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몸은 비우고 마음을 채우는 라마단, 종교적 전통과 공동체 정신 강조
- 라마단 기간에 100만 명 이상이 시드니 라켐바 야시장으로 향하는 이유
- 라켐바 야시장에서 경험하는 전 세계적인 음식과 문화…호주 다문화 매력
호주와 같은 다문화 국가에서 다른 신앙이나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거나 친구가 되고 함께 동료로 일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서로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은 응집력 있는 다문화 사회의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전 세계 무슬림이 이슬람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Ramadan)'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호주에는 전 세계 19억 7천만 명의 무슬림 인구 중 813,000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호주에는 서로 다른 국가 배경의 다양한 모슬림 커뮤니티가 존재하는데요. 다문화축제로 꽃 피우는 호주 속 라마단 전통, 컬처인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호주와 전 세계의 이슬람교도들이 한 달간의 여정인 라마단을 수행합니다. 일반적으로 ‘라마단’하면 ‘금식’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요. 먼저 라마단이란 어떤 것인지그 의미부터 짚어볼까요?
유화정 PD: 라마단(Ramadan)은 아랍어로 '더운 달'이란 뜻입니다. 이슬람력에선 9번째 달을 의미하는데, 이 시기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신으로부터 '코란(Qu’ran)'의 계시를 받은 신성한 기간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라마단을 영성의 한 달, ‘신을 향한 믿음을 다시 연결하는 달’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나혜인 PD: 신에 대한 믿음을 다시 확인하는 중요한 기간이군요. 그런데 이 시기에 금식을 하는 이유, 왜일까요?
A guide to Ramadan for non-Muslims. Credit: Pexels / Thirdman
라마단 기간 중의 금식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이해하는 의미도 담겨있는데요. 라마단이 끝난 뒤 '자카트(의무적 자선)'를 통해 자신의 재산의 2.5% 이상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선하는 것은 무슬림의 종교 의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나혜인 PD: 올해 라마단은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 일출부터 시작해 3월 30일까지 한 달간 이어지게 되는데요. 매년 라마단 날짜가 조금씩 달라지는 이유는 뭔가요?
유화정 PD: '히즈리 캘린다(Hijri Calendar)'라고 알려진 이슬람력은 순수 음력을 따릅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주기는 약 29.5일인데요. 이 계산으로 하면 1년은 약 354일이 되죠.
따라서 그레고리력(양력)과 비교하면 이슬람력은 매년 약 10~12일씩 앞당겨집니다. 예를 들어, 2026년이 되면 올해보다 열흘이 앞당겨진 2월 16일부터 라마단이 시작됩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라마단 한 달 동안은 동이 트는 시간부터 일몰까지 식사나 음료, 물까지 일체 금식을 한다고 하죠?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 등은 제외되고요.
유화정 PD: 라마단 기간에는 단순히 음식을 절제하는 금식뿐만 아니라 흡연이나 성생활, 불경스러운 행동이나 말, 질투, 시기, 분노를 표출하거나 논쟁에 참여하는 것, 부도덕한 행동을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합니다. 향수 냄새를 맡는 것 등도 금합니다.
호주 사회에서도 종종 목격할 수 있는 모습으로 메카를 향하여 하루 다섯 번 알라에게 바치는 예배는 무슬림에게는 일상의 예식인데요. 라마단 단식은 하루 다섯 번의 예배, 신앙고백, 자선, 성지 순례와 함께 무슬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슬람의 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입니다. 무슬림들은 이 5가지 의무를 평생 동안 철저히 지키며 살아갑니다.
나혜인 PD: 라마단 동안에는 매일 해가 진 뒤 하루의 금식을 마치고 첫 식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이프타르'라고 해서 '금식을 깬다'는 뜻이라고요?
이프타르 만찬은 인종, 국적, 종교,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로 라마단 기간에 모스크에 가면 일반인들도 무료로 이슬람 할랄 식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프타르 시각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원래의 전통은 흰 실과 검은 실을 매달아 놓고, 두 실의 색이 구분이 안 될 때가 바로 이프타르 시각이었지만, 요즘은 빛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방팔방 밝아서 이런 방법은 소용이 없고, 라마단 때가 되면 인터넷 등에 매일 몇 시에 이프타르가 시작되는지 나옵니다.
나혜인 PD: 시드니 남서쪽에 위치한 라캠바에는 1만 7,000명가량이 살고 있고 이들 중 60% 이상은 이슬람교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라마단 기간 동안 시드니 라켐바로 향하는 인파가 백만을 넘는다면서요?
유화정 PD: 호주에서는 라마단 기간 동안 시드니,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서 이프타르 행사나 라마단 나이트 마켓이 열리는데요. 시드니에서는 일몰 시간이 되면 라켐바에서 밤 축제가 시작됩니다. 라켐바 야시장에 가면 호주에서 미처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데요.
라마단 한 달 동안, '라마단의 밤 라켐바'로 알려진 이 세계적인 음식 축제에는 매년 100만에서 120만 인파가 몰리고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동안, 종교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라켐바 야시장을 찾아 다양한 음식과 문화 공연을 즐기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깁니다.
Iftaar at Lakemba Sydney Source: SBS / SBS Arabic24
유화정 PD: 먼저 버거를 꼽겠습니다. 흔히 먹는 햄버거가 아니라 낙타고기 버거입니다. 정식 이름은 '험블 카멜 버거 바비큐(Humble Camel Burger Barbeque)'인데요. 비밀 소스를 얹은 은은한 맛의 낙타 버거는 소고기 버거보다 육즙이 더욱 풍부해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틱톡에서 2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호주 DJ 미스타 시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8년 전 낙타 버거 때문에 라켐바 야시장을 알게 됐고, 매년 낙타 버거를 먹기 위해 새벽 2시에 라켐바를 찾고 있다”며, “늘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찍 오거나 아예 늦게 오는 게 좋다”고 귀띰 했습니다.
인기 있는 음식 두 번째로는 '무르타박(Murtabak)'이 있습니다.
Iftaar at Lakemba Sydney Credit: Gaurav Vaishnava
유화정 PD: 무르타박은 아랍어로 '접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인데요. 안에 달걀, 닭고기, 양파 등의 재료를 넣고 사방을 접어서 네모난 모양이 되게 굽습니다. 라켐바 야시장에서는 디저트로 바나나가 들어간 무르타박도 즐겨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나혜인 PD: 치즈가 길게 늘어지는 'Yummy Yummy Knafeh'도 유명하던데요? 이름부터 맛있을 것 같은데요?
유화정 PD: 중동과 튀르키예의 전통 디저트인 '쿠나파'는 30년 동안 라켐바 야시장의 대표 요리로 명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실처럼 가는 반죽에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설탕을 넣고 켜켜이 쌓아 만든 디저트 음식인데요. 치즈를 층층이 쌓고 피스타치오와 샤프란 시럽을 얹은 쿠나파는 라켐바에서 꼭 먹와봐야 할 인기 음식 중 하나입니다. 치즈가 뜨겁고 잘 늘어질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인도의 가장 고전적인 디저트인 '굴랍자문'이 있습니다. 우유 반죽으로 만든 도넛볼인데요. 즉석에서 튀겨 설탕 시럽을 얹고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서빙됩니다.
Lebanese Knafah Credit: MA
유화정 PD: 분홍색 차이 티는 'Kashmiri Chai'라 해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카슈미르에서 유래했고, 인도와 파키스탄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전통 차입니다. 끓였을 때 핑크 빛으로 변하는 특별한 찻잎을 넣고 소금과 으깬 견과류, 베이킹 소다, 그리고 우유를 넣어 최대 9시간 동안 끓이는데, 카슈미르 차이에는 보통 피스타치오나 장미꽃 잎을 곁들여 마십니다.
나혜인 PD: 라마단 기간 동안 매일 밤 라켐바 야시장에서 열리는 음식 축제 그 다양한 맛을 골라 봤는데요. 이슬람교도들이 한 달간의 단식을 마치면 '이드(Eid)'가 찾아오죠? 이드야말로 이슬람의 대표 축제인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이드는 아랍어로 'festival/feast' 즉 축제를 의미하는데요. 이슬람력에는 두 가지 주요 이드가 있습니다.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와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입니다. '작은 이드'라고도 불리는 이드 알피트르는 라마단 기간의 끝을 알리는 3일간의 기념일입니다. 이드 알피트르 기념행사는 이슬람력으로 열 번째 달의 첫째 날 아침, 특별한 기도로 시작되는데요.
지역 모스크와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공동 기도가 열리고, 사람들은 서로 '행복한 이드'라는 뜻의 "이드 무바라크(Eid Mubarak)"라고 인사를 나눕니다.
Australians attend dawn prayers for Eid al-Fitr Source: SBS
나혜인 PD: 정말 의미 있는 전통이네요. 아이들에게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유화정 PD: 유화정 PD: 앞서 이슬람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로 자선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드 기간에는 '자카트 알피트르(Zakat al-Fitr)'라고 불리는 특별한 자선을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도 이드 축제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또한, 라마단은 단순한 종교적 전통을 넘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 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라켐바 야시장처럼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축제를 통해, 종교와 문화를 넘어선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라마단은 이슬람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로, 한 달 동안 금식과 기도를 통해 세속적인 욕망을 줄이고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군요. 몸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는 의미 깊은 시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은 라마단의 깊은 의미와 함께, 금식을 끝내고 화합을 나누는 이드 축제에 대해서도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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