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 생일 케이크 '후~' 불어 끈 초...뇌 건강에 빨간불?!

Happy little girl blowing out the candles on her birthday cake

Source: Moment RF / Insung Jeon/Getty Images

생일 초나 향초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지만, 실내에서 태울 때 방출되는 물질이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Key Points
  • 로맨틱한 공간에 빠지지 않는 촛불…은은한 불빛 아래 숨겨진 위험
  • 연소 시 유해 화합물(VOC) 방출…집중력 저하 및 인지 기능 저하 유발
  • 톨루엔·벤젠 등 유해물질…장기 노출 시 신경계 · 호흡기 질환 위험 증가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를 전합니다.
건강인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정보와 건강 상식을 통해 일상에서의 우리 몸 관리법과 건강해지는 습관, 건강한 먹거리 등 지혜로운 건강 생활을 위한 정보들을 전해드립니다.

나혜인 PD: 일상생활 속의 건강한 습관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합니다. 건강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유화정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오늘은 어떤 건강 정보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까요?

유화정 PD: 네 여러분, 로맨틱한 분위기를 위해 촛불을 켜본 경험 많으시죠?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생일 케이크 위의 촛불, 향기 좋은 캔들, 감성 가득한 특별한 저녁 이벤트를 위한 촛불까지!... 촛불은 힐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데요.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촛불이 뇌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혜인 PD: 촛불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고요? 보통 심신 안정에 도움을 주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유화정 PD: 네 그렇죠. 많은 분들이 촛불을 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느끼죠. 하지만 영국 버밍엄대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실내에서 촛불을 태울 때 방출되는 유해 화합물이 뇌의 정보 처리 능력과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 겁니다.

나혜인 PD: 촛불에서 나오는 유해 화합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칠까요?

유화정 PD: 버밍엄대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촛불이 실내 공기와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참가자들은 공기가 깨끗한 방과 촛불을 태운 방에서 각각 한 시간씩 머문 뒤 인지 기능 테스트를 받았는데요.

분석 결과, 촛불을 태운 방에 머물렀던 참가자들은 공기가 깨끗한 방에 머물렀던 참가자들보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이미지에 더 쉽게 집중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그러니까 촛불이 있는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시각적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한 이미지에 더 쉽게 주의를 빼앗겼다는 거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는 실내에서 촛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유해 화합물이 뇌의 정보 처리 능력과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나혜인 PD: 그러면 촛불에서 나오는 어떤 성분이 문제인 걸까요?

유화정 PD: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촛불의 재료인 파라핀 왁스에서 나오는 벤젠, 톨루엔 같은 유해 화합물입니다. 대부분의 촛불은 석유 부산물인 파라핀 왁스로 만들어지는데 파라핀을 태울 때 방출되는 벤젠, 톨루엔 등 화합물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성분들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서 집중력 저하, 두통, 심할 경우 신경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부 촛불의 심지나 염료에 포함되는 납은 신경 독소로 작용해 뇌 손상, IQ 저하, 주의력 결핍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혜인 PD: 와!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이제부터는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 것 같은데요. 그럼 집에서 촛불을 전혀 못 켜는 건가요? 분위기 잡을 때 촛불 없으면 아쉬운데요…

유화정 PD: 아니요. 그렇게까지는 아닙니다. 촛불 켜야 할 시 몇 가지 주의 사항만 기억하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촛불을 켤 때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면서 사용하고 또 촛불을 켜는 시간을 짧게 유시하는 것이 좋고요. 납심지가 아닌 면 심지나 나무 심지를 사용한 초를 선택하고, 파라핀 왁스 대신 소이 왁스나 밀랍(비즈왁스) 초를 사용하기, 또한 향초를 고를 때는 인공 향료 대신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 향초 선택하기 등 몇 가지 주의점을 염두에 두시면 되겠습니다.
Single cupcake with birthday candles
Single cupcake with birthday candles Source: AAP
나혜인 PD: 소이 왁스, 밀랍, 코코넛 왁스 같은 재료로 만든 촛불, 말하자면 친환경 촛불인데요. 그런데 사실 예전엔 이런 친환경 소재의 촛불을 사용했었지 않나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5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촛불 제조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는데요. 고대 이집트인들은 동물 왁스에 갈대 심지를 담갔고, 로마인들은 파피루스를 말아 꿀벌 왁스나 동물성 왁스인 탤로우에 담가 초를 만들었습니다. 중국인들은 토착 곤충에서 추출한 왁스를 씨앗과 혼합해 만든 종이관에 넣고 쌀종이 심지를 사용했다는 문헌 기록이 있습니다.

이후 19세기에 들어서면서 파라핀 양초가 크게 인기를 끌게 되는데요. 파라핀은 주로 석유 정제에서 얻은 값싼 부산물입니다. 파라핀 양초는 전 세계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양초 왁스인데요. 일단 저렴한 비용, 그리고 일관된 연소 특성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재료와 새로운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습니다.

나혜인 PD: 환경 인식이 강조되면서 다시 옛 고전 제조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있군요. 하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파라핀 양초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앞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

유화정 PD: 파라핀 양초를 태우면 휘발성 유기 화합물(VOD)이 방출되는데, 이 가스는 실온에서 쉽고 빠르게 공기 중으로 증발됩니다.
미국 폐협회에 따르면, 이러한 화합물은 일반적으로 페인트, 세척 제품, 화장품, 공기 청정제, 자동차 배기가스, 가스스토브와 같은 연료 연소 기기 등에서 방출되는데요. 양초에서 자주 방출되는 유해 화합물 중 하나가 톨루엔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직업 안전보건청을 포함한 일부 규제 기관에서는 이 톨루엔을 독소로 등록해 노출 한계를 정한 바 있습니다.

나혜인 PD: 톨루엔을 우리가 인지할 수 있나요?

유화정 PD: 톨루엔은 무색투명하고 기화된 액체로 독특한 냄새를 갖고 있고요. 톨루엔에 노출되면 현기증, 두통 또는 장기간 노출 시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신경 독소입니다.

나혜인 PD: 파라핀을 태울 때 톨루엔과 함께 벤젠도 방출된다고 했는데, 벤젠의 위험은 더욱 심각성을 띤다고요?

유화정 PD: 파라핀을 연소하면 톨루엔과 벤젠, 아울러 포름알데히드가 함유된 다화방향족 탄화수소를 방출하는데, 벤젠과 포름알데히드는 널리 알려진 발암 물질입니다. 특히 벤젠에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과 같은 혈액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혜인 PD: 파라핀 양초의 심지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죠. 앞서 심지에 포함된 납은 연소 시 신경 독소로 작용해 뇌 손상, 주의력 결핍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됐는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촛불의 심지도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촛불의 납 심지에 관해서는 22년 전인 2003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는 건강상의 우려로 납 심지 사용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양초의 납 심지는 현재 미국, 유럽 연합,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 법으로 규제 금지하고 있습니다.
Schindler's List
Source: SBS / SBS Movies
건강과 환경을 위해 지속 가능한 촛불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소이, 코코넛, 밀랍 등 식물성 또는 천연 왁스로 만든 촛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심지는 100% 면이나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천연 성분을 만든 지속 가능한 촛불은 일반 촛불보다는 가격이 높을 수 있지만, 잠재적인 여러 이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혜인 PD: 그런데 요즘 많은 분들이 힐링 용으로 향초를 선호하고 있죠.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은데요. 향초는 어떤가요?

유화정 PD: 향초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 향료가 들어간 제품은 내분비 교란을 일으키는 프탈레이트 같은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는데요. 이는 실생활 속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인 공부나 업무 등에서 주의가 흐트러지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향이 나거나 염색된 양초의 경우 독성 배출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파라핀이 없다고 해서 더 안전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인공 향료에 포함된 프탈레이트와 같은 휘발성 화합물은 학습 및 행동 문제, 비만, 생식계 발달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로맨틱한 공간에 빠지지 않는 촛불의 은은한 불빛 아래 숨겨진 위험, 이렇게 알고 나니 앞으로 촛불을 켤 때는 건강을 생각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양초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앞서의 내용을 포함해 몇 가지 팁을 얻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전통적인 촛불과 지속 가능한 촛불 사이의 선택은 단순한 개인적 선호를 넘어 직접적인 환경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입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재료와 관행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양초와 무연 심지를 선택하시고, 색이 첨가된 양초는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향초를 선택할 때는 프탈레이트 무함유라고 표기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양초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닫아둡니다. 촛불을 켰을 때 짙은 연기가 나면 즉시 불을 끄고, 양초 심지 끝을 약간 다듬으면 연기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나혜인 PD: 네 듣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시간 건강인, 오늘은 촛불의 은은한 불빛 아래 숨겨진 위험, 실내 공기와 건강에 대한 진실을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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