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엄마의 추억을 장바구니에... 'H 마트에서 울다'

2023 Texas Conference For Women

Michelle Zauner, Author of Crying in H Mart speaks on stage during the 2023 Texas Conference For Women at Austin Convention Center on November 16, 2023 in Austin, Texas. Credit: Marla Aufmuth/Getty Images for Texas Conferenc

영어와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책.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는 어머니의 죽음 뒤 엄마의 음식과 추억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이별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셸 정미 자우너의 자전적 에세이로, 어머니의 암 투병과 상실, 음식에 깃든 기억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2018년 뉴요커에 수필로 처음 발표돼 주목받았고, 2021년 회고록으로 출간된 후 뉴욕타임스·아마존 '올해의 책', 버락 오바마 추천 도서로 선정되며 60주 이상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타임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22)'에 뽑혔고, 현재까지 미국·영국·호주 등 100만 부 이상 판매, 한국어판 8만 부 이상 판매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Audio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은 '어머니'라고 하죠. 오늘 SBS오디오 책갈피 그 첫 페이지를 열며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책 'H마트에서 울다'를 소개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셸 정미 자우너(Michelle Zauner)의 'H마트에서 울다'는 암투병 중인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을 돌아보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상실, 그리고 음식에 깃든 기억을 통해 잃어버린 한국인의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감동 에세이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마음을 울리죠..

H마트는 미국에서 40년 넘게 한인들의 삶을 지켜온 한국 식료품점인데요. 배추, 과자, 한국 배, 요구르트 같은 익숙한 것들부터 김밥, 반찬, 육개장, 홍어회까지... 그곳에 가면 언제나 고향의 맛과 향이 가득합니다.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 미셸 정미 자우너는 뉴욕의 H마트에서 팥빙수 재료를 고르는 한국인 부부를 보고 엄마 생각이 나 무너지듯 울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자우너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입니다. 한국인 어머니와 유대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강한 통제 속 어머니와,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사춘기를 보냅니다.

독립을 위해 고향 오리건주를 떠나 타지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자우너는 25살이 되던 해,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췌장암 말기 소식을 듣고, 결국 애증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머니의 투병 과정에서 자우너는 어머니와의 기억, 한국인으로서의 자신, 가족의 의미를 되짚으며 새로운 삶의 한 장을 열어갑니다.
2023 Texas Conference For Women
Michelle Zauner, Author of Crying in H Mart speaks on stage during the 2023 Texas Conference For Women at Austin Convention Center on November 16, 2023 in Austin, Texas. Credit: Marla Aufmuth/Getty Images for Texas Conferenc
“엄마는 이제 슬금슬금 모국어로 말을 해서, 특히 아빠를 더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30년 동안 능숙한 영어로 말해온 엄마이기에, 엄마가 영어로 바꿔 말하는 걸 까먹기 시작해 우리가 소외되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어머니의 투병 과정에서 작가와 가족이 겪었던 망연자실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면입니다.

이민 가정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이상의 의미를 갖죠. 어머니가 점점 모국어인 한국어로만 말하기 시작하면서, 작가와 유대계 미국인인 아버지는 당혹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그동안 함께 쌓아왔던 가족의 유대마저 흔들리는 듯한 불안에 휩싸입니다.

항암 부작용으로 뭉텅뭉텅 빠지는 엄마의 머리카락을 아무렇지 않은 척 치우고, 땀과 구토로 젖은 시트를 갈고, 먹지 못하는 엄마에게 하루 2000칼로리를 먹이려 사투를 벌이고, 엄마의 입 안을 닦아주며 숨소리를 확인하던 많은 밤들.. 그리고 반년 만에 엄마가 끝내 하늘로 떠난 어느 가을날, 엄마의 바싹 마르고 멍든 팔다리를 가릴 옷을 골라 입혀 드리는 딸.

어머니가 제게 남긴 것은 레시피가 아니라, 미각이었어요.”

어머니가 떠난 뒤, H마트에서 장을 보고 손질한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의 기억과 엄마의 손맛을 되살리고 자신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감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우너는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을 담담하게 돌아보며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합니다.

특히, 음식은 그 여정에서 중요한 매개가 됩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미역국, 떡국, 김치찌개 같은 익숙한 음식들이 이제는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을 때, 그 맛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되살아납니다.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내는 치유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 어머니를 잃고 나서야, 나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단순히 개인의 슬픔을 넘어 정체성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갈피입니다. 이민자의 자녀로서, 이중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해외 동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민자로서 우리가 가진 것들, 특히 가족과 문화, 그리고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음식에 담긴 추억,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사랑.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는 누구에게나 있는 어머니와의 시간,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한 기록입니다.

SBS Audio 책갈피.

오늘은 미셸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와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도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렸길 바랍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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