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렌드 꿰뚫기: MZ 세대 입맛 사로잡는 탕후루

CK_cm280035699.jpg

탕후루

과일에 설탕갑옷을 입힌 탕후루가 한국 MZ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탕후루(Tanghulu)
  • 과일에 설탕을 두른 디저트
  • 중국 혹은 대만식 과자, 한국에서 ‘식후탕’으로 인기몰이
  • 설탕 범벅 탕후루 판매량 1100% 이상 증가
  • 프랜차이즈에서 편의점 인기품목으로 확대
진행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궁금한 디제이, K트렌드 꿰뚫기로 이어집니다.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이번주 어떤 소식 준비돼 있습니까?

전수진: 오늘은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로 1990년대 중반부터~2010년대 초반 출생 세대를 일컫는 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저트 ‘탕후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자: 요즘 대한민국에서 탕후루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소식, 방송을 통해 저희가 소개해드렸는데요.  그 인기가 대단하다면서요. 탕후르는 과일에 설탕옷을 입힌 디저트인데,  너무 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던데요.

전수진: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나 작은 과일 등을 꼬치에 끼워 설탕과 물엿을 입혀 만든 중국 또는 대만의 과자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중국의 대표적인 겨울철 길거리 음식인데요. 그런데 이 탕후루가 한국에서 인기 디저트 메뉴로 팔리고 있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대단한지 알아봤는데요.

식품업계에서는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설탕을 뺀 제로 슈가 제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죠. 그 트렌드를 뛰어 넘어 설탕 범벅인 탕후루 판매량이 단기간에 약 1100% 이상 증가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1100% 이상 증가했다고 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탕후루를 즐기고 있다는 걸까요?

전수진: 지난달 27일 시장조사 전문 기업에 따르면 전국 만 14~69세 소비자 2만명의 개인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구매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4억3000만원 규모였던 탕후루 구매액은 5월 11억 5000만원으로 171% 증가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54억원까지 늘어 5개월 새 1168%나 상승했습니다.

탕후루 프랜차이즈가 번창하는 데서 그 인기를 가늠해 볼 수도 있는데요. ‘달콤왕가탕후루’ 가맹점은 2021년 11개, 2022년 43개였는데 올해 이미 400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편의점 업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유행에 동참하면서 냉동 탕후루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에서 탕후루를 만들 수 있는 ‘탕후루 키트’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야말로 탕후루 열풍이네요. “너무 달아서 과연 맛있을까?”하는 생각을 무색하게 하는데요.  중독성이 어마어마 하다고 합니다. 어떤 기사제목을 보니 ‘술과 맞먹는 중독성을 지닌 탕후루’ 라고 돼 있더라고요. 그만큼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나 봅니다.

전수진: 개인적으로 과일,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저도 왜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탕후루에 빠진 사람들의 반응은 다릅니다. 서울의 한 대학생은 “요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잊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탕후루 가게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 갈 땐 단 게 당기는데 탕후루를 한번 맛 본 이후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일로 해장하는 기분도 들고 식감이 좋아 즐겨 먹는다” 라고 말 했습니다.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초코우유를 마시는게 MZ세대의 해장법이었다면, 탕후루가 그 자리를 대신한 셈이죠. 그래서 밥 먹고 입가심으로 탕후루를 먹는 ‘식후탕’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진행자: 중년 세대 이상이야 해장하면 해장국 등의 국밥을 먹었는데…

요즘 세대는 설탕옷을 입은 과일 탕후루를 먹는군요. 쉽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MZ세대와 잘파 세대에게는 식후 또는 해장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간식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탕후루가 어떻게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걸까요?

전수진: 요즘 사람들은 음식을 입뿐만 아니라 눈으로, 말로, 귀로 두루 맛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하죠. 웹예능 (워크맨2)에서 방송인 장성규씨가 탕후루 카페 일일 아르바이트 체험을 했었는데요. 카페 사장은 “요즘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인스타 각이냐 아니냐로 나뉠 수 있다. 탕후루가 처음 뜬 것은 형형색색의 영롱한 과일 구슬 빛깔 덕분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유행을 탄 것은 ‘유튜브 각’ 덕분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청각과 표현을 자극할 줄 알아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먼저 청각으로 탕후루 유행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먹방 유튜버들이 주도했죠.

진행자: 저도 봤습니다. 먹방 유튜버들이 딱딱하게 굳은 탕후루를 서로 부딪히면서 청량한 소리를 들려주잖아요. 설탕 코팅막끼리 부딪히는 소리인데, 이 소리와 함께 아삭한 과일을 베어 물고 ‘과육으로 상큼하고 맛있다’ 라는 표정을 지으면 누구나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기막힌 맛 표현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치과의사 유튜버가 있는데요. 그의 멘트는 이랬습니다. “겉바속촉 이에요. 저의 턱의 저작력이 치아 끝으로 전달됐을 때 그 에나멜층이 과일을 감싸고 있는 그 설탕층의 어떤 견고함을 빠직!! 하고 부서뜨릴 때의 어떤 그 쾌감!! 그리고 그 최외곽의 설탕층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에나멜층과 과일의 과즙이 접하는 순간. 그리고 좀 더 치아를 꽉 깨물어서 그 과즙이 터져 나올 때 우리 혀에 있는 구강세포들이 느끼는 그 감정.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맛있습니다”

진행자: 쉽게 이해가 되진 않지만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전수진: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데 누구든 한번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진행자: 그런데 저는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요. 젊은 세대에서 이렇게 단 음식이 사랑을 받으면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

전수진: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 당뇨 유병률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데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유전적 요인과 식습관에 따른 비만과 과체중 등이 작용해 생기는 당뇨병 진료를 받은 중학생 환자는 2018년 1143명에서 2022년 1932명으로 약 1.7배 늘었는데요. 초등학교 고학년생과 고등학생도 각각 1.6배와 1.3배 늘어 전체 10대에서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비만도 크게 늘었는데요. 비만으로 진료를 받은 10대 중학생은 3배 이상,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등학생은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탕후루가 아동 청소년 만성 질환 급증의 원인이라는 건 아닙니다. 하진만 당이 높은 음식을 계속해서 섭취하게 된다면 건강에 무리가 되는 것은 사실이겠죠.

진행자: 뿐만 아니라 단 음식을 먹고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이 든다면 치아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탕후루는 구강 건강에도 좋지 않죠. 과일을 덮은 설탕 코팅은 깨물었을 때 산산이 조각납니다. 이 날카로운 조각들이 구강 점막에 상처를 내서 세균이 침범할 수 있는데요. 딱딱한 코팅에 치아가 손상되기도 합니다. 또한 설탕과 물엿을 굳힌 식품이라 치아에 끈끈하게 달라붙어 충치를 유발하는 것도 문제요.

진행자: 충치를 막으려면 입 속 잔여물이 오래 붙어있지 않게 빨리 제거를 해야 하는데요. 탕후루 섭취 후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겠습니다.

전수진: 그렇습니다. 이러한 여러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국회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탕후루 업체 임원을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측은 당이 과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정도면 국가에서 지정하는 당 함유량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개발했고, 지금도 끊임없이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탕후루 한 줄과 탄산음료 한 캔의 당 함량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탕후루를 한 줄 만 먹는 게 쉽지 않아 문제긴 한데요. 그래도 뭐든 지나치지 않게 즐긴다면 큰 문제 없이 유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대한민국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디저트 탕후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

LISTEN TO
koean_07112023_market.mp3 image

K-트렌드 꿰뚫기: MZ 세대의 ‘핫플’ 전통시장

SBS Korean

12/11/202311:05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