 아니면 해외 나이요?라고 물어보죠”라고 대답했다.

1992년 시드니에서 태어난 실비아 씨는 한국 나이로 32살이지만 해외 나이로는 31살이다.
A woman smiles and claps her hands.
Sylvia Cho's 'international age' is 31, but her 'Korean age' is 32. Source: Supplied / Sylvia Cho
실비아 씨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이런 말을 들었다”라며 “나이가 들기 전까지, 한국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이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실비아 씨는 “나이는 한국에서 소중한 것이고 존경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나이 계산 방법은 혼란을 야기했고, 국회가 법을 바꾸고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나이 계산 방법을 채택토록 촉구했다.

한국의 나이 계산 방법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1살로 간주한다. 또한 생일과 상관없이 1월 1일이 되면 한 살이 증가한다.

캔버라에 있는 호주국립대학교의 황경문 교수는 “뱃속에서 아기가 자라는 기간을 사람의 나이로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교수는 “출생 후 1살을 얻는 전통적인 셈법은 이치에 맞다”라며 “이것은 한국인들이 역사 속에서 많은 것들을 헤아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제 사회에서 현대 문제를 다룰 때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Graphic art of a calculator alongside instructions on how to count your Korean age.
Traditionally, you’re aged one when you’re born in South Korea, and then another year is added on 1 January. Source: SBS
한국에서 사용하는 또 다른 나이 계산 방식은 아이가 태어나면 0살로 계산을 하고 1월 1일에 1살을 추가하는 방식이지만 “이 또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이 황교수의 설명이다.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가능 나이(만 18세), 연금수령 나이, 정년(만 60세 이상) 및 경로 우대(만 65세 이상) 연령 등은 만 나이를 적용하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사용하는 '세는 나이'와 달라 혼란이 야기된 것.

가장 최근 실시된 센서스에 따르면 호주 가정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11만 5,000명이었다.

실비아 씨는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나이에 대한 대답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실비아 씨는 “호주에 있는 어른과 얘기할 때는 해외 나이인 31살이라고 답하지만, 한국에서 어른과 함께 있을 경우에는 32살이라고 답한다”라고 말했다.

실비아 씨는 “호주에 오랫동안 사신 엄마와 아빠는 한국 나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할머니도 추가해야 한다”라며 “호주로 이민을 오면 사고방식이 바뀌고 그곳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A graphic showing Korean ancestry and language in Australia.
Australia is home to 102,092 people of Korean ancestry and 115,531 Korean speakers, according to the last Census. Source: SBS
40여 년 전에 가족과 함께 호주에 온 줄리안 리 씨도 실비아 씨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1969년 생인 그녀는 지난달 54살이 됐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는 55살이라고 말할 것이다.

줄리안 씨는 “한국에 간다면 확실히 달라진다”라며 “한국에서는 어떻게 말을 하고 어떻게 어른을 존중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54살이라고 말할 때와 55살이라고 말할 때 상대방을 다르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A woman smiles with her arms crossed.
Julianne Lee usually uses her international age unless she’s in Korea. Source: Supplied / Julianne Lee
윌리암 승원홍 씨는 호주에서도 여전히 한국 나이를 사용한다. 1947년 북한에서 태어난 그는 아기 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1979년 호주에 왔다.

승원홍 씨의 한국 나이는 76살이고 해외 나이는 75살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는 한국계 호주인들과 대화를 할 때 한국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승원홍 씨는 어른에 대한 존중이 지역 사회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 man stands in front of the Sydney Harbour Bridge
William Seung is in his 70s. Source: Supplied / William Seung
하지만 승원홍 씨 역시 “주류 사회에서는 해외 나이를 사용한다”라며 대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승원홍 씨는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더 어린 나이를 사용한다”라며 “젊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기보다는 더 젊어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고방식의 변화

6월 28일부터 한국에서는 법적·사회적 나이를 '만(滿) 나이'로 통일하는 내용의 개정 행정 기본법과 민법이 시행된다.

이제 한국에서도 태어나자마자 1살이 되는 기존의 ‘세는 나이’가 아닌 금년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나이가 적용된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 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 사회적 분쟁이 지속돼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개정안은 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제처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한국인의 80%가 하나의 나이 계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실비아 씨는 이 같은 변화와 관련해 한국에 있는 연세든 분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비아 씨는 “자연스럽게 좋든 나쁘든 간에 이 세대가 어느 정도는 변화에 저항할 수 있다. 바뀌는 것은 없고 사고방식의 변화일 뿐”이라며 “하지만 이것을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인식할지? 젊은 세대가 차지하는 시대의 시작으로 인식할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승원홍 씨는 이와 관련해 “76세든 75세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며 “나는 여전히 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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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8 June 2023 10:50am
Updated 28 June 2023 11:30am
By Emma Brancatisano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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