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 확보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백신 접종을 포함한 관광 패키지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나 도시를 방문해 백신을 접종하고 돌아오는 이른바 '원정' 예방접종 여행상품입니다. 해외서 봇물 터진 ‘백신 관광’, 컬처 IN에서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해외 원정 코로나 예방접종…'백신 관광' 봇물
- 관광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 활용… 긍정 측면
- 백신 싹쓸이 국가들 백신 관광으로 돈벌이?
- "일부 부유층에게만 기회 제공" 비판도
진행자(박성일 PD): 코로나 시대를 살다 보니 ‘백신 관광’이라는 말도 들어보는데요. 코로나19 백신 물량에 여유가 있는 나라에 가서 관광도 하고 덤으로 백신도 맞는 백신 패키지 상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죠? 관광 겸 백신 접종이라 해서 일명 '백시케이션(Vaxi-cation)으로 불리기도 한다고요?
유화정 PD: 백신 관광 상품화 시도는 영국,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이 더딘 유럽의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미국, 몰디브 등 일부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침체한 관광 산업을 살리기 위해 무료 백신 접종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는데요.
백신 패키지 상품 개발의 주 요지는 자국민이 맞고도 남을 백신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해 경제 회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즉 자국민 접종을 마쳐도 남는 백신 물량을 해외 관광객이 접종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관광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2020년 경제영향 보고서에서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각국의 여행제한과 국경 폐쇄 조치, 그리고 소비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해 여행·관광산업이 호주화 5조 7천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팬데믹으로 전 세계 관광산업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말하자면 ‘백신 관광’이 코로나 19 사태 이후 1년여 만에 나온 관광 상품인데,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긍정의 측면 외에 백신 부족 상황을 이용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부정적인 단면도 부각되고 있죠?
유화정 PD: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코로나 백신 관광이 활성화되면 경제 산업을 살리고, 여행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마다 코로나 백신 수급과 접종률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백신 관광이 세계적 집단면역에 일조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고, 더불어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섣불리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고 코로나 백신도 맞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가는 3차 대유행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큽니다. 여기에 일부 '부유층'에게만 기회를 제공한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진행자: ‘세계의 백신공장'으로 불리는 인도가 최근 자국 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백신 내수 공급을 위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수출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죠. 그런데, 백신 투어 상품을 처음 선보인 것은 뜻밖에도 지난해 인도에서 였다고요?
유화정 PD: 인도에 있는 세계 최대 백신 회사인 세룸인스티튜트(SII)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코비실드(Covishield)'라는 이름으로 생산해 지금까지 76개국에 6천만 회 분량 이상을 공급해 왔는데요. 2차 확산을 우려한 인도가 백신 접종 대상을 '45세 이상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서 해외로의 수출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백신 투어’ 상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은 인도 현지 여행사 '젬스 투어앤트래블즈'입니다. 여행사 젬스는 지난해 11월 화이자의 코로나19 긴급사용허가가 나는 즉시 소수 VVIP 고객을 데리고 뉴욕으로 출발해 백신 접종을 받는 획기적인 여행상품 아이디어를 낸 것인데요.
뉴욕까지 왕복 항공편과 조식이 포함된 3박 4일 숙박, 그리고 백신 1회 투여량을 제공하는 이 패키지 가격은 호주화 3천 달러를 웃도는 가격으로 이 상품은 5일 동안 2000건 이상 문의를 받았지만, 실제 실행 여부는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covid vaccine tourism in NYC, US Source: AFP
진행자: 최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 미국에서도 자체 내 백신 관광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특히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들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미국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아스트라제네커의 혈전 후유증이 이슈가 되자화이자 백신을 맞기 위해 미국행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요. 미국 출장을 원하는 지원자가 쇄도하고, 특히 여름 방학을 맞아 어학연수 겸 백신도 맞을 목적으로 미국행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주를 이룹니다.
한국 내 대형 여행업체에 따르면 “미국 왕복 항공료와 3주간 체류비용을 포함 최소 호주화 8천3백 달러가 (한화 750만 원) 필요한데, 시간이 되고 경제력이 있는 일부 부유층들 위주로 문의가 많다고 합니다.
진행자: 여기에 미국 알래스카주가 주가 오늘 6월 1일부터 주내 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료 백신 접종을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더 부추김이 될 것 같아요.
유화정 PD: 알래스카주는 "주민들을 위한 백신은 물량이 충분한 상태"라며 "지역의 침체된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 남은 백신을 관광객에게 무료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오는 6월 1일부터 알래스카 주 내 4개 공항 (앵커리지, 주노, 케치칸, 페어뱅크스) 공항을 통해 입∙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 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분위기입니다. 백신 종류는 화이자와 모더나로, 체류 기간에 따라 정해진다고 합니다.진행자: 공항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료 접종이라니 미국이 ‘백신 관광의 허브국’으로 떠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네요.
Alaska will offer COVID-19 vaccines to tourists starting June 1 Source: Getty Images
유화정 PD: 물론 한국 내에도 화이자 백신이 들어왔지만 공급량이 적어 75세 이상 고령층과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일부 의료진들만 맞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AZ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호주의 경우 연방 보건 당국은 지난 4월, 50세 미만 국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신 화이자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할 것을 권고했고, 화이자 백신 2천만 회분을 추가로 확보해, 2021년 호주 공급량을 총 4천만 회분으로 늘린 상탭니다.
한편, 한국 내에서 더딘 백신 접종 속도도 사람들이 미국행을 고민하게 하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한국은 현재까지 2회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접종 완료 인구는 전 국민의 1.8%입니다.
진행자: 각국의 다양한 여행사들이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백신 관광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사 차원이 아닌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관광객 유치를 도모하는 국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인도양의 인기 휴양지 몰디브입니다. 섬 하나가 하나의 리조트라고 알려질 만큼 관광산업 비중이 큰 섬나라 몰디브가 침체에 빠진 자국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백신 무료 접종을 내세운 것인데요.
몰디브는 전 국민 백신 접종 완료 시 관광객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제공하는 방문(visit), 백신(vaccine), 휴가(vacation)로 이어지는 '3V' 백신 관광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몰디브의 백신 접종률은 50만 전체 인구의 65% 이상이며, 관광업계 종사자의 90%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특히, 접종을 완료한 여행업계 종사자의 경우 ‘I’m Vaccinated‘ 캠페인 로고 모양의 배지를 달아 방문객들이 안심하고 몰디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있습니다.
You Can Now Experience a Covid-free Environment in the Maldives Source: By François Oosthuizen
진행자: 백신 관광은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 권역)과 백신 여권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인데, 여기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요?
유화정 PD: 세계보건기구(WHO) 등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이 공평하게 공급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백신과 관광상품을 결합한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부 '부유층'에게만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큽니다.
과학자들은 부자나라, 또 부자 동네만 백신을 맞는다고 결코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촌 확산을 위협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지속적으로 신고되고 있고, 과학자들은 현재 이 중 10여 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각국이 그렇게 주의를 했지만 결국 거의 모든 나라로 번졌듯이 바이러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사실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일부만 잘 관리한다고 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진행자: 못 사는 나라들은 백신 보유량이 3%에 그치는 반면, 잘 사는 나라들은 백신이 남아돌아 관광상품까지 만들어 '돈벌이'를 하고 있어 코로나19 백신이 또 다른 사회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컬처 IN, 오늘은 최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백신 관광' 그 실체를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진행에 프로듀서 박성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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