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여름 휴가철 여행 상품, 싼 데는 이유가 있다?

Woman walking with a yellow suitcase through an airport terminal.

Young female traveler passenger walking with a yellow suitcase at the modern Airport Terminal, Back view of woman on her way to flight boarding gate, Ready for travel or vacation journey Source: Getty / Getty / Oatawa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오늘은 소비자들을 호도하는 마케팅 가격 책정과 관련한 소식 알아봅니다.


나혜인 PD: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 시즌을 맞이하면서 항공편, 호텔 등을 꽤 오래 전부터 예약해두죠. 그런데 여행 상품을 고르다보면 변화하는 상품 가격에서부터 미처 몰랐던 수수료에 이르기까지 일부 여행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웹사이트에서 괜찮은 가격대에 좋은 상품처럼 보이는 것을 보고 "장바구니"에 추가한 후 결제를 진행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추가 수수료가 붙어있는 것을 경험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항공편이나 호텔, 기타 여러 종류의 예약을 할 때 광고되고 있는 가격만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결제창에서 추가 수수료(예: "배송 보험료", "리조트 수수료" 또는 "세금" 등)가 함께 청구되는 건데요, 처음 본 가격대와 달라진 것을 보면 무언가 실망스럽고 사기당한 것 같은 기분도 들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단계에서 결제창에서 추가 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관행은 "드립 프라이싱(drip pricing)"으로 소비자 의사 결정을 왜곡하고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호주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금지 조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은 광고에서 소비자를 오도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호주 소비자법에 따라 기소된 사례가 있습니다.

나혜인 PD: 결제 직전에 가격을 변경하는 것은 좀 치사한 방식이 아닌가 싶네요. 여행 계획에 들떠 있는 소비자들의 너그러워진 심리 상태를 이용하는 수법으로밖에는 안보이는데요, 드립 가격 책정의 문제점은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드립 가격 책정의 기본 전략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낮은 광고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인 다음 고객이 결제창에 접근하는 과정에서서 다른 수수료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를 오도할 소지가 분명합니다. 이는 무해한 마케팅 전략처럼 보일 수 있지만 드립 가격 책정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습니다.
A man walking past a window at an airport. There are planes parked outside.
Certain states in India are much more high-risk than others and the government recommends reconsidering the need to travel to some states in the north-east. Source: Getty / Mark Evans
나혜인 PD: 호주 소비자법 아래에서 이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마케팅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근거는 어떤 건가요?

홍태경 PD: 그 근거는 소비자 구매 행동과 법적 금지 사항의 본질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 세일 가격에 해당할수록 추가 수수료가 붙더라도 철회하거나 완전히 알아차릴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으며, 더 나은 가격으로 같은 상품을 공급하는 다른 업체와의 거래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습니다.

호주 소비자법의 관련 섹션에는 오도 의도에 대한 조항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가격이 결국 소비자에게 밝혀지거나 "약관"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야한다는 조항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다면 실제로 드립 가격 책정으로 인해 법원까지 간 사례가 있나요?

홍태경 PD: 실제로 지난 2010년에 호주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ACCC)가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 TPG 인터넷을 대상으로 오도 행위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후 2013년 고등 법원에서 합의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TPG는 월 29.99달러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광고했는데 약관을 읽어보면 이 상품은 월 3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드는 유선 전화 서비스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사건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최종적으로 고등 법원의 주요 의견은 통신사가 오도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습니다.

고등 법원은 해당 업체의 광고가 소비자를 "마케팅 거미줄"으로 끌어들이는 목적이라는 것을 인정한 겁니다. 따라서 거래가 체결되는 시점에 실제로는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TPG는 2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그 이후로 최대 벌금 액수는 더 증가했는데요, 이제는 다음 세 가지 중 더 높은 금액을 부과하게 됩니다.
  • 5,000만 달러
  •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또는 (이익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 위반 기간 동안 사업체의 조정된 매출의 30%.
나혜인 PD: 그렇군요. 무조건 싸다고 저렴한 가격에 현혹돼서 상품을 구매할 게 아니라 최종 가격에 어떠한 조건이 붙는지, 추가적인 수수료가 붙지는 않는지 잘 살펴봐야겠네요. 결국 교묘한 수법으로 소비자들만 더 불편해지는 셈이네요. 그런데 이러한 드립 프라이싱과는 조금 다르게 실제로 같은 여행 상품 가격 자체가 그때그때 달라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것도 마케팅 관행으로 설명될 수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그러한 방식은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동적 가격 책정정이라는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정가 대신 시가’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데요,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탄력적으로 조정된 가격을 책정하는 것입니다. 수요나 공급, 경쟁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늘 본 가격이 어제 본 가격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성수기에 숙박 요금이 비싸지고 비수기에 낮아지는 것도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상품이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알고리즘으로 고객을 분석하고 분류해 개인마다 거래조건을 달리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최근에는 판매 시점에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적용되는 것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럼 나와 친구가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서로 다른 가격에 구매를 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소비자들의 불만이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최근 보도에서는 이벤트 티켓팅 산업 분야에서 판매 시점에 다이믹 프라이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콘서트 티켓을 구매할 때 초반에는 저렴한 가격의 티켓이 많이 눈에 띄다가 매진 단계에 이를수록 티켓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특히 호텔업계나 항공사는 다이나믹 프라이싱의 한 형태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계절에 따라 수요에 따라 가격을 인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적" 가격은 소비자들이 거래를 하기 위해서 검색량이 많아질 때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따라서 다른 시기에 예상 가격을 보여주는 유용한 표를 제공하는 업체가 나타나기도 하죠.

하지만 계절성이나 공휴일 등 미리 어느 정도 계획되어 있는 패턴이 아닌 이렇게 소비자가 구매하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그 시점에 가격을 변화하는 방식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불공평한 불만 제기"를 야기할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이 정도면 오도 행위 범주에 속하는 것 아닌가요?

홍태경 PD: 이러한 종류의 관행이 오도 행위 범주에 속하는지는 아직 정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상품 가격의 실시간 변동이 미리 공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정부는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광범위한 금지 정책의 일환으로 앞으로 드립 프라이싱과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모두 주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나혜인 PD: 이들 마케팅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럼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홍태경 PD: 우선 가격 변동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성급하게 구매하지 말 것. 온라인 시장에서 종종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는 "희소성 전략"입니다. 웹사이트에서 쇼핑을 위해 검색할 때 카운트다운되는 시계나 숫자, 문구를 보셨을 겁니다. “마지막 수량이다”, “단, 5분만 할인”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구매를 서두르게 하는 것이죠. 즉, 당장은 할인된 가격같이 보이더라도 결제 시점에서 추가 비용이 붙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서두르게 만드는 것일 수 있으니 성급한 구매는 금물.

2. 구매를 진행하면서 스크린샷 찍기. 할인 가격이 얼마인지 어떤 할인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써있었는지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광고 가격과 실제 가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3. 재차 확인. 마지막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최종 청구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4. 신고하기. 광고된 내용과 최종 가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지역 공정거래사무소 또는 ACCC에 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ACCC는 최근 소비자들의 고발을 바탕으로 "터무니없는" 할인 허위 광고를 한 울워스와 콜스를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나혜인 PD: 네 잘 들었습니다. 친절한 경제, 오늘은 소비자를 호도하는 마케팅 가격 책정 기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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