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s
- 김치 한복에 이어 K-Pop 저작권까지?
- 중국의 저작권 도용, 어떻게 가능했나
- 원곡자도 모르게 번안곡이 원곡 행세
- 문체부, 저작권 도용에 적극 대응키로
중국 음반사들이 한국 가수들의 원곡을 무단으로 변형해 유튜브에 등록해온 사실이 최근 드러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K-Pop 저작권 도용의 심각성, 어느 정도인지 컬처 IN에서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K-Pop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는 한국 유명 가수들의 오리지널 음원이 포함된 동영상이 유튜브에 중국 원작자로 표기가 됐다고요?
유화정 PD: 네. 현재 확인된 곡들만 아이유의 ‘아침 눈물’, 윤하의 ‘기다리다’, 토이의 ‘좋은 사람’,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이승철의 ‘서쪽하늘,’ GOD의 ‘길’, 다비치의 ‘난 너에게’ 등이 있습니다.
유튜브에 게재된 일부 한국 가수들 노래에 버젓이 중국 가수와 음반사들의 이름이 저작권자로 등록되어 있고, 노래 제목과 아티스트 이름, 앨범 타이틀도 모두 중국어로 표기돼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가수 이승철 씨의 곡 '서쪽 하늘'을 검색하면 2012년 8월 게시돼 조회수가 390만 회가 넘는데, 샤오미미란 중국 가수가 불렀고 저작권자는 '베이징 천화세기 문화공사'란 중국 회사로 돼 있습니다. 2013년에 등록된 가수 윤하의 곡 '기다리다'도 역시 똑같은 이름의 중국 회사가 저작권자입니다.
이로 인해 음반제작자,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사용료가 해당 중국 음반사로 배분되는 문제까지 발생했습니다. 물론 해당 영상들의 원곡 표시들은 현재 모두 수정된 상태입니다.
진행자: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이자 공적인 공간이 소셜네크워트 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유화정 PD: 유튜브는 ‘콘텐츠 ID’라는 자체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십만 건의 영상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영상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일일이 검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입된 것인데요.
만약 원작자가 콘텐츠 소유권을 주장하고 원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참조 파일’을 등록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참조 파일’과 ‘콘텐츠 ID’가 일치하는 복사본들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시스템입니다.진행자: 유튜브에서 음원 저작권을 보호받으려면 음반제작사 등이 유튜브에 저작권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춰 ‘콘텐츠 ID’를 등록해야 하는 거군요?
IU’s “Tear Drops in the Morning” (2009) Lee Seung-chul’s “Western Sky” (2005) Source: Getty Images
유화정 PD: 그렇습니다.콘텐츠 ID는 유튜브의 저작자 권리 보장 시스템으로, 특정 콘텐츠에 대해 콘텐츠 ID를 등록하면 향후 이와 비슷한 콘텐츠가 다른 사용자에 의해 게시됐을 때 이를 차단하거나 해당 영상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데요.
유튜브는 만약 누군가 영상을 올렸을 때 일치하는 콘텐츠가 발견됐다고 하면 이 사실을 참조 파일을 제출한 저작권 소유자에게 알려줍니다. 그러면 저작권 소유자는 자신의 창작물이 사용된 영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해, 이에 따라 제3자가 올린 영상으로도 저작료 수익을 낼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사안처럼 중국 음반사가 한국 노래에 대해 콘텐츠 ID를 등록한 상황에선 국내 음원 영상으로 발생한 수익이 중국 업체 측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겁니다.
진행자: 일단 겉으로 보여지는 면만 판단하자면, 유튜브가 한국 가수들의 음원을 두고 중국 음반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인데, 이게 과연 가능한 상황일까 더 의아스러운데요?
유화정 PD: 유튜브가 공고한 콘텐츠 ID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곡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번안곡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의 경우 해외 유통사와 유튜브 모두 해당 곡들이 번안곡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저작권 소유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콘텐츠의 원작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만 제시하면 유튜브의 저작권 콘텐츠 ID 등록이 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부 한국 가수들의 노래의 저작권자가 전혀 관련 없는 중국 가수의 이름과 음반사로 둔갑된 것이고, 그로 인한 수익은 해당 중국 음반사로 배분되는 사태가 빚어진 겁니다.진행자: 엄연한 한국 노래에 원곡자의 동의도 없이 중국어 가사를 붙여 공적 공간에 버젓이 원작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바로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 것이네요. 게다가 중국 음반회사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해주는 회사가 따로 있었다고요?
Chinese companies illegally claim Korean content as their own - IU Morning Tears youtube capture Source: NWN
유화정 PD: 중국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 등 이들 서방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2003년부터 하나 둘 차단해 왔습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불리한 정보의 국내 유통을 막기 위해서인데요.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는 빌리브 뮤직 등 해외 유명 유통사에 번안곡의 저작권 관리를 의뢰했습니다.
한국 노래를 원곡인 것처럼 등록한 음반사는 빌리브 뮤직(Believe Music) 외에 이웨이 뮤직(EWway Music), 엔조이 뮤직(Enjoy Music) 등으로 파악됐는데, 이들은 '베이징 천화세기 문화공사'를 대리하는 중국어 번안곡의 음반 제작사로 유튜브에 이름을 올리고, 저작권 관리도 맡고 있습니다.
진행자: 얘기를 정리해보면, 중국의 음반 제작사들이 콘텐츠 ID등록의 빈틈을 이용해 유튜브에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한국 곡들을 원작자 동의없이 중국어로 번안했고, 이를 해외에 본사를 둔 중국 번안곡 대리 음반사들이 한국 내 원곡 음반사보다 먼저 유튜브에 저작권 등록을 진행했다는 건데요.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한국 내 저작권 협회가 있는 것 아닌가요?
유화정 PD: 이번 사태가 불거지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향후 저작권료가 정상적으로 배분되도록 유튜브 측에 조치를 완료했으며, 과거 사용료 또한 소급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저작인접권이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유튜브 콘텐츠 ID 등록을 누락됐을 수 있다”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저작권 관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 사태의 발단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겁니다.
한음저협 관계자는 “원곡의 음반 제작사 측에서 그간 콘텐츠 아이디를 등록하지 않아, 저작인접권 사용료 가 해당 중국 음반사로 배분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유튜브의 음악 사용료는 ‘저작인접권료(음반제작사, 가수)’와 ‘저작권료(작사, 작곡)’로 구분돼 관리되는데, 해당 음원들을 조사한 결과 한국 협회가 관리하는 저작권료(작사, 작곡) 부분은 중국 음반사에 넘어가지 않은 상황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유튜브 콘텐츠 ID 등록을 누락됐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런 상황이 있었나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문제가 된 곡들 대부분은 유튜브를 통한 음악 소비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2012~2014년 사이에 저작인접권, 즉 음반제작사와 가수 양도계약이 체결됐는데요.
한국저작권위원회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은 2012년 비타민엔터테인먼트에서, 토이의 ‘좋은 사람’은 2014년 더그루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로 저작인접권이 양도됐습니다.
다비치의 ‘난 너에게’는 2014년 등록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저작인접권이 아예 말소된 상태로 현재는 세 곡의 저작인접권 모두 지니뮤직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진행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기도 하죠. 중국 음반사의 한국 음원 저작권 도용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고요?
Korea Music Copyright Association(KOMCA) Source: youhap
유화정 PD: 문체부는 유튜브 코리아에 콘텐츠 아이디 도용이 발생한 경위를 확인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선 조치를 우선 요청했습니다.
권리자와 협의해 유튜브 코리아 측에 피해 곡들에 대한 콘텐츠 아이디의 정정을 요청했고, 문체부의 강경 대응에 유튜브는 빌리브 뮤직 등 중국 대리 해외 유통사에게 소유권 주장을 철회하고 참조 파일 등록을 해지하도록 권고 조치했습니다.
문체부는 사후 이용 허락을 통한 광고수익을 배분하는 등의 해결 방안 모색과 더불어 중국 판권국을 통해 중국 음반사에 취할 수 있는 조치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동북공정 역사 왜곡에서 김치와 한복 등 한국의 문화를 계속해서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이제는 K-Pop저작권까지 도용해가는 상황이 됐는데, 앞서 중국 TV의 한국 예능 표절 심각성이 대두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국내외 프로그램 포맷 권리침해 사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국 예능 프로그램 18편이 20차례 표절 및 도용 등에 대한 권리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총 20차례의 프로그램 포맷 도용 중 19건이 중국에서 발생할 만큼 중국에서의 표절 행위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한 예로2017년 배우 윤여정을 대표로 한 ‘윤식당’ 표절 논란이 크게 불거진 바 있는데요. 중국의 이른바 짝퉁 프로그램 '중찬팅'의 PD 왕티엔은 ‘중찬팅’에 대한 영감은 중국에서 방영된 미식 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이라며 "나는 평소 미국 드라마를 자주 보지 한국 예능은 거의 안 본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예능 포맷 도용의 경우 구성이 거의 동일하더라도 약간의 변형으로 인해 저작권 침해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진행자: 네. 컬처 IN, 최근 불거진 중국의 K-Pop 저작권 도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진행에 프로듀서 박성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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