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김초엽 SF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Female astronaut wearing a space helmet and looking to Mars through the space shuttle window. Space journey concept.

Female astronaut wearing a space helmet and looking at Mars through the space shuttle window. Source: Moment RF / A. Martin UW Photography/Getty Images

과학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가까워질까, 아니면 더 멀어질까? 한국 SF 문학을 대표하는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 개척 시대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외로움과 단절에 대해 묻는 이야기입니다.


포스텍 공학도 출신의 김초엽 작가는 2019년 첫 SF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If We Can’t Go at the Speed of Light)'을 출간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과 연결,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깊은 울림을 전한 이 책은 발간 당시 '오늘의 작가상',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 등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계를 강타했습니다.

2023년에는 중국어로 번역되어 '최우수외국작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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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책갈피: 김초엽 SF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SBS Korean

30/03/202507:29
SBS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Audio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한국 SF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 개척 시대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외로움과 단절에 대해 묻는 이야기입니다.

과학과 인간, 기술과 감정을 섬세하게 엮어낸 이 책은 우주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과 관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주는 인간이 꿈꾸던 개척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우주 행성 간 여행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죠.

오래전 작동을 멈춘 폐 우주정거장. 그곳엔 홀로 앉아 100년 넘게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한 노인이 있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슬렌포니아 행성계를 출항하는 우주선을 기다리는 '안나'라는 이름의 노인과 우주 데브리를 폐기하고 회수하는 작업을 맡은 남자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과거 안나는 워프 항법을 통해 인간을 다른 행성에 보내기 위한 '딥프리징(Deep Freezing)'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였습니다. 이 기술로 사람들은 동면 상태에 들어가 먼 행성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안나는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남편과 아들이 먼저 떠난 행성 슬렌포니아로 향할 예정이었습니다. 그곳은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지구로부터 수만 년이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동면 기술 없이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웜홀 항법'을 개발하면서 안나의 연구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데요.

더구나 새로운 '웜홀 항법'에 비해 이전의 '워프 항법'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경제적 논리로 폐기 됩니다. 공교롭게도 슬렌포니아는 웜홀 통로가 발견되지 않아 워프 항법으로만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된 안나.

170세가 된 안나는 자신이 개발한 딥프리징 기술로 냉동인간 상태가 되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가족이 있는 슬렌포니아로 가는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슬렌포니아에 도착해도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자신의 고향이 될 수 있었을 행성인 슬렌포니아로 떠나기로 합니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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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책갈피: 상실과 기억의 결...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흰'

SBS Korean

23/03/202507:58
그렇게...빛의 속도에는 한참 못 미치는 낡은 셔틀을 타고 안나는 떠납니다. 결코 닿을 수 없는 가족 곁으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빠르게 연결될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김초엽의 소설은 묻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소설 속 안나의 대사처럼, 우리가 우주로 확장할수록, 그만큼 외로움도 확장되는 것은 아닐까요.

기술 때문에 인간이 점점 더 소외되고, 우주로 시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이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이라면, 그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주 개척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꿈이 가로막힌 여성 과학자
이미 세상을 떠났을 가족을 향한 100년의 그리움
광속으로도 수만 년이 걸리는 거리
그것이 만들어내는 슬픔과 아득함.

그러나 안나는 자신이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안나의 마지막 항해는 결국 죽음을 향하겠지만, 실패가 예정된 이 여행은 결코 무의미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선택이야말로 사랑과 집념이 만들어낸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르지요.

SBS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빛보다 빠르게 멀어지는 거리,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 드렸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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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책갈피: 감정을 배우는 소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아몬드'

SBS Korean

15/03/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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