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형제 순서의 숨은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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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of a baby holding the finger of its Source: AAP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첫째이면서 딸인 장녀에 대한 부모 선호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형제 순서는 단순한 출생 차이를 넘어 성격, 지능, 부모 관계, 직업 선택 등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칩니다.


Key Points
  • 부모는 첫 자녀와 딸, 특히 장녀를 선호하는 경향 두드러져…첫째는 '우리 집의 희망'
  • “우리 딸 밖에 없어” 부모의 편애는 기대감과 막중한 책임감 부여… 'K-장녀 증후군' 초래
  • 형제 순서는 성격 형성에도 영향… 첫째 성취 지향적, 막내는 창의적, 중간 자녀는 협력적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정말 그럴까요?

부모는 모든 자녀를 공평하게 대한다고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첫째, 특히 장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형제 순서는 단순히 태어난 차이를 넘어, 성격, 사회성, 직업 선택, 심지어 부모와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첫째는 왜 책임감이 강하고, 막내는 자유로운 성향을 보일까요? 형제 순서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알아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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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형제 순서의 숨은 법칙

SBS Korean

29/03/202512:27
나혜인 PD: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옛말, 자식이 여럿 있어도 부모들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고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죠. 그런데 최근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부모님들은 모든 자녀를 공평하게 사랑한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요? 크게 물음표를 던지는 결과인데요.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특정 자녀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미국 심리학 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부모는 일반적으로 첫째 자녀와 딸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출생 순서, 성별, 기질, 성격이 부모의 편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부모가 첫째 자녀와 호감이 가는 자녀로 특히 딸을 우대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첫째 자녀, 그중에서도 장녀애 대한 부모님의 선호가 더 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화정 PD: 여러 이유를 제시했는데요. 우선 딸은 부모님의 기대에 더 부응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통제력이 더 높다는 점에서 아들보다는 유리할 수 있다는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또한 첫째는 동생보다 더 성숙하고 자율적인 능력이 크다고 판단되어 부모님들이 더 많은 책임을 맡기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 청취자분들께서도 집안의 맏이라면 “엄마 아빠 대신 동생 좀 챙겨라”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울러 장녀의 경우 자연스럽게 가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도 부모의 자식 선호도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나혜인 PD: 한 자녀 가정이 많은 요즘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예전 한국에서는 첫 딸이 태어나면 '살림 밑천'이라며집안 어른 들이 좋아하시곤 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문화권의 경우에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감정을 잘 표현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사회화되기 때문에 부모가 딸과의 유대감을 더 쉽게 형성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편애를 받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닌데요. '장녀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첫째 자녀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 내에서 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한국에서는 'K-장녀'라는 신조어도 나왔죠.

나혜인 PD: 네 K- 장녀. 코리아(Korea)의 앞글자 'K' 와 맏딸을 뜻하는 '장녀'의 합성어죠. 책임감과 희생에 갇혀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삶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을 일컫는 표현인데요.

유화정 PD: K- 장녀는 부모의 부재시 다른 가족을 보호할 무거운 책임을 부여 받습니다. 특히 K-장남과 구분되는 역할이 존재하는데요. 집안의 대소사로 크기를 나눈다면 장남은 집안의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한다면 장녀는엄마의 심리적 지지자로서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우리 딸밖에 없다” 엄마의 이 한 마디는 K-장녀의 굴레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나는 마흔에 K-장녀를 그만두기로 했다' 라는 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책임감과 희생에 갇혀 장녀라는 타이틀 아래 묻어두었던 자신을 돌아보고,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는 어느 K-장녀의 이야기입니다.
Sibling Carers
Source: SBS / Insight
나혜인 PD: 한국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K-장녀의 책임감과 희생으로 얘기가 파생됐는데요. 다시 중심으로 돌아와 보죠. 첫 자녀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부담을 짊어지는 반면, 둘째나 셋째는 상대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덜 받는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브리검 영 대학교의 알렉산더 시 젠슨 박사는 '부모의 편애는 가족 내 모든 형제자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특정 자녀에게 더 많은 감정적 관심을 주면, 다른 자녀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고 이는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가족 내 불균형은 편애를 받는 자녀나 차별을 받는 자녀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연구진은 '부모가 이런 차이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PD: 일반적으로 첫째 자녀는 책임감이 강하고, 막내는 자유로운 성향을 보인다고 말하는데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고정관념이 아니라 실제 연구 결과로도 입증된 부분이라고요?

유화정 PD: 네.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에 따르면 첫째는 리더십이 강하고 성취 지향적인 성향이 높습니다. 반면, 막내는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창의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 부모님의 양육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첫째는 '우리 집의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면서 무의식적으로 높은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반해, 막내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라면서 도전적인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데요. 여기에는 부모가 첫째 때보다 육아 경험이 쌓이면서 막내에게는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나혜인 PD: 형제가 많을 수록 협동심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그 중에서도 맏이나 막내가 아닌 '중간에 낀 아이'가 가장 그렇다고 보고 됐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지난해 영미권 국가의 7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표본 연구에 따르면 형제자매 수가 많을수록 협동심과 관련이 있는 '정직성-겸손함'(Honesty-Humility)과 '우호성'(Agreeableness)특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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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Facebook
특히 중간에 낀, 둘째 이하가 맏이보다 협상력과 타협 능력이 뛰어나며, 우호적이고 정직한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형제 순서가 지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실제로 그런가요?

유화정 PD: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출생 순서에 따라 성격 등에 차이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연구가 시작된 지는 100년이 넘었습니다. 아홉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난 영국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1874년에 영국 과학자들을 조사한 결과 맏이의 비율이 높았다며, 이는 부모로부터 관심을 더 많이 받고 자라 지적 성취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출생 순서와 지적 성취도의 연관성을 밝힌 첫 연구 이후1970년대 네덜란드 인 약 4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첫째가 평균적으로 더 높은 IQ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면, 둘째 이후의 자녀들은 첫째와의 경쟁 속에서 자라며, 다른 방식으로 지능과 성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나혜인 PD: 태어난 순서가 성격 형성과 지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니 정말 흥미로운데요. 이렇게 형성된 성격이나 성향은 향후 직업 선택이나 사회적 대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맏이들은 양심적이고 책임감이 크고, 막내들은 주목을 받기 위해 독립성과 창의성을 키우며, 중간 아이들은 중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부모로부터 더 많은 교육적 자원을 받고, 기대를 더 많이 받는 첫째는 책임감이 강하고 성취 지향적인 성향이 많아서 리더쉽 역할을 선호하거나 안정적인 직업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 교수, CEO, 공무원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Stock/AAP)
(Stock/AAP) Source: AAP
반면, 부모의 기대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자란 막내의 경우 예술가, 디자이너, 배우, 작가, 음악가 같은 창의성이 중요한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혜인 PD: 첫째와 막내 사이에 태어난 둘째는 대부분 자기 주장이 적고 양보심도 많은 편인데, 사회성 발달면에서는 좋은 것이 되나요?

유화정 PD: 형제 순서에서 중간에 낀 둘째 혹은 셋째는 형제 간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협력적이고 사교적인 성향이 발달하게 되는데, 직업 선택에서도 영업, 마켓킹, 상담사, 사회복지사, 기자 같은 대인 관계 능력이 중요한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형제 순서에 따른 성향 차이는 직업 선택뿐만 아니라 실제 직장이나 단체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첫째는 보통 조직 내에서 리더 역할을 맡거나 목표 지향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둘째는 협력적이고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팀워크를 중시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막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업무에 강점을 보였습니다.

나혜인 PD: 결국 형제 순서는 단순한 출생 순서가 아니라, 우리의 성격, 직업, 인간관계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따라 그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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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025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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