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름…‘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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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Speaker(영원한 이방인)의 이창래 작가 Credit: Penguin Books Australia

‘영원한 이방인(원제: Native Speaker)’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여전히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이민 2세대의 소속감에 대한 갈망을 섬세하게 그린,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영원한 이방인 (Native Speaker, 1995)’은 이민 2세대가 겪는 정체성 혼란과 문화적 소외, 소속감에 대한 갈망을 섬세하게 그린 자전적 소설로 발표 직후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1996년 펜·헤밍웨이상을 수상, 뉴욕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전 세계 1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작가 이창래는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대로, 예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오리건대와 프린스턴대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쳤습니다. ‘영원한 이방인’은 이창래를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시아계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작품으로, 지금도 이민 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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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책갈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름…‘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작가

SBS Korean

07:29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 사람일까?"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보는 질문일 겁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Chang-rae Lee)의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을 만나봅니다.

 “나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

 이 한 줄의 고백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민 2세로서, 정체성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가 봅니다.

소설 속 주인공 헨리 박(Henry Park)은 한국계 미국인.
미국 사회에 완벽히 동화된 ‘모범 이민자’가 되려고 노력해온 인물입니다.

이민 2세대로 미국에서 태어난 헨리는 어린 시절부터 ‘완벽한 미국인’처럼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뿌리는 한국.
집 안에선 부모님의 언어와 문화를 마주하고,
집 밖에선 미국 사회의 기대와 시선을 감당하며 살아가야 했죠.

“나는 미국식 영어를 잘했다. 하지만 그건 나를 더욱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 완벽함이 그를 살려낸 게 아니라… 그를 점점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는 사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백인 아내와 결혼했으며, 사설 정보원을 직업으로 삼아 미국 사회에 스며든 이민자들을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지만, 그러나 그 모든 것 속에서 그는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를 잃어갑니다.

“미국에 살게 된 건, 더 잘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숨기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미국에 잘 정착한 엘리트. 하지만 그의 삶은 늘, 말과 정체성을 감추는 훈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는 늘 자신이 ‘완전한 미국인’이 아니라는 자의식을 품고 살아가죠.
그는 토로합니다.

“나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어딘가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

‘Native Speaker’는 바로 이런 경계에 선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책 제목을 직역하면 ‘원어민’이지만 한국어 번역판의 제목은 ‘영원한 이방인’. 이 두 제목은 모두 주인공 헨리 박이 느끼는 소속감의 혼란과 정체성의 균열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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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Speaker'의 한국어 번역판 '영원한 이방인' 책 표지/ 교보문고
소설 속 이야기는 실제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작가 본인의 삶과도 일부 겹치는데요.

이창래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나 부모님의 언어와 문화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자라면서 이로인해 야기된 문화적 간극과 정체성의 혼란이 작품 속 주인공 헨리 박의 내면에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영원한 이방인' 또 하나의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언어란 무엇인가?
말을 한다는 건, 나를 드러내는 것인가, 아니면 감추는 것인가. ‘우리’라는 말 속에, 나는 진짜 포함되어 있는가

헨리는 결국, 자신이 속하지 못했던 모든 공간에서 자신의 언어를 새롭게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대답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있었다.”

어딘가에 속해야만 내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
경계에 서 있어도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정체성’이라는 이름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방인처럼 느껴질까’ 이 질문 속에서
영원한 이방인은 조용히 말을 건네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딘가에 정확히 속하지 않아도
그대로 괜찮다고.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의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과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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