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간편한 '캡슐커피' 분리수거 어려워 환경오염에 큰 부담
- 전 세계적으로 1분마다 2만 9000개의 캡슐 용기 매립
- 캡슐커피 용기 자연에서 분해되기까지 무려 500년 걸려
- 해조류와 농업 폐기물을 이용한 친환경 캡슐 개발 출시
커피 좋아하시죠?
현대인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매일 약 23억 잔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버튼 한 번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캡슐커피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환경오염이라는 큰 대가가 따르고 있습니다.
캡슐 용기는 복합 소재로 이루어져 분리배출이 어렵고,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에서는 캡슐커피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컬처인에서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전 세계인의 기호품 1위 커피, 세계 시장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고 하는데요. 정말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호주인들의 커피 선호도도 상당히 높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저희가 얼마 전 컬처인에서 다룬 내용이기도 한데요. 호주 멜번은 '커피 성지'로 불리며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을 만큼 호주는 커피 강국입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호주 사람들의 75%가 매일 최소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고요. 그중 28%는 하루에 3잔 이상 커피를 즐기고 있습니다. 또 개인의 84%가 매주 커피에 돈을 쓰거나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습니다.
나혜인 PD: 호주에선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화하는 느긋한 시간을 즐기죠. 그런데 커피는 한국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잖습니까? 한국을 '커피 공화국'이라고 부를 만큼 세대 불문하고 커피 사랑에 열광적인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한국인의 세대 불문 커피 사랑은 세계적으로 히트한 일회용 봉지 커피의 인기도 큰 몫을 했는데요. 이런 커피 광고 문구가 있었죠. '이 한잔이 없다면 어떻게 아침을 열까요?'
나혜인 PD: '커피 한 잔을 비운다. 남은 하루를 채운다'는 광고 카피도 기억납니다.
유화정 PD: 또 커피는 대중가요에도 자주 등장해 왔는데요. 다방 문화가 있었던 1960-70년대 빅 히트했던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부터 80 년대 사랑 받은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라는 가사의 '노고지리'의 노래 도 있고요. 아마 요즘 세대라면 '폴 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를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나혜인 PD: K-pop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커피 노래들도 많죠. 방탄소년단의 Coffee, 브라운 아이즈의 With Coffee, 씨엔 블루의 Coffee shop 등등.
유화정 PD: 네, 맞아요. 1970년대 말에는 커피 자판기가 등장했고,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커피 전문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이른바 '커피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죠. 최근에는 개성 있는 콘셉트의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커피가 단순한 음료를 넘어 다양한 문화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테이크아웃 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상적인 순간도 하나의 사회적 활동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67잔으로, 세계 평균(161잔)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는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카페 아메리카노의 본고장인 미국보다 한국인들이 카페 아메리카노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혜인 PD: 한 동안 바리스타 직종이 최고 인기 가두를 달렸는데요. 일명 홈 바리스타로 불리는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과 질 좋은 캡슐커피의 등장으로 조금 주춤한 듯하죠. 그런데 캡슐커피가 처음 등장한 시점이 빨랐다면서요?
유화정 PD: 놀랍게도 캡슐커피는 43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76년, 당시 네스카페(Nescafe)로 인스턴트커피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네슬레(Nestle)가 '제대로 된 원두커피를 간편하게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5g의 분쇄커피를 캡슐에 담아 40mL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자 시도했지만 이 기술은 당시 비웃음 거리가 됐는데요. 커피 양이 일정하지 않게 추출되거나 향과 맛 또한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네슬레는 이에 멈추지 않고 연구와 개발을 거쳐 2000년, '5g으로도 완벽한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들의 말을 현실로 이뤄내게 됩니다.
![Man making an espresso with a capsules coffee maker](https://images.sbs.com.au/b8/de/acc51fa149f5abf500a9a0055d75/gettyimages-2174224145.jpg?imwidth=1280)
Man making an espresso with a capsules coffee maker Credit: Nico De Pasquale Photography/Getty Images
유화정 PD: 누군가는 커피의 역사는 '단순화의 역사'라고 말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핸드드립 기구, 그라인더, 에어로프레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커피 기기들의 목표는 단 하나, '어떻게 하면 맛있는 커피를 간편하게 마실 수 있을까?' 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인데요.
캡슐커피는 그 질문에 해답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도 쉽고 편리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 커피 원두를 갈고 꾹꾹 눌러 담는 과정 등의 수고로움을 버튼 하나로 단순화해 단 몇 초 만에 완벽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이죠.
나혜인 PD: 매우 간편하다는 점을 최강으로 하는 캡슐커피가 처음 출시된 것이 2000년인데, 최근 몇 년 사이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최근 몇 년간 특히 팬데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카페에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에서 쉽게 고품질의 커피를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캡슐커피가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나혜인 PD: 맞아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홈카페'가 큰 인기를 끌었죠.
유화정 PD: 게다가 그저 버튼 하나만 눌러주면 취향대로 완벽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보니 캡슐커피의 수요는 점점 확산 됐던 것이죠. 또 직장인들의 바쁜 일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커피 머신에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간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바쁜 아침에 시간 절약도 되고, 커피의 품질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하니 많은 직장인들이 선호하게 됐고요.
나혜인 PD: 그런데 이 캡슐커피가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유화정 PD: 지금까지는 거대 규모의 커피 소비량이 쓰레기 문제를 양산하면서 커피를 마시기 위한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빨대가 주요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 돼왔는데요. 이와 관련해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일회용 플라스틱만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캡슐커피의 캡슐이 탄소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나혜인 PD: 환경오염의 치명적 요인이 캡슐용기의 재질 때문인가요?
![coffee capsules](https://images.sbs.com.au/1d/c4/146cff90457c8043a19dca0ac764/jisu-han-lqj7fb9amy-unsplash.jpg?imwidth=1280)
Credit: Unsplash/Jisu Han
나혜인 PD: 캡슐커피를 이용하시면서 한번쯤은 다들 시도해 보셨을 텐데요. 실제로 분리가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1년간 그대로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캡슐용기의 양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요?
유화정 PD: 전 세계에서 1분마다 2만 9000개의 캡슐용기가 매립되고 있습니다. 1년간 배출되는 캡슐커피 용기를 산처럼 쌓으면 그 높이가 약 59만 킬로미터(580,973km)가 되는데,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380,000km)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 많은 캡슐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면, 캡슐 소재인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은 그대로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는 점인데요. 영국의 친환경포장재업체 '패키징온라인'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캡슐커피 용기의 자연 분해에 걸리는 시간은 무려 500년입니다.
나혜인 PD: 다행히 기존의 캡슐커피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캡슐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스위스 회사 '커피 B'가 개발한 동그란 형태의 볼 모양의 캡슐은 해조류를 이용해 만들어진 얇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커피가 추출되는 동안 용해되지 않고 분쇄된 커피 입자들 사이에 남아 커피 찌꺼기의 일부가 되는데, 기존 커피 찌꺼기처럼 퇴비로 사용할 수 있고 흙에서 완전히 퇴비화됩니다.
캐나다 스타트업 '넥스이노베이션'은 35일 만에 완전 퇴비화되는 캡슐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친환경 캡슐커피를 판매하는 대표 브랜드로 네스프레소(Nespresso), 라바짜(Lavazza), 일리(Illy), 카페로열(Café Royal) 등이 있습니다.
나혜인 PD: 환경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네요. 그런데 가격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죠?
유화정 PD: 친환경 캡슐의 가격은 제조사와 재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존의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캡슐보다 약간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이는 친환경 재료의 생산 비용과 기술 개발 비용이 반영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친환경 캡슐의 가격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매일 하루에도 몇 차례씩 즐겨 마시는 커피, 간편한 캡슐커피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커지고 있는 환경오염의 우려와 이에 대한 대응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오늘 컬처인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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