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소비자의 잠재된 쇼핑 본능 87%는 여기에서 나온다

shopping frenzy

87% of Consumer Shopping Instincts Stem from Visual Perception. Credit: suphalak rungrueng

소비자의 잠재된 쇼핑 본능을 이용한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은 공간·상품 ·서비스의 투명 공개를 통해 소비자의 잠재된 소비 본능을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Key Points
  • 소비자의 쇼핑 잠재 본능을 일으키는 87% 는 시각적 감각에서 나온다
  • 제품 생산 및 서비스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루 마케팅' 효과
  • See-through 마케팅,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그에 따른 고객의 신뢰 구축
  • 폐쇄형에서 오픈형 매장으로…시선·소리·냄새로 소비자의 무의식 자극해
한국의 온라인 패널 조사 플랫폼에서 성인 남녀 2,000명에게 한국 사회의 '안전성'에 대해 물었습니다.

만 20세~만 59세 사이의 응답자 중 무려 44.2%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은 먹거리 등 식생활 건강 문제를 가장 불안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예민해진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시키고 신뢰감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시스루 마케팅 (See-through marketing)'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투명성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스루 마케팅이란 어떤 개념인지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컬처 IN 유화정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최근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자의 딸 김주애가 시스루 룩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나 북한 여성들에게 충격을 던졌다는 화제성 보도가 나왔는데요. 시스루(see-through), 안이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는 뜻이죠.

유화정 PD: 시스루 룩은 원래 패션 업계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얇고 투명한 소재로 만든 의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컬렉션에서 시스루룩을 선보이며, 시스루룩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연예인들이 시상식이나 공식 석상에서 시스루룩을 착용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이러한 모습들이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진행자: 패션 업계에서 사용되던 시스루라는 용어가 최근 마케팅 전략 용어로 등장했는데, 이른바 ‘시스루 마케팅’이죠. 시스루 마케팅이란 어떤 개념인가요?

유화정 PD:시스루(see-through) 마케팅이란 기업의 운영, 제품 생산 과정, 가격 책정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마케팅 전략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The eco-friendly Janoodam cups and plates made from seaweed by-products.jpg
The eco-friendly Janoodam cups and plates made from seaweed by-products Credit: marine innovation
다시 말해 ‘속이 비친다’는 시스루의 의미 그대로 제품의 생산 과정을 소비자에게 소상하게 공개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획득하고자 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김치 공장 내부의 위생적인 제조과정을 공개한다거나 농산물 포장 과정 공개, 또 물류 신선 배송 시스템을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죠.

소비자들이 점점 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품을 찾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스루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고객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전략인데, 사람의 오감 중에서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가장 크게 자극하는 것은 시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사람의 감각은 크게 시각·청각·미각·후각· 촉각 다섯 종류로 구분되죠. 우리는 눈으로 보며 감탄하고, 귀로 들으며 즐거워하고, 입으로 맛을 보며 기쁨을 느끼 , 냄새로 향기를 맡으며, 터치로 부드러움을 감지합니다.

감각이란 외부의 물리적 자극에 의해 인간의 의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오감 중에서도 시각은 무려 87%의 인지 자극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어야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니,   마케팅에서 시각적 접근이 아주 중요하겠네요.

유화정 PD: 십수 년 전만 해도 인테리어의 특징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밖에서 매장 안이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식당 안에서조차 높은 칸막이를 두거나 테이블 간 시선을 끊는 폐쇄형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습니까.
Two cooks in white uniforms prepare food in a restaurant kitchen.
Dim sum being made in the restaurant kitchen. Source: SBS / Spencer Austad
그러던 것이 곳곳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고, 편의점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최근 점포 인테리어의 대세는 ‘공유·개방형’이 되었죠. 언급하신 대로 마케팅에서 시각적 접근이 중요해 진겁니다.

진행자: 특히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시스루(see through)' 마케팅 전략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보이고 있죠?

유화정 PD: 먹거리에 관한 신뢰가 중요해지면서 외식업계에서도 메뉴의 제조 과정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와의 소통을 이끌고 있는 것인데요.

국민 먹거리로 자리매김한 치킨 브랜드나, 줄 서서 먹는 떡볶이, 왕김밥, 수제튀김 등 주요 메뉴를 만드는 과정을 매장 밖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 프랜차이즈 매장은 주방을 오픈해 고객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구매 욕구를 끌어냅니다.

먹거리 제조 과정을 그대로 공개하는 시스루 마케팅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좋은 장치이자, 더불어 소비자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오픈형 주방을 채택한 업체는 재료의 신선도나 제조 과정에서 늘 청결을 유지하게 되겠죠. 식품의 안전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 브랜드 신뢰도와 인지도 향상에도 시스루 마케팅이 일조하는 바가 크겠는데요. 대형 식품 업계에서는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소비자들이 직접 공장을 방문해 제품 생산 과정을 보면서 제품 친숙도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제고하는 방법으로 환영받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매일유업에서는 맘마밀 안심 키친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유식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방문 시 매일유업의 제품도 선물로 제공해, 신뢰도와 기업 호감도를 높이고 있고요.

대상 종갓집 김치도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제조 과정을 공개하고, 소비자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공장으로 부르는 게 어려운 일이라면, 디지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편의점 CU에서는 도시락 패키지에 QR 코드를 표시해서, 도시락 생산과정 동영상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는데, 깨끗한 생산 과정과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을 노출하는 방식입니다.
salamanca market
Source: SBS / sbs food
진행자: 종종 제품의 생산자의 얼굴을 제품 패키지에 붙이기도 하는데, 이것도 시스루 마케팅이라고 볼 수 있나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일종의 시스루 마케팅입니다. 주로 농산물이나 해산물, 지역 특산물 등에 이용되는 방법인데요. 생산지의 주소를 적고, 생산자의 얼굴을 제품 포장에 붙여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방법입니다.

같은 값에 같은 제품이라면, 좀 더 정보가 많은 쪽을 신뢰하고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겠죠.

몇 년 전 한국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제품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의 46%, 즉 2명 중 1명은 제품 구입 전 제품의 생산지, 함유 성분 등의 정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 안전은 관리, 감독의 의무를 지니는 정부와 제품의 생산과 판매 유통을 담당하는 판매자의 책임도 크지만 최종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죠. 최종 소비자인 실구매자가 더 꼼꼼히 살펴야 하겠습니다.

진행자: 현대인의 기호품 1위로 꼽히는 커피, 커피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그윽한 향이 주변을 감도는 듯한데요. 커피업계 또한 시스루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죠?

유화정 PD: 커피업계에서는 제품 개발에 참여한 바리스타의 자필 서명을 패키지에 담아 판매하는가 하면, 원두의 로스팅 전 과정을 매장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공개해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Negozio Leggero is a zero-packaging chain with stores in Italy, France and Switzerland.
Negozio Leggero is a zero-packaging chain with stores in Italy, France and Switzerland. Credit: Negozio Leggero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품질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지게 됐습니다. 높은 신뢰도는 고객의 지속적인 제품 구매로 이어지면서 업계는 매출 견인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죠.

진행자: 앞서 외식 업계의 오픈형 주방에서 잠깐 언급됐지만, 요즘 트렌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노출시키는 오픈형 매장이 대세이지요?

유화정 PD: 예전엔 영업시간이 끝나면 묵직한 셧터를 내렸지만 요즘엔 매장 안을 환히 밝혀 매장 구석구석 진열된 상품들이 한눈에 들어오게 하고 있죠. 경우에 따라 어두운 밤에 길을 알려주는 고마운 이정표 역할까지 합니다.

매장의 전면 통유리를 통해 세련된 헤어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보행자는 무심코 지나치면서도 ‘다음에는 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해볼까’ 하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갖게 됩니다.

세프가 요리하는 모습을 노출하는 식당, 러닝머신을 보여주는 헬스클럽, 바리스타의 커피 아트 모습을 공개하는 일련의 연출들은 모두 잠재된 소비자의 구매 본능을 이끄려 내려는 시스루 마케팅이 되겠습니다.

진행자: 사람의 인지 능력 중 시각을 이용해 소비자의 잠재된 쇼핑 본능을 일으키는 신 마케팅 전략 시스루(see-through) 마케팅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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