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디지털 결제 일상화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
- 한국조폐공사 5만원 권 등 화폐 부산물을 넣어 만든 '돈 볼펜' 굿즈 출시
- 한국 현금 결제10%, 호주는 13%, 디지털 취약 및 저소득 층 현금 사용 높아
- 호주, 플라스틱 폐지폐로 공원 벤치, 운동 기구 등으로 재생해 순환 경제
여러분, 요즘 현금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시나요?
지갑 속 현금보다 스마트폰의 간편결제가 익숙해진 시대, 이제 ‘지폐’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조폐공사가 흥미로운 상품을 내놓았는데요. 바로 ‘돈 볼펜’입니다. 볼펜 안에 실제 5만 원권의 지폐 조각이 들어 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더 궁금해지는 게 있죠. 왜 조폐공사는 지폐가 아닌 볼펜을 만들었을까요?
오늘은 화폐의 디지털 전환과 사라지는 지폐의 의미, 그리고 ‘돈 볼펜’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마지막으로 현금을 사용한게 언제였나 기억하시나요?
유화정 PD: 글쎄요… 요즘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도, 마트에서 장을 봐도 거의 다 카드나 모바일 결제로 해결하죠. 최근 현금을 사용한 기억이 없네요.
나혜인 PD: 이제는 현금보다 스마트폰의 간편결제가 더 익숙해진 시대다보니 아예 지갑 없이 다니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유화정 PD: 편리한 만큼 정감은 좀 멀어진 듯합니다. 예전처럼 지갑을 열어 빳빳한 새돈으로 용돈을 주시던 어른들의 모습도 점점 보기 어렵고요. 집집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던 거스름돈 동전을 모으는 돼지저금통도 자취를 감춘지 오랩니다.
나혜인 PD: 맞아요.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호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호주에서도 1인당 현금 사용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죠?
유화정 PD: 호주중앙은행(RBA)은 3년마다 설문조사를 실시하는데, 1,000명의 호주인이 일주일 동안 거래한 모든 내역을 기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결제 방식이 차지하는 거래 비율을 추정합니다.
2022년 전체 결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13%에 불과했고, 현금을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7%에 못 미쳤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현금 사용이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는데, 2019년 52%에서 2022년에는 27%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은 현금을 주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고, 저소득층이 부유층보다 현금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호주가 디지털 경제로 빠른 전환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인데요. 이처럼 현금 사용이 급격히 감소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유화정 PD: 일단 휴대전화를 이용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현금 사용 감소 추세가 빨라졌고,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조차도 구식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호주 공영 ABC 방송은 보도했습니다. 또 코로나 19 팬데믹 기간동안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었는데, 이후에도 그 추세는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Source: Getty
나혜인 PD: 저물어가는 현금 시대, 이는 전 세계적인 글로벌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월드페이의 ‘2024년 세계 결제 보고서’를 보면, 2023년 전세계 현금거래 비중은 전체 결제의 16%를 보였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월드페이는 2027년에는 현금거래 비중이 11%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4%), 스웨덴(5%), 중국(7%) 등은 현금결제 비중이 4~7% 대로 현금 없는 사회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국가들인데요. 탈 현금화의 선두 주자 격인 스웨덴의 경우 교회 헌금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요. 중국에서는 길거리 음식까지 QR코드 결제가 지폐를 완전히 대체할 정도입니다.
반면 외국인 관광산업이 발달한 일본(41%), 태국(46%) 등에선 여전히 현금 결제비율이 40%대를 웃돌 정도로 높은데요. 하지만 이곳에서도 조금씩 그 수치가 줄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한국도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같은 간편결제가 이미 일상화되었죠. 현금을 뽑을 수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이 지난 5년 사이 약 1만대 가까이 사라졌다는 보고 자료도 나왔는데요.
유화정 PD: 요즘은 한국의 대부분의 노점상에서도 현금 대신 계좌 이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때 이런 유행어가 있었죠. “누구나 가슴 속에 3천원쯤은 있는 거예요.” 가슴 시린 한겨울,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붕어빵 노점에서 추억의 붕어빵 한 봉지를 사기 위해 현금 몇천 원 정도는 넣고 다니라는 의미였는데요.
드라마의 유명 대사를 패러디한 이 유행어마저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현금은 이제 경조사비를 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최근 한국조폐공사가 5만원 권이 들어간 ‘돈 볼펜’을 시중에 선보여 화제가 됐죠? 가끔 기념 화폐가 발행되긴 하지만, 화폐가 아닌 돈 볼펜이라니 좀 의아한데요. 어떤 제품인가요?
이 돈 볼펜은 실제 지폐를 넣은 것이 아니라 화폐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량품이나 부산물을 활용한 제품인데요. 투명한 볼펜 몸체 안에는 1,000원권, 5,000원권, 5만원권 지폐 제작 과정에서 나온 인쇄 불량 지폐 조각들이 잘게 잘려 들어가 있습니다.
나혜인 PD: 아, 요즘 유행하는 머니 케이크처럼 돈을 돌돌 말아 볼펜 속에 넣은 건 아니군요. 그렇다면 이런 화폐 부산물을 이용해 굿즈 제품을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유화정 PD: 네 이 볼펜 굿즈는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화폐 불량품과 여백지 등으로 인해 매년 약510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를 쌓으면 높이가 무려 에베레스트의 16배에 달합니다.

화폐 부산물을 활용한 돈 볼펜 (한국조폐공사 제공)
이에 조폐공사는 화폐 부산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한 끝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화폐 굿즈를 출시하기로했고, 그 첫 아이템으로 돈 볼펜 굿즈를 선보이게 된 겁니다.
나혜인 PD: 아이러니하네요. 돈을 버리는데도 돈이 드는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미국의 경우 화폐를 퇴비로 쓰거나, 화폐박물관에서 파쇄한 지폐를 투명 백에 담아 기념품으로 증정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는 폐지폐가 화장실 휴지로 재탄생하기도 하고요.
반면, 면화(cotton) 대신 플라스틱, 즉 폴리머(Polymer)를 지폐 원료로 사용하는 호주,영국, 뉴질랜드, 캐나다등의 국가에서는 재활용이 더 용이합니다.
호주조폐공사(NPA)에 따르면 호주에서 수거된 폴리머 지폐는 작은 알갱이 형태의 펠릿(pellet)으로 가공돼 플라스틱용품 제조사에 판매되는데, 이는 공원 벤치, 운동 기구, 안내 표지판 등으로 재생돼 순환 경제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앞서 저희가 전 세계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하는 흐름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고요?
유화정 PD: 현재 한국의 현금 결제 비중은 10%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화폐를 찍어내는 현금 발행량 자체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국내 지폐 발행량은 2015년 7억4,000만장에서 올해 5억4,000만장으로 10년 사이 37% 줄었습니다. 특히 동전 발행량은 2015년 6억2,000만개에서 올해 1,000만개로 무려 98%나 감소했습니다.
나혜인 PD: 와 정말 그러네요. 이대로라면 조만간 동전이 사라질 수도 있겠네요. 이렇게 보면 ‘돈 볼펜’이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사라지는 화폐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신호처럼 느껴지는데요.
유화정 PD: 어쩌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현금이 몇십 년 후에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이 될 수도 있겠죠.
나혜인 PD: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막상 현금이 사라진다면 디지털 취약계층이나 저소득 노동자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등을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현금 사용이 줄어들수록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여행자, 신용카드 사용이 어려운 금융 취약계층 등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현금이 유일한 지급 수단이 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팁 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현금 사용이 급감하면서 팁 노동자들 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금은 홍수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통신 장애 발생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안전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데요. 실제 2022년 호주 동부해안을 강타한 대홍수 당시, 한 지역의 정전 사태가 몇 주간 지속되자, 현지 신용 조합이 헬리콥터를 이용해 현금이 가득 든 현금 지급기를 마을에 전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네 오늘 컬처인에서는 한국조폐공사가 최근 출시한 ‘돈 볼펜’이 주는 상징적인 메시지와 탈 현금 시대에 사라져 가는 지폐의 의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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