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따뜻한 마음 전하는 국민간식 초코파이 '정(情)', 전 세계 60여개 국서 판매
- 초코파이, 베트남 제사상에도 오른다…한국의 정과 유사한 'Tinh' 문화 영향
- 중국 수출 초코파이에는 정(情) 대신 인(仁), 포장지도 선호색인 빨강과 노랑
한국인의 입을 즐겁게 해준 국민 간식 초코파이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1974년생 오리온 초코파이가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국민 간식을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K-스낵으로 로 성장한 초코파이의 50년 역사를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초코파이가 탄생한 지 올해 50년이 된다고요. 상상도 못 한 나이인데요. 놀랍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고의 국민 간식 중 하나이죠.
유화정 PD: 네 초코파이가 올해로 쉰 살이 됐습니다. 초코파이의 뒤를 이어서는 마흔아홉 살 맛동산, 마흔다섯의 쌍쌍바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젊은 세대에겐 '나이 든 과자'라는 인식도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장수 간식들인데요. 특히 올해로 쉰 돌을 맞은 초코파이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사랑하는 국민 간식입니다.
지금은 훨씬 고급스러운 과자들이 다양하게 많아졌지만 초코파이 하나가 최고의 간식이던 시절의 기억이 있습니다.
진행자: 아마 '최고의 간식'으로 초코파이가 가장 사랑받은 곳은 뭐니 뭐니 해도 군대가 아닐까 싶은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군대 이야기를 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달콤한 추억이 되고 있죠.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대치중이던 남북한 병사가 사이좋게 초코파이를 나눠먹으면서 흐뭇해하는 장면.
영화 속에서 북한 병사역의 신하균이 이병헌에게 받은 초코파이를 먹으면서 "우리 공화국에선 왜 이렇게 맛있는 걸 못 만드는지 몰라." 하는 대사가 나오죠. 영화에서 가장 관객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요즘 군대는 먹거리가 풍부해서 초코파이가 과거 하늘을 찌를 듯한 명성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선호도 높은 간식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추억의 초코파이 CF [사진출처=오리온 CF]
유화정 PD: 베트남에 한국 초코파이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95년으로 내년이면 어언 30년입니다.
초코파이가 베트남인의 국민 간식이 된 데는 한국과 베트남의 비슷한 문화도 한몫을 담당했는데요. 베트남엔 우리의 정과 유사한 '띤(Tinh)' 문화가 있습니다.
오리온에서 초코파이 '정(情)'을 출시한 것이 바로 1995년인데요. 베트남 식 정(情) 문화 띤을 패키지에 적용한 오리온 측의 전략은 적중했고, 그 결과 한국의 초코파이는 베트남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이 됐습니다.
2019년 베트남에서 팔린 초코파이는 6억 개로 한국 내 판매 개수 3억 7천만 개를 2배 가까이 뛰어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초코파이는 베트남 가정의 제사상에도 오르는 데다 약혼식이나 결혼식 하객 답례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무더운 베트남 날씨에서 초콜릿이 코팅된 파이가 어떻게 사랑받는 국민 간식이 될 수 있었을까요? 실온에 제품을 진열할 경우 초콜릿 코팅이 포장지에 눌어붙는 문제점이 있었을 텐데요.
유화정 PD: 비밀은 초콜릿에 있습니다. 연중 내내 무더운 베트남에서 유통 과정에서 변질이 많은 초콜릿 제품은 당연히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초콜릿 제품의 인기를 끈 것은 한국산 초코파이 등장 전과 후로 구분된다고 할 정도인데요.
오리온은 베트남 판매용 초코파이의 유통 중 변질을 막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과는 다른 배합 적용을 시도했는데요. 고온에서 잘 견딜 수 있는 내열성이 강한 유지를 사용하고, 수분 유지를 위해 기능성 올리고당을 배합했습니다.
또 초콜릿 결정을 안정시키는 냉각공정과 숙성공정을 강화했는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는 1단계 숙성공정을 거쳐 제품이 완성되는 반면, 베트남 초코파이는 고온의 기후에서 안정적으로 품질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온도로 2단계의 숙성공정을 거칩니다.
베트남에서도 국민 간식으로 사랑 받는 초코파이 Credit: orionworld
유화정 PD: 오리온이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기까지 해외 주력시장은 중국, 러시아, 베트남이었습니다.
초코파이가 러시아에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90년대 초 러시아 개방정책 이후입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러시아에서 초코파이는 보따리 장사들에 의해 전해졌는데, 값이 싸면서도 풍부한 초콜릿 맛으로 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 오리온 초코파이가 오랫동안 중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은 철저한 시장조사에 따른 감성마케팅이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한국에서는 정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중국 내 판매 제품에는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인 '인(仁)'으로 대체했습니다.
또한 중국 수출용 초코파이는 당시 국내의 파란색이었던 국내 포장과는 다르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노란색을 사용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습니다.
진행자: 올해로 50돌 생일을 맞은 오리온 초코파이, 처음 어떤 아이디어에서 시작이 됐나요?
유화정 PD: 최초로 초코파이를 만들어 판매한 곳은 미국 채터누가 베이커리입니다. 채터누가 베이커리는 1917년부터 'Moon Pie'이름의 초코파이를 생산해 왔습니다.
문파이는 두 개의 초콜릿 쿠키 사이에 마시멜로와 초콜릿 코팅이 된 간식으로, 오늘날 초코파이와 매우 유사합니다.
1974년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된 오리온 초코파이는 문파이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쿠키 부분이 더 부드럽고 마시멜로가 더 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970년대 초반 한국 경제 성장과 함께 간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롯데. 해태. 크라운 등 다양한 제과 회사들이 초코파이를 출시하게 되는데요. 오리온 초코파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각 회사들은 자체적인 특징을 갖춘 초코파이를 개발해 경쟁구도를 만들었고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진행자: 한류 영향을 타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K-푸드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대형 식품점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 출시한 한국 냉동 김밥이 엄청난 인기를 불러일으켜, 급기야 품절 대란까지 빚어지기도 했죠?
유화정 PD: 한국 김밥 품절 사태를 기해 "미국인의 주식은 이제 K-김밥"이라는 한국 김밥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던 미 NBC방송이 최근에 다룬 K-푸드 특집에선 "이젠 미국인들도 소풍 갈 때 라면에 김밥 먹어요." 타이틀로 눈길을 사로잡아 화제가 됐는데요.
한국 음식들이 미국인들의 식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K-푸드의 높은 품질과 독특한 맛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진행자: 미국인들처럼 호주인들도 소풍 갈 때 바비큐대신 김밥과 라면을 먹을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편 프랑스에선 한국의 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바게트의 나라 프랑스에서 새벽부터 줄 서서 바게트 대신 떡을 사 가는 파리지엥들이 늘고 있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요?
실제 최근 프랑스 최고 일간지 르퀴프에서 'K-떡 신드롬'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다뤘고, 프랑스 공영방송 TF1에서도 한국의 떡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만큼 K-떡 열풍이 일고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떡을 글루텐프리 음식으로 인식해 건강과 맛을 모두 잡았다는 극찬을 보내면서 한국 떡의 인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해 K- 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보고도 나왔죠?
유화정 PD: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3년 K- 푸드 수출액은 121억 4000만 달러(한화 16조 3404억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을 달성했습니다. 이중 한국의 대표 K-스낵으로 세계에 자리매김한 초코파이를 비롯 과자류는 6억 5910만 달러(8871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6% 성장한 수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초코파이 꼭 먹어야겠습니다. 한국인의 추억의 국민간식에서 국가대표 K-스낵으로 성장한 오리온 초코파이의 50년 성장 발자취를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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