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성적 관계 동의(consent) 교육 동영상 파문의 진실 해부

The Good Society

Screenshot from The Good Society site. Source: The Good Society

국내의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성적 관계에 있어 동의 즉, 'consent'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돌출된 것일까?


국내의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성적 관계에 있어 동의 즉, 'consent'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연방정부의 위탁으로 제작된 관련 동영상 교재가 부적절한 묘사와 애매모호한 내용인데요… 국제적인 망신살로까지 확산된 바 있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연방정부는 가장 많은 지적이 제기된 두 편의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삭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쏟아진 물인 듯 합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분석해 봅니다.

성교육 과정에서 동의의 중요성을 교육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희가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요,

연방정부에서도 이를 성교육의 핵심 과제로 잡고 접근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망신살이었어요.

리포터: 네, 교육부의 동의의 중요성과 관련된 ‘Respect matters’ 프로그램의 일부로 개설된 the good society 웹사이트에는 300여개 이상의 영상자료, 디지털 스토리, 팟캐스트, 그 외 성교육 자료들이 제공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멀티미디어 교육 자료들을 통해 학생들이 성과 동의에 대하여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제작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들의 질이 현재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예를들어 아주 어린 유치원생도 아니고 대부분이 고등학생에 해당하는 10-12학년을 위해 제작 된 영상들이지만 그 어느 하나도 성관계나 성추행 혹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고요. 대신에 어른들마저 보기에 매우 헷갈리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은유적인 표현이라면 마치 영화나 광고에 나오듯 일종의 메타포를 사용한다는 건가요? 성교육에서 메타포라니 상상이 잘 가지 않으면서도 교육적 함의가 궁금해지는데요.

리포터: 네, 문제는 이러한 은유가 아무 교육적 함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한 영상에서는 여자 아이가 바닷가에서 상어가 두려워 수영하지 못 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를 성병과 임신이 두려워 성관계를 피한다는 현상의 은유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영상에서는 여자아이가 남자친구의 얼굴에 밀크쉐이크를 묻히는 장면이 바로 성추행 혹은 성폭행을 의미한다고 언급이 되는데요. 얼핏 들어도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의아합니다. 또 일부 영상에서는 여성이 성폭력 가해자로 표현 되고 있는데요, 통계적으로 청소년 시기의 성폭력 및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이 남성으로 집계되고 있는 현실을 의미없이 왜곡시킨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모르고 보면 광고인가? 싶을 정도의 묘사인데요. 해당 영상들의 목적이 학생들에게 성교육에서 동의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면, 과연 묘사와 은유만으로 이러한 교육적 목적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네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성폭력방지 관련 시민단체인 End rape on campus의 샤나 브램너 대표는 연방 교육부에서 제공된 영상들이 성폭력 예방 교육의 국내 기준으로 봤을때 심각한 수준 미달이라고 경고합니다. 브램너 대표는 또한 올려진 영상들이 교육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기이하며 ‘굉장히 심각한 이슈를 하찮게 풀어내고 있다’ 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해당 영상과 교육자료들이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에 대한 신용이 없음을 전제로 제작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브램너 대표는 지적하는데요. “청소년들의 지능을 낮게 평가하며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진행자: 해당 영상들이 고학년 학생들, 어느 정도 성숙하고 사고가 발달한 연령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함에도 해당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거군요. 교육자료로서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실패한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리포터: 네 비슷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영상들은 영상의 시청 대상인 청소년들, 특히 10대 후반 충분히 성숙한 학생들이 관계맺음에 있어 동의 자체를 모른다고 가정하며, 동의가 무시되는 것 자체가 문제임을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15세에서 18세 사이의 아이들은 성폭력의 피해자일 수도 있고 동시에 가해자일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학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커틴 대학교의 재키 헨드릭스 박사는는 영상들이 성교육의 본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와 동의의 주변만 맴돈다고 지적했습니다. 헨드릭스 박사는 “성에 대하여 가르치려는데 성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무슨 주제를 빗대어 표현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은유적인 표현으로는 성관계에서 동의의 중요성에 대한 의미 전달이 어렵다는 지적을 보탰습니다.

진행자: 듣다 보니 성교육 전문가가 영상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것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데요. 교육부에서 어느 기관이나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해당 교육자료들을 제작한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리포터: 네, 바로 거기에 이번 논란의 열쇠가 있는데요. 현재 교육부에서 동의와 관련된 성교육 캠페인 비디오라고 올라온 영상들은 “필드 모델”이라 불리는 컨셉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풋볼 필드 이미지와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주며 공동 의사 결정에 대하여 설명하는 식인데요. 하지만 정작 성폭력 방지 단체관계자 및 성교육 전문가들은아무도 필드 모델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엔드레이프의 브램너 대표는 “이와 관련해 찾을 수 있었던 유일한 자료는 홍보 관련 전문가들이 만든 커뮤니케이션 이론이며 이는 주로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다시말해 성교육 혹은 동의와의 관계에 대해 전혀 관련이 없는 이론을 바탕으로 비디오가 제작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진행자: 결국 연방교육부의 성교육 콘텐츠를 홍보담당자들이 만들었다는 건가요?

리포터: 네 그런 분석이 각종 언론보도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관계자들은 실제 비디오들의 제작자는 홍보 전문 기업인 Liquid Interactive가 참여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하는데요. 성교육과 관련된 교육자료를 교육 전문가나 성폭력 예방 단체들이 아니라 엉뚱한 홍보 전문 팀에서 제작을 했다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성폭력 피해자들 및 활동가들 역시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나섰는데요. 성교육 자료는 성폭행 경험이 있는 피해자들의 경우 트라우마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특별한 장치나 설계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상대방과의 복잡미묘한 관계성 속에서 끌어내야 하는 동의에 대한 주제를 전혀 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요.

리포터: 안타깝게도 교육부의 해당 영상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지며 조롱당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교육부가 정부예산을 대폭 투자해 제작한 교육자료임에도, 일부 유저들은 영국의 코미디 패러디쇼와 교육부의 비디오를 비교하는 등 논란의 여파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Good Society 캠페인 웹사이트가 더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할 추가적인 자료들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제작 자료들만을 일방적으로 제공함으로서, 여러가지 잘못된 정보들과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위험한 메시지를 일방향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영상과 함께 제공되는 가이드북의 경우 동의와 관련한 법적 권리에 대해 학생들이 성적 피해에 대하여 호주인권위원회에신고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심지어 틀린 정보라고 하고요. 또 그 외 경찰이나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신고하는 현실적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교육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리포터: 네, 교육부 대변인은 언론의 관련 질의에 이번에 제공된 성교육 동의 관련 비디오들은 전문가들의 검토를 통해 제작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학생 및 교사들, 지역 사회 관계자들과 상담하여 담아낸 정보가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또 지역 사회 기준에 맞도록 제작하였다고 자평했습니다.

진행자: 참 여론과 괴리되는 입장이네요.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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