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의상 디자인과 학생, 한복에 첫눈에 반해 한복 디자이너의 길로…
- 멜버른의 한복 전문가 양순옥 씨에게 한복 봉제 기술 전수받아…
- 호주의 더운 기후에 잘 견딜 수 있는 시원하고, 편한 현대식 한복 제작
- 호주의 꽃과 식물, 자연을 무늬로 넣어 ‘한복으로 호주를 표현’
돌잔치 이후 처음입는 한복…
멜버른에 사는 한인 동포 딘 김 씨는 이번 음력 설에 생애 처음으로 한복을 주문했습니다.
법대를 졸업한 뒤 ATO에서 근무하고 있는 딘 씨는 단 한 번도 한복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 한복을 입었던 적은 있었죠.
34년 전 열렸던 돌잔치 사진을 보면 분명히 색동 한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멜버른의 한인 동포 딘 김씨의 돌잔치 사 Source: Supplied / Dean Kim
이번 설 날, 딘 씨는 빨간 바지에 노란색 작은 꽃무늬가 있는 흰 저고리 그리고 노란색과 남색의 무늬로 된 깃과 고름을 지닌 남색 조끼로 된 새 한복을 입을 것입니다.
그리고 할머니께 세배를 하는 것으로 깜짝 놀래켜드리려고 합니다.
색동 한복을 입었던 아기가 이렇게 컸다는 것을 보시면 94세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실 지도 모른다고 딘 씨는 말했습니다.
한복을 입고 있는 멜버른의 한인 동포 딘 김 Source: SBS / Scott Cardwell
호주의 한복 브랜드, 미란데이 디자인(MiranDay Designs)
딘 씨가 맞춤 주문한 한복은 멜번의 호주 디자이너 미란다 데이가 만들었습니다.
호주의 한복 브랜드인 미란데이 디자인(MiranDay Designs)의 창립자이자 유일한 디자이너인 미란다 씨는 전통 한복과 현대식 한복을 맞춤 제작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한국계, 비 한국계가 섞여 있는데 결혼, 돌잔치, 사진 촬영 그리고 설날과 같은 전통 명절을 위해 한복을 구매하거나 대여합니다.
한복 대여는 $100부터 시작되고, 구매의 경우 생활 한복은 치마나 저고리는 $60, 전통 한복은 $300부터 시작됩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란다 씨는 500벌 이상의 한복을 만들었습니다.
서호주 아웃백 시골 소녀, 첫 눈에 한복에 반하다.
미란다 씨는 호주의 유일한 비 한국계 한복 디자이너로 한국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어렵지만 미란다 씨는 어쩌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활발한 활동을 하는 비한국계 한복 디자이너일 것으로 보입니다.
29살 미란다 씨는 서호주 퍼스에서 600여 킬로미터 들어가는 아웃백 광산 마을 칼굴리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돛을 만드는 세일메이커였고, 어머니는 퀼트를 만드셨습니다.
그러니 미란다 씨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재봉틀을 만져왔고 무언가를 만들어 왔습니다.
호주인 한복 디자이너 미란다 데이 씨가 저고리를 만들고 있다. Source: SBS / Scott Cardwell
멜버른은 다른 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 새로운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미란다 씨는 한국 영화에서 한복을 처음 본 뒤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미란다: 절 사로잡은 뭔가가 한복에 있었어요. 밝은 색상들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실루엣과 선이긴도 했죠. 너무 단순한 선인데 정말 많은 아름다움이 들어있었어요. 더 단순하게 만든 것이 더 아름답게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절 사로잡은 뭔가가 한복에 있었어요. 밝은 색상들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실루엣과 선이긴도 했죠. 너무 단순한 선인데 정말 많은 아름다움이 들어있었어요. 더 단순하게 만든 것이 더 아름답게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호주인 한복 디자이너 미란다 데이 씨
미란다 씨는 곧장 졸업작품으로 한복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복 만들기에 대한 영어로 된 자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것으로만 한복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미란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왜냐면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한복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매우 빠르게 알아차렸거든요.
한복에 대한 열정으로 미란다 씨는 모나쉬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면서 한국 대사관, 한국 문화원, 한국학과 등 한국과 관계된 모든 곳에 어떻게 하면 한복을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미란다: 많은 분들이 기꺼이 도와주려고 하셨어요. 뭔가 연쇄 반응 같은 것들이었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는 그런 것요. 그리고 결국 저는 양순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미란다 데이 씨의 모던 한복 Source: SBS / Scott Cardwell
40여 년 경력 한복 전문가의 전수자가 된 미란다 씨
2014년. 60살이었던 양순옥 씨는 멜버른의 유일한 한복 디자이너였습니다.
21살 때부터 한복 만드는 것을 배워온 양순옥 씨는 이미 그때 40여 년에 가까운 한복 만드는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08년 뉴질랜드로 이민 오기 전까지 양순옥 씨는 서울에서 큰 한복점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리고 양순옥 씨는 딸을 쫓아 호주로 옮겨온 뒤 2010년 멜버른에 작은 한복점을 열었습니다.
양순옥 씨는 2014년 멜버른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 개최되는 한국 축제에서 한복 패션쇼를 준비하던 가운데 미란다를 처음 만났습니다.

Miranda Day and her mentor Mrs Sunok Yang at the 1st Melbourne Korea Festival in 2014. Source: Supplied / Miranda Day
한복을 입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올바르게 고름을 매는 것은 한국 사람일지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란다 씨는 양순옥 씨에게 한복 만드는 것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양순옥: 저는 그때 이제 저도 나이가 이제 좀 있고 또 여러 가지를 하게 되고 그래서 좀 후계자를 하나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국 분들 중에서 누가 이 한복을 좀 배워서 좋겠다라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 그때 이제 미란다가 나타난 거죠. 그래서 미란다가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잘하니까 그냥 외국인이라도 가르쳐주면 아무래도 이렇게 현지 사람들 외국 사람들한테 보급하는 게... 제가 그때 바람이었거든요.”
양순옥 씨는 치마로부터 시작해 저고리까지 한복 특유의 손바느질과 재봉틀을 이용한 봉제법을 가르쳤습니다.
이미 의상 제작을 전공했던 만큼 미란다 씨는 바느질에 능숙했고 아주 빠르게 한복만의 방식을 배워갔습니다.
양순옥 씨는 그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전통 의상들을 하나씩 꺼내 각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긴 세월에 거쳐 만들어진 양순옥 씨만의 기술과 경험이 오롯이 미란다 씨에게 전수됐습니다.

미란다 데이 씨가 멘토 양순옥 씨와 한복 만드는 것을 배우고 있다. Source: Supplied / Miranda Day
그리고 이제 한국어를 배운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미란다 씨.
사실 두 사람의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바느질이 있었기에 콩글리시와 어눌한 한국말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었습니다.
미란다: 바느질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아요. 시각적으로 보면서 배울 수 있어요. 그러니 언어가 필요하지 않죠.
미란다 씨가 교환학생으로 연세대학교에 갔을 때 마침 한국에서 휴가 중이던 양순옥 씨는 미란다 씨를 한복 가게로 가득한 광장 시장에 데려갔습니다.
미란다: 그 전에 한복 시장을 간다는 것이 좀 긴장됐어요. 시장이 워낙 크고 좀 압도적인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절 데려가셔서 다른 천도 보여주시고 한복 만드는 분도 몇 분 소개해 주셨어요. 대단한 경험이었습니다.

양순옥 씨는 미란다 씨를 한복점이 몰려 있는 광장 시장으로 데려갔다. Source: Supplied / Miranda Day
미란다: 아주 일반적이지 않죠. 배운 모든 것을 한국인이 아닌 사람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매우 개방적이셨고 기꺼이 그렇게 하셨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고요. 선생님께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디자이너이자 한복 디지이너가 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주 일반적이지 않죠. 배운 모든 것을 한국인이 아닌 사람에게 전수해 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매우 개방적이셨고 기꺼이 그렇게 하셨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고요. 선생님께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디자이너이자 한복 디지이너가 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호주인 한복 디자이너 미란다 데이 씨
두 사람의 수업은 2018년 양순옥 씨가 남편의 병환으로 급히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지속됐습니다.
호주의 자연을 표현하고 호주의 기후를 반영한 미란다 식 모던 한복
비록 선생님은 호주를 떠났지만, 2019년 미란다 씨는 자신만의 호주 디자인을 내 놓으며 디자이너로서 큰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경주에서 열린 문화 엑스포의 패션 이벤트에 젊은 한복 디자이너들과 함께 초청된 마란 씨는 소매가 짧은 저고리와 기장이 짧은 치마 그리고 여성들을 위한 바지 한복 등 한복을 현대식으로 재창조시킨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으로 관객들을 깜짝 놀래켰습니다.

경주 문화 엑스포 패션쇼 장면 Source: Supplied / Miranda Day
미란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 중의 하나는 민소매 저고리에요. 훨씬 더 시원하고 움직임이 편해서 상체에 자유를 줄 수 있죠.
하지만 미란다 씨의 모던 한복은 그 누가 봐도 한복이었습니다.
다채로운 색상, 한복의 깃, 단순한 선 등이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시드니한국문화원의 김지희 원장은 미란다 씨의 모던 한복과 창의성을 호주 한인 사회가 응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지희 원장: 제가 이제 미란다 데이시의 작품을 봤을 때 그냥 그것은 정말 한복으로 인지가 됐고 또 한국에서도 이미 그런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게 한복을 소재를 변형하고 형태를 변형하는 것은 너무나 지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그런 새로운 노력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이제 미란다 데이시의 작품을 봤을 때 그냥 그것은 정말 한복으로 인지가 됐고 또 한국에서도 이미 그런 현대적인 생활 방식에 맞게 한복을 소재를 변형하고 형태를 변형하는 것은 너무나 지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그런 새로운 노력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클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시드니 한국 문화원 김지희 원장
미란다 씨는 또한 호주의 꽃과 식물, 동물 등 호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복을 통해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호주의 섬유 디자이너 리스 스캐넬 씨와의 컬래보레이션을 통해 와틀과 검트리 잎 등의 무늬가 들어간 원단을 만들어 전형적인 한복 원단과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으로 호주 한복만의 특별한 색상과 디자인을 창작해 낸 겁니다.
미란다: 저는 호주의 고유의 꽃과 식물 동물 등을 사랑합니다. 호주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여기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항상 여기에 매료됐었죠. 한국 사람들도 전통적으로 고유의 꽃과 동식물을 한복에 많이 넣는데요. 전 호주식으로 그렇게 만들고 싶었어요.

2022 멜버른 대학교 한국 문화의 날 행사에 참여한 미란다 데이 씨 Source: Supplied / Dominic Mulligan
양순옥 : 그런데 정말 너무 눈물 나올 정도로 감격스러웠어요. 제가 이제 미란다 미란다라고 하는 거 이제 인터넷에서 보니깐 미란다가 열두 벌 패션쇼 한 게 나오더라고요. 너무 감동스러워 가지고 이렇게 외국 학생이 이렇게 한복을 만들어서 지금 호주에서 이렇게 보급을 하고 있다고 제가 한국에서 막 자랑을 했거든요.
세계적 패션 트렌드가 된 모던 한복
시드니 한국 문화원의 김지희 원장은 이제 더 이상 한복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민속 의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K-Pop과 K-Drama의 영향을 받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현대 한복을 일상생활에서 착용한다는 겁니다.
김지희 원장: 최근에 이제 BTS나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도 한복이 등장하고 또 드라마 같은 곳에서 많은 이제 한복이 등장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도 더 이상 한복이 한국의 그런 민속 의상이 아니라 다 같이 즐기는 이제 문화가 돼 가고 있는데요.

시드니 한국 문화원 김지희 원장은 이제 더 이상 한복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민속 의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Source: Supplied / Korean Culture Centre Australia
: 한번 큰 패션 트렌드가 되면 누구나 입길 원하게 되죠. 하지만 제 생각에 많은 한국인들은 한복을 입는 것으로 자신의 유산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인 동포 딘 김씨, ‘한복을 입는 것은... 한국 문화와의 재 연결’
멜버른의 한인 동포 딘 김 씨에게는 한복을 입는 것은 한복의 인기를 넘은 더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단절됐던 자신의 문화와 재 연결된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 자라면서 늘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충분한 호주인이 아니었고 한국 친구들에게는 충분한 한국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마음이 찢어졌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딘 씨는 두 정체성 중 한 가지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딘 김: 둘 다의 정체성을 지닌 것은 특별하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두 세계의 장점을 모두 얻기 때문이죠”
미란다 씨가 제작한 한복을 입고 있는 멜버른의 한인 동포 딘 김 씨. Source: SBS / Scott Cardwell
그리고 이제 딘 씨는 다른 한국 사람들처럼 자부심을 갖고 한복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호주에는 한국계 한복 디자이너도 몇 분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딘 씨는 왜 굳이 호주인이 미란다 씨에게 한복을 주문했을까요?
딘 김 : 미란다 씨가 호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한복이 호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제게 의미가 있었어요. 전 한국인이지만 호주에서 자랐고 이 한복은 한국 문화고 한국 전통과 한국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호주에서 만들어졌죠. 이 한복이 바로 저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미란다 씨가 호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한복이 호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제게 의미가 있었어요. 전 한국인이지만 호주에서 자랐고 이 한복은 한국 문화고 한국 전통과 한국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호주에서 만들어졌죠. 이 한복이 바로 저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멜버른 한인 동포 딘 김 씨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만큼 미란다 씨는 2023년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무엇보다 한복 대여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미란다 : 대여를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문의를 최근에 받았어요. 요즘 사는 게 힘드니 구매보다는 대여하길 바라시는 거죠. 전 좀 저렴하게 한복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예산이 있는 분들은 최대한 맞춰드리고 싶어요. 왜냐면 결국 제가 원하는 것은 한복을 홍보하고 공유하는 것이니까요 (끝)
Dean Kim and Miranda Day Source: SBS / Scott Card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