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칸 2관왕 쾌거'…세계 영화 무대 주류 확인한 한국 영화

S. Korean actor Song Kang-ho, director Park Chan-wook win top honors at Cannes

S. Korean actor Song Kang-ho, director Park Chan-wook win top honors at Cannes Source: yonhap

한국 영화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주요 상인 감독상(박찬욱)과 남우주연상(송강호)을 동시에 수상하며 세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쥔데 이은 3년 만의 쾌거이다.


지난주 폐막한 제75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가 영화 '브로커'한국 영화 역사상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은 ‘취화선(2002)’임권택 감독 이후 한국 감독으로는 번째로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 2편이 동시에 수상한 것은 한국영화 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한국 영화 역사의 쾌거이자 한국 영화가 세계 주류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영화제와 한국 영화의 연결 고리, 컬처 IN에서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 세 번째 수상…감독상은 처음
  • 송강호 배우, 7번째 칸 참가만에 고레에다 감독 '브로커'로 첫 남우주연상
  • 칸 진출 38년 만에 역대 본상 전 분야 석권…세계 주류 확인된 한국 영화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세계 3영화제의 하나이며 가장 대중적인 호응도를 얻고 있는 국제 영화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가 번이나 호명됐습니다.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동시 수상은 한국 영화 역사 처음 있는 일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 최고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데 이어 3년 만에 경쟁부문에서 남우주연상(송강호)과 감독상 (박찬욱) 등 두 명의 수상자를 내며 100여 년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11번째 감독 작품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는데요.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연출했지만, 국내 영화사가 제작하고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한국영화입니다.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한국영화는 칸 진출 38년 만에 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그랑프리, 감독상, 남녀 주연상, 각본상, 심사위원상 등 본상 전 분야를 석권하는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에 호명된 후 무대로 향하고 있다.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에 호명된 후 무대로 향하고 있다. Source: AP
진행자: 박찬욱 감독은 감독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영화제에서 통산 번째 수상이 되죠? 영화제 단골로 일명 ‘깐느박’으로 통한다고요?

유화정 PD: 이번 ‘헤어질 결심’의 감독상 수상은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만에 거머쥔 감격스러운 첫 감독상 트로피이기도 합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2009년 에는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고요. 2016년 ‘아가씨’는 아쉽게 무관에 그쳤는데요.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감독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확고히 하며 ‘깐느박’의 명성 또한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진행자: 박찬욱 감독의 시대를 관통한 수상 소감이 화제가 됐는데요. 송강호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눈물을 닦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시상대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코로나 19 시대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도 극장의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이 질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켜내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뭉클한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이때 객석에 앉아 있는 고레에다 감독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듯 눈과 턱을 닦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겁니다.
'헤어질 결심' 스틸 컷. 탕웨이 & 박해일
'헤어질 결심' 스틸 컷. 탕웨이 & 박해일 Source: yonhap
진행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공개 현지 외신과 평단으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으며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는데요. 아쉽게 실패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졌다고요.

유화정 PD: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발생한 변사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으로 분한 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 역의 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로맨틱 멜로 스릴러로서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해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제 소식지인 스크린 데일리에서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19편의 영화 중 가장 높은 평점인 3.2점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으면서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올랐기에 아쉬움도 컸는데요.  

시상식 후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국내 취재진들과의 자리에서 “평점이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이 많아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 배우는 “박찬욱 감독의 이번 감독상 수상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동안 여러 차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서로 다른 작품으로 상을 받은 점도 주목됐는데요.

유화정 PD: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쥐'(2009) 등 박 감독의 여러 작품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특히 '박쥐'로 제6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고, 작품은 심사위원상까지 받았습니다.

송강호 배우는폐막식 후 국내 취재진이 모인 프레스룸에서 “심사위원들은 평점을 참고한다거나 이를 기준으로 삼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많은 평론가, 전문가들이 평점을 높게 주셨다는 것은 그만큼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한다”며 “물론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상을 받았지만, 황금종려상 이상의 의미가 있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평했습니다.

이어 “내가 박찬욱 감독님과 오랫동안 작업했던 배우라서 남다른 감정”이라고 말하자, 박찬욱 감독은 “우리가 같은 영화로 왔다면 동시에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한 영화에서 감독상과 주연상을 같이 주지 않으니까 우리가 다른 영화로 와서 동시에 받게 된 것 같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아주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이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송강호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아주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이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송강호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 Source: AP


진행자: 송강호는 칸의 단골 배우라 만큼 올해로 역대 영화제 7번째 초청이었는데요. 이제는 정말 상을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기대감으로 '브로커'초청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관측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송강호는 그간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등으로 칸에 초청됐고,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4번이나 올랐습니다. 지난해엔 심사위원 자격으로 칸을 방문했었고요.

한국의 ‘국민 배우’라는 호칭에 걸맞은 대표 배우답게 송강호는 이번 수상에 크게 기뻐했지만 의연하기도 했습니다. 시상식 후 국내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을 받기 위해서 연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라고 소신을 밝혔는데요.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최고 영화제에 초청도 받고 거기서 격려를 받고 수상도 하게 되고 이런 과정 자체가 있을 뿐이지 절대적인 가치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아주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이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영화 '브로커' 스틸컷. 강동원·이지연(아이유) ·송강호 Source: CJ ENM
진행자: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는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 직후 약 12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는데,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미 황금종려상 수상 감독으로 유명하죠.  일본 감독이 연출한 한국 영화 ‘브로커’어떤 평을 받았나요?

유화정 PD: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앞서 2018년'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이에 앞서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몰래 데려 다가 아이가 필요한 부모에게 파는 브로커와 아이 엄마가 뜻하지 않은 여정에 나서는 이야기로 가족과 입양 등에 대한 중요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며 드라마틱하다는 평을 받았는데요.

특히 송강호의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없게끔 하는 섬세하고 복합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는 평이었습니다.'브로커'에서 송강호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양부모와 연결해주는 '입양 브로커'이자 세탁소 주인 상현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습니다.

또 영화 '브로커'를 통해 화려한 칸 데뷔를 한 가수 겸 배우 이지연(아이유) 팬들이 레드카펫에 대거 몰리는 예측하지 못한 진풍경도 연출됐는데요. 여우주연상급 인기를 얻었다고 할까요..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배우 이지은으로 칸에 첫 입성한 아이유
배우 이지은으로 칸에 첫 입성한 아이유 Source: AP
진행자: 최근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는 2004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다시 거론해 눈길을 끌었는데,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영화제의 지도에 한국을 새겨 넣다 (Park Chan- wook’s Oldboy Put Korea on Cannes Map)’라는 제하의 기사였죠?

유화정 PD: 기사는 이 영화를 밑거름 삼아, 유럽은 아시아 영화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됐다는 내용으로 ‘올드 보이’의 의미를 되짚었습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칸 영화제는 매년 1만 2천 명 이상의 영화인이 몰려 영화를 사고파는 필름 마켓으로도 유명하죠.지난해에는 코로나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올해에는 예년과 같이 전 세계에서 온 4천여 개 작품이 오프라인으로 바이어들에게 선보여졌는데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선풍에 이어 이번 칸 영화제 남우주연·감독상 동시 수상으로 한국 영화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영국, 중동 국가 등에서도 한국 영화를 구매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파리 현지의 전언입니다.

진행자: 매년 6개최되는 시드니 영화제 (SFF: Sydney Film Festival)다음 개막을 앞두고 있죠. 2019년 5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곧바로 이어 시드니 영화제에서도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있는데, 올해 한국영화 초청작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나요?

유화정: 올해로 제69회를 맞는 시드니 영화제는 6월 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진행됩니다. 한국 영화로는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고전 영화 부문에 초청됐고요.

그리고, 기생충의 이정은 배우가 첫 장편 여주인공으로 데뷔한 신수원 감독의 신작 ‘오마주’가 비경쟁부문 초청작으로 호주 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신수원 감독은 시드니를 방문해 호주 관객들과 Q&A 도 가질 예정입니다.

진행자: 한국영화는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예술적 측면에서도 세계의 중심에 섰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제75국제영화제 소식 이모저모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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