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이중언어 사용자, 알츠하이머병 앓아도 해마 크기 보존
- 해마는 '뇌의 기억창고'... 기억과 학습, 공간인지 담당
- 이민자와 같이 뒤늦게 외국어 배워도 뇌 건강에 도움
- 특히 한국어 사용자의 외국어 학습은 인지적 효과 강화
건강한 삶을 위한 지혜를 전합니다.
건강인에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강 정보와 건강 상식을 통해 일상에서의 우리 몸 관리법과 건강해지는 습관과 건강한 먹거리 등 지혜로운 건강 생활을 위한 정보들을 전해드립니다.
나혜인 PD: 일상생활 속의 건강한 습관과 과학적으로 검증된 건강 관련 정보를 공유합니다. 건강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유화정 PD: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호주의 다문화 사회에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이민자들에게 희소식입니다. 이중언어 구사가 뇌 건강을 지키고 특히 알츠하이머 발병을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밝혀졌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이중언어 사용과 치매에 관련해서는 그동안에도 여러 연구들이 이어져왔는데요. 이번 연구는 특히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캐나다 콘고디아 대학 연구팀은 신경 이미징 기법을 통해 이중언어 사용자들의 뇌를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해마 크기가 눈에 띄게 더 잘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혜인 PD: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먼저 좀 짚어 보고 가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치매라고 하는 디멘시아와 알츠하이머병은 어떻게 다른가요?
유화정 PD: 디멘시아(Dementia)는 기억력, 사고력, 의사소통 등 인지 기능이 점차 악화되는 증상을 나타내는 포괄적 용어입니다. 노년층에서 주로 나타나고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80%를 차지합니다.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며, 기억력 저하와 더불어 점차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을 잃게 됩니다. 알츠하이머병 외에 치매의 다른 원인으로는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측두엽 치매 등이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러니까 관계를 정리하면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치매를 겪지만, 모든 치매가 알츠하이머병은 아닌 거군요?
유화정 PD: 네 쉽게 이해하자면 치매는 증상을 설명하는 큰 우산이고, 알츠하이머병은 그 우산 아래의 특정 질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Source: Pixabay
유화정 PD: 해마(Hippocampus)는 뇌에서 기억과 학습, 공간 인지를 주로 담당하는 중요한 영역입니다. 해마는 주로 기억을 저장하고, 새로운 정보를 배우거나 공간을 기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익숙한 길을 기억하거나 새로운 경로를 찾을 때, 또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해마가 필수적으로 작동합니다.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해마부터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지고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죠.
나혜인 PD: 결국 해마가 건강하게 유지되면 기억력도 더 오래 잘 유지된다는 거네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해마는 한마디로 뇌의 기억 창고와 같아서 이를 잘 보존하면 인지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이중언어 구사가 해마를 자극해 더 강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알츠하이머 발병을 지연 시킨다는 연구의 핵심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이중언어 사용이 어떻게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 걸까요?
유화정 PD: 핵심은 '인지적 여유(cognitive reserve)'라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뇌가 노화나 손상에 직면했을 때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서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외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뇌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새로운 신경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런 인지적 여유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죠.
나혜인 PD: 새로운 신경 네트워크 형성, 말 그대로 뇌를 위한 '예비 공간'을 확보해 두는 셈이네요. 이런 궁금점이 문득 드는데요. 가령 뇌에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 방금 언급된 뇌의 예비공간 확보가 뇌의 회복 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유화정 PD: 뇌에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뇌신경 가소성에 의해 어느 정도까지는 회복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회복력은 외상이나 질환 뿐만 아니라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변화에도 어느 정도 발휘됩니다.
전문의학자들에 따르면 뇌의 회복 능력은 '뇌 유지(brain maintenance)', '뇌 예비력(brain reserve)', 그리고 '인지적 여유(cognitive reserve)'로 세분화됩니다.
앞서 질문하신 뇌의 예비공간 확보는 이 중에서 뇌 예비력과 연관이 되겠죠. 뇌 예비력은 뇌의 크기 및 구조와 관련된 능력입니다. 따라서 뇌의 예비력이 더 클 경우, 노화 또는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손상이나 위축을 겪더라도 가소성이 발생할 여력이 생긴다는 얘기가 됩니다.
Scan results pinpointing any potential issues. Source: AAP
유화정 PD: 맞습니다. 또한 인지적 여유 역시 뇌 예비력과 어느 정도 비슷한데요.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손상 또는 수축됐을 때, 대체 경로를 활성화해 잃어버리거나 저하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인지적 여유가 크다는 것은 평생동안 축적된 인지적 유연성이 높다는 의미로, 뇌 예비력이 물리적 공간의 개념이라면, 인지적 여유는 기능적 대체 능력의 개념입니다.
나혜인 PD: 기능적 대체 능력요?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유화정 PD: 기능적 대체 능력은 우리가 차선을 변경하는 방법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요.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장애물이 있어서 차선이 막혔을 때, 다른 차선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죠.
이와 마찬가지로 뇌가 손상을 입으면, 원래 그 기능을 맡고 있던 신경세포가 손상되지만, 뇌가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신경세포들이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즉, 뇌가 손상된 부분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경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나혜인 PD: 저희가 건강인 시간을 통해서도 다룬바 있는데요. 지중해식 식단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됐죠?
유화정 PD: 뇌 유지 능력은 글자 그대로 노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더라도 그 형태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지적 자극,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숙면 등이 뇌의 퇴행을 예방하기 위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신선한 채소, 과일, 통곡물, 올리브유, 생선, 견과류 등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포함하는 지중해식 식단은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됐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올리브유와 생선은 뇌에 중요한 오메가-3 지방산과 항산화 물질을 공급해주는데요. 이들은 뇌의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의 건강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혜인 PD: 다시 강조되지만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퇴행성 뇌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해마 크기가 변화하지 않았다는 건 이중언어 사용이 물리 구조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되겠는데요. 한국어는 문자 체계가 독특한 언어이지 않습니까? 이민자로서 영어를 배우는데도 배로 노력이 필요한데요. 뇌 자극도 더 크지 않을까요?
SBS cov podcast series My Bilingual Family - Kuv tsev neeg uas hais 2 hom lus Source: SBS
또한, 언어를 배울 때 뇌는 어휘뿐만 아니라 문법, 발음, 문자 등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처리해야 하므로, 이 과정이 뇌의 여러 부분을 활성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인지적 유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말씀하신대로 호주에서 한국어와 영어로 소통하는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다른 언어 민족보다 더 강한 인지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나혜인 PD: 외국어 학습이 정말 '뇌 건강 보험'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중언어 사용 외에도 뇌 건강에 좋은 방법들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네 악기 연주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악기를 배우는 건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뇌 가소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외국어 학습은 사람 간의 소통과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합적인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나혜인 PD: 정리하자면, 외국어를 배우고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치매 예방뿐 아니라 뇌 건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잘 알겠습니다. 듣는 것만으로 건강해지는 시간 건강인, 오늘은 이중언어 사용과 뇌건강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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