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렌드 꿰뚫기: 불법 동영상에 시름하는 한국사회

불법 동영상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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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동영상 문제로 한국사회가 시름하고 있다.

Key Points

황의조 ‘성관계 불법 촬영’ 파문 확산
불법촬영 범죄, 하루 평균 17건… “빙산의 일각’ 지적
공중화장실, 지하철역, 숙박업소 등 모든 공공장소를 노리는 몰카범들
방지 대책은?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궁금한 디제이, K트렌드 꿰뚫기 시작합니다.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주 어떤 소식입니까?

전수진: 오늘은 사라져야 할 아주 좋지 않은 트렌드죠.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불법 동영상 실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은 정말 불법동영상 문제가 심각한 것 같아요. 불법도청에 불법 촬영,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축구선수 황의조 선수 이슈로 다시 뜨거워졌는데, 일단 황의조는 수사기관의 명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더군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 선수가 고도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대표의 명예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고, 그런 점에서 본인의 사생활 등 여러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황의조 선수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고도 A 매치에 출전해 ‘국가대표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결국 이런 결정이 내려졌군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황의조 선수는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었는데요. 그 이튿날 대표팀과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위해 중국으로 출국했죠.

경기 당일 황의조 측이 주장했던 “합의된 동영상 촬영”이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촬영에 동의한 적 없다”는 피해자의 입장이 나왔던 겁니다.

그럼에도 황의조 선수는 이 날 중국과의 경기에 후반 교체 투입돼 약 20분 간 경기를 뛰었습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황의조 선수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기름을 부었는데요.

이후 정치권으로 논란이 번지자 침묵을 지키던 축구협회는 황의조 사태 일주일 만에 ‘황의조 국가대표 자격 잠정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황의조 선수뿐만이 아니죠. 불법 동영상이나 사진 촬영은 한국에서 쉽게 일어나는 범죄인 것 같아요.

전수진: 최근 경기도 의정부 경찰서는 사진 촬영장에 휴대전화를 설치해 모델들을 불법 촬영한 30대 촬영 작가를 이달 초 구속 송치했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촬영장 탈의실과 화장실 등에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해 모델들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카메라를 발견한 피해자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수백 장의 피해 동영상을 찾아 냈고요, 피해자 10명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이 남성은 이전에도 불법 촬영 등 혐의로 처벌받은 적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그 외에도 공중화장실 지하철역 등에서 이뤄지는 불법 동영상 촬영들 때문에 고통받는 피해자들도 너무 많죠.

전수진: 최근에는 1년여 간 강남 일대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하고 숙박업소에서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도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는데요.

이 남성은 지난달 강남의 마사지 가게에서 불법 촬영을 하려다 함께 있던 지인에게 신고 당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의 휴대전화 속에는 불법 촬영물이 가득 담겨 있었고요, 피해자는 100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진행자: 그 외에도 한국 언론 보도를 접한 사례가 많아요. 특히 인천에서 지난달 여자 화장실 천장에 휴대전화를 몰래 설치해 동영상을 불법 촬영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고요, 또 이달에는 경북의 한 지자체 30대 공무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여러 차례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상상 이상으로 많은 불법 동영상 촬영 사건이 일어나는데요…그러나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 같아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불법촬영 범죄가 하루 평균 17건 꼴로 적발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최근 5년간 총 3만 763건, 올해 상반기만 3111건에 달했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적발 안된 불법 촬영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6000건이 넘다가 2019년부터 2020년은 약 5천건으로 줄게 됩니다. 그러나 2021년 6500건을 넘어서더니 작년은 7천건을 넘었습니다.

진행자: 이건 어디까지나 발각된 범죄 건수로 실제 이뤄지는 불법 촬영은 이보다 훨씬 많음을 시사하는 건데, 그래서 이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을 의무화 하자는 목소리도 높았었는데요.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만약 사진이 찍힐 때 찰칵 소리가 난다면 이런 범죄가 좀 줄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현실성이 좀 부족하긴 했죠.

전수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 설정 자율화’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물었는데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5.19%가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만큼 이 소리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건데요. 뿐만 아니라 표준안 제정 직후부터 애플리케인션 시장에 무음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고 불법촬영 범죄율도 크게 줄지 않으면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이 범죄 예방에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스마트폰에 무음 카메라 앱이 있어요. 그래서 이 앱을 통해 촬영음을 손쉽게 없앨 수 있고, 초소형 카메라 등 신종 ‘몰카’까지 국내로 들어와 ‘몰카 범죄’에 사용되면서 논란이 더 커지기도 했던 것 아닙니까..

전수진: 한국 여성변호사회 서혜진 변호사는 “최근에 벌어지는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 유형을 고려했을 때 (촬영음 의무화는) 이미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불법촬영 동영상 같은 경우는 사진에 비해 피해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촬영음만으로 그러한 범죄를 전혀 예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죠. 이제는 소형카메라, 펜 카메라, 안경에 부착하는 몰래카메라 등 그 종류가 너무 많아요.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몰래 카메라들로 불법촬영이 이뤄 지는데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은 근본적으로 불법 동영상을 막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네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이명숙 변호사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사회 인식을 바꿔야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고, 불법촬영 범죄를 발견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하는 나라에서 범죄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대안이다” 라고 주장했는데요. 최근 성관계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법 촬영물 캡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도 유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촬영물이 퍼지면 사진 속 당사자에게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하는 만큼, 피해자의 동의 여부나 의사를 묻지 않고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 3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반포) 등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진행자: 내가 우연히 받은 동영상물의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동영상을 다른 곳에 유포하는 것 자체 만으로도 범죄가 될 수 있죠. 그런데 직접 동영상을 촬영해서 유포하는 사람에게는 이제 솜방망이식 처벌이 아닌 제대로 된 처벌이 있어야 이렇게 늘어나는 불법 동영상 촬영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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