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스마트폰 시대, 짧지만 임팩트 있는 ‘한방’을 날리는 스낵컬처(Snack Culture)
- 시간 절약. 언제 어디서나 간편 소비. 알고리즘 기반 추천으로 강한 중독성
-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증가, MZ세대 중심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산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기는 간식을 스낵이라고 하죠. 문화에도 이런 간식, 즉 ‘스낵’ 같은 콘텐츠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짧은 콘텐츠는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찰나의 시간 동안 사람을 휘어잡아야 하는 부담을 동반합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한방’을 날리는 스낵컬처. 스낵컬처는 대체 언제부터, 왜 만들어지게 된 걸까요? 그 궁금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우리가 흔히 간식을 ‘스낵’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문화 콘텐츠도 간식처럼 소비된다고 해서 ‘스낵컬처’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요?
유화정 PD: 스낵컬처는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과자나 간식을 뜻하는 스낵과 문화를 의미하는 컬처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시간과 장소에 별다른 구애를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문화를 즐긴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문화가 달라졌죠. 5분이면 드라마 한 편을 볼 수 있고, 만화는 15초면 충분합니다.
나혜인 PD: 심지어 뉴스도 이제 글로 읽는 것이 아닌 카드뉴스와 같은 그림으로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유화정 PD: 그렇죠. 스마트폰 하나로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 또는 잠들기 전, 언제 어디서나 소비 가능한 스낵컬처 콘텐츠에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15초~1분짜리 짧은 영상부터, 웹툰, 짧은 뉴스, SNS 카드뉴스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나혜인 PD: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컬처, 그런데 이런 트렌드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유화정 PD: ‘스낵컬처 (Snack Culture)라는 용어 자체는 2007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미국 IT 전문잡지가 패션계 SPA 브랜드를 분석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는데요. 새로운 상품의 회전율이 빠른 것을 두고 스낵컬처로 부르게 된 것이죠. ‘스낵컬처’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나혜인 PD: 제가 듣기로 한국에서 정식 콘서트는 아니지만 병원이나 건물의 한 공간 등을 이용한 작은 음악회 등 문화 공연을 스낵컬처라고 하던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스낵컬처라는 용어가 약간 다른 개념으로 정립이 된 것인데요. 한국에서 스낵컬처의 시작은 지하철역이나 병원 등에서 이뤄지는 작은 음악회, 직장인의 점심시간이나 짧은 휴식 등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연이나 레포츠 등으로 시작됐습니다. 굳이 발품을 팔거나 시간을 들여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나혜인 PD: 그러다가 지금의 개념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유화정 PD: 스낵컬처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기는 스마트폰의 보급율이 높아지는 2010년대입니다. 거의 모든 업계가 스마트폰을 새로운 소비 창구로 보았고, 스마트폰 사용자 역시 짧은 시간 내에 콘텐츠를 다량으로 소비하길 원하면서, 이런 양쪽의 바람으로 완성된 것이 스낵컬처입니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스낵컬처는 ‘스마트폰 안에서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의미가 확장됐습니다.
나혜인 PD: 그러니까 스낵컬처의 시작은 모바일 혁명과 함께 했다고 볼 수 있군요.
유화정 PD: 정확합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웹이나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이 등장했는데요.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던 웹툰이 10분 미만의 모바일 영화로 제작되거나, 6부작 모바일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Lifestyle technology Credit: Rifka Hayati/Getty Images
나혜인 PD: 요즘 유튜브 쇼츠나 틱톡 같은 30초에서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 특히 인기잖아요. 이렇게 짧은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가 뭘까요?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맞춰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일까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묶어볼 수 있는데요. 첫째 시간 절약입니다. 긴 콘텐츠를 볼 시간이 부족한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2시간짜리 영화보다 10초짜리 틱톡 영상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죠. 둘째는 언제 어디서나 소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출퇴근길, 카페,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짧은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우리가 영화 한 편을 볼 시간이 없을 때, 1분짜리 짧은 영상에서 핵심 장면만 볼 수 있다면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강한 중독성입니다.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우리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니까, ‘하나만 더 하면서 계속 보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30분, 1시간이 훅 지나가버리곤 하죠.
나혜인 PD: 다들 공감되는 부분일 텐데요. 저도 잠깐 SNS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많거든요. 저는 이 중독성을 첫째 이유로 꼽고 싶네요. 짧은 콘텐츠로도 몰입을 하게 만드는 스낵컬처의 주요 특징은 무엇인가요?
유화정 PD: 한마디로 짧고 굵은 콘텐츠가 스낵컬처 주 핵심입니다. 스낵컬처를 기반으로 했다고 여길 수 있는 콘텐츠들은 아주 짧은 순간에 소비자로 하여금 본능에 가까운 재미를 안겨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를 이해시키고 웃기든가 감동을 주든가 등 어떤 감정을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스낵컬처는 글자보다 ‘시각적인 형태’로 구성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나혜인 PD: 요즘은 짧은 영상뿐만 아니라 웹소설과 웹툰도 짧은 분량으로 연재되곤 하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독서 패턴도 많이 변했어요. 예전엔 하루에 책 한 권을 다 읽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짧은 챕터로 나뉘어진 웹소설이나 웹툰을 소비하는 게 더 익숙한 시대가 됐습니다. 특히 한국의 웹툰과 웹소설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퀄리티 높은 그림과 세련된 연출, 그리고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어, 한류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스낵컬처는 특정 연령층에서 더 인기가 많을까요?
유화정 PD: 주로 MZ세대, 즉 10대에서 30대가 가장 많이 소비합니다. 스낵컬처를 수용하는 연령층은 아무래도 짧은 콘텐츠에 익숙하고 SNS 사용률이 높은 젊은 세대인데요. 최근에는 40~50대도 점점 더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습니다.

Source: Supplied
유화정 PD: 앞서도 언급됐지만 스낵컬처의 최대 장점은 짧고 굵은 재미입니다. 스낵컬처를 기조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소비할 수 있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소비자가 이해하고 웃거나 공감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죠.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콘텐츠 제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을 결심하게 된 시기의 이슈나 뉴스거리를 담기에도 유리한 구조를 지니게 됩니다. 우선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고, 더구나 큰 비용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을 만들고 올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파급력이 좋고 전달이 굉장히 빠르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나혜인 PD: 1인 크리에이터들도 점점 늘고 있죠. 한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늘 유튜버가 상위권에 오르곤 하는데요. 현실적으로 조회수가 높은 인기 콘텐츠는 잘 되지만, 비인기 콘텐츠는 수입이 불안정한, 문제도 존재하죠.
유화정 PD: 정확한 지적입니다.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경쟁하려면 하루에도 여러 개의 콘텐츠를, 매번 다른 소재,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하는데, 이럴 때,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이나 의욕이 떨어질 수 있죠. 숏 콘텐츠는 전달력과 파급력이 좋은 반면 빠르게 소비되고 금방 잊혀진다는 특성이 있는데, 크리에이터들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하다 보니 더 자극적인 소재, 더 강한 제목을 끌어다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요.
나혜인 PD: 그렇다면 현재 글로벌 트렌드는 어떤가요? 앞으로 스낵컬처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요?
유화정 PD: 스낵컬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입니다. AI 추천 시스템의 발전으로 ‘개인 맞춤형 스낵컬처’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기업과 브랜드도 스낵컬처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는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단순한 짧은 영상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스낵컬처’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넷플릭스의 쇼트폼 콘텐츠, 유튜브에서 시리즈물로 제작되는 1~3분짜리 영상 같은 것들입니다. 짧고 강렬한 콘텐츠도 좋지만, 콘텐츠의 깊이도 중요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때로는 긴 호흡의 콘텐츠도 즐기면 더 풍부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혜인 PD: 스낵컬처의 트렌드는 거스를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을 열었을 때, 어떤 콘텐츠를 볼지 고믾해 보는 태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컬처인에서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는 스낵컬처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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