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산불 피해 입은 코알라 700마리, 30m 헬기 상공에서 살처분
- 빅토리아 당국, “먹이 부족에, 고통 덜어주려는 안락사 차원” 주장
- 동물 보호단체, 항공 살처분의 인도성 및 정확성 논란 제기
캥거루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바로 코알라죠. 특유의 귀여운 외모 덕분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호주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빅토리아 주에서 무려 700마리가 넘는 야생 코알라가 안락사 처분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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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인: 코알라 700마리 안락사 논란…호주 야생동물 대응 도마 위
SBS Korean
10:57
정부는 “산불로 먹이를 잃은 코알라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지만, “결국 인간이 만든 재해로 야생동물이 또다시 희생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 컬처인에서는 이번 코알라 집단 안락사 사태의 배경과 논란을 함께 짚어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홍태경 PD: 코알라 700마리 집단 안락사라니요! 호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데요. 이번 사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유화정 PD: 네, 이번 사태는 호주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BBC, 미국 복스미디어 등 주요 외신에서도 다루면서 국제적인 논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수백 마리의 코알라가 사살된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기도 했는데요.
지난 3월, 호주 남부 빅토리아주 부즈빔 국립공원 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인근에 낙뢰가 떨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불길은 일주일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진화됐지만, 약 2,200헥타르—무려 666만 평에 달하는 면적이 소실됐습니다. 쉽게 비교하면 축구장 약 930개가 사라진 셈입니다.
홍태경 PD: 호주는 삼림 지역이 넓게 분포한 만큼 산불의 위험에서 늘 자유롭지 못한데요. 특히 해당 지역은 코알라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문제는 당시 산불로 코알라들의 주요 먹이인 유칼립투스 군락지까지 대부분 전소됐다는 점입니다. 먹이를 잃은 야생 코알라들은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고, 결국 700여 마리에 대한 안락사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부즈빔 국립공원에는 산불 이전까지만 해도 약 2천에서 3천 마리의 코알라가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결정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태경 PD: 정부는 코알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죠?
유화정 PD: 빅토리아주 정부는 “먹이를 찾지 못해 고통받는 코알라들을 위해 인도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리사 팔마 ‘와일드라이프 빅토리아’ 대표는 “화재 이후 먹이가 사라져 코알라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며 “고통을 끝내주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산불을 견뎌낸 코알라들 중 상당수는 심한 화상과 부상,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알라 대량 안락사로 만약 부모 코알라가 숨진 경우 어린 새끼 코알라들이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태경 PD: 불가피한 결정이라지만, 이번 안락사 방식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야생 동물 공중 살처분은 호주에서 처음 시행된 사례라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호주에서는 멧돼지나 사슴처럼 외래종의 개체 수를 조절할 때 공중 살처분 방식을 종종 사용하지만, 토종 야생동물을 동물복지 차원에서 이런 방식으로 안락사시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빅토리아 당국은 “현장 지형이 험하고, 나무 붕괴 위험이 커 지상 접근이 어려워 헬기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수의사와 야생동물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한 조치였다고 밝혔습니다. 헬리콥터에 탑승한 사격수가 쌍안경으로 약 30미터 거리에서 코알라의 상태를 관찰한 뒤 안락사를 시행했다는 건데요. 현장에서는 털이 그을리고 불에 탄 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코알라들도 다수 발견됐다고 전해졌습니다.

An injured Koala Source: AAP
유화정 PD: 빅토리아 당국은 “코알라들의 고통을 끝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러 동물보호단체들은 항공 살처분의 정확성과 인도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코알라 얼라이언스’는 “혈액 검사나 체중 측정 같은 세밀한 건강 진단 없이, 헬기에서 관찰만으로 안락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총격 후 즉각적인 사망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와일드라이프 빅토리아’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야생동물에게 안락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안락사는 인도적이고 신속하게, 그리고 적절한 감독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태경 PD: 이번 조치를 두고 적절한 방식이었는지에 대해 생태 학자들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을 짚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코알라를 연구해온 센트럴 퀸즐랜드 대학의 코알라 생태학자 롤프 슐라글로트 박사는, “이번 상황은 수십 년간 코알라 종과 서식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며, “굶주리고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인간이 만들어 놓고, 결국 그 해법으로 총을 선택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연재해의 결과라기보다는, 오랜 기간 서식지와 먹이 식물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인간 활동의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2023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코알라 서식지의 약 40%가 산불에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기후 변화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홍태경 PD: 최근 코알라와 관련해 충격적인 사건이 하나 더 있었죠. 빅토리아주의 한 농장에서70 마리가 넘는 코알라가 목숨을 잃은 일인데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인간의 개발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논란이 불거졌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농장 소유주인 85세의 농부가 소 사육을 위한 토지 개간 과정에서 코알라 서식지였던 유칼립투스 숲을 대규모로 파괴하면서, 코알라 74마리가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건데요. 농장 소유주인 농부는 울타리를 친 채로 나무를 불도저로 쓰러뜨렸고, 코알라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그 안에 갇혀버렸습니다.
현장을 찾은 동물 구조 단체들은, 몇 안 남은 나무에 매달린 코알라들이 굶어 죽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살아남은 180여 마리는 구조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야생동물 보호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들어 총 3만 4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홍태경 PD: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토종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협한 심각한 사례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유화정 PD: 사실 이 사건은 단지 한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보호종에 대한 허술한 제도적 관리와 개발 인허가 과정의 허점이 드러난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더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태경 PD: 야생 코알라는 전 세계적으로 호주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멸종 위기 보호종으로 분류되고 있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호주 내 코알라 개체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멸종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 중 하나였던 2019년 대형 산불은 코알라에게 결정적인 타격이었습니다. 이 산불로 코알라 개체 수가 약 3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약 6개월 동안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퀸즐랜드 등 여러 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 산불은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를 삼켜버렸는데요, 특히 움직임이 느린 코알라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홍태경 PD: 당시 산불 현장에서 검게 그을린 코알라 한마리가 구조대원에게 물을 받아먹던 모습,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거예요.

South Australia firemen rescue small koala from bushfires. (Screenshot: SBS)
단순한 동물 보호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호주의 과제가 날이 갈수록 더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보다 지속 가능한 방법과 책임 있는 관리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홍태경 PD: 이번 논란은 불편하고 충격적이었던 만큼, 앞으로 우리가 어떤 기준과 가치로 자연을 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남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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