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플레이너: 불붙은 호주의 이중 국적 논란은?

A composite image showing photo of Peter Dutton, the Australian flag, passport and a toy kangaroo

Peter Dutton wants to make it easier to strip citizenship from Australian dual nationals. Source: SBS, AAP, Getty

이중 국적에 대한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에서도 피터 더튼 야당 대표의 제안으로 이중 국적 박탈 논쟁이 점화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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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플레이너: 불붙은 호주의 이중 국적 논란은?

05:28
이중 국적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피터 더튼 야당 대표의 제안으로 호주에서도 이중 국적 박탈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최근엔 많은 호주인들이 조상의 혈통을 이용해 외국 여권을 확보함으로써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고 다른 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이중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부적절한 사람들이 호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호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이중 국적자를 단속하자는 주장을 제기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선 미국과 캐나다 이중 국적자인 머스크의 캐나다 시민권을 박탈해 달라는 청원에 3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으며, 헝가리에선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공공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는 사람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튼 대표도 특정 범죄를 저지른 이중 국적자의 호주 국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는데요.

호주에서 국적 박탈 기준은 무엇이고, 전문가들은 관련 논란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호주에선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이 부여되지 않습니다. 또한 호주에선 시민권 취득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입니다.

현행법에서는 장관이 개인의 시민권 박탈을 요청할 수 있지만, 결정은 법원이 내리며 테러나 반역과 같은 특정 범죄에 대한 선고 중에만 시민권 박탈이 이뤄집니다.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은 호주인과 결혼했더라도 호주에서 수년간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등 시민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시민권자가 되면 호주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고, 호주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호주에 입국 및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그 대가로 호주와 호주 국민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민주적 신념을 공유하며,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고, 호주 법을 지키고 준수할 것을 선서해야 합니다.
Julian Assange greets supporters outside the Ecuadorian embassy in London
WikiLeaks founder Julian Assange has pleaded guilty to a criminal charge in Saipan. Source: AAP / Frank Augstein/AP
호주인이 해외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에도 시민권의 가치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호주 정부는 줄리안 어산지(Julian Assange), 청 레이(Cheng Lei), 션 터넬(Sean Turnell) 등 다른 나라에 수감된 시민들의 석방을 지지해 왔습니다.

최근엔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이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헬렌 어빙(Helen Irving) 시드니 대학교의 헌법학 명예교수는 "외국 남성과 결혼한 호주 여성은 단지 외국 남성과 결혼했다는 사실만으로 영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상실했다"고 말했습니다.

호주는 시민권 상실은 처벌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호주 정치인들은 시리아의 자칭 이슬람 국가와 같은 테러 단체에 가담하기 위해 해외를 여행한 사람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려고 시도해 왔습니다.

2020년에 도입된 법에 따라 관련 장관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호주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시민권자로 남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권한은 이후 조정돼 2022년 호주 고등법원에 제기된 항소심에서 정치인은 일단 시민권이 부여된 후에는 이를 박탈할 권한이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는 시민권 박탈은 징벌적 행위이므로 형사 범죄를 선고할 때 판사가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Opposition leader Peter Dutton wearing a suit and blue tie.
Opposition Leader Peter Dutton. Source: AAP / Russell Freeman
호주에선 더튼 대표가 제안한 것처럼 장관이 시민권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면 정치인에게 상당한 추가 권한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호주의 민주적 헌법 체계의 근간 중 하나는 입법부(의회), 행정부(총리 및 장관), 사법부(법원) 간의 권력 분립입니다.

어빙 교수는 이 제도는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권력자의 입맛대로가 아니라 판사나 배심원에 의해 유죄가 결정되기 때문에 자의적인 처벌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정부가 사람들을 '유죄'로 규정하고 원하는 대로 감옥에 가두거나 처리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누리는 자유는 매우 축소될 것입니다.

더튼 대표의 제안으로 이중국적자의 권리에 대한 논쟁이 시작됐지만, 전 이민국 관리였던 아불 리즈비(Abul Rizvi)는 어떤 정부도 이중국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SBS뉴스에 "이중국적자 중 가장 큰 두 집단은 영국인과 뉴질랜드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어떤 정부도 이들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호주 앰네스티 대변인은 더튼 대표의 제안을 "끔찍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극단적이고 반동적인 제안"이라고 설명하며, 더튼 대표가 개인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난민과 다른 이주민을 표적으로 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더튼 대표의 추방 계획은 전쟁, 박해, 분쟁을 피해 호주에 망명을 신청한 시민들에게 특히 위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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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가: ‘변곡점-북극성을 따라서’…한·호 현대미술의 가교, 이수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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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025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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