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마주' 이정은, 아·태 영화상 최고배우상 후보

이정은 배우

제15 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 (Asia Pacific Screen Awards) 최고 배우상 후보에 오른 '오마주'의 이정은 배우 Credit: 준필름

신수원 감독·이정은 주연의 영화 '오마주'가 11일 브리즈번에서 개최되는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APSA) 최고 배우상과 감독상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Key Points
  • 이정은, 런던아시아영화제 최고 배우상에 이어 호주 수상 여부 주목
  • '기존에 생각하고 있었던 사고를 버리는 게 제일 배우한테는 필요해'
  • "미래라는 건 오늘이 쌓이지 않으면 결코 올 수 없는 것…오늘에 충실"
영화 '오마주'가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의 최고 배우상(Best Performace)과 감독상(Best Director)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습니다.

신수원 감독은 또한 Youth Animation Documentary 부문 국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오마주'는 한국 1세대 여성 영화감독의 작품 필름을 복원하는 일을 맡은 한 중년 여성 감독의 이야기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이정은 배우가 삶과 예술을 사랑한 영화감독 '지완' 역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정은 배우는 지난달 열린 제7회 런던 아시아 영화제에서 '오마주'로 최고 배우상의 영예를 안아 호주에서도 수상 낭보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호주 브리즈번의 대표적 국제적인 문화 행사인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APSA)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70여 개 국가와 지역을 대표합니다.

아·태지역에서 제작되는 영화는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며 아·태 스크린 어워즈는 매년 작품성이 우수한 영화들을 선정 시상해 ‘아시아 태평양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불립니다.

11일 APSA 시상식을 앞두고 '오마주'의 이정은 배우를 만나봅니다.

유화정 PD (이하 진행자): 요즘 '믿보배'로 통합니다. 믿고 보는 명품 배우, 이정은 배우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정은 배우 (이하 이정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진행자: 먼저 방송을 통해 이정은 배우를 아끼는 호주 동포, 호주 현지 관객들에게 인사 주시겠어요?

이정은: 아 제가 호주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외에 여러 가지 매커니즘을 통해서 이렇게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고 또 저희가 특히나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호주에 오마주로 첫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서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진행자: 인터뷰에 앞서 축하 인사부터 크게 드려야 되겠습니다. 바로 3주 전이죠. 런던 아시아 영화제에서 영화 오마주로 최고 배우상을 수상하셨는데요. 많은 분들이 정말 내 일처럼 기뻐하셨어요. 저도 큰 축하드립니다.

이정은: 감사합니다.
movie poster '오마주(2021)'
movie poster '오마주' Credit: 준필름
진행자: 그동안 여우조연상은 여러 차례 수상하셨지만 '오마주'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셈인데 어떠셨어요? 소감이.

이정은: 글쎄요 상을 받으면 언제나 조금 더 이렇게 마음이 책임감이 좀 강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한 것에 비해서 너무 큰 이렇게 사랑을 주셔서 아무래도 배우를 하는데 조금 더 책임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오마주가 11일 브리즈번에서 개최되는 제1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즈(APSA)에 감독상(Best Director)과 여우 주연상(Best Performance)에 노미네이트 돼 작품의 진가가 다시 한번 입증됐는데요. 호주의 예비 관객들에게 오마주는 이런 영화입니다 짧게 소개를 주신다면요.

이정은: 네 필름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존경심과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들을 전달해드릴 수 있는 영화고요. 되게 현실적인 바탕 위에 좀 생생하게 그 얘기를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아·태 스크린 어워즈는 일명 아시아 태평양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영예의 최고 작품상을 수상해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됐는데요. 따라서 단연 올해 어워즈에서는 기생충의 '문광'에서 오마주의 '지완'으로 변신한 이정은 배우에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배우로 인정받고 싶으세요?

이정은: 글쎄요 저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어떤 가상의 세계라는 이 영화에 되게 믿음을 드릴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게 돼요.

저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이야기를 남에게 들려주고 그걸 전달하는 걸 되게 재미있어하고 흥미롭게 생각했는데, 네 그게 이제 직업으로 이어지게 된 것 같고 제가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관객분들한테 이게 마치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런 믿음을 드릴 수 있다면 배우로서는 너무 큰 기쁨일 것 같습니다.
오마주 이정은 배우
오마주의 지완 역 이정은 배우 Credit: 준필름
진행자: 올해로 연기 31년 차가 되시죠? 연극으로 시작해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 넷플릭스 등 장르 불문하고 수많은 작품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펼치고 계신데요. 영화 마더· 택시 운전사· 변호인· 미성년도 있고요, 드라마로는 미스터 선샤인· 눈이 부시게· 동백꽃 필 무렵· 로스쿨· 우리들의 블루스 등등 이름만 들어도 히트한 대작들입니다. 이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작을 꼽으라면 어려우시겠지만 한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정은: (웃음) 근데 이게요 정말 어려운 게 물론 여러분들께서 이제 제일 기억에 남으시는 게 아무래도 아카데미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아무래도 저의 개인적인 이름을 들으시게 된 어떤 계기를 크게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이 돼서 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큰데, 제가 아무래도 이제 연극을 하던 배우여서요.

제가 이제 연극에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얻었던 작품이 '빨래'라는 뮤지컬입니다. 그래서 그 작품이 아마 저한테 어떤 큰 밑바탕이 되어 줬던 작품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진행자: 지난 6월 시드니 필름 페스티벌 인터뷰에서 신수원 감독님이 우리 이정은 배우에 대해 "영화 미성년과 기생충에서 인상적으로 봤고, 평범하고 친근해 보이지만 수많은 표정을 갖고 있다. 지완의 일상과 내면의 모습을 정은 씨가 누구보다 잘 소화해냈다"라고 높이 칭찬을 하셨는데요. 처음 오마주 제의를 받고 20분 만에 오케이 하셨다고요. 이유가 뭐였나요?

이정은: 감독님이 그려놓고 있는 집안의 첫 느낌이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지만 사실은 일상을 살고 있는 어떤 중년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또 영화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그런 어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어서 그 현실적인 느낌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래서 아 이 작품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자: '지완'으로 분해 영화를 찍었다기보다는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할 만큼 신수원 감독님과 내내 붙어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도플갱어라는 말도 나왔어요?

이정은: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신수원 감독님의 외모와 제가 극 중에서 나오는 외모가 굉장히 흡사해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나중에는 다른 취향이 분명히 두 사람인데 나중에는 옷도 비슷하게 입고 다니게 되더라고요.
'지완' 역의 이정은 배우와 신수원 감독
'지완' 역의 이정은 배우와 신수원 감독 Credit: 준필름
진행자: '지완'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되다 보니 거의 모든 씬에 등장하시죠. 심리적 부담도 크셨을 텐데요. 영화의 어떤 면에 가장 마음을 쏟으셨나요?

이정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감독으로서의 뿐만이 아니라 감독이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 사이에서 그 사람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목표를 두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자기보다 어떤 제1 세대라고 불리는 여성 감독들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그 이야기에 훨씬 더 초점을 많이 맞췄습니다.

진행자: 실제 '지완'과 비슷한 연배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마주에서 연기지만 이정은 배우가 가장 공감한 명장면은 어느 부분일까요?

이정은: 거기서 이제 편집 기사님을 찾아서 필름이 없어진 부분을 자료를 얻고 싶어서 그걸 찾아 헤매다가 결국엔 얻게 돼요. 여러 가지 장면 되게 좋은 장면들이 있지만 같이 잃어버렸던 필름의 부분을 복구해서 편집 기사님하고 시골 마당에서 스크린이 아닌 이불 호청에 투사해서 보게 되는 장면이 아무래도 인상 깊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장면들이 있지만 잃어버렸던 필름의 부분을 복구해서 편집 기사님하고 시골 마당에서 스크린이 아닌 이불 호청에 투사해서 보게 되는 장면이 아무래도 인상 깊습니다.
'오마주'의 이정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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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의 이주실 배우(왼쪽), 이정은 배우 Source: Supplied / KOFFIA
진행자:  또 그 장면에 나오는 말씀이 있었죠.

이정은: 네네 꼭 살아있으라고 말씀을 하시죠.

진행자: 저는, 요즘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잘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오래 끝까지 남아서 끝까지 지켜가는 것이 성공이라는 말.

이정은: 네 네

진행자: 영화 속에서는 지완이 세 번째 영화를 찍은 후 예술과 현실과의 괴리로 깊은 수렁에 좌절감에 빠지는데요. 여성 감독이라는 커리어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지고요. 이정은 배우에게도 긴 터널의 시간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선배의 한마디가 묵직한 조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얘기를 주고 싶으세요?

이정은: 저는 그런데 참 되게 행복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저는 아주 처음부터, 이 일을 할 때 별로 미래를 그려놓지 않았어요. 왜냐면 미래라는 건 오늘이 쌓이지 않으면 결코 올 수 없는 거기 때문에 저는 오늘 굉장히 충분히 연기하는 저로서 행복하기를 바랬고, 너무 큰 목표 내가 성공해야겠다라든가 그런 것보다 오늘 이 이야기를 좀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 그런 오늘의 목표에 조금 더 충실하지 않았나…

진행자: 하루에 충실했던..

이정은: 네 (웃음)

진행자: 화제의 드라마, 얼마 전 종영이 됐습니다만 '우리들의 블루스'의 제주 방언을 배우기 위해 촬영 몇 달 전부터 미리 제주에 내려가 방언을 공부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타고난 재능 플러스 노력하는 연기자구나 새삼 느꼈습니다. 이정은 배우가 생각하는 배우로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이정은: 어떤 기존에 생각하고 있었던 사고를 버리는 게 제일 배우한테는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연기 방식도 그렇고 접근도 그렇고, 늘 새롭기를 바라잖아요. 배우들이 그런 것들이 내가 맡고 있는 인물이나 내가 이야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순간 조금 주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모르고 있을 때가 제일 좋은 시작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행자: 평소 본인의 연기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편이세요?

이정은: 네 저는 모니터링을 꼭 합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더라도 실제 방송을 볼 수 없을 때도 있거든요.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꼭 확인을 하는 편이죠.

진행자: 네 그러면서 어떻게 느끼세요. 아 나 잘했다?

이정은: 아하 (웃음) 저는 사실 이렇게 좋은 후보에 오를 때마다 정말 좀 끔찍합니다. 왜냐면 저는 지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는데 이게 아마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는 채찍이실까 네 뭐 부족한 게 많이 보이죠.
미래라는 건 오늘이 쌓이지 않으면 결코 올 수 없는 것
이정은 배우
진행자: 본인의 연기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것, 배우로서의 덕목에 하나 더 추가합니다.

이정은: 아하 (웃음)

진행자: 현재 하고 계신 작품 또 앞으로 예정 중인 작품을 간단히 소개를 주시면요?

이정은: 네 곧 이제 다음 달이면 뵙게 될 '미싱'이라는 작품이 시즌 2를 맞이해서 거기에 새롭게 합류됐습니다. 실종자들의 아픔 그 뒷면을 그려내는 드라마이고요. 저희가 OCN이라는 채널을 통해서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 시즌 2를 만들게 돼서 새롭게 팀을 꾸렸고요.

또 넷플릭스에서 이제 앞으로 하게 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작품인데요. 두 작품 다 아무래도 알려지지 않은 알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어떤 부분에 대해서 정신병이란 무엇인가 또 실종자의 아픔은 무엇인가 이 두 쪽의 측면을 보여드릴 수 있는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배우로서도 또 알아가는 그런 작품들이 되시겠네요.

이정은: 네네

진행자: 끝 질문이 되겠습니다. 오마주가 지난 5월 개봉 당시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국내외 평단의 극찬이 이어졌음에도 독립영화라는 이유로 상업 영화에 극장 점유에서 밀렸는데요. 해외 영화제 러브콜이 지금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수상도 잇따르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어떤 기대를 하세요.

이정은: 지난번에 런던 아시아 영화제에 갔을 때 제일 큰 기쁨은 관객석을 꽉 메운 관객들과 극장에서 이렇게 다시 재회할 수 있었던 게 제일 큰 기쁨이었던 것처럼 저도 오마주가 좀 재상영이 되거나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또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도 있으시겠죠?

이정은: 아 저희는 저기 흥행에는.. (웃음)

진행자: 그렇습니까? 신수원 감독님은 흥행도 걱정하시던데요.

이정은: 사실은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아무래도 기록을 깨기라는 게 쉽지가 않은데 다른 채널을 통해서 좀 보여주기는 했는데 참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영화 특성상 더 많은 극장에서 뵐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오늘 초면인데도 왠지 구면인 듯한 아주 편안한 인터뷰였습니다. 호주에서도 좋은 소식 있길 바라면서요. 끝으로 호주 동포사회에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을 주신다면요.

이정은: 사실 호주에 대한 소식이 지난번에 뜻하지 않게 굉장히 큰 물난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소식 들었을 때 항상 한국에 있으면서 밖에서 지내고 계시는 여러 동포들 생각이 많이 나게 되더라고요. 항상 건강하시고 다들 따뜻한 마음으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 귀한 시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정은: 감사합니다 시간 내주셔서.

진행자: 지금까지 ‘오마주’의 이정은 배우 함께 했습니다. 진행에 유화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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