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호주인들의 크리스마스 평균 소비 지출 1300 달러…선물 지출이 절반 차지
- 호주연구소 여론조사, 크리스마스 선물로 매립되는 제품의 상품 가치 10억 달러 넘어
- 응답자 4분의 1 이상… "절대 사용하지 않거나 입지 않을 크리스마스 선물 받아"
- 크리스마스 쇼핑의 함정?...대형 마트 진열의 숨겨진 전략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거리는 반짝이는 조명과 화려한 장식으로 물들고, 사람들은 선물 쇼핑으로 한층 분주해집니다.
이 특별한 시즌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이기도 한데요. 이를 놓치지 않으려는 대형 마트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진열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들은 소비자들이 계획하지 않았던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대형 마트 진열의 숨겨진 전략과 크리스마스 시즌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와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먼저 놀라운 통계부터 짚어볼게요. 올해 원치 않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매립될 제품의 총 상품 가치가 무려 1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요? 정말 충격적인데요.
유화정 PD: 네, 이 수치는 크리스마스 소비의 양면성을 잘 보여줍니다.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 research)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1 이상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자신이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입지 않을 선물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단순히 선물의 낭비에 그치지 않고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매립지로 가는 제품과 포장지가 급증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소비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네요. 그런데도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면서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호주인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평균 약 1,300 호주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 금액의 절반 이상이 선물 구매에 사용되는데요. 선물은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주는 사람에게도 큰 만족감을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비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호주인의 절반 이상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 점입니다.
나혜인 PD: 정말 의외네요. 사람들이 왜 선물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답했을까요?
Christmas shopping Source: Pixabay
이 말은 즉, 선물을 주는 사람의 기쁨과 기대가 때로는 받는 사람의 실질적인 필요를 간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인데요. 그로브 씨는 “선물을 할 때 받는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나혜인 PD: 아이들에게는 가능할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원하는 선물을 뭔지 미리 부모들이 알아보잖아요. 앞서도 언급됐지만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로 인한 환경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지, 그리고 화려한 장식용 리본등은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요즘에는 재활용 가능한 천이나 일회용이 아닌 마트 갈 때 사용할 수 있게 장보기 백을 사용하는 센스 있는 환경 보호 방법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도 분명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혜인 PD: 대형 마트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할인 문구들이 소비자들을 맞이하는데요. 이런 장식들은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요?
유화정 PD: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캐롤과 같은 크리스마스 특유의 분위기를 이끄는 음악도 이 과정에 큰 역할을 합니다. 심리학적으로 사람들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지출을 더 관대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나혜인 PD: 입장하자마자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줘서 소비를 유도하는 거네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그리고 입구 근처에 크리스마스 장식용품과 선물 아이템을 배치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호주의 주요 마트인 Coles나 Woolworths에서는 특별히 크리스마스 한정 상품들을 통로 중간에 눈에 띄게 배치하는데요.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계획하지 않았던 상품도 장바구니에 담게 됩니다.
Two female asian friends window shopping, in a contemporary retail environment, with Christmas decorations, bright and airy shopping mall. Credit: SolStock/Getty Images
유화정 PD: 정확합니다. 매출 극대화를 위한 동선 설계 전략인데요. 대형 마트에 가면 자주 사는 기본 생필품이 매장 맨 끝쪽에 배치된 경우 많죠. 빵, 우유, 계란 같은 기본 품목을 찾으러 가는 길에 다른 유혹적인 제품들을 지나가게 만들려는 전략입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런 길목에 초콜릿, 쿠키, 장식품처럼 충동 구매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상품들을 진열합니다. 그리고 이제 주로 한국 마트에서 볼 수 있는'사은품'이나 '1+1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매장 할인 코너에서 예상치 못한 상품을 발견했을 때, 소비자들은 '이건 기회야'라는 심리가 작용해서 더 많은 물건을 구매하게 되죠.
나혜인 PD: 호주 매장에서는 '사은품'이나 '1+1 이벤트' 상품 대신 한정판과 시즌 상품이 판매 효과 전략의 하나 같아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들, 예를 들어 '한정', '특별', '크리스마스 에디션' 같은 표현들이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데요. 호주의 크리스마스 푸딩이나 특별한 파블로바 재료 세트처럼 시즌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긴박감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나혜인 PD: 앞서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평균 약 1,300 호주달러를 지출한다고 했는데, 호주인들의 크리스마스 쇼핑 목록을 잠깐 살펴볼까요?
유화정 PD: 호주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선물, 파티를 위한 식료품, 데코레이션 장식용품, 그리고 여행 상품 등입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쇼핑 리스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서양 문화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은 가족 간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중요한 방식이자 전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히 호주를 포함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선물을 두는 관습이 있는데요. 12월에 들어서면 집안에 반짝이는 트리 장식을 하고 트리 아래에 선물 상자를 놓아두는데, 이는 선물이 트리 장식의 일부로도 작용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합니다.
나혜인 PD: 그리고 여행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죠. 호주는 크리스마스가 여름 시즌과 겹치면서 가족 단위의 여행 예약이 크게 늘어나는 것 같아요.
Christmas decorations have been in the shops for weeks Source: Getty / Getty Images
나혜인 PD: 콘서트 티켓을 휴지통에 버려 매립지로 보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좋은 아이디어 하나 얻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대형 마트들의 판매 전략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평상시에는 어떤 전략들이 사용되는 지도 살펴보죠.
유화정 PD: 일명 ‘지름신’이라고 하죠. 꼭 필요한 것만 사겠다고 메모까지 해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장바구니에는 계획하지 않았던 물건들이 담겨 오는 경험들 있으실 겁니다. 여기에는 소비 트렌드와 소비 심리, 뇌 과학 등 소비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진열의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사람의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눈높이 아래쪽에 시선이 자주 머무른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익이 높은 상품이나 주력 상품, 인기 상품은 바닥에서부터 성인의 눈높이 지점에 배치하고, 진열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마진이 높은 제품을 두는 방식으로 진열됩니다.
Source: Getty / Getty Images
유화정 PD: 네 장난감 코너에서는 구매자인 아이들과 실제 결제를 하는 어른들의 눈높이를 모두 고려해 진열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 눈높이에는 약 50달러 대의 제품처럼 비교적 가격대가 있는 상품을 배치하고, 어른 눈높이에는 보다 저렴한 20달러 대의 상품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나혜인 PD: 계산대 앞에 음료수나 껌 같은 부담 없는 가격대의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것도 눈에 띄는데요. 고객들이 계산을 기다리며 추가로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많죠. 이것 역시 판매 전략의 일부인가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계산대 근처에 소량 포장된 간식이나 음료를 배치하는 것은 고객이 마지막 순간에 쉽게 구매를 결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또, 쇼핑카트 디자인에도 전략이 숨어 있는데요. 카트가 뚫려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카트 안이 잘 보이도록 설계된 겁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타인의 선택을 보며 제품의 필요성을 느끼거나 구매 욕구를 자극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꼭 필요하지 않은 빵이나 음료 같은 제품도 다른 사람의 카트에 담긴 것을 보고 ‘나도 하나 살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죠.
나혜인 PD: 컬처인 오늘은 대형 마트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고객들의 소비 심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 다양한 전략을 살펴봤는데요. 이런 사실들을 알고 나니 소비할 때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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