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기사식당 특유의 푸짐한 한 끼와 빠른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뉴요커들 '오픈 런'
- 1980년대 한국 기사식당을 재현한 인테리어와 한글 간판 등 복고 감성 눈길 끌어
- 제철 반찬 중심의 백반 메뉴로 한국의 밥상 문화 알려, 식사 후 자판기 커피 서비스도
한식의 열풍이 전 세계를 휘감고 있습니다. 김치와 라면을 넘어, 이제는 한국의 고유한 맛과 문화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는데요.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한식당이 속속 등장하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의 한복판에서 뉴요커들의 오픈런이 이어지며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한식당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한국의 기사식당을 재현한 'Kisa'인데요. 이곳은 단순한 한국 음식점을 넘어서 한국 문화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컬처인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시간이 갈수록 탄력을 받는 한식 열풍. 이제는 우리보다 해외 국가에서 먼저 한식의 새로운 매력과 잠재력을 알아채는 것 같죠?
유화정 PD: 맞아요. 사실, 한식이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됐는데요. 김치, 불고기, 라면 같은 대표 메뉴를 넘어, 최근에는 떡, 김밥까지 한국의 다양한 음식들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냉동 김밥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요. 프랑스에서는 한국 떡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떡 집과 떡 방앗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미국에서 돼지 곰탕이 크게 화제가 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는데요.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23 올해 최고의 뉴욕 음식 8선에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의 한식당 '옥동식'의 '돼지곰탕'이 이름을 올려서 큰 주목을 받았죠.
LISTEN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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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멜번, 왜 전 세계 커피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랐을까?
SBS Korean
25/01/202511:18
유화정 PD: 맞아요. 뉴욕시 3만 4,000여 개의 레스토랑 메뉴 중에서 한국의 국밥이 여덟 손가락 안에 꼽아졌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죠. 뉴욕타임스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 나쁜 소식을 접한 날 위로가 된다며 극찬했는데요. 특히 맑고 황금빛 돼지고기 육수에 얇게 썬 돼지고기와 흰밥을 넣은 옥동식의 돼지곰탕은 매일 먹어도 좋은 국물이라면서, 투명한 돼지고기 육수가 특징인 이 돼지 곰탕은 밥부터 국물까지 모든 요소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균형 잡힌 맛을 선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나혜인 PD: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 '나쁜 소식을 접한 날 위로가 된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유화정 PD: 그렇죠. 뉴욕타임스가 곰탕을 매력을 제대로 짚어 낸 것 같아요. 특별한 반찬 없이도 깍두기 하나, 대파 몇 조각만 있으면 사나흘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잖아요. 또, 실제 힘든 일이 있을 때 뜨근한 곰탕 국물을 한술 뜨면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음식이기도 하고요. 옥동식의 곰탕은 국물을 걸쭉하게 만들 수 있는 뼈나 내장없이 야채와 고기만으로 맑게 우려내서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다고 해요. 그래서 현지 언론가 미식가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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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one of the 14 Best New Restaurants in America for 2024 Credit: Young Skeletons
유화정 PD: 네, 바로 그 기사(Kisa)인데요. 이름부터 한국의 기사식당에서 따왔는데 한국만의 독특한 식당 문화를 뉴욕에 옮겨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기사식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메뉴판 대신 벽에 붙어 있는 음식 사진들, 빠른 회전율, 푸짐한 한 끼 식사, 그리고 무엇보다 부담 없는 가격까지. 맨해튼 앨런가에 있는 'Kisa' 레스토랑은 외부 간판부터 한글로 꾸며서 마치 한국의 거리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재현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현지인들은 기사식당이 과연 어떤 곳인지 알고 찾는 걸까요? 먼저 기사식당이 한국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배경부터 잠깐 짚어보죠.
유화정 PD: Kisa 오픈 당시 뉴욕타임스도 이 부분을 소개했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택시 운전사를 위한 길가 식당을 '운전사 식당'이라고 부른다고 기사식당의 개념을 설명했는데요.
한국 기사식당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도시 곳곳에 노동자와 운전기사들이 늘어났고, 이들이 저렴하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거죠. 주로 길목이나 도로변에서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택시 기사님들을 비롯해 각종 운전기사들이 주 고객층이었어요. 빠르고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기사님들에게 큰 편의를 제공했죠. 특히, 1인분씩 다양한 반찬을 푸짐하게 내어주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나혜인 PD: 맞아요. 김치찌개, 된장찌개, 돼지불고기 같은 한국식 집밥 메뉴가 주를 이루고, 장거리 운전하시는 기사님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든든한 밥집 같은 느낌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전통적인 기사식당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기사식당은 수십 년 동안 밤낮없이 도시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줬지만, 요즘은 운영하던 사장님들이 고령으로 은퇴하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게다가 가격 면에서도 편의점 도시락 같은 값싼 대체 음식들과 경쟁하기 어려워졌고, 여전히 '한식은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낮은 가격을 맞추는 게 부담이 되면서 새롭게 창업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한국에서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기사식당이 뉴욕 한복판, 그것도 맨해튼에서 '핫플' 핫 플레이스가 됐다는 게 참 흥미롭네요. 뉴욕에서 이런 콘셉트가 통하는 이유는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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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백반 플래터 Credit: Alex Lau
나혜인 PD: Kisa는 외관부터 한글 간판을 내걸고, 내부도 한국의 기사식당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고 하던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동남 사거리 원조 기사식당', '백반 전문 소문난 기사식당' 같은 큼직한 한글 간판이 딱 걸려 있어서 멀리서 봐도 한국 느낌이 물씬 풍기고요. 내부도 1980년대 한국 기사식당을 떠올리게끔 복고풍 소품들로 꾸며놨습니다. 벽에는 복을 부른다는 속설이 있는 은행 달력, 괘종시계, 그리고 한쪽에는 벽걸이 선풍기까지. 보는 순간 '아, 이거 그때 그 기사식당이다!' 싶은 정서가 확 느껴지는 인테리어 인데요.
심지어 구석에는 한국식 커피 자판기까지 있어서, 한국을 방문해본 현지인들에게는 정말 한국에 다시 온 느낌처럼 반가울 것 같습니다. 오래된 브라운관 TV도 눈에 띄는데요. 단순히 장식용이 아니라 한국의 90년대 뉴스나 '한국인의 밥상' 프로그램을 틀어 놓아 손님들이 더 쉽게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나혜인 PD: 현지인들에게는 단순히 식사가 아니라,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은데요. 그런데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이런 기사식당을 열기까지 창업주의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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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에 한국식 기사식당 'Kisa'를 오픈한 David Joonwoo Yun 대표 Credit: Alex Lau
나혜인 PD: 아 그럼 Kisa는 뉴욕 맨해튼에서 두 번째로 도전한 한식당이었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윤준우 대표는 '씨 애즈 인 찰리'를 운영하면서 한 외국인 손님에게 "한국 음식은 처음인데, 너무 맛있다"는 칭찬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Kisa 창업을 결심하는 큰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당시 '씨 애즈 인 찰리'의 음식은 퓨전 스타일로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메뉴들이었고, 한국 음식과 문화가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여전히 한식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외국인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두 번째로 낸 가게는 아예 전통적인 한국 기사식당 스타일로 가보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현지인들이 오픈런까지 하면서 찾는다는 건, 역시 음식 맛에 대한 입소문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Kisa에서는 어떤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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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반찬 중심의 Kisa 백반 플래터 Credit: Young Skeletons
Kisa에서 음식은 둥그런 양은 쟁반에 담겨 나오는데, 옛날 할머니 댁에서나 봤을 법한 그 정겨운 모습이 손님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해요.
나혜인 PD: 앞서 한국식 커피 자판기도 있다고 했는데, 식사 후에는 한국식으로 커피로 마무리하는 건가요?
유화정 PD: 맞아요. 손님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 바로 그 커피 자판기 서비스인데요. 한국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뉴욕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오히려 색다른 재미로 받아들인다고 해요. 줄 서서 커피 뽑아가는 모습이 식당의 또 다른 명물이 됐다고 하고요.
또 생일인 손님에게는 초를 꽂은 초코파이를 건네면서 축하해주는 깜짝 이벤트도 하고 있어서이런 소소한 정(情)의 문화가 뉴욕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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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내부에 설치된 한국식 커피 자판기 Credit: Young Skelet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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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