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쓰기가 일상이 된 요즘 코로나로 외식을 꺼리게 되면서,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바이러스 감염 걱정을 덜 수 있는 독특한 방법들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레스토랑 문화와 에티켓, 컬처 IN에서 알아봅니다.
Highlights
- 지구촌 레스토랑 거리두기…기발한 아이디어 속출
- 한 그릇 반찬 여럿이 나눠 먹는 한국 식문화 바뀐다
- 다중 이용 시설 기피…뷔페, 3년 새 매장 93% 사라져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주로 비말을 통해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식사는 굉장히 위험한 감염경로'로 대두됐는데요. 코로나19 가 장기화하면서 음식점 생활 방역수칙도 더욱 강조되고 있죠?
유화정 PD: 실제로 식당과 뷔페 등에서 비말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사례가 발생하면서, 식사 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습니다.
한국의 식당가에는 ‘모임은 나중에, 식사도 나중에’ 라는 표어가 눈길을 끄는데요. 바로 ‘나. 중. 에’ 캠페인입니다.식사할 때는 나란히 앉기, 중간 자리 비우고 앉기, 식사 중에는 조용히 에티켓을 지키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눈빛 나눔 밥상’ 식사예절 실천 캠페인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대화를 하지 않고 서로 눈빛으로만 이야기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진행자: 사회적 거리두기는 뉴 노멀 시대 일상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코로나 사태로 위기를 겪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나라마다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아이디어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색 풍경을 빚으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미국 메릴랜드 주 오션시티에 위치한 피시 테일즈 레스토랑(Fish Tales & Grill)은 자연스러운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하는 이동식 범퍼 테이블(Bumper tables)을 마련했습니다.튜브 모양의 테이블 한가운데에는 손님이 한 명씩 들어갈 수 있고, 튜브 아래에는 바퀴 달린 메탈 지지대가 있어 손님들은 걸어 다니며 식사할 수 있는데, 흥겨운 분위기 덕분에 전염병 엄습에 대한 긴장감도 다소 누그러지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튜브 테이블은 부피가 있어 자연스럽게 1.8m 이상의 거리두기가 가능하고, 가장자리는 고무 튜브이기 때문에 부딪혀도 다치지 않습니다.
Restaurant debuts social distancing 'bumper tables' amid coronavirus in MD, US Source: Reuters
진행자: 코로나 19시대에 맞춘 독특한 아이디어 변신이네요. 운하의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온실 레스토랑이 등장했다면서요?
Individual greenhouses let guests dine at a distance during pandemic, Amsterdam Source: Mediamatic
유화정 PD: 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채식 전문 레스토랑 미디어매틱(Mediamatic)에선 야외 유리 온실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암스테르담의 운하를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데요. 개인적이면서도 매우 개방적인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단, 한 온실 당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사람 두 명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요리는 약 1미터 길이의 긴 나무 접시에 나오는데, 따라서 종업원들은 온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서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이와 비슷하게 투명한 원통형 플라스틱 가림막 안에서 식사할 수 있는 플렉스이트(Plex’eat)가 등장했습니다.
진행자: 독일에서는 버거킹을 먹을 때 왕관을 쓰고 먹는다고 하는데, 이건 또 무슨 얘기인가요?
유화정 PD: 독일 버커킹의 햄버거를 먹으려면 직경이 약 1미터 80 센티미터나 되는 크기의 큰 왕관 모양의 모자를 써야하는데요.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왕관이 등장한 겁니다. 이 왕관 모자를 쓰고 햄버거를 먹으면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것이죠.
Burger King debuted ‘social-distance crowns’ in Germany. Source: AAP
독일 슈베린(Schwerin) 지역의 노천 카페 로테(Cafe Rothe)에선 손님들이 알록달록 색색의 스티로폼 막대기 모자를 쓰고 음료를 마시는데,풀 누들 햇(Pool Noodles Hat)으로 불리는 이 모자는, 통풍이 잘되는 밀짚모자 위에 긴 튜브 모양의 스티로폼 막대기 두 개를 연결해 마지 더듬이처럼 만든 모자입니다. 긴 스티로폼 막대기가 옆 사람과 닿으면 거리두기에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진행자: 재난에 맞서 나라별 특성에 맞는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네요. 한편, 코로나19이후 요식업계 특히 그 중에서도 뷔페 식 레스토랑 업계가 급격한 직격탄을 맞았는데, 대표적인 예로 미국 전역에 지점을 둔 유명 샐러드 바 체인 업체가 파산을 선언하기도 했죠?
유화정 PD: 캘리포니아 지역의 인기 샐러드 뷔페식당 체인인 수플랜테이션 앤 스윗토마토스 (Souplantation & Sweet Tomatoes)의 모회사인 가든 프레시 코프(Garden Fresh Corp)의 파산 선언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샐러드바의 감염 취약성을 지적하며 운영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후폭풍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약 110여 개 지점을 운영해온 가든 프레시가 파산을 선고하면서 4400여 명에 이른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파산 결정을 내린 존 헤이우드 가든 프레시 최고경영자(CEO)는CNN과의 인터뷰에서 “위생 절차를 강화했음에도 매출이 현격히 줄었고,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 대부분의 손님은 팬 한동안 샐러드바나 뷔페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게 명백했다”라고 파산 이유를 밝혔는데요. 미국에선 가든 프레시처럼 전망을 비관해 파산을 결정한 업체들이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건국 초기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유럽 대륙에서 선진 문물을 많이 배워와서 미국 전역에 뷔페를 운영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런 만큼 뷔페는 미국인들에게는 깊숙이 밴 음식 문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팬데믹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네요.
유화정 PD: 팬데믹 여파에 뷔페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음식을 직접 떠주거나 테이블로 서빙 해주는 식당들이 늘고 있는 것인데요. 실제로 10여달러만 내면 소고기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가성비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미국 뷔페 브랜드 골든 코랄 (Golden Corral)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뷔페 음식을 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배식해주거나 테이블로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시도는 물론 뷔페의 기본 시스템인 셀프서비스에서는 벗어나지만, 공용 식기에 의한 집단감염 가능성을 낮추고 고객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조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뷔페가 엄격한 안전 조처를 해도 고객은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며 “음식을 먹기 위해 수 백 개의 공용 집게를 만져야 하는 고정적인 방식의 뷔페는 ‘코로나 이전 시대의 유물’로 남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뷔페식 샐러드 바의 감염 취약성을 지적하며 운영 중단을 권고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뷔페가 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분류되는 등 규제가 엄격했죠?
유화정 PD: 한국의 대형 뷔페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존폐의 기로에 섰습니다. 코로나19 이전 100여 개가 넘었던 3대 한식 뷔페 업체 매장들이 매출 급감과 함께 잇따라 폐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자연별곡’, ‘계절밥상’, ‘올반’ 등 '빅 3' 업체를 모두 합쳐 총 8개 매장만 운영 중인데, 2018년 기준 113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여 만에 1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즉 매장의 93퍼센트가 사라진 겁니다.진행자: 한식 뷔페식당의 쇠락 배경으로는 일단 다중이용시설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 되겠죠?
Customers enjoying lunch at a large Korean buffet restaurant before covid 19 outbreak Source: youhap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식뷔페가 시장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꼽힙니다. 다중이용시설을 피해 많은 소비자들이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고 있고, 더불어 온라인 주문 증가, 배달 서비스, 간편 결제 같은 트렌드가 사람들을 뷔페에서 떠나게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식 뷔페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외식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시대 소비자들이 집밥을 먹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굳이 돈을 주고 한식뷔페를 찾으려 하지 않는 것 같고, 또 한식 뷔페의 주 고객층이 주부인데 초·중·고교 등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낮에 외식을 즐길 여력이 없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후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바뀌고 있는데, 서울의 한 특급 호텔 뷔페에서는 5분이 됐든 10분이 됐든 먼저 온 시간과 상관없이 오로지 예약 시간에 맞춰서만 식당에 들어갈 수 있게 통제를 해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고도 해요.
유화정 PD: 코로나 이전과 이후 호텔 뷔페의 풍경도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없던 확인 절차들이 생겨나고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고객들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특정 시간에 몰리는 것을 방지해 10분 단위 예약시스템을 도입하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아예 고령자 단체 예약 손님들에게는 건강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 한 호텔도 있습니다.
예약 고객은 건강 확인서에 개인 연락처와 집주소를 기재해야 함은 물론이고, 최근 2주 이내 해외 방문 이력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와의 접촉 여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한 여부 등 신체 상태에 관해 묻는 질문에 반드시 답을 해야 합니다.진행자: 식사 한 번 하는데 건강 확인서에 서명까지 해야 한다면 손님 입장에선 불쾌할 수도 있겠는데요. 하지만 뷔페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Restaurant culture changed after Covid 19 Source: youhap
유화정 PD: 일부 호텔이나 업소에서는 음식을 뜨러 갈 때에도 반드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롯데호텔, 워커힐, 대형 뷔페업소 등에선 공용 집게 등을 통한 접촉을 막기 위해 손님들 사이에 아예 일회용 비닐장갑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뷔페가 아닌 일반 식당에서의 변화도 큽니다. 찌개나 반찬은 반드시 개인접시를 이용해서 각자 먹는 것은 기본이 됐고요. 예전 같으면 배려 차원에서 상대의 컵에 물을 따라주기도 하고 수저를 대신 놓아주기도 하는 것이 정겹고 따뜻한 매너로 여겨졌었죠.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모습이 더 이상 배려로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불편한 행동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식당에서는 타인의 컵이나 수저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진행자: 최근 호주에서도 식당에 가보면 음식을 내올 때부터 각자 덜어 먹을 그릇과 국자를 내주는 곳이 많은데, 한때 외국인들이 한국의 놀라운 식문화로 꼽기도 했던 반찬과 찌개를 한 그릇으로 공유하는 모습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것 같습니다.
컬처 IN, 오늘은 코로나 이후 달라진 지구촌 레스토랑 문화와 식사 에티켓 이모저모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READ MORE
[컬처 IN] 중국 저작권 도용행위, 'K-Pop 집중 공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