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너무도 익숙한, 그래서 잊고 있던 이름…"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북커버

"엄마를 부탁해 (Please Look After Mother)"의 신경숙 작가 Credit: Getty Images Credit: Leonardo Cendamo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잃어버린 후에야 늘 배경으로 묻혔던 엄마의 존재를 깨달아가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출간 10개월 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1년에는 'Please Look After Mom'으로 영문판이 출간돼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2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습니다.

2012년 한국 작가 최초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엄마를 부탁해'는 그 깊이 있는 감정선과 보편적인 모성애를 그려내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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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책갈피: 너무도 익숙한, 그래서 잊고 있던 이름…"엄마를 부탁해"

SBS Korean

05/04/202507:30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Audio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너무도 익숙한 이름, 그래서 잊고 있었던 이름 ‘엄마’.
오디오 책갈피 오늘 함께 할 책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책의 첫 문장에서부터 가슴이 쿵 떨어집니다.
책은 한 가정의 엄마가 실종되면서 시작됩니다.

아버지와 한 달 차이 나는 엄마의 생일. 엄마는 자식들이 번거로울까 봐 아버지 생일에 함께 챙기자고 하십니다. 고향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 오신 부모님.

토요일 오후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역. 엄마는 그만 아버지를 놓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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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Please Take Care of Mom)' 책 표지 Credit: Changbi Publishers
아내가 자신을 따라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편은 두 정거장이 지나서야 알아차렸고 서둘러 되돌아갔지만 아내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열일곱의 아내와 결혼한 이후로 오십 년 동안 젊어서는 젊은 아내보다 늙어서는 늙은 아내보다 평생 아내보다 앞서 걸었던 남편의 뼈아픈 후회.

잃어버린 엄마와 아내를 찾기 위해 가족들은 전단지를 만들고 신문광고를 내고…
어쩌다 엄마를 본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아서 찾아가보면 그곳은 예전에 장남이 머물던 곳이었습니다.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 세상인디.

고단헐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같이 웃진 않았을 게다.”

아들 둘, 딸 둘을 둔 엄마 박소녀
1936년생, 그 시대의 전형적인 어머니.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자리를 지켜주던 존재.

그러나 늘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엄마가 사라진 후 가족들은 각자의 기억 속 엄마를 하나씩 되짚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습니다.

정작, 우리는 엄마를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Australian cover 'Please Look After Mother' by Shin Kung-Sook
Hachette Australia Credit: Hachette Australia
지난날을 더듬어갈수록 엄마의 행동 하나 하나가 지금의 사건을 암시하고 있었음에도, 가족들은 단지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한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렸음을 절감합니다.

게다가 엄마가 오랫동안 심한 두통을 앓아왔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점점 더 막막해집니다.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엄마도 꿈이 있었을까?
엄마는 행복했을까?

기억의 조각들이 모이며 엄마의 또 다른 얼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처럼 슬픈 눈을 가진 엄마는 사랑도 알고, 아픔도 알며, 연민도 아는 그런 여자인것을…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 결국 찾지 못한 엄마.

가족들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세 살 아이로 되돌아 간 칠순의 엄마는 과거의 기억 속을 헤매다 끝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떠납니다.

그 마지막 시선이 머문 곳은 ‘엄마’가 아닌 누군가의 딸이었던 어린 시절. 강하고 억센 엄마로 자식들 앞에 서기 전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던 여리고 여린 딸의 모습이었습니다.

“엄마 얘기 해봐
엄마 얘기?
응 너만 알고 있는 엄마 얘기
……
엄마를 모르겠어.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밖에는”

작가는 어머니의 부재로 시작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아직 늦지 않았음을, 아직 사랑할 시간이 남아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Kyung-Sook Shin
Kyung-Sook Shin, is a South Korean writer, Milan, May 2011. (Photo by Leonardo Cendamo/Getty Images) Credit: Leonardo Cendamo/Getty Images
너무도 익숙한 이름, 그래서 잊고 있었던 엄마라는 이름, 그리운 엄마의 이름을 부를 시간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고 일깨워 주는 책,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 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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