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인: 향후 10년, 전 세계 인구 절반 과체중…아동·청소년 비만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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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 obesity Source: Getty / Getty Images/Peter Daze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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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Clara Hwajung Kim
Presented by Leah Na, Clara Hwajung Kim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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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까지 세계 절반이 과체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호주는 세계에서 19번째로 비만도가 높은 나라로 특히 15세 이상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 비율이 OECD 국가 중 5번째로 높습니다.


Key Points
  • 2035년까지 세계 인구 절반이 비만·과체중…세계비만연맹 '경고'
  • 세계보건기구, 비만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유행병'으로 규정
  • 비만 어린이는 체중이 정상인 어린이와 뇌 구조 다르게 나타나
  • 호주 정부 2030년까지 어린이 청소년 비만 5% 줄이기 전략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35년에는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세계비만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이면 전 세계 40억 명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어린이 비만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호주는 세계에서 비만 문제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전체 비만도 순위로는 19위, 15세 이상 과체중·비만 인구 비율은 6위에 올라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10년 후에는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과체중과 비만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짚어보죠.

유화정 PD: 네, 세계비만연맹(The World Obesity Federation)이 최근 발표한 ‘세계 비만 지도 (World Obesity Atlas)’ 보고서에서 경고한 내용인데요.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5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 약 40억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세계 비만 인구가 1975년보다 3배나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거의 10배나 증가해 더욱 우려가 크다고 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 성인 과체중 인구는 19억 명이 넘고, 이 중 비만 인구는 약 6억 5000만 명에 달합니다. 이 때문에 WHO는 비만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유행병’으로 규정했습니다.

나혜인 PD: ‘유행병’이라는 표현이 강하게 와닿는데요. 실제로 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나라들도 많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미국의학협회는 이미 2013년에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고, 유럽연합(EU)도 2022년에 비만을 만성적이고 재발 가능한 질병으로 규정했습니다. 한국도 최근 들어 '비만도 질병'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만 유병률은 성별이나 연령,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대체로 남성 비만율이 여성보다 높고, 남성은 30~50대에서, 여성은 폐경 이후인 50대 이상에서 특히 비만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진행자: 그런데, 특히 5세에서 19세 사이 아동·청소년 비만이 최근 몇 년 사이 무려 10배나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 시기 ‘집콕’ 생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죠? 지금은 팬데믹이 끝난 지 꽤 됐는데, 그 이후 상황은 어떤가요?
Working with junk food
Working and studying from home can often lead to impulsive eating. Source: Getty / Getty Images/FERKHOVA
유화정 PD: 맞습니다.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야외활동이 줄고, 배달음식 등 고열량 식품 소비가 늘면서 아동·청소년 비만율이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문제는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그때 형성된 잘못된 생활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으면서, 여전히 비만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남자아이 비만율이 여자아이보다 약 2배가량 높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는 건데요. 소아·청소년 비만의 99%가 과식과 운동 부족에서 비롯되는 ‘단순성 비만’입니다. 이 단순성 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어릴 때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나혜인 PD: 어릴 때는 “살찌면 나중에 키로 간다” 이런 말도 많이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죠?

유화정 PD: 안타깝게도 꼭 그렇지는 않아요. 소아·청소년 비만을 방치하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이후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균형 잡힌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습관을 길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나혜인 PD: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세 살 비만,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아 비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비만 어린이의 뇌 구조가 정상 체중 어린이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케임브리지대와 예일대 공동 연구팀이 9세에서 11세 사이 어린이 2700명을 대상으로 MRI 촬영을 통해 뇌를 분석했는데요. 체질량지수, 즉 BMI가 높은 비만 아동의 경우, 대뇌피질이 눈에 띄게 얇고 전두엽 크기도 작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두엽은 판단력과 자기 조절 능력 같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나혜인 PD: 비만이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네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맞습니다. 네덜란드 메디컬센터 연구팀도 비슷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체지방 비율이 높은 아이일수록 뇌의 회백질 양이 적어, 신경세포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나혜인 PD: 비만이 뇌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중요한 발견이군요.

유화정 PD: 네. 연구를 주도한 케임브리지대 리사 로난 박사는 “비만 아동과 정상 체중 아동 사이에 뇌 구조에서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비만이 뇌 구조 변화를 초래한 것인지, 아니면 선천적 뇌 차이가 비만을 유발한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나혜인 PD: 일반적으로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열량 섭취, 특히 기름진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고지방식 위주의 식습관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엔 이런 식습관이 단순히 체중 증가를 넘어 정신적 피로와 인지 장애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네 그렇습니다. 미국 서던 일리노이 약대 연구팀이 두 그룹의 쥐를 대상으로 비만이 신체적, 정신적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요. 6주 동안 고지방식을 먹여 살을 찌운 그룹은, 일반 식단을 먹은 그룹에 비해 친숙한 물건을 조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즉, 인지 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비슷한 연구도 있는데요.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 대학 연구진은 생후 5주 된 어린 쥐(청소년기에 해당)에게 4주 동안 고지방식을 먹였더니, 체중이 증가하기도 전에 이미 인지 기능에 결함이 생겼다고 합니다. 반면, 다 자란 성쥐에게 고지방식을 먹였을 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청소년기에 고지방식을 섭취하면, 아직 발달 중인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기능이 저하돼 인지 기능 장애, 정신적 외상, 과도한 스트레스, 약물 남용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나혜인 PD: 호주는 세계에서 19번째로 비만율이 높고, 특히 15세 이상 과체중·비만 인구 비율이 OECD 상위 5위 안에 들면서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호주 정부가 국가 비만 전략(National Obesity Strategy)을 발표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이 전략에는 두 가지 주요 목표가 있는데요. 하나는 성인 비만 증가세를 막고 추세를 되돌리는 것, 또 하나는 2030년까지 아동·청소년 과체중 및 비만율을 최소 5% 줄이는 것입니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소(AIHW)에 따르면, 호주 성인 63.4%, 어린이 24%가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호주연구소(Research Australia)의 나디아 레빈 최고경영자는 SBS와의 대담에서 호주 전체 질병 치료비 중 10%가 과체중·비만으로 인한 비용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비만이 개인·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아동 비만 예방을 위해 호주는 정크푸드 광고 제한 조치도 시행 중이죠?

유화정PD: 그렇습니다. 아동 시청 시간대에 고칼로리·저 영양 식품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TV와 라디오에서 정크푸드 광고가 금지돼 있고요.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광고 송출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뉴사우스웨일스주의 경우, 아동 비만 감소를 위해 Active Kids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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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SW Government is helping kids get active with the Active Kids program. /nsw.gov.au
유화정 PD: 네 정확한 명칭은 Active and Creative Kids program인데요.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정부는 학교에 등록된 자녀 4.5세에서 18세 사이의 자녀를 둔, 패밀리 베네핏 가정의 부모 및 보호자에게 1년에 두 차례 각 $50 상당의 바우처를 제공합니다. 이 바우처로 등록된 스포츠 클럽,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등에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아이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면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2023년으로 기억되는데요. 멕시코의 한 공립학교에 코로나 이후 비만과 불안 증상이 심해진 학생들을 위해 ‘자전거 책상’이 등장했다는 해외 토픽이 눈길을 끈 바 있었죠?

유화정 PD: 네 맞아요.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열중하는 학생들! 그런데 책상 아래에 있는 두 다리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영상으로 비춰져 화제가 됐었죠.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 사이에서 비만과 불안 증상이 급증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는데요.

학교 측은 수업 중간중간 이렇게 몸을 움직이면 열량 소모뿐 아니라 집중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전거 책상은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에서도 효과가 입증됐고요. 호주 브리즈번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도 시범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혜인 PD: 오늘은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비만 문제, 특히 아동·청소년 비만 증가세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결국 건강한 생활 습관은 어릴 때부터 몸에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유화정 PD: 정부 차원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실천들이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더 많이 움직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나혜인 PD: 네.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바로 우리 각자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점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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