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오늘은 현금 인출하는 날” 캐시 아웃 데이(Cash Out Day)란?

CBA ATM CASH STOCK

Cash is withdrawn from a Commonwealth Bank ATM in Brisbane, Wednesday, December 4, 2024. (AAP Image/Jono Searle) NO ARCHIVING Source: AAP / JONO SEARLE/AAPIMAGE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캐시리스(cashless) 사회가 디지털 사회에 필연적인 흐름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여전히 현금 사용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 관련 내용 짚어봅니다.


나혜인 PD: 어제 하루 호주에서는 다같이 현금을 인출하도록 독려하는 날, 즉 “캐시 아웃 데이(Cash Out Day)”였다고 하죠?

홍태경 PD: 동전과 지폐 사용을 지지하는 단체가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캐시 아웃 데이’가 큰 호응에 힘입어 올해도 진행됩니다. 4월 22일을 현금 인출일로 지정해서 호주 국민들에게 현금 사용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건데요, 디지털 결제로의 전환, 그리고 궁극적으로 캐시리스 사회에 대한 전국적인 항의의 의미로 은행과 ATM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는 움직임으로 2백만 명의 호주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혜인 PD: 이러한 현금 인출 운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된 건가요?

홍태경 PD: 몇해 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현금 사용 대신 카드 사용이 본격적으로 촉진되면서 많은 은행 지점과 ATM 지점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앞당겨져 온 셈이죠.

또 고령층일수록 현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고, 지방 및 농촌 지역 사회일수록 현금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캐시 아웃 데이를 주도하고 이는 제이슨 브라이슨 씨는 현금 사용이 막히면서 불편을 겪은 사람 중 한 명인데요, 거주하는 지역의 ATM 지점이 문을 닫은 후 지역 슈퍼마켓은 일시적으로 현금 결제를 중단했다고 합니다.

“팬데믹 당시 카드 회사들은 현금의 비위생적인 면을 강조했고, 사람들은 '현금 결제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현금 사용이 크게 감소했고, 당시에는 현금 없는 사회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현금 결제가 불가능해지자 브라이슨 씨는 소비자들이 현금 사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금 사용을 장려하는 '캐시 웰컴(Cash Welcome)'이라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이 단체는 사람들에게 현금을 인출하고 "은행과 정부에 현금이 호주 국민에게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전국적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캐시리스, 즉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는 실제로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것일까요?

홍태경 PD: 데이터에 따르면 실제로 그런 것 같습니다. 약 150만 명의 호주인들은 여전히 매일 동전과 지폐로 물건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현금 사용은 꾸준히 감소해 오고 있고,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RBA)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현금을 사용한 대면 거래 비중은 32%에서 16%로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RBA의 다음 보고서가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그동안 다른 단체들이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현금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어두워 보입니다.

2030년까지 오프라인 거래에서 차지하는 현금 사용 비중은 현재 10%에서 7%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 graphic showing data on the share of transactions by credit card, debit and cash.
Australians' most preferred payment method is prepaid or debit cards, according to a report from payments provider Worldpay. Source: SBS
나혜인 PD: 아무래도 카드 결제가 대세인 것은 사실이고요, 심지어 이제는 실물카드가 아닌 스마트폰에 넣고 다니는 디지털 페이가 일상화되어 이는 시대니까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월드페이(Worldpay)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결제 수단은 선불카드(prepaid) 또는 직불카드(debit cards)입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앞서 언급된 디지털 지갑이 곧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결제 수단이 돼 온라인 거래의 절반 이상, 오프라인 거래의 3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보고서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오프라인 쇼핑에서 현금 사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 이상 감소했지만 호주에서 현금은 여전히 강력한 방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A graphic showing data of how many transactions are conducted online on credit card, debit and cash.
Australians mostly use debit cards or prepaid methods for online purchases, with credit cards a close second, according to a report by payments provider Worldpay. Source: SBS
월드페이 글로벌 페이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캐시리스 사회로 전환하고는 있지만, 디지털 결제로의 전환이 더욱 두드러지는 일부 아시아 시장보다는 현금 사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나혜인 PD: 카드가 결제하기 간편하고 편리한 점은 사실인데요, 실제로 ATM 지점도 많이 줄어들어서 현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ATM 기계가 있는 지역으로 일부러 찾아가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지 않습니까?

홍태경 PD: ATM 폐쇄도 현금 사용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힙니다. 캔스타(Canstar) 조사에 따르면 2023-24년 한 해에만 339개의 은행 지점이 폐쇄되면서 현금 접근성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로열 멜번 공과대학교(RMIT) 재무학과 앤젤 종 부교수는 호주가 2030년까지 기능적으로 캐시리스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즉, 대부분의 결제가 디지털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지만 현금을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종 교수는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에 대해 사람들이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적으로 캐시리스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 완전한 캐시리스 사회는 아닙니다."

올해 초, 미셸 불록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도 현금이 "아마도 앞으로 10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나혜인 PD: 예전에는 현금을 더 선호하고 현금이 왕인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동전과 지폐 사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네요. 호주 이외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살펴보죠. 다른 나라들은 현금의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홍태경 PD: 영국에서는 도시 지역 주민의 99.3%가 무료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지점에서 1.6km 이내에 거주하는 반면, 농촌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98.7%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스페인,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와 같은 일부 국가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기업이 현금을 받는 것을 거부하지 않도록 현금 결제 의무화 법안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연방 정부는 호주도 2026년 1월 1일부터 이와 같은 법안에 동참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법안에 따라 필수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은 현금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A graphic showing how Australia compares to Asian neighbours on payment methods.
While Australia is moving towards a cashless society, cash usage remains relatively higher than in some Asian markets where the shift to digital payments is more pronounced, according to the Worldpay Global Payments report. Source: SBS
이 의무화 조치로 수표(cheques) 발행도 단계적으로 중단됩니다. 2028년 6월 30일까지 수표 발행이 중단되고 2029년 9월 30일부터는 수표 사용이 중단됩니다.

나혜인 PD: 어제 진행된 ‘캐시 아웃 데이’에 동참한 호주인들이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하셨는데요 사람들은 왜 현금을 여전히 선호하는 걸까요?

홍태경 PD: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엄청난 거래 수수료, 개인 정보 보안, 그리고 기술 장애 발생 시 안정성 등의 이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추가 수수료 부과에 대한 반발도 있었습니다. 4달러짜리 커피 값을 지불했는데 갑자기 4.17달러가 되는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현금이 여전히 건재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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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정부 ‘2026년부터 직불카드 추가 수수료 금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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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4
작년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 사태를 겪으며 금융 서비스 장애부터 항공과 교통 의료 대란이 발생하면서 심지어 콜스와 울워스에서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조차 대부분의 매장이 당일 거래를 중단하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없었던 일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종 교수는 "옵터스 네트워크 장애 사태 등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은 디지털 결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 graph showing how the number of bank branches and ATMs has fallen in Australia.
A graph showing how the number of bank branches and ATMs has fallen in Australia. Source: SBS
브라이슨 대표도 옵터스 서비스 중단으로 현금을 소지하는 것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결제의 장애가 발생할 경우 현금이 없으면 기차를 탈 수 없고, 요금도 낼 수 없다는 겁니다. “주머니에 50달러나 20달러 지폐가 없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브라이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흥미롭게도, 거래 시 현금 사용률이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지폐 수요는 급증했습니다. 호주중앙은행(RBA)에 따르면, 유통 지폐 가치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12월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22%, 즉 190억 달러 증가했습니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현상이 부를 축적하거나 예비 저축을 위해 지폐를 비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현금 사용률은 줄어드는데 현금 비축률은 늘어난다… 흥미로운 상황이네요. 친절한 경제, 오늘은 캐시리스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도 현금의 중요성을 촉구하는 ‘캐시 아웃 데이’ 운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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