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me Jar'는 시카고 공립도서관 선정 2002 최우수 아동도서와 국제도서협회가 수여하는 교사 선정 아동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출판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여러 나라에서 번역·출판되어 다문화 사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작가 최양숙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 가정의 정체성과 문화 차이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여러 수상작 그림책을 펴냈으며, 현재 뉴욕에서 글쓰기와 일러스트레이션 강의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두렵죠.
익숙했던 세상을 떠나 전혀 다른 곳에 발을 디딜 때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숨기고 싶어집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일 겁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최양숙 작가의 '이름 항아리 The Name Jar'를 만나봅니다.
이 책은, 미국으로 막 이민 온 한국 소녀
'은혜'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낯선 학교에서의 첫 날.
설렘보다는 긴장이 더 큰 아침입니다.
은혜는 가만히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봅니다.
할머니가 건네준 빨간 비단 주머니.
그 안에는 '최은혜'라고 새겨진 도장이 들어 있습니다.
자기 이름이 담긴 도장.
그건 은혜에게 '정체성'이자, '위로'였습니다.
새 교실, 새 친구들.
은혜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름.
아이들은 '은혜' 이름을 잘 발음하지 못합니다.
은혜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웃음과 어색함이 뒤섞인 교실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거리감이 생깁니다.
이 장면, 우리 어른들에게도 낯설지 않죠.
이민 초기, 이름 하나 말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워질 줄
누구도 미처 몰랐던...
은혜는 친구들처럼 영어 이름을 갖고 싶어집니다.
또래 집단이 중요한 아이들에겐, 그런 마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엄마는 '은혜'라는 이름의 의미를 생각하며
영어 이름을 짓는 걸 조심스럽게 반대합니다.
은혜는 거울 앞에서 영어 이름을 연습합니다.
“Amanda, Laura, Lily…”
그 어떤 이름도, 마음속 깊은 곳과 닿지 않습니다.
다음날,
은혜의 책상 위엔 작은 유리병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그 안엔 반 친구들이 손글씨로 적어 넣은 새로운 이름 쪽지들이 담겨 있었는데요.
“Daisy는 내 동생 이름인데, 너 써도 된대.”
“Tamela는 내가 읽은 책 주인공인데, 똑똑하고 용감한 소녀야.”
“Wednesday 어때? 네가 수요일에 왔으니까”
낯선 이름들 속엔, 서툴지만 따뜻한 환영의 마음이 담겨 있었네요.
각자의 방식으로 은혜를 맞이하려는 아이들.
그렇게 은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됩니다.
은혜는 Joy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꺼내 보여줍니다.
할머니가 직접 새겨주신, 세상에 하나뿐인 '은혜'라는 이름.
조이는 도장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묻죠.
“이게 네 진짜 이름이야?”
은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순간, 은혜는 확신합니다.
이름은 단지 부르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증표라는 걸요.
며칠 뒤,
칠판 앞에 선 은혜는
한글과 영어로 또박또박 씁니다.
“은혜 – Grace”
그리고 반 친구들을 향해 말하죠.
“모두 나를 위해 생각해준 이름들,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난 내 이름, 은혜가 가장 좋아.
은혜는 영어로 Grace라는 뜻이야.”
'The Name Jar'는 어린 은혜의 이야기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우리가 가진 이름 하나하나에는
가족의 의미, 시작의 배경, 고향의 냄새 같은 것들이 배어 있습니다.
낯선 세상에서도 자기 이름을 지키려는 그 조용한 용기.
그 속엔 '나를 설명하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자기 이름을 지켜낸 은혜처럼,
우리도 각자의 도장을 꺼내 들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름을 지킨다는 건,
결국...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아이의 시선으로 이름에 담긴 정체성과 용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이야기
최양숙 작가의 '이름 항아리 The Name Jar'와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 드렸길 바랍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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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책갈피: 2023 부커상 최종후보작, 천명관의 '고래 Whale'
SBS Korean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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