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이민 2세대 오창원 항공 촬영 감독
호주 경찰들의 무술교육을 위해 호주에 초청받아 1972년 호주로 이민 온 오영열 태권도 사범.
“아들 하나, 딸 하나인데 아들은 손자가 셋, 딸은 손자 둘 손녀 하나, 그래서 아들은 이름이 스티븐”
멜번에서 태어나고 자란 오창원 씨의 영어 이름 스티븐.
호주 이민자 2세대인 오창원 씨는 현재 호주와 미국 할리우드에서 항공 촬영 감독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할리우드에서 항공촬영 감독입니다. 드론, 헬기에서 제트기에 카메라를 달고 촬영하는 전문가인데요, 최근 영화에는 007, Fast & Furious 9, 스타워즈 9, 블랙 팬서 2...”
중학생까지만 해도 아버지 뒤를 이어 본인 역시 태권도 사범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목이 으스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중학교 때는 태권도 사범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대학에선 화학공학을 공부했는데 어떻게 해서 발목이 심하게 으스러졌어요. 스키 타다가. 그래서 대학교 보류하는 도중에 관광 가이드로 운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촬영팀이 와서 운전사 일을 했어요. 그 촬영팀에 문제가 좀 있어서 해결을 해드렸거든요. 도움을 드렸더니 감독이 그걸 보고 좋아해서 '이 일을 배울래?' 하는데 '예' 했죠. 그래서 그분이 전 세계를 데리고 다니면서 이 일을 가르쳐 줬어요."
“저에게 너무 좋은 기회를 주시고 제 손에 카메라를 처음 잡게 해주셨고, 제가 할리우드에서 1호 항공 촬영 감독이 된 거죠.”
호주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 오창원 씨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어린 시절부터 한국어를 쓰긴 했지만 사회적인 언어와는 달랐기 때문에 한국어를 유지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는 겁니다.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 한국 유학생도 많이 만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고, 필름 쪽으로 일을 배우게 되면서 한국 클라이언트도 있고 해서 배우려고 노력을 했죠.”
호주에서 한국인으로 자라며 한국과 호주 두 문화와 언어를 배운 것이 오창원 씨에게는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습니다.
두 언어를 한다는 자체가 세 배 네 배의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일을 하게 되고 많은 문이 열렸죠. 언어라는 게 언어만 배우는 게 아니라 언어를 제대로 쓰려면 문화도 배워야 하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오창원 씨는 자신에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가르쳐준 부모님이 언제나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부모님이 외국에서 잘 사시지만, 한국식 문화를 지키시는 분들이라 그것이 자랑스럽고 거기에서 많이 배웠죠”
Source: Stephen Oh
호주 이민 1.5 세대, 치과 의사 박진석
이민자 사회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민 온 사람들을 이민 1.5세대라 부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한국 생활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지만 성인이 되기 전 이민을 왔기 때문에 호주식 교육에 익숙한 세대죠.
십 대 후반의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호주에 첫 발을 내디뎠던 1.5세대 이민자 박진석 씨.
현재 캔버라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며 호주 사회와 한국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박진석 씨지만 처음 접했던 호주 학창 시절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습니다.
“사실 이민을 갈 거면 영어 학교라도 3개월 정도 끊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저희 어머니 성격이 한 번 결정하면 하시는 분이시라 이민 간다는 것을 이민 가기 3주 전에 들었던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가 제가 예민할 때인 걸 아시고 그걸 배려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골드코스트에 도착한 박진석 씨의 어머니는 5분 거리에 불과한 학교였지만 진석 씨를 기숙사로 보냈습니다. 형편이 넉넉치는 않았지만 아들이 최대한 빨리 호주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가서 밤마다 저녁을 먹는데, 제가 테이블에 앉으면 선생님이 저를 끌고 와서 새로운 애라고 소개해 주고 저녁 먹으려고 탁자에 앉았는데 선생님이 떠나자마자 애들이 우르르 일어나서 가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탁자에 혼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많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죠”
뜻하지 않은 차별과 무시를 당하게 되면서 박진석 씨는 혼자라도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에 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영어가 안되니까 어디서부터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영어를 너무 싫어하고 기초가 없어서, 그때 홍정욱 선생님의 '7막 7장'이라는 책이 굉장히 유명했었어요. 그걸 제가 이민 갈 때 누가 사줬어요. 호주 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 책을 읽었거든요. 그 생각이 갑자기 나더라고요. 인종차별도 당하고 자존심도 상했으니까. 그래서 '7막 7장'에 있는 대로 했어요. 기숙사는 밤 10시면 불이 꺼지거든요. 사전을 갖고... 책에 그렇게 나오거든요. 사전을 갖고 화장실에 가서 불 꺼지면 아예 단어를 외웠다고. 저도 똑같이 했어요. 거기 보면 외운 다음에 사전을 뜯어서 종이를 먹거든요? 그건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진짜 맛 없어요.”
박진석 씨는 수학 경시 대회에 나가 주 챔피언이 되는 등 두각을 나타내면서, 친구들의 과제를 도와주고 함께 운동을 하며 학교 생활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Source: Scott David Park
2021년, 한국과 호주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지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국가 간 외교와 국방 관계뿐만이 아니라 인적 교류 역시 더욱 밀접해졌고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힘과 영향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호 수교 60주년을 맞아 최초의 한인 이민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멜버른 대학교의 송지영 교수는 호주 한인 동포들이 사회적, 전문적 네트워크를 통해 두 세계를 연결하는 만큼 양국 간의 끈끈한 관계 구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호주에서 한국을 직간접적으로 알리고 다리 연결을 하는 분들은 당연히 재호 한인과 지한파 호주인들입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상 간 교류, 장관 교류가 있고, 물질적 시장 차원에서 수출입 규모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두 나라의 신뢰와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사람들 간의 교류를 바탕으로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재호 한인의 역할과 호주 사회에서의 위상이 한호 관계에 큰 기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미 한인인 제임스 최(James Choi)대사가 한차례 임명된 적 있고, ACT 자유당 당수가 한인 엘리자베스 리(Elizabeth Lee) 인 점, 그리고 몇 년 전 호주 대표로 다미 임(Dami Im)이 유로비전에 나가 준우승을 한 점 외에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사회 각 전문분야에서 한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보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멜버른 대학교 최대정 교수는 호주에 사는 한국계는 고학력자로 세금을 내며 일하고 호주 경제에 기여하는 것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수입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가 평균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집단으로 봤을 때 사실 상위 구간 18만 불 이상에 속하는 직장인들도 12% 이상이니까 상당히 고학력자 그다음에 행복해하고 전반적으로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행복 지수는 이민 1세대, 1.5세대, 2세대 모두 동일한,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송지영 교수는 앞으로 한국과 호주 관계가 더욱 증진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한인 동포들이 호주 주류 사회에 편입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재호 한인들이 잘 되셔야 호주에서 한국을 접근하는 인식이나 태도도 바뀐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한국을, 북한이 아닌 남한도 과거의 독재국가 개발도상국 정도로 보는 호주인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 대열에 올랐고 호주보다 여러 면에서 월등한 위치에 있습니다. 보다 많은 한인들이 주류사회에 편입하고, 실력을 보여주게 되면 궁극적으로 한호 관계도 증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전쟁 때 도와줬던 나라에서 유능한 한인들이 들어와 호주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좌)멜번대학교 최대정 교수 (우)송지영 교수 Source: University of Melbourne
할리우드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항공 촬영 감독 오창원 씨는 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특히 할리우드 계통에서 일하고 있는데, 요즘 특히 한국이 많이 알려지고 있잖아요. 음악부터 영화, 드라마 점점 알려지고 있고 외국 분들이 다 인정을 하잖아요. 지금 재밌는 파도가 쓸고 있는데 한국이 그걸 잘 타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하는데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요. 또 어떻게 보면 아는 사람들은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그만큼 모르는 사람도 진짜 많아요. '한국이 태국 같지 않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아는 사람은 알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지도 상으로 어딘 지 모르고 그냥 아시아라고만 생각하는 거죠”
오창원 씨는 더 많은 한국인들이 호주 주류 사회와 할리우드와 같은 세계 시장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스타워즈에 최근에 마무리한 작업에 총 DOP(director of photography)가 한국 분이어서 너무 서로 반가워서 촬영 끝나고 친구가 됐어요. 너무 반가웠어요. 할리우드에서 지난 8년 9년 동안 그렇게 한국 분 만난 건 처음이에요.”
“한국인이라서 더 반가운 거죠. 그분도 김치를 좋아할 것이고, 그걸 안다는 것도 재밌고 너무 반가웠어요.”
한국인의 장점과 호주에서 성장하며 갖게 된 장점을 하나로 합쳐 큰 시너지를 이뤄내고 싶다는 오창원 씨.
한국의 장점과 외국 장점을 합쳐서 저는 잘 이용하는 거죠
모든 이민자 세대들이 한국과 호주를 잇는 다리가 되길
박진석 씨는 전문 직종에서 일하는 한인 이민자로서 호주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노숙자 체험을 하며 기부금을 모으는 행사에 매년 참여하면서 그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을 호주 사회에 전파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박스 세 개를 깔고 기상청에 의뢰해서 1년에 가장 추운 날 야외에서 자면서 모금을 해요. 노숙자 문제는 호주 캔버라 사회 안에서 크게 다뤄지는 문제고 그래서 참여하고 싶었고… 저희 한국 분들은 참 따뜻하고 뜨거운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맞고 통로만 있으면. 그래서 엄청난 금액이 모였어요, 첫 연도부터. 그래서 제가 상상하지 못한 금액들이 모이고 저희가 그 돈을 주면서 좋은 생색을 냈죠. '우리 한국 교민들이 이렇게 모아서 돕게 됐습니다'라고.”
한국이 낳아 주신 어머니라면 호주는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 같다고 말하는 박진석 씨는 일선 현장에서 호주인들을 만나면서 두 나라 간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느낀다고 합니다.
“치과 의사로 일하면서 많은 대사관과 특히 호주 정치인을 시작해서 많은 분들이 환자로 오세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주 속에 한국이 녹아있고 한국 속에 호주가 녹아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태어난 나라니까 주의 깊게 많이 보죠. 보면 정말 사회적으로도 많이 성장했고 문화 강국이라 생각하고 경제 부문에서도 이제 한국과 호주를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정말 형제 나라가 됐다고 생각해요.”
박진석 씨는 호주에 있는 모든 한인 동포 이민자 세대들이 한국과 호주를 잇는 다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를 낳아주신 모국과 지금 나를 키워주신 또 다른 어머니 호주를 잇는 다리 같은 사람이 되고 싶고, 제 인생이 그렇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저뿐만 아니라 이민 모든 세대들이 우리 안에서 다리가 되어서 뭉치는 거 하나. 그 시너지가 모여서 한국과 호주가 연합하는 다리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상단의 팟캐스트 버튼을 클릭하시면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