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커피 가격이 또 오른다고? “기후 위기로 커피 농장 절반이 사라질 수도”

A person pouring milk into coffee at a coffee machine.

The cost of arabica coffee beans has reached a new high, with concerns it might spill into consumer's pockets. Source: Getty / Tony Karumba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오늘은 호주인들이 사랑하는 커피와 관련한 소식 알아봅니다.


나혜인 PD: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기쁨, 커피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호주인들의 커피 사랑은 ‘플랫화이트’라는 커피 메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이미 유명하죠. 그런데 커피의 원두 가격이 폭등하면서 커피 가격의 인상이 예고되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원두인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 몇 해 전에 이미 한 차례 큰 폭으로 원두 가격이 폭등하면서 커피 가격이 인상된 바 있기 때문에 지금은 플랫 화이트 한 잔에 6달러를 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이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는 겁니다.

아라비카 원두의 가격은 1 파운드인 454g당 3.03달러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올해만 60% 이상 급등한 것입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업체인 네슬레는 원두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네슬레 오세아시아(Nestlé Oceania)의 음료 부문 총괄 매니저인 마틴 브라운 이사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높은 기온과 제한적인 강수량으로 인해 예상 수확량에 영향을 미쳐 2025년에 가격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나혜인 PD: 커피 한 잔에 6달러보다 더 비싼 돈을 내야한다면 하루에 두 세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부담이겠는데요. 이렇게 커피 원두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뭔가요?

홍태경 PD: 그 이유는 브라질·베트남 등 주요 커피 원두 생산지 기후 위기로 생산국 간에 공급 문제가 커지면서 아라비카콩 가격이 4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주요 글로벌 커피 생산국은 브라질(36%), 베트남(11%), 콜롬비아(8%)입니다. 올해 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에 장기간 지속된 가뭄으로 커피 농장이 황폐해지면서 내년 커피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아라비카 커피는 호주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커피로,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전 세계 커피 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고요. 한편, 인스턴트 커피 등 상업용 커피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커피 원두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찬가지로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에 올해 폭우가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니다.
나혜인 PD: 그렇게 되면 원두 공급업체들이나 카페,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데요, 걱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일명 커피 수도라고 불리는 멜번에서 카페와 레스토랑에 커피 원두를 공급하는 도매 공급업체 제스트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Zest Specialty Coffee Roasters)를 운영하는 로이 그린필드 씨는 앞으로 원두의 비용과 품질에 대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린필드 이사는 "커피 가격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가뭄으로 인해 브라질과 베트남의 커피 재고가 감소했기 때문”이며 "그리고 과연 그러한 환경에서 같은 품질의 커피를 구할 수 있을지 걱정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멜번의 번화가에서 엑스프레소몬도(Xpressomondo)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조니 샌디쉬 씨는 비용 압박이 커지면서 사업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합니다. 샌디쉬 씨는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돈을 매일 잃고 있지만 가격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모든 고객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나혜인 PD: 정말 대다수의 호주인들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데, 그렇지않아도 생활비 위기로 힘든 시기에 커피값마저 우리의 주머니를 가볍게 만드는 게 아닐지 걱정됩니다. 호주인들의 커피 소비량은 실제로 얼마나 되나요?

홍태경 PD: 호주의 DNA에는 커피가 포함돼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호주인들은 커피를 마십니다. 맥크린들 연구소(McCrindle Research)의 통계에 따르면 호주인의 75%가 매일 최소 한 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또 호주인 4명 중 1명 이상은 커피 없이는 하루를 버틸 수 없고, 5명 중 4명 이상이 매주 카페에서 커피를 구매합니다.

ANZ의 조사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커피 수입국으로, 2022/23년에 약 13만2,000톤의 커피를 수입했습니다. 미국의 농업부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커피 소비량 측면에서 호주는 전 세계 11위였으며, 연간 1인당 커피 가루 4.5kg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또한 커피 사랑이 호주인들에 못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소비량은 호주를 훨씬 앞지르는데요, 한국의 원두 수입량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7월 기준 10만톤이 넘고 한국인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20년 기준 성인 1명당 367잔으로 집계됐습니니다.
A chart tracking the cost of arabica coffee
Arabica coffee prices have hit a 27-year high. Source: SBS
나혜인 PD: 한국인들은 추운 겨울에도 ‘얼죽아’가 유행일 정도로 커피를 정말 많이 마시죠. 다시 앞서 커피 원두 가격 급등으로 지목된 기후 변화 원인 얘기로 돌아가보면, 기후 변화가 커피 재배에 미치는 영향이 대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짚어봐야겠는데요?

홍태경 PD: 지구의 기온이 지금처럼 계속 오르면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게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커피 농장의 절반 이상이 경작이 어려운 땅으로 변하기 때문인데요, 영국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의 보고서에 따르면 목표대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에서 2도 높은 수준 이내로 제한하더라도 커피 경작이 가능한 땅은 최대 54.4%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커피의 주요 산지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서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과 불규칙한 강우 등 이상 기후에 시달리면서 커피 생산이 힘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앞서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덕 리처드슨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1980년에서 2020년 커피 원료 생산 12개국 모두에서 커피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기후 위험 요인이 더 잦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이렇게 커피 산업에 대한 위협이 제기되면서 대체 커피에 대한 가능성도 꾸준히 연구되어 오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커피 원두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아예 커피를 사용하지 않고 커피 맛을 내는 대체 커피 산업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분자 커피를 들 수 있는데요, 분자 커피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버섯, 대추 열매, 포도 껍질 등의 식물을 주원료로 만드는 대체 커피입니다. 카페인의 부작용은 없으면서 각성 효과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건강에 좋은 영양소까지 보충해 줄 수 있어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아직 100% 원두와 동일한 맛을 재현하지는 못하지만, 친환경적이고 지속적인 개발을 바탕으로 앞으로 새롭게 커피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세포배양 커피가 있는데요, 커피나무에서 얻은 세포를 배양해 커피와 유사한 맛과 향을 내는 방식이지만 아직까지 커피의 풍미와 향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방식과 굳이 원산지에서 커피원두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명백한 이점은 보이지만, 사람들의 인식 측면에서 대체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혜인 PD: 지속가능한 커피 산업을 위해서는 재생 가능한 커피 산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다면 일단 당장 내년에는 커피 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봐야겠군요.

홍태경 PD: 분석가들은 글로벌 공급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계속 상승해야 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하지만 당장 커피 가격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도매업체와 카페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는데요, 멜번의 그린필드 씨는 커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커피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린필드 씨는 "우리가 스스로 세계의 커피 수도라고 말한다면 지금이 실제로 투자할 때입니다. 그것은 로스터 업체나 카페로서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멜버른의 모든 카페가 내일 아침 가격을 50센트 올린다면, 카페 주인, 로스터 업체, 그리고 농부들에게 지속 가능성을 창출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SBS 뉴스에 보낸 성명에서 네슬레는 "소비자들에 비용 전가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제품의 품질과 맛, 그리고 농부와 커피 재배 지역 사회에 대한 투자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슬레는 또한 기후 회복력이 더 강한 커피 작물을 만들고 수확량을 개선하며 농부들을 더욱 지원하기 위해 재생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등 장기적인 커피 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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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아침을 책임지는 아보카도, 생활비 위기 속 호주인의 든든한 지원군?

SBS Korean

24/12/20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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