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대학교에서 상영된 위안부 피해자 다큐 ‘보드랍게’ 박문칠 감독

9.jpg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포스터와 주인공 김순악 할머니 Source: Supplied / Comfort

2020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순악 할머니의 생애를 재 구성한 작품으로 당사자들 없이 어떻게 위안부 운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졌다.


Key Points
  •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 생애 다뤄…
  • 이미 사망한 피해자를 다루면서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의 위안부 운동 보여줌…
  • 박문칠 감독, “전시 성폭행과 해방 이후의 삶을 다뤄…”
진행자: 7월 3일 시드니 대학교에서는 임시 이민자와 호주의 코로나19에 대한 워크샵과 한국 박문칠 감독의 다큐멘터리 Comfort 즉, ‘보드랍게’가 상영됐습니다. 이번 행사는 호한재단의 지원으로 마련됐는데요. 이민자 관련 이슈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호주와 한국의 정책 입안자, 노동조합과 지역 단체 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한 자리입니다. 다큐멘터리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라 불리는 성 노예 생존자였던 김순악 할머니의 생애를 재 구성한 작품으로 2020년 개봉했습니다. 시드니 상영에 앞서 박문칠 감독, 나혜인 프로듀서가 연결했습니다.

나혜인 PD: 다큐멘터리 보드랍게의 박문칠 감독님 연결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문칠 감독: 네. 안녕하세요?
pmc_pics.jpg
다큐멘터리 '보드랍게'의 박문칠 감독 Source: Supplied / Emmanuel Moonchil Park
나혜인 PD: 감독님 먼저 멀리 한국에서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큐멘터리 ‘보드랍게’가 곧 시드니 대학교에서 상영됩니다. 호주 관객들을 대상으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것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문칠 감독: 네.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제 김순악 선생님이라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의 이야기인데요. 이 영화가 그래도 좀 해외에 계신 분들한테까지도 관객들한테까지도 다가갈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또 할머니 역시도 아마 지금 이제 돌아가셔서 이제 하늘나라에 계시는데 아마 할머니 역시도 많이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물 건너까지 가서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요.

나혜인 PD: 네. 말씀하셨듯이 보드랍게는 일본군 성 노예 생존자였던 김순악 할머니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데요. 조금 더 소개를 해 주신다면요?

박문칠 감독: 이 작품은 좀 특이하게도 어쨌든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김순악 선생님은 2010년에 이미 돌아가셨고 제가 이제 작업을 했던 2019년에는 제가 직접 만나볼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이제 이분이 남기고 가신 여러 구술 자료와 사진 영상 또 이분이 또 압화 작업을 하기도 하셨던 예술가셨는데요. 그런 이제 작품들 남겨진 어떤 유산들을 갖고 좀 작업을 했던 이 작품입니다. 그래서 아시다시피 이제 살아계신 생존자분이 많이 없고 곧 있으면 우리가 당사자가 없는 어떻게 보면 포스트 당사자 시대를 맞게 될 텐데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좀 우리가 당사자가 없이 이 운동을 어떻게 계속해 나갈 것인가 혹은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분들을 어떻게 이분들의 삶을 기억할 것인가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어떻게 보면 숙제를 좀 해냈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도스틸 5.jpg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중 에니메이션 Source: Supplied / Comfort
나혜인 PD: 보드랍게를 제작하던 당시 이미 김순악 할머니는 돌아가신 후였는데요. 당시에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소수지만 분명 계셨는데도, 돌아가신 김순악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만드신 대에는 어떤 이유가 있으셨는지요?

박문칠 감독: 네. 좀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한번 검토를 하고 살아계신 분이나 돌아가신 분들을 검토를 좀 했었는데 유독 이분의 사연이 좀 많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분의 구술 기록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전기 책이 있는데 제목이 ‘내 속은 아무도 모른다 카이…’라는 제목입니다. 그래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거는 해방 이후에 이분이 한국에 돌아오신 이후의 삶이 저한테 많이 좀 끌어당기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분이 이제 해방 후에 본인이 이미 버려진 몸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셔서 유곽이라든가 요리집이라든가 기지촌 등등에서 계속 성매매와 관련된 일들을 계속하셨던 부분이 인상 깊기도 하고 또 많이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왜 그러셨을까라는 마음이 좀 궁금증이 많이 생겨서 좀 그 부분을 좀 더 알아보고 또 해방 후의 삶에 대해서는 또 많은 이제 다뤄지지 않고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또 많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네 그 부분 때문에 이제 이분을 더 선택을 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네. 김순악 할머니 이렇게 깊이 들여다보시면서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분이셨나요?

박문칠 감독: 저도 이제 직접 뵙지는 못하고 영상 속의 모습이나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만 들었을 때 좀 일단은 되게 시원시원하고 할 말은 하고야 많은 그런 직설적인 성격 혹은 좀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계셨던 분이었던 것 같고요. 또한 워낙 이제 결혼 안 하시고 힘들게 혼자 생계를 책임지시고 또 아들 둘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강한 생명력을 갖고 계시기도 했던 분이었던 것 같고 또 그런 한편에서도 항상 또 바르게 살려고 하시고 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시려고 하시고 또 본인의 처지도 힘듦에도 불구하고 본인보다 좀 더 처지가 힘든 약자나 이런 분들을 항상 좀 보듬고 베푸시려고 하는 마음도 또 되게 있었던 분이었던 것 같아요.

나혜인 PD: 1995년 최초로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낮은 목소리’ 이후 위안부에 대한 많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돼 왔는데요. 그 가운데 '보드랍게'만이 지닌 차별성은 어떤게 있을까요?

박문칠 감독: 네. 기존의 작품들은 아무래도 이 문제를 시급히 알려야 되고 또 운동에 도움이 돼야 되고 이런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주로 위안소에서의 어떤 전시 성폭력 피해 사실에 많이 집중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피해가 얼마나 끔찍했고 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있었고 또 일본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여기에 대한 좀 집중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러다 보니까 이분들이 겪었던 삶 전체를 우리가 좀 조망하기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이 작품은 좀 전시 성폭력 사실도 물론 다루지만 그 이후의 삶 해방 이후의 삶을 이분들이 어떻게 보면 피해 사실 어디에도 얘기 못하고 한 50년, 60년 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 그 시절을 어떻게 버텨내셨는지를 다루는 게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갖는 어떤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혜인 PD: 뭔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이해가 굉장히 좀 커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문칠 감독: 네. 그래서 이분들을 좀 온전히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냥 단지 어떤 위안부 피해자 이렇게만 이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에게도 다양한 정체성들이 있고 네 단지 이제 피해 받은 소녀뿐만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아가씨가 되기도 하고 또 아줌마가 되기도 하고 엄마가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정체성들을 갖고서 하셨는데 그것을 좀 종합적으로 좀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보도스틸 4.jpg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순악 할머니 Source: Supplied / Comfort
나혜인 PD: 네. 다큐멘터리 부드럽게에서는 특히 대구 지역의 미투 당사자들이 김순악 할머니의 증언집을 낭독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할머니와 긴 세월을 사이에 둔 분들이신데요 여성분들을 통해서는 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요?

박문칠 감독: 네. 많은 분들이 저를 포함해서 저도 역시 그랬는데 좀 위안부 문제를 좀 되게 나와 상관이 없는 옛날이야기 혹은 당사자들 할머니들만의 이야기로 좀 생각을 하고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는데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대구 여성들의 연결을 시켜보고자 하면서 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게 사실 비단 이제 과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좀 형태나 양상은 물론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좀 위안부 문제를 조금 더 현재화시킬 수 있고 또 위안부 문제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여성 문제 혹은 젠더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좀 확장시켜보고 싶었던 마음이 커서 그래서 좀 그런 한번 접목을 좀 시켜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보드랍게는 한국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상영이 됐습니다. 외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박문칠 감독: 저도 그래서 미국이나 캐나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좀 상영을 했었는데 의외로 좀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나라와 문화가 여러 가지가 많이 다르지만 언어도 다르지만 의외로 좀 김순악 선생님의 삶 자체가 갖고 있는 어떤 보편적인 부분이 많아서 한국 관객들과 하게 비슷한 부분에서 아파하시고 비슷한 부분에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모습이 저도 좀 되게 뜻밖이었고 인상 깊었고 물론 이제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또 비슷한 사례들이 또한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전시 성폭력일 수도 있고 아니면 현재적인 미투 문제일 수도 있고 그런 부분과 이제 본인의 콘텍스트와 연결하려는 이제 그런 이야기들은 좀 그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앞서 말씀드렸듯이 김순악 할머니께서는 지난 2010년에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드시면서 김순악 할머니를 만약 뵐 수 있다면 꼭 물어 보고 싶으신 질문이 있으셨는지요?

박문칠 감독: 네. 되게 사실 많이 있었는데요. 구술 자료라는 게 어차피 완전히 아주 깔끔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또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기 때문에 10년 전으로 갔다가 50년 전으로 갔다가 이제 여러 가지 이제 좀 어떨 때는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때는 왜 이러셨는지 질문하고 싶었던 적이 많이 있었고요. 특별히 이제 영화에도 나오지만 김상학 선생님께서 워낙 힘드셔서 이제 기찻길에 가서 스스로 목숨을 이제 정말 끊으려고 하는 그런 가슴 아픈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때 왜 그러셨는지 어떠한 특별히 그때 어떤 사연이 특별히 더 있었는지가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그래서 이제 지나가는 얘기처럼 말씀을 하셔가지고 그때가 정확히 언제였고 또 어떤 이유에서 그러셨는지 이걸 좀 많이 물어보고 싶기는 했었습니다.
보도스틸 8.jpg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스틸컷 Source: Supplied / Comfort
나혜인 PD: 네. 참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한 인물의 다큐멘터리를 이분 없이 제작한다는 게 정말 대단한 도전이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박문칠 감독: 네. 많이 제가 상상으로 채워놔야 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제가 어떻게 보면 좀 돌아가신 분과 좀 어떻게 보면 무언의 대화를 계속 좀 많이 하면서 제 스스로 할머니라면 어땠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좀 답을 나름대로 찾아가려고 하고 그래서 저도 이게 100% 사실이다라고만 얘기하기는 좀 힘든 부분인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제가 할머니의 여러 자료들을 보고받았던 어떤 인상을 좀 재해석한 거라고 좀 생각을 하고요. 관객 여러분들께서도 본인만이 생각하는 어떤 김수학에 대한 각자의 해석들을 좀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게 좀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에 대한 바람입니다.

나혜인 PD: 네. 알겠습니다. 박문칠 감독님께서는 위안부뿐 아니라 과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다큐 ‘파란 나비효과’, 대구 지역 퀴어 퍼레이드를 다룬 ‘퀴어 053’ 등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해 오셨는데요. 지금은 어떤 작품 준비 중이신지도 궁금합니다. 그리고 주목받지 못하는 약자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박문칠 감독: 네. 지금은 아직 좀 말씀드리기 좀 애매하긴 한데 대구 지역에 있는 이슬람 사원 갈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조금 살펴보고 이제 좀 작업을 해보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특별히 약자를 골라서 이렇게 꼭 했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좀 이 사회에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제가 더 끌리고 좀 힘이 많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수자 이야기나 강자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서도 그렇고 여러 군데서 많이 이제 듣다 보니까 사실은 제가 별로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없는데 어떻게 보면 이제 잘 모르는 분들 이야기나 목소리나 얼굴이 잘 안 보여지고 안 들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증이 생기다 보니까 제가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더 이끌려서 그분들의 좀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조금 더 많이 다루고 들려지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보드답게 상영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도 준비가 돼 있는 거죠?

박문칠 감독: 네. 맞습니다.

나혜인 PD: 직접 호주에 오시는 건 아니시지만 영상을 통해서 연결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상영을 기다리시는 호주 관객분들께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박문칠 감독: 저도 이제 여러분들의 사연을 보면서 김순악 선생님이라는 분의 삶이 좀 유독 눈에 들어오고 어떻게 보면 그분의 좀 매력 인간적인 매력에 많이 이끌려서 보드라게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호주에 계신 많은 분들께서도 김수학 선생님의 삶에 대해서 좀 한번 알아가고 또 그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실 수 있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많은 관람 좀 부탁드립니다.

나혜인 PD: 오는 7월 3일 시드니 대학교에서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부드럽게 박문칠 감독님 오늘 함께했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문칠 감독: 감사합니다. (끝)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