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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부모 은행' 없이는 내집 마련 쉽지 않은 자녀들…평균 7만 4000달러 지원
SBS Korean
11:01
나혜인 PD: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우리 부모 세대에 비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기엔 젊은 세대들의 어깨가 무겁죠. 생활비 위기 속에서 ‘부모 은행’에 의존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자녀들을 돕기 위해 부모 세대의 은퇴도 함께 늦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 홍태경 프로듀서와 이 내용 들여다봅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모 은행(Bank of Mon & Dad)'라는 단어가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젊은 호주인들이 주택 구매를 위해 '부모 은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 비교 사이트인 모조(Mozo)가 18세 이상 호주 부모 1,0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주택 담보 대출 보증금에 기여한 부모는 평균 7만4,040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조에 따르면, 이는 2021년보다 4,113달러 증가한 수치입니다. 또한 보증금을 지원한 부모의 75%는 상환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2021년 33%에서 상당히 증가한 수치입니다.
나혜인 PD: 부모가 재정적으로 자녀를 지원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모 입장에서는 주머니를 더 많이 열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군요. 호주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홍태경 PD: 부동산 조사 회사인 프롭트랙(PropTrack)의 최신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전국 주택 가격은 4월에 0.2% 상승한 80만 5천 달러로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시드니, 브리즈번, 애들레이드, 퍼스, 다윈의 주택 가격도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자녀에게 재정 지원을 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재정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은퇴 준비만 하기에도 벅찬 부모님들도 많으실텐데 자녀 주택 구매 비용까지 준비해두어야 한다면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겠네요.
홍태경 PD: 모조(Mozo)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녀의 재정 지원을 위해 저축을 활용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약 19%는 자녀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습니다.
모조의 개인 재정 전문가인 레이첼 와스텔 박사는 "일부 부모들은 은퇴를 늦추거나, 저축을 활용하거나, 심지어 신용카드나 대출에 의존해 자녀를 돕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녀에게 도움을 주기 전에, 고금리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재정적 미래가 안전한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와스텔 박사는 조언했습니다.
나혜인 PD: 앞서 언급된 조사 결과에서는 부모의 주택 구매 비용 평균 지원금이 7만 4000달러 정도였는데요, 또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내용은 좀 더 차이가 있다고요?
홍태경 PD: 또 다른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주택 담보 대출금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부모들의 평균 기여금이 10만 달러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투자 운용사 UBS가 지난 12월 호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2개월 동안 가족에게 돈을 주거나 받은 적이 있는지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의 약 40%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중 25%는 지원받은 돈을 주택 구매에 사용했다고 답했습니다.
기여자의 약 60%는 가족에게 10만 달러 이상을 송금해 구매를 지원했다고 답했는데요, 하지만 주택 구매 목적으로 돈을 받은 사람의 80%는 10만 달러 미만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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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IN: 부모 도움 없이 첫 내 집 마련?...M세대에겐 "하늘의 별따기"
SBS Korean
12:00
나혜인 PD: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부모 은행을 활용하는 규모와 빈도가 더 높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러한 '엄마 아빠 은행', 부모 은행을 단지 주택 구매 보증금을 보태는 데 활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UBS의 조사 결과는 부모 은행이 젊은 세대의 생활비 지원으로까지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 노년층 응답자는 자녀의 손주 돌봄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일주일에 이틀 돌봐주기로 했다고 답했는데요, 거기에 자녀의 주택 마련을 위한 돈을 지원하고, 식료품이나 보육비, 그리고 손주의 학비까지 재정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성인 자녀들의 생활비를 정기적으로 지원한다고 답했는데요, 고양이 치과 치료비가 필요하다거나, 가구를 사거나 새 휴대폰을 사는 등 목돈이 필요할 때 지원해준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한 응답자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자녀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주택 보증금을 현금으로 주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상환금을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데요, 한 달에 3,000달러가 들어가는 상환금을 주택 구매 첫 6개월동안 갚아주는 식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본인의 은퇴 시기는 늦추기로 했다고 답했습니다.
나혜인 PD: 부모 세대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자녀 세대를 생각하면 또 가뭄의 단비와 같은 도움이 될 수 있을테고요. 아무튼 부모 은행을 활용하는 방식이 이제는 단순히 주택 보증금 지원이 아닌 생활비 다각화로 확대되고 있군요.
홍태경 PD: 보육료 지원부터 주택 보증금, 생활비 지원까지, 소위 '엄마 아빠 은행'은 가계 예산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투자 운용사 UBS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조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주는 돈의 대부분은 식료품, 보험, 주유비, 공과금 등 일상생활비에 지출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UBS 주식 전략가 리처드 셸바흐 이사는 이러한 변화가 자녀의 첫 주택 마련을 위한 보증금 확보를 돕는 데 중점을 두었던 '전통적인 부모 은행' 역할에서 벗어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 정기적인 소비로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현실입니다. 이는 분명히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셀바흐 이사는 호주 소비자들이 지난 몇 년간 금리 인상을 예상보다 훨씬 잘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로 바로 이 부모 은행을 이용할 수 있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주간 공과금, 식비 등에 대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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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레이너: 엄마 아빠 도움 없이 호주에서 내 집 마련하려면?
SBS Korean
06:07
나혜인 PD: 이 설문조사에서는 가족에게 지원받는 금액의 용도에 대한 내용도 있었죠?
홍태경 PD: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용도가 생활비 지원이었고 다음으로 가족이 지원하는 자금의 두 번째로 흔한 용도는 주택담보대출 이자 상환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주택 구매였는데요, 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금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지원금이 10만 달러를 넘었고, 20만 달러를 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혜인 PD: 이렇게 부모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은 주택 위기나 생활비 위기에 따른 것이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홍태경 PD: 그래튼 연구소 트렌트 윌트셔 매니저는 그 이유가 명확하다고 말하는데요, 90년대에는 일반적인 노년층 가구가 젊은층 가구보다 약 세 배 정도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약 다섯 배의 재산 차이를 갖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격차는 계속 심화되고 있고 부모나 조부모가 더 많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계비 위기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조부모에 대한 의존도 증가하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UBS가 조사한 가족 재정 지원을 받는 사람들 중 70%는 부모로부터 주택 및 생활비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지만, 15%는 조부모로부터 지원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디지털 파이낸스 애널리틱스(Digital Finance Analytics)가 호주인 5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순차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첫 주택 구매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부모, 심지어 조부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2024년 주택 담보 대출을 위해 가족에게 의존했던 첫 주택 구매자 중 거의 80%는 부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는 2015년 99%에서 감소한 수치입니다.
오히려 작년에는 조부모에게 의존한 비율이 12%가 넘었는데, 이는 2021년 5.2%였던 것에서 증가한 수치입니다. 형제자매 등 다른 가족 구성원의 기여도 8%로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엄마 아빠 은행(Bank of Mum and Dad)"이 아닌 “가족 은행(family bank)”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년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부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대부분의 부모가 물려줄 재산이 있는 이유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가 올랐기 때문인데요, 한두 세대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부를 얻게 되었고, 이는 일종의 부의 대물림이 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PD: 오늘은 일명 엄마 아빠 은행, 부모 은행이라고 불리며 자녀들의 생활비와 주택 자금을 지원해주는 현 세대의 모습 짚어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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