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WHO "장애 편견 깨줘 경의", 소셜미디어에 응원의 댓글 물결 "세상에 나와주서 고마워"
- H.O.T. 히트곡 리메이크한 데뷔 앨범 빛(Glow), 두 번째 싱글은 에너지 넘치는 블로(Blow)
- 정확한 음정을 내기 어려운 부분은 멤버들 목소리 데이터 학습한 AI인공지능기술 활용
- 빛으로 표시하는 메트로놈과 진동으로 박자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활용해 '칼군무' 완성
K-팝 최초이자 세계 최초 청각장애인 아이돌 그룹 '빅오션'의 데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찬연·박현진·김지석으로 이뤄진 3인조 보이 그룹 빅오션은 멤버 모두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그룹명인 '빅오션(Big Ocean)'에는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한다'는 의미와 '바다 같은 잠재력을 갖고 바다처럼 전 세계로 뻗어가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청각장애 아이돌 그룹 '빅오션'의 데뷔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먼저 데뷔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유화정 PD: 청각장애가 있는 멤버 3인으로 구성된 보이 그룹 '빅오션'이 지난 4월 20일 장애인 날에 디지털 싱글 '빛(Glow)'을 발표하며 정식 활동에 나섰습니다. 데뷔 곡 '빛'은 1세대 아이돌 그룹 H.O.T. 가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입니다.
빅오션은 같은 날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데뷔 무대를 선보였는데요. 데뷔와 동시 '청각장애인으로만 이뤄진 최초의 아이돌 그룹' '세계 최초 수어로 노래하는 그룹'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빅오션은 최초 타이틀을 여럿 만들어내며 의미 있는 도전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라이즈의 노래 'Love 119'의 가사를 라이즈와 함께 국제수화로 부르는 수어 챌린지를 펼쳤습니다.
진행자: 청각장애인이 그것도 그룹으로 노래를 부르고 군무를 한다? 그룹 앞에 세계 최초라는 수식이 붙을 만큼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인데요. 놀랍습니다. 데뷔전 까지 세심한 준비 기간이 있었겠지요?
유화정 PD: 소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빅오션 멤버들은 비장애인 가수처럼 자신의 육성으로 노래를 녹음했고, 정확한 음정을 내기 어려운 일부 대목은 각 멤버의 목소리의 데이터를 학습한 AI(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최초의 장애 아티스트 기획사로 빅오션의 데뷔 이전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연습 과정을 공개해 왔습니다.
첫 반응은 "청각장애인이 노래를 부른다고?" "라이브는 가능한가?" "팬미팅 가려면 수어 해야 하느냐" 등등 반응도 다양했는데요.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습니다. 이들의 유튜브 채널은 데뷔 한 달도 되지 않아 10만 명을 넘어섰고 쇼츠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넘어섰습니다.
소속사 파라스타는 "빅오션의 데뷔는 최근 기업과 대중의 큰 관심사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화 측면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K팝 시장에 새로운 반향인 것만은 틀림없는데요. 한국의 케이팝 시장은 외모와 춤 외에도 뛰어난 가창력과 라이브 실력 등 두루두루 최고의 역량을 갖춘 '올 라운더(All-rounder)'를 요구하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K-팝 전문가들은 다양성 측면에서 이들의 등장을 반기면서도 뚜렷한 생존전략이 필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실적으로 라이브 무대는 어렵고 그래서 가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통해 '빅오션'만의 컬러를 뚜렷이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응입니다.
한편 기존 케이팝의 딱딱하고 차가운 혹은 기계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평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저 청각장애인 그룹이 나왔구나 라는 일회성 관심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음악이 중요하고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빅오션(Big Ocean) Credit: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유화정 PD: 빅오션은 1세대 대표 아이돌 그룹 H.O.T.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데뷔곡 '빛(Glow)'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이번엔 리메이크 곡이 아닌 오리지널 신곡으로 빅오션의 음악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다는 취지입니다.
'함께 스포트라이트에 뛰어들어/밤새 신나게 음악을 즐겨보자'는 노랫말처럼 리드미컬한 비트감에 중독성 넘치는 후렴구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빅오션의 두 번째 싱글 '블로'의 퍼포먼스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워너원 등의 안무를 맡았던 최영준 안무가가 맡았는데요. 양팔을 휘저으며 음악을 즐기다가 음악의 무아지경을 경험한 듯 하늘을 보며 빙글 도는 시그니처 댄스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데뷔곡 '빛'에서는 한국수어(KSL)를 추가해 화제가 된 데에 이어 두 번째 싱글 '블로'에는 미국수어(ASL)를 추가했습니다.
진행자: 수어 안무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희망을 노래한 BTS의 '퍼미션 투 댄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수어를 활용한 안무로 전 세계 BTS 팬들에게 수어 댄스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었죠.
두 번째 싱글 '블로'에 미국수어(ASL)를 추가한 이유는 빅오션의 주요 팬덤이 미국으로 확장되면서 해당 문화권의 수요를 음악에 반영한 시도인데요. 빅오션의 이런 시도를 통해 K 팝 장르의 언어 지평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빅오션은 6월 1일 신곡 발매를 기념해 글로벌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서 방구석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신곡 퍼포먼스 공개와 함께 다양한 후일담을 들려준 이번 콘서트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빅오션 틱톡 계정과 틱톡 라이브 코리아 계정에서 동시 공개됐습니다.
진행자: 최초 타이틀을 여럿 만들어내며 의미 있는 도전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빅오션. 데뷔 싱글곡 '빛'처럼 세상 그늘진 곳에 빛을 밝히는 의미 있고 용기있는 시도로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멤버 세 명은 어떻게 팀을 이룰 수 있었나요?
유화정 PD: 원래 멤버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학생 유튜버였던 '현진'과 서울시 장애인스키협회 선수로 활동하던 '지석'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청능사로 근무하던 '찬연'
세 사람은 K-팝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었지만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만은 공통점이었습니다.
지석의 경우 특수학교에 다닐 때 방탄소년단 RM의 기부로 타악기를 접해복 춤도 춰보면서 K-팝에 흥미를 갖게 됐고 특히 RM의 선행은 그의 롤 모델이 됐습니다.
데뷔를 준비하기 전엔 그저 호기심으로 춤을 잠깐 배워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게 전부였던 이들이지만 관심이 있던 예술 분야에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멤버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진행자: 빅오션 멤버들은 비장애인 가수처럼 모두 자신의 육성으로 노래하고 다만 정확한 음정을 내기 어려운 일부는 각 멤버의 목소리를 학습한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죠. 박자와 동선에 맞춘 칼 군무는 어떤 노력의 결과일까요?
유화정 PD: 이전에 해본 적 없던 새로운 도전인 만큼 춤과 노래, 수어를 연습해 무대에 서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세 멤버 모두 인공와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건 전혀 무리가 없었지만 정확한 소리를 내어 노래를 부르고 박자와 동선에 맞춰 춤까지 추는 건 다른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각자 인지하는 소리의 정도가 달라서 춤을 추며 박자를 맞추는 게 특히 힘들었는데 멤버들은 영상 촬영 후 모니터링하며 어렵지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고 있습니다.
진행자: K 팝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칼군무'에 있다는 말도 있죠.
유화정 PD: 빅오션은 멤버 서로서로 박자를 맞추기 위해 빛으로 표시하는 메트로놈과 진동으로 박자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보조기기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고되기로 유명한 아이돌 훈련 과정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이들에겐 몇 배나 고된 과정이었는데요. 실제로 원래 7명으로 시작했지만 총 1년 반의 연습생 기간이 끝나고 남은 것 세 사람이었습니다.
진행자: 그 탄생 과정에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있었을까 짐작이 됩니다. 빅오션의 활동은 벌써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장애로 인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깨트린 것에 경의를 표한다. 이들의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빅오션의 팀이름에 걸맞게 팬덤 이름은 '파도'입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파도들을 만나기 위해 각 나라의 수도에서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는 멤버들은 모두 작사 작곡에 참여해서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를 만들어 보고, 서로의 소리 세계관이 담긴 곡들을 취합해서 세상에 전례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빅오션(Big Ocean) Credit: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유화정 PD: "버추얼 아이돌도 있는데 청각장애인이라고 아이돌 되지 말란 법 없다. 오히려 꿈에 도전하는 거 같아 더 보기 좋다"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케이팝에도 다양성이 많아졌으면" "아이돌 준비를 시도하기도 쉽지 않은데 세상에 나와줘서 고맙다" 등 따뜻한 마음을 담은 댓글들이 가득합니다.
언어의 장벽 신체의 한계 그 무엇도 방해되지 않는 음악을 K 팝을 통해서 선보이려는 빅오션 멤버들의 노력이 값진 결실을 얻기를 진심으로 성원을 보냅니다.
진행자: 빅오션의 팬덤 '파도'가 전 세계에 일렁이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세계 최초 청각장애인 K팝 그룹 '빅오션'의 탄생과 그를 향한 시선 등을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