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과거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한 끼 또는 두 끼 식사가 중심
- 산업화 시대 공장 노동 계층 중심으로 하루 세 끼 식사 문화 형성
- 간헐적 단식의 과학적 근거와 실용성 대두 되며 하루 세끼에 대한 재고
우리는 왜 하루 세 끼를 먹게 되었을까요?
먹고 싶을 때, 필요한 만큼만 먹었던 인간의 식사 습관은 언제부터 정해진 시간이 생기고, 아침-점심-저녁으로 나뉘게 되었을까요?
산업화와 함께 정착된 하루 세 끼라는 전통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역사가들은 이제 이 전통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컬처 IN에서 하루 세 끼의 역사와 간헐적 단식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식사 방식이 건강과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함께 알아봅니다.
박성일 PD: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화정 PD: 네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 식사가 당연한 우리의 일상인데요. 그런데 인류 역사를 보면 하루 두 끼가 더 일반적이었다고요?
유화정 PD: 네. 인류 역사상 과잉 섭취로 비만을 걱정한 시기보다 사실상 기아와 싸운 시기가 훨씬 더 길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루 두 끼 식사 문화가 오랫동안 자리 잡았던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규정합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의 경우에도 두 끼 식사 습관은 ‘아침’과 ‘저녁’을 뜻하는 ‘조석(朝夕)’이라는 표현에서 잘 엿볼 수 있는데요. “조석 끼니 걱정은 없으신가요?”라는 문안 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박성일 PD: 왕이나 양반들도 하루 두 끼를 중심으로 했다고 들었는데요. 사실인가요?
유화정 PD: 하루 두 끼 식사는 왕이나 양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선의 왕들이 하루 다섯 번 먹었다지만, 정식 수라는 오전 10시경 아침 수라와 오후 5시경 저녁 수라 이렇게 두 번이었습니다. 어느 문헌에는 하급관리나 하인들은 거의 점심을 못 먹거나 아니면 임금이나 상전이 먹고 남은 물림상을 받아먹었기 때문에 오후 4시나 되어야 점심을 마칠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지만, 이는 끼니라기보다는 간식 정도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루 두 끼만 먹었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을 통해 고증되고 있는데요.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이 쓴 고려도경에는 “고려인들은 하루 두 끼 먹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요. 또, 조선시대 실학자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에 5홉을 먹는다”고 기록했습니다.
박성일 PD: 동·서양 모두 하루 두 끼를 기본으로 했지만, 식사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죠. 특히 우리 한국인의 경우 아침 식사가 정식이지 않습니까? 서양은 반대로 저녁이 만찬이죠.
유화정 PD: 하루 두 끼 식사는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생활 습관에서 비롯됐습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아침을 먹고 일을 시작해야 했고, 저녁은 해가 지기 전에 먹어야 했던 것이죠. 서양의 경우 정식은 저녁에 먹는 것이었고, 아침과 점심은 노동을 위해 먹는 간식 위주였습니다. 반면 조선시대 농부들은 이른 새벽 일찌감치 아침을 든든히 먹고 밭으로 나갔는데, 보리밥에 묽은 된장국· 나물 따위가 아침 식사 내용이었습니다. 저녁은 보통 죽으로 해결했습니다.
박성일 PD: 그렇군요. 저녁에는 죽으로 연명해야 했다니 당시 식량이 얼마나 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유화정 PD: 물론 아침과 저녁 사이에 간식은 있었습니다. 그래야 힘든 노동을 버틸 수 있었으니까요.
박성일 PD: 그게 이제 말하자면 ‘새참’인 거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이 새참이 훗날 점심식사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그 이전에는 점심이라는 것이 일할 때만 먹는 특별 간식과도 같았습니다. 노동량이 많은 농번기에나 새참을 먹을 수 있었으니까요.
박성일 PD: 앞서 조석을 한자로 아침 조, 저녁 석이라 해서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어른들이 조반· 석반이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점심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을까요?
유화정 PD: 방금 전 말씀 드렸듯이 점심의 시작은 ‘새참’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요. 점심은 ‘마음(心)에 가볍게 점을 찍는다(點)’는 글자 뜻처럼 배 속에 점 하나 찍을 정도로 간단하게 먹는 경우에 따라서는 먹을 수도, 먹지 않을 수도 있는 가벼운 식사 수준이었습니다. 19세기 중엽 쓰인 기록에 따르면, 음력 2월에서 8월까지 낮이 길고 일이 많은 시기에는 하루 세 끼를 먹었지만, 음력 9월부터 2월 사이 낮이 짧고 일이 적은 시기에는 두 끼로 돌아갔습니다.
박성일 PD: 지금의 점심은 과거 새참에서 발전된 결과라는 게 흥미롭네요.
유화정 PD: 그렇죠. 점심은 원래 간단한 간식 수준이었지만, 점차 노동의 필요성과 사회 변화에 따라 정식 식사로 발전하면서 현대에 들어서는 세 끼 식사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Finger sandwiches and dainty cakes belong at afternoon tea, not high tea. Source: Flickr
유화정 PD: 맞습니다. 영국의 티타임은 1840년경 베드포드 공작부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영국은 아침과 저녁의 두 끼 식사 사이에 긴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공작부인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오후 티타임 문화를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산업혁명 이전 18세기까지 영국은 술이 일상화되어 있었습니다. 술은 열량을 제공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술로 인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하면서 금주운동이 확산됐고, 그 대안으로 차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티타임은 처음에는 귀족 문화로 시작되었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는 하층 노동자들에게도 티 브레이크(tea break)라는 이름으로 널리 사랑받았습니다. 당시 차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노동자들에게 따뜻함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박성일 PD: 티 브레이크가 생겨난 유래도 흥미롭네요. 얘기를 좀 좁혀보죠. 그렇다면 지금처럼 하루 세 끼를 먹는 식사 습관은 언제부터 생겨난 건가요?
유화정 PD: 하루 세 끼 식사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식사 시간이 자연의 흐름이 아닌 공장의 시간표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설명하는데요. 노동자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까지 일해야 했기 때문에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했습니다. 아침 식사 후 오전 일을 하고, 점심은 간단히 일터에서 해결, 퇴근 후에는 가족과 함께 풍성한 저녁 만찬을 즐기는 서양의 식문화가 이때부터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박성일 PD: 공장 노동과 같은 집단생활이 하루 세 끼 식사 규칙을 확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요. 하지만 근대 산업화 이후 정착된 하루 세 번의 식사 습관이 최근에는 일고 있는 간헐적 단식 열풍으로 흔들리고 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수천 편의 연구와 논문이 발표될 만큼 과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반 사람들을 위한 다이어트의 한 방법이 아닌, 과학계의 거대한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인데요.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사 시간을 연구했고, 그 결과 간헐적 단식을 통해 균형을 얻으면 체지방 수준을 감소시키고 다수의 염증 지표 및 질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또한 자가 소화작용 과정을 상향 조절해 노년기에 맞을 수 있는 다수의 질병을 예방하고, 세포에서 필요한 유지 및 청소활동을 도와 우리 몸을 건강에 최적화시킨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박성일 PD: 간헐적 단식 이론의 핵심은 결국 식사 시간이 짧고 공복 시간이 길수록 건강 지표가 개선된다는 것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한국의 지상파 방송에서도 ‘끼니반란’이라는 제목으로 간헐적 단식에 대한 특집 보도를 다뤄 상당한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바이오 해커들이 직접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며 효과를 체험한 사례를 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과학자들과 또 실제 경험을 통해 이들은 지금 시대는 육체적 노동이 아닌 지적 노동을 하는 시대로 들어섰기에 하루 세 끼를 먹는 식습관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합니다. 예일대 음식 사학자 폴 프리드먼 교수는 “인간이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할 생물학적 이유는 없다”라고 단언했고, 코넬대 데이비드 레비츠키 교수는 “하루 최소 12시간 공복이 소화기관을 쉬게 하고 건강에 좋다”며 하루 한 끼 식사를 추천했습니다.
박성일 PD: 간헐적 단식의 필요성과 이점은 알겠지만, 하루 한 끼만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흥미롭게도 전문가들은 “배고픔은 종종 심리적인 감각”이라고 말합니다. 음식을 보거나 음식 사진만 봐도 먹고 싶어지는 게 그 증거인데요. 현대는 음식이 어디에나 있어 과잉 섭취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과거 인간은 먹을 것이 부족했기에 음식을 구할 수 있을 때만 먹었던 것이고, 지금은 그 반대 상황이 된 거죠.
박성일 PD: 음식의 역사에서 풍성하고 화려한 연회와 축제로 기록된 고대 로마시대 사람들도 보통 하루 한 끼만 먹었다는 기록이 있던데요. 이는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유화정 PD: 고대 로마인들은 소화를 건강의 핵심으로 여겨 하루 두 끼 이상 먹는 것을 해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된 식사는 저녁 만찬인 ‘세나(cena)’였고, 나머지 끼니는 빵 조각으로 간단히 때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로마인들이 먹던 저녁은 현대 기준으로 보면 점심시간에 해당하는 정오쯤 이루어졌습니다. 지금도 이탈리아에서는 아침 식사를 간단히 에스프레소와 비스킷 한 조각으로 때우는 문화가 남아 있는데, 이는 “아침을 거하게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전통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intermittent fasting Source: AAP
유화정 PD: 옛 어른들도 “약간 모자란 듯싶게 먹어라”라는 지혜로운 말씀을 하셨는데요. 간헐적 단식은 단순한 식단 조절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변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박성일 PD: 하루 세 끼가 이전의 두 끼 또는 간단한 식사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하루 세 끼 꼭 먹어야 할까? 물음표를 던지며 간헐적 단식으로 바뀌는 식습관 트렌드, 컬처인에서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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