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호주 소매업 위기, 이대로는 안된다

Woman putting closed sign on door of coffee shop

It's been a difficult year for retail, with several iconic Australian brands forced to shut their doors. Source: Getty / Luis Alvarez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생활비 위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호주 경제는 개인뿐 아니라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에게도 힘든 한 해였습니다. 쇼핑몰에서 사라지고 있는 호주 브랜드도 눈에 띄고 늘어나고 있는데요,호주의 소매업이 왜 이렇게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인지 알아봅니다.


Key Points
  • 2001년 시드니 첫 매장 연 알리 패션(Ally Fashion), 강제 청산 절차 돌입
  • Michel's Patisserie, Rivers 등도 최근 실적 부진으로 브랜드 철수
  • 전문가들 “혁신 부족한 호주 소매업 체인점들, 생존 위해 앞서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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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호주 소매업 위기, 이대로는 안된다

SBS Korean

19/03/202510:58
나혜인 PD: 90년대를 떠올려보면 호주 쇼핑 센터 안은 활기로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비디오 잇지(Video Ezy)에서 게임을 구경하는 가족들, 슈퍼마켓 프랭클린스(Franklins)에서 식료품을 잔뜩 사들이는 가족들,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Australian Geographic)에서 신기한 과학 기기를 가지고 노는 가족들… 이 모두 호주 브랜드들인데요,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그림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홍태경 PD: 2025년 현재의 모습을 보자면 지방 교외에 있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중 일부는 유령 도시와 다름없는 곳도 있고, 카페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텅 빈 가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여러 상징적인 호주 브랜드가 도산되면서 수백 개의 매장이 문을 닫고 수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알리 패션(Ally Fashion), 리버스(Rivers), 미셸스 파티셰리(Michel's Patisserie)도 최근 문을 닫은 호주 소유 브랜드들입니다.

나혜인 PD: 알리 패션은 호주의 대표적인 쇼핑몰인 웨스트필드나 작은 쇼핑몰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중저가의 친근한 브랜드였는데요, 아쉽게 결국 청산 절차를 밝게 되는군요.

홍태경 PD: 2001년 시드니에 첫 매장을 연 알리 패션(Ally Fashion)은 2주 전에 강제 청산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 외에도 Rivers, Noni B, Millers, Rockmans, Katies, Autograph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패션 대기업 모자익 브랜드(Mosaic Brands)는 모든 매장의 문을 닫고 '모든 것이 팔려야 한다(everything must go)'는 세일로 남은 재고를 처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입어서 화제가 됐던 호주의 디자이너 브랜드 디온 리(Dion Lee)와 같은 고급 브랜드조차도 청산 절차에 들어가며 결국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The entrance to a clothing store with a black feature wall. The word ally in pink text is lit up on the wall
Women's fashion retailer Ally Fashion opened its first store in Sydney in 2001, and has now grown to 160 stores. Credit: Wikimedia Commons / Sportanions
나혜인 PD: 알리 패션의 경우에는 호주 전역에 상당히 많은 수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근로자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홍태경 PD: 알리 패션은 청산 절차 과정에서 회사의 심각한 재정 상태가 위험 상태로 평가되면서 160개 매장 중 3분의 1 이상이 즉시 폐쇄됐습니다. 나머지 매장들도 문을 닫게 될 경우 알리 직원 약 1,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해고되기 전까지 6개월 이상 알리 패션에서 리테일 어시스턴트로 일했다는 19세 Kim(가명)씨는 고용주가 망한다는 소식을 들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는데요, SBS The Feed와의 인터뷰에서 “알리가 매우 큰 브랜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킴 씨는 생각해보면 알리 패션이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조짐이 있었다고 말했는데요 고객들이 구매하는 품목이 줄었고 할인된 품목이나 저렴한 품목으로 몰리는 현상을 감지했다고 말했습니다. "알리는 트렌디한 옷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들에 비해 최상의 품질은 아니고 어떤 옷은 확실히 그 품질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킴 씨는 솔직히 호주 브랜드가 너무 안전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고 디자인에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PD: 왜 이렇게 많은 호주 브랜드들이 붕괴 위기에 처한 것일까요?

홍태경 PD: 틱톡(TikTok)에서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추측 게임을 만들었는데요, 호주인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어떤 소매업 체인이 문을 닫을 것 같은지 추측하는 게임입니다. 퀸즐랜드 공과 대학의 리테일 마케팅 연구원인 게리 모티머 교수는 카페와 중저가 패션 및 신발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생활비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합니다.

"재량 소득이 감소하면 사람들이 부채 상환, 임대료 지불, 자동차 연료비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외출해서 패션 관련 소비나 신발을 살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외출해서 모닝 커피를 사마실 가능성도 줄어드는 것이죠.

모티머 교수는 소비자 지출 침체에 더해 소매업체들이 임금과 전기료, 임대료 상승에 직면해 있으며, 커피빈 도매가는 작년에만 두 배로 올랐다고 지적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런 이유때문에 앞서 언급한 베이커리 카페 미셸스 파티셰리로 문을 닫게 되는군요.

홍태경 PD: 80년대부터 영업해 온 베이커리 카페 프랜차이즈인 미셸스 파티셰리(Michel's Patisserie)가 몇 년간 힘들게 사업을 유지해 온 끝에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지난달 모회사인 Retail Food Group(RFG)은 모든 Michel's Patisserie 매장을 폐쇄하고 Gloria Jeans나 Donut King 매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RFG 대변인은 "Michel's Patisserie는 호주의 소매 식품 시장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브랜드 평가를 통해 미래 브랜드 성장을 촉진하는 데 다양한 장벽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라고 전했습니다.

나혜인 PD: 생활비 위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다보니 경쟁력이 없는 중간층 소매업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군요. 중간층이 사라지는 것은 패션 브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할 수 있겠네요.
A large glass-fronted Uniqlo store with a group of people surrounding the entrance
Japanese casual clothing brand Uniqlo has gained popularity internationally, including in Australia. Source: Getty / winhorse
홍태경 PD: 모티머 교수는 주로 전통적인 스타일을 중시하는 호주 체인점이 런웨이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트렌디한 룩을 제공하는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저렴한 가격대에 판매하는 중간층 브랜드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간층 브랜드에는 큰 경쟁상대가 있는데요 바로 Uniqlo, Zara, H&M과 같은 패스트 패션 리테일러의 성장으로 그들과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Uniqlo)는 호주를 포함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죠.

"이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매우 빠르게 새로운 디자인과 새로운 색상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모티머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또한 쉬인(Shein)과 티뮤(Temu)와 같은 온라인 전용 리테일러와도 경쟁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들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그런 중저가 브랜드 시장에서 실제로 일부분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한 마디로 말하자면 호주의 소매업 체인점이 혁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있겠네요.
Top view of a department store. People walk past a Benefit browbar decked out in pink decorations and perfume counters
Myer's profits have dropped in recent years and the department store has closed several suburban stores. Source: AAP / MICK TSIKAS/AAPIMAGE
홍태경 PD: 모티머 교수에 따르면, 전통적인 백화점인 마이어와 데이비드 존스는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80년대와 90년대에 호주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를 모아놓은 대표적인 의류 쇼핑 장소로서 누렸던 문화적 영향은 이제 옛 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심에 있는 매장들은 여전히 분주해 보이지만, 교외에 있는 일부 백화점은 최근 몇 년 동안 하나 둘씩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티머 교수는 “호주인들은 이제 더 이상 가구나 가전제품, 스포츠용품을 사러 마이어나 데이비드 존스에 가지 않습니다. 백화점은 JB Hi-Fi와 같은 전문 매장 형식에 잠식당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마이어는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1월에 Just Jeans, Dotti, Portmans, Jay Jays, Jacqui E라는 의류 브랜드를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모티머 교수는 "이들 브랜드는 중저가 패션 리테일러로, Mosaic Brands의 Ally와 관계와 매우 유사합니다. 780개의 개별 매장을 추가로 늘리는 것은 마이어에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모티어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힘을 못쓰고 있지만 잘하고 있는 소매업체도 분명히 있을텐데요 어떤 브랜드들이 있습니까?

홍태경 PD: 모티머 교수에 따르면 슈퍼마켓과 식료품 부문은 잘하고 있으며, Kmart, Target, Big W와 같은 할인 백화점도 마찬가지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 사람들은 더 비싼 옵션에서 아예 저렴하고 가벼운 옵션으로 이동한다는 건데요 그러나 이는 아예 고가의 계층, 즉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모티머 교수는 럭셔리 브랜드는 타겟 시장이 관광객이나 55세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생계비 위기에도 불구하고 큰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8,000달러짜리 핸드백을 사러 나가는 그런 유형의 소비자들은 다음 달에 모기지 상환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모기지가 없습니다." 모티머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나혜인 PD: 그럼 앞으로 대형 쇼핑 센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A photo from the 1990s showing a shopping high street with people walking and sitting around. Stores lining the street inclue Jacqui E and Foot Locker
With retailers struggling to survive the cost-of-living crisis, is the Australian mall of the 1990s now dead? Source: Getty / ullstein bild
홍태경 PD: 소매점이 변함에 따라 호주 쇼핑 센터와 번화가의 문화도 변하고 있습니다.

모티머 교수에 따르면 대형 매장이 있는 슈퍼마켓은 과거의 유물이 될 수 있으며, 현재 식료품의 약 10%가 온라인에서 구매된다고 합니다. 많은 패션 소매업체들도 현재 온라인 전용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모티머 교수는 미래의 쇼핑 센터는 치과, 물리 치료, 시력 검사, 마사지 서비스, 의료 센터, 체육관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소매업체가 살아남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는 얘긴데요 호주의 노령 인구와 소규모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거나, 해외의 경우 Amazon이 시행하고 있는 얼굴 인식과 같은 기술을 도입해 “그냥 걸어나가면 계산이 되는” 계산대 없는 매장을 도입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즉 "소매업에서 살아남으려면 앞서 나가야 한다"고 모티머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네 잘 들었습니다. 친절한 경제, 오늘은 사라지고 있는 호주 브랜드들,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알아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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