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데이라이트 세이빙 '1시간'...마법의 선물일까, 혼란일까?

Two clocks, one showing three o'clock, the other showing two o'clock

During daylight saving time, Queensland is an hour behind the rest of Australia's eastern states. Source: Getty / i-am-helen

데이라이트 세이빙(Daylight Saving Time, DST)의 역사적 배경과 경제·문화 그리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시계를 넘는 '시간'의 논쟁을 다각도로 풀어봅니다.


Key Points
  • '시계를 앞 당기자' 개념,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에너지 절약 목적으로 첫 제도화
  • 70년대 오일쇼크 후 데이라이트 세이빙 전 세계로 확산, 호주는 1971년 정식 도입
  • 에너지 절약 · 문화 산업 등 장점보다 건강 악영향 부각되며 제도 폐지 국가 늘어
  • 1시간의 혼란 생각보다 커…우리 몸의 생체 리듬이 적응하기까지 약 일주일 소요
호주에서는 매년 4월 첫째 주 일요일 오전 3시를 기점으로 '데이라이트 세이빙 타임(Daylight Saving Time, DST) ' 즉, 일광절약시간제가 종료됩니다.

시계가 한 시간 뒤로 조정되면서, 마치 하루가 더 길어진 듯 느끼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이 ‘1시간’, 과연 우리가 기다려온 마법 같은 선물일까요? 아니면 몸과 마음에 혼란을 주는 의외의 변수일까요?

오늘 컬처인에서는 데이라이트 세이빙의 역사적 배경부터 경제적·문화적 효과, 그리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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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데이라이트 세이빙 '1시간'...마법의 선물일까, 혼란일까?

SBS Korean

07/04/202513:24
나혜인 PD: 오늘 아침,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 서여유롭게 출근하신 분도 계실 테고요. 반대로 생활 리듬이 깨져서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울 듯싶어요. 자꾸만 시계로 눈이 가고요. 하루가 좀 길게 느껴지면서 시간이 어색하게 흐르는 느낌입니다.

나혜인 PD: 데이라이트 세이빙, 우리말로는 일광절약시간제라고 하죠. 여름철 해가 길어지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시계를 한 시간 앞당겼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제도인데요. 보통 ‘써머 타임’으로 통칭되기도 하고요.

유화정 PD: 네, 이 써머 타임, 데이라이트 세이빙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계절차이에 따라 적용 시기도 다른데요. 북반구에 속하는 미국과 캐나다는 봄이 시작되는 3월에 시작해 겨울을 앞둔 11월 첫째 주에 종료됩니다.

반면 호주는 남반구에 속한 호주는 여름철 일몰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은 동일하지만 시기로는 정 반대인 10월 첫째 주 일요일에 시작해 4월 첫째 주 일요일에 종료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호주의 데이라이트 세이빙 타임은 호주 전 지역에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호주 동부 NSW주와 ACT를 비롯 빅토리아주, 남호주주, 태즈매니아주를 제외한 서호주주, 퀸즐랜드주, 노던 테러토리에서는 시행하지 않습니다.

나혜인 PD: 맞아요. 그래서 매번 헷갈리는데요. 호주 내에서도 데일라이트 세이빙을 전면 시행하지 않는 이유, 왜일까요?

유화정 PD: 주별로 상황이 조금씩 다른데요. 서호주주는 과거 몇 차례 제도를 도입했다 폐지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주민들은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일상생활에 오히려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했고, 2009년 주민 투표를 통해 폐지가 결정됐습니다.

퀸즐랜드주에서는 주로 농업 지역에서 반대가 심했는데요. 가축의 생체 리듬이나 농사 일정이 햇빛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계 조정이 오히려 혼란을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노던테러토리의 경우 일 년 내내 연중 일조량이 비교적 일정하고 일조 시간이 충분한 지역적 특성상 굳이 일광절약시간제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케이스입니다.
Daylight saving time
Graphic showing the difference in time zones across Australia and the changes for daylight saving. (AAP Image/Sean Fitzpatrick) Credit: AAPIMAGE
나혜인 PD: 그렇군요. 매년 두 번 시계를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는 데일라이트 세이빙 타임, 그런데 의외로 이 제도가 꽤 오래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네. 맞습니다. 사실 그 배경 이야기가 흥미로운데요. 이 제도의 아이디어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으로부터 240년 전인 1784년,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이 파리에서 기고한 글이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미국 10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벤자민 프랭클린, 최초 민간 비행기 발명한 과학자이자 ‘시간은 돈이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인물이죠. 벤자민 프랭클린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하고, 부유하고, 현명해진다”는 유명한 말과 함께 사람들이 자연광을 활용해 촛불을 덜 쓰자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나혜인 PD: 자연광을 활용한다는 것은 즉 햇빛을 잘 더 많이 이용해서 양초 사용을 줄이자, 지금의 에너지 절약 개념과 연결되는 셈이네요.

유화정 PD: 그렇죠. 물론 당시엔 제도적인 제안은 아니었지만, 이것이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 100년 뒤인 1895년, 뉴질랜드의 곤충학자 조지 버넌 허드슨(George Vernon Hudson)이 ‘시계를 두 시간 앞당기자’는 논문을 뉴질랜드 왕립학회에 제출합니다. 우체국 직원이기도 했던 허드슨은 퇴근 후 곤충 채집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이 제안을 했던 건데요. 당시에는 역시 실현되지 않았지만, 이후 현대적인 데이라이트 세이빙 타임 도입의 실질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흥미롭네요. 결국 오늘날처럼 시계를 앞당겼다가 다시 돌리는 이 제도의 뿌리가 그렇게 오래됐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제도화가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때문이었다면서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시행했는데요. 석탄 소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영국, 호주, 프랑스, 미국 그리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호주는 몇 차례 중단과 재도입을 반복하다가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특히 1970년대는 오일 쇼크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커졌던 때였죠. 이를 계기로 데이라이트 세이빙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에너지 절약이라는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데이라이트 세이빙 기간엔 여가와 야외 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문화·관광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하죠?

유화정 PD: 네, 해가 길어지니까 스포츠 이벤트나 야외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활동이 활발해지죠. Summer time is social time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들의 사회적, 문화적 교류가 많아지면 자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골프 산업만 해도 데이라이트 세이빙 기간에 연 4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린다고 합니다.

또 일부 시간대의 범죄율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나혜인 PD: 이렇게 경제 사회 문화적 다얗안 긍정 효과를 가져오는 일광절약시간제, 그런데 최근 이 제도를 폐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면서요? 한국에서도 과거 몇 차례 시행하다가 지금은 하지 않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요?

유화정 PD: 데이라이트 세이빙의 초기의 주목적은 말 그대로 에너지 절약이었습니다. 낮 시간이 늘어나면 인공조명 사용이 줄어들고, 그만큼 전기 소비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LED 조명이 널리 보급되면서, 에너지 절감이 주목적이었던 데이라이트 세이빙의 효과는 대폭 줄어들었는데요.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데이라이트 세이빙 기간 동안 연간 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비율은 고작 0.5%에서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혜인 PD: 어, 생각보다 훨씬 작은 수치네요. 그 정도면 효고가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유화정 PD: 그러니까요. 에너지 절약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미미하다는 건데요. 그 미미한 효과를 위해 매 년 두 번이나 큰 혼란을 감수하는 셈이죠.

무엇보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이 제도를 폐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건강입니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데요.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건강과 생체리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미시건 대학과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공동 연구에서는 써머타임이 시행되는 동안 교통사고율은 6% 증가했고, 뇌졸중 발생률은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시간을 앞당기는 봄철 시작 시기가 더 위험합니다. 봄철 데이라이트 세이빙 시작 후 하루 동안 심장마비 위험은 최대 24%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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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라이트 세이빙에 따른 생체리듬 변화
나혜인 PD: 하루 만에 24% 나요? 사실 바뀐 시간에 적응하기에는 확실히 첫날이 가장 힘든 것 같긴 해요. 집중력도 떨어지고, 뭔가 몸이 둔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건강엔 어떤 영향을 주나요?

유화정 PD: 아마 거의 비슷하게 겪는 현상일 겁니다.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거나 반대로 종료 시 다시 되돌리는 과정에서 수면 패턴이 깨지면서 그로 인해 생체리듬이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이것이 피로감, 집중력 저하, 스트레스, 수면의 질 저하, 우울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시작되면 초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수면 시간이 1시간 정도 줄고, 수면 효율성도 10% 감소하는데요. 몸이 다시 시차를 적응하는 데에는 최대 일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시차 적응이 되기까지 그 일주일 동안, 요일별로 어떤 식으로 적응해 가는지 요일별 적응 패턴의 변화도 연구 됐다고요?

유화정 PD: 매년 4월 첫째 주 일요일을 기해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종료되는 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첫날인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평소보다 약 20분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종료 전 시간 기준으로 보면 실제론 약 40분 늦게 일어난 셈이죠.

재밌는 건 화요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단 시간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아마도 긴장감이나 의식적인 노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수요일, 목요일에는 다시 일찍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고, 금요일쯤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응을 완료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다각적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수면학회(ASA) 등 여러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건강에 좋지 않다. 영구적인 표준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더 이상적이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에너지 절약과 문화적 효과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에서 데이라이트 세이빙 제도의 폐지나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 바로 우리 건강 문제와 직결되고 있었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애초에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를 아껴보자는 좋은 취재에서 시작 됐지만, 이제는 단순히 시계를 앞당기고 되돌리는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개념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할 것인 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오늘 컬처인에서는 데이라이트 세이빙의 역사적 배경부터, 경제·문화적 장점과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까지 살펴봤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우리 생활 리듬과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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