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미얀마 지진 참사 건물 붕괴 현장 생존자 수색에 나선 '사이보그 바퀴벌레'
- 실제 살아 있는 곤충이 전자 장비를 달고 구조 현장에 투입된 최초의 사례
- 바퀴벌레 특유의 극한 생존 능력이 붕괴 현장 구조용 생체로봇으로 적합
- 첫 실전 투입에서는 성과 없었지만, 재난 구조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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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생명을 구하는 바퀴벌레?...세계 최초 '사이보그 구조대' 출동
SBS Korean
13:11
지진이나 붕괴 사고 같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존자 수색이죠.
무너진 건물 속 사람의 냄새를 감지해 생존자를 찾아내는 데 종종 탐지견이 투입되는데, 사람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생존자를 찾아낸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 현장에, 상상도 못 했던 구조대가 투입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잔해 속 깊숙한 곳까지 기어 들어가 카메라로 현장을 중계한 이 구조대는 바로 바퀴벌레였습니다. 싱가포르 구조팀이 ‘사이보그 바퀴벌레’ 10마리를 실제 구조 현장에 투입한 건데요.
어떻게 바퀴벌레가 구조대원이 된 걸까요?
세계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사이보그 바퀴벌레의 과학적 배경과 가능성, 함께 들여다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사망자 3,600명으로 추정되는 이번 미얀마 만달레이 대지진 참사에서, 마치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실제로 일어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바퀴벌레가 인명 구조대로 투입됐다는 소식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등에 무선 장비와 센서를 달고 붕괴된 건물의 좁은 틈새를 기어 다니는 특수 인명 구조대. 바로 열 마리의 사이보그(Cyborg) 바퀴벌레였습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사이보그 바퀴벌레들이 잔해 속을 기어 다니며 실제 수색에 나선 겁니다. 평소 바퀴벌레를 혐오하는 분들도 이번만큼은 그래도 “고맙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요?
나혜인 PD: 그런데 이 바퀴벌레 수색대, 그냥 로봇이 아니었다고요? ‘사이보그 바퀴벌레’란 정확히 어떤 기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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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ng cyborg cockroaches
유화정 PD: 바퀴벌레의 등에 아주 얇은 전자기기를 부착해서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든 구조 탐색용 생명체입니다. 몸길이가 약 6 센티미터에 달하는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라는 종에 태양광 패널, 위치 추적 장치, 심지어 카메라까지 부착할 수 있게 한 건데요. 쉽게 말해, 살아 있는 바퀴벌레에 첨단 기술을 입힌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처음 듣는 분들은 깜짝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정말 살아 있는 바퀴라고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실제 살아 있는 바퀴벌레의 등껍질에 전자 칩과 센서를 부착한 형태인데요. 적외선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돼 있고, 전극을 통해 바퀴벌레의 신경과 근육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주며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이른바 생체-로봇 하이브리드입니다.
특히 사람의 체온 감지해서 생존자가 근체에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전원은 태양광 패널로 공급되고, 조이스틱이나 앱으로 원격 조정도 가능합니다. 이 바퀴벌레가 수집한 정보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에 의해 분석돼, 현장의 구조 엔지니어들에게 무선으로 전송되는 방식입니다.

Una cucaracha recibe un número antes de una tradicional carrera de cucarachas el Día de Australia en Brisbane, jueves 26 de enero de 2012. La cucaracha ganadora es la que llega al borde de un círculo, empezando en el centro. (AAP Image/Dan Peled) Source: AAP / DAN PELED/AAPIMAGE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바로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입니다.
나혜인 PD: 스팟(Spot)은 우리말로 하면 '점박이' 내지는 '바둑이' 쯤 되는 흔한 강아지 이름이죠?
유화정 PD: 맞아요. 점박이, 바둑이 참 옛스럽지만 정겨운 이름들인데요. 스팟이 그 이름처럼 우리에게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스팟’은 2020년, 한국의 현대 자동차 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한국에 정식 소개됐고, 그 당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대차는 이전까지 연구용에 머물렀던 로봇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 뱡향으로 강화했는데요.
현대가 보완한 ‘스팟’은 기존 로봇들보다 훨씬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특징은, 동체보다 낮은 구간도 포복하듯 통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연한 관절 덕분에 사람의 시야로는 확인이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탐색이 가능하고, 좁은 공간이나 계단처럼 이동이 까다로운 구간도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산업 현장에 투입돼 안전사고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네요. 요즘 주목받는 일본의 소니 아이보 같은 개인 반려 로봇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네요.
유화정 PD: 그렇죠. ‘스팟’ 1대 당 가격이 미화 7만 4,500달러, 한화로는 1억원이 넘는 고가입니다. 일반인이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로봇 강아지이지만, 현대차 인수 이후 방탄소년단과의 콜라보와 스팟의 귀여운 모습을 활용한 광고 등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일반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물론 로봇개 ‘스팟’이 사람 눈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탐색할 수는 있지만, 이번 미얀마 지진 현장처럼 붕괴된 건물 틈 사이를 헤집고 들어갈 수는 없겠죠. 그런 면에서 사이보그 바퀴벌레의 등장은 정말 획기적이 아닐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사실 사이보그 바퀴벌레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이미 약 20년 전인 2006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곤충 사이보그 기술’에 대한 연구를 공식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뉴로 인터페이스(neuro-interface)인데요. 곤충의 신경계와 직접 연결되는 기술로, 쉽게 말해 곤충의 뇌 신호를 조종하는 일종의 ‘리모컨’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소형 센서, 적외선 카메라, 무선 통신 장치까지 결합되면서, 곤충이 ‘이동 가능한 초소형 탐지 장비’로 진화한 겁니다. 이후 다양한 생체-로봇 하이브리드 기술들이 개발됐습니다.
나혜인 PD: 아 그렇군요. 생체 로봇 개발이 벌써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거네요. 그동안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요?
유화정 PD: 먼저 2008년, 아프리카 지뢰 제거 작업에 사이보그 쥐가 실험적으로 투입됐던 적이 있습니다. 쥐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어 복잡한 명령 수행기 가능하고, 특히 뛰어난 후각을 활용해 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곤충 가운데는 파리와 나방이 생체-로봇 하이브리드 기술의 연구 대상이 됐습니다. 파리는 비행 능력이 탁월해서 좁은 공간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 모니터링이나 생물학적 연구에 활용됐고요. 2015년에는 사이보그 나방이 특정 화학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실험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두 미국에서 연구되고 실험된 사례들입니다.
나혜인 PD: 사이보그 귀뚜라미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귀뚜라미는 어떤 특성이 있나요?
유화정 PD: 귀뚜라미는 소리에 아주 민감한 곤충으로, 뛰어난 청각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특성을 활용해 도시 지역의 소음 수준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연구에 활용될 수 있죠. 또한 크기가 작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탐색하는 데도 매우 유리해 기반 탐색용 생체 로봇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이번 미얀마 대 참사 현장에 투입된 사이보그 바퀴 벌레는 앞서 소개한 사이보그 곤충이나 쥐와 비교해서 어떤 독보적인 특성이 있을까요?

Milk protein crystals from the stomachs of a particular type of cockroach are a highly nutritious source of protein. Source: Getty / Getty Images
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바퀴벌레는 지구에 공룡이 등장하기 1억 년 전부터 존재한 생명체입니다. 심지어 몇 번의 빙하기도 이겨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만큼, 생존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또한 바퀴벌레는 1초에 자기 몸길이의 20배를 달릴 수 있는 놀라운 속도를 갖고 있어요. 50cm 높이에서 떨어져도 멀쩡하고, 머리가 잘려도 일주일 이상 생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호흡구가 몸통에 있어서 머리가 없어도 숨을 쉴 수 있죠.
이런 강력한 생존력 덕분에, 사이보그 구조체로 활용되기에 아주 적합한 생물입니다.
나혜인 PD: 와! 듣고 보니 바퀴벌레, 진짜 지구 최강의 생존 생명체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바퀴벌레는 고온, 저온, 심지어 방사능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재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확률이 높고, 에너지 소모도 적어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점이 장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구조용 사이보그 바퀴벌레에 사용된 종은 ‘마다가스카르 바퀴벌레’인데요. 길이는 약 6cm지만 몸무게는 고작 0.003g 밖에 되지 않습니다. 건물 잔해 틈 사이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신경계 구조가 단순해서 조종도 용이한 게 또한 큰 장점이죠.
나혜인 PD: 대지진 현장에 최초로 투입된 사이보그 바퀴 수색대,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실제 구조 성과는 없었다고요?
유화정 PD: 네. 특수 임무를 띤 사이보그 바퀴버레 부대는 검색견이 1차 탐색한 이후,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잔해 틈으로 투입됐습니다. 약 45분간 탐색 작업을 진행했지만, 아쉽게도 생존자는 발견하지 못했는데요. 그럼에도 구조 현장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며, 수색 작전에 분명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재난 현장에는 사이보그 바퀴벌레 10마리가 엔지니어 4명과 함께 파견됐는데, 이 바퀴벌레들은 싱가포르 과학기술청(HTX), 난양공대, 그리고 민간 기업이 공동 개발한 기술로, 사실상 연구 개발 단계에 있었던 장비들이었습니다.
이번 긴급 구조 상황에서 과감히 실전에 투입한 것이죠. 비록 초기 성과는 미미했지만, 과학자들은 이번 실전 투입을 통해 기술의 가능성과 실용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사이보그 바퀴벌레라는 존재가 단순한 신기술을 넘어, 구조 현장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정말 인상적입니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언젠가는 생존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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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orean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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