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한인 이민자 가정의 깊은 이야기 '미나리' 열풍, 호주로 이어질까?

MINARI (2020)

MINARI (2020) Source: Josh Ethan, A24

영어권 국가의 한인 이민자 가정의 내면을 들여다본 화제작 '미나리'의 열풍이 오스카 상으로 향하고 있다. '미나리'는 어떻게 영어권 국가 영화 팬들의 가슴을 파고 든 것일까?


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영화 연구소(AFI)의 올해의 영화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미 연기상 20관왕을 달성한 ‘미나리’ 의 윤여정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1위로 예측됐습니다. 

오스카 4관왕의 신화를 이룬 ‘기생충’에 이어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쓸지 ‘미나리’의 오스카 입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오늘 [컬처 IN], 화제의 영화 ‘미나리’를 심도 있게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인사)

진행자: ‘세계 영화상 59관’기록하며 파죽지세의 수상 레이스를 이어온 ‘미나리’가 가장 최근 미국영화연구소(AFI : American Film Institute))의 ‘올해의 영화상’선정되면서 오스카 입성의 정점을 찍었는데요.  4아카데미 시상식의 본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확실해 졌다고 봐야죠?

유화정 PD: ‘2021년 전 세계가 기다린 원더풀 한 이야기’ ‘미나리’는 112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미 비평가위원회의 여우조연상과 각본상 수상을 비롯, 미 전역의 각종 시상에서 59관왕의 대기록을 썼습니다.  이어 미나리’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미국영화연구소의 '2020 AFI 어워즈'에서 ‘2020 최고의 영화10’에 올랐습니다.

미 영화연구소가 선정한 AFI 어워즈는 바로미터라고 표현하셨듯이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이목을 끕니다. 지난해 한국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감독상·외국어영화상·각본상까지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도 미 영화연구소의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영화 ‘미나리’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 국내외를 불문하고 타이틀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기도 했는데요. 영어 원제목도 MINARI로, 발음상 누군가의 이름이 아닐까 mina LEE처럼.. 혹은 심오한 뜻을 담은 신조어인가 하는 의문도 있었는데, 우리말 ‘미나리’확인이 됐죠?  

유화정 PD: 영화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 영화 제목 미나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 '미나리'를 뜻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이삭 감독은  실제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 사이에서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아칸소 시골 마을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고, 가족을 위해 농장을 시작한 아버지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 줄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키우게 되었는데 다른 채소보다 가장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나리’ 예고편을 통해 전해진 영화 내용과 거의 닮아 있네요.

유화정PD: 영화에서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간 제이콥과 모니카는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10년을 일한 남편 제이콥이 좀 더 안정적인 정착을 원하면서 아칸소로 이주합니다. 가족으로는 두 자녀 누나 앤(노엘 조 분)과 남동생 데이빗(앨런 S 김), 그리고 딸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온 친정 엄마, 윤여정이 분한 할머니 순자까지, 3대가 컨테이너에 삽니다.
진행자: 윤여정 배우는 ‘미나리’연기상 20관’ 신기록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예측 1위에 거명되면서 한국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본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있는데요. 저희 방송이 준비한 윤여정 배우와의 화상 대담 인터뷰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리도록 하고요.  미나리의 주연 배우 스티븐 연과 한예리의 수상 소식도 줄을 이었죠?

유화정PD: '미나리'에서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힘을 쏟는 아빠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은 미국 영화협회와 시상식에서 주연상 3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영화‘옥자’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난 스티븐 연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놀랄 만한 다양성을 가진 배우다. 이번 '미나리'에서 그는 아빠다운 아빠의 모습을 그려내며,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아버지의 현실적인 초상화를 보여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스티브 연은 ‘옥자’ 이후 이창동 감독의 칸 영화제 초청작 ‘버닝’의 주인공 ‘벤’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두 세 살 무렵 미국으로 이민해 한국인 2세로 살아온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무명배우 생활을 거쳐, 어렵게 미국에서 배우로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진행자: 스티브 연은 주연배우이면서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는데, ‘미나리’제작 이면에 스티븐 연의 힘이 작용했다고요, 어떤 얘기인가요?

유화정 PD: ‘미나리’는 앞서 말씀드렸듯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감독이 직접 대본을 썼습니다. ‘미나리’ 대본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스티븐 연이 자신이 출연했던 '옥자'의 제작사인 플랜B엔터테인먼트에 시나리오를 꼭 읽어보라고 추천을 한 겁니다.  

플랜 B는 헐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와 전 부인 제니퍼 애니스턴이 2001년에 설립한 제작사로, 영화 트로이, 찰리와 초콜릿 공장, 봉준호 감독의 옥자, 그리고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바 있는데요. 2005년 제니퍼 애니스톤과 이혼하면서 현재 브래드 피트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미나리 대본을 먼저 읽고 작품을 추천한 스티븐 연은 브래드 피트와 제작 총괄로 참여해 성공적인 프로듀서 데뷔를 마쳤고, 따라서 주연배우이면서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겁니다.

진행자: 미나리의 주연 배우 한예리는 55년 경력의 대배우 윤여정의 연기상 수상 레이스에 가려 뒤늦게 수상 소식이 전해진 감이 있는데, 대외적으로는 작품 자체와,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거나 트로피까지 거머쥔 윤여정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 보이는 분위기지만, 한예리의 존재감과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죠? 극중에서는 어떤 역할인가요?

유화정 PD: 한예리는 올해 첫 개최로 아시아계 영화인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골드 리스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다소 늦게 오스카 레이스에 청신호를 켰습니다. 

한예리는 극중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한 한국 이민자 1세대이자, 한 가정의 살림을 책임지는 실질적 가장으로 다채로운 얼굴을 선보입니다. 미국 정착을 꿈꾸는 남편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엄마의 딸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맡아야 하는 역할을 모두 소화해냈습니다.  

자신의 농장을 일구려는, 다만 몇 년이 걸릴지 확신할 수 없는 남편의 꿈을 믿고 지지하면서도, 당장 입에 풀칠하기 바쁜 가정을 위해 묵묵히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아내 한예리는 때론 좌절하고 때론 분노하면서도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끝까지 신뢰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중 가장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인물이라고 할까요!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는 최근 '올해의 위대한 연기(The Great Film Performances of 2020)' 기사에서 한예리를 조명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인상 깊은 연기, 스티븐 연과의 훌륭한 감정 호흡'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MINARI (2020)
MINARI (2020) Source: Josh Ethan, A24


진행자:  극중 가장 현실적이고 에너지 충전의 역할인 한예리 배우가 영화의 엔딩곡을 직접 불렀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요즘 젊은 배우는 연기에서 노래, 연예까지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야 같아요.  영화 ‘기생충’에서도 주인공이 엔딩 곡을 불렀었죠? ‘소주 한잔’

유화정PD: 네. 맞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가사를 쓰고 극중 아들 기우역의 최우식이 불렀습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에서는 강하늘이 ‘자화상’을 불렀었고요. 하나의 트랜드 인 것 같아요.

한예리는 영화 ‘미나리’엔딩곡 ‘Rain Song’을 한국어로 불렀습니다. Ost 참여는, 2013년 출연한 KBS 드라마 ‘연우의 여름’과 2016년 MBC 드라마 ‘1%의 어떤 것’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로, 그동안 맑고 나긋나긋한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에 ‘MBC FM 영화음악 한예리입니다’에서 라디오 DJ를 진행했고, 영화 예고편이나 교양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습니다.

진행자:각종 시상식에서 수상 하며 순조로운 오스카 행진을 이어갔죠.  그러다 지난 연말,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 분류 논란이 일면서 급기야 인종차별 논란으로 불거졌는데, 과정을 다시 한번 짚어보죠. 

유화정 PD: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에 한 달 여 앞서 열리기 때문에 아카데미에 영향력을 줄 수 있어 흔히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립니다. 

영화 ‘미나리’는 앞서도 설명 드렸듯이1980년대 미국 시골 마을 아칸소로 이주한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로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 한국어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윤여정 배우와 한예리 배우는 영어를 못하는 설정으로, 자연 영화의 50% 이상이 한국어로 진행됐는데 이 점이 이슈가 된 겁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는 작품상 수상을 받을 수 없고, 외국어 영화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방법이 영화 대사 중 영어가 5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제작사가 브래드 피트 소유의 미국 자본을 투자하고, 한국계이지만 미국 국적의 감독 그리고 주요 출연진을 제외한 대부분이 미국 배우로 이루어졌다 해도, 영어를 50% 이상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어 영화로 분류된다는 겁니다.

진행자: 점에 대해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감독을 위시해 미국에 있는 아시안계의 유명인들이 인종차별로 판단하면서 외국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의 불합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죠?

유화정PD: 지난해에는 룰루 왕 감독 영화 ‘페어웰’이 봉준호 감독의‘기생충’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룰루 왕 감독은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정하는 구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력 항변했고,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김도 “미국이 고국인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MINARI (2020)
MINARI (2020) Source: Josh Ethan, A24


진행자: 그런데, 인종 차별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오스카상에 대한 영화 미나리의 홍보 효과를 높이는 전화위복이 되지 않았나요?  미국의 다양한 평론 매체들로부터 좋은 평가들이 쏟아지며 수상 낭보도 속속 전해졌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영화에 대한 소식, 비평, 정보 등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로튼 토마트의 평들을 살펴보면

 "이 영화는 동시에 일어나는 두개의 동화과정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기억하는 스토리다. 하나는 한 가족이 다른 나라에 동화되어 가는 스토리이며, 다른 하나는 한 남자가 자기 가족에게 동화되어 가는 스토리다." 

"조용하면서도 일정한 틀을 갖고 진행되면서 풍부한 시골 배경을 보여주고 캐릭터들과 잘 융합해 광활하고 텅빈 자연경관을 대비시킨다."

"야생에서 자라나는 한국의 풀을 의미하는 <미나리>는 한인가족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모습을 섬세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완성도 있는 영화다." "겸손하면서도 성공적으로 구현된 영화다."

미국 로튼 토마토에 올라온 ‘미나리’ 평에서 알수 있듯 외국어 영화상 후보 논란은 오히려 아카데미 청신호의 긍정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참고로 미 로튼 토마토는 비평가 위주의 평점을 매기는 곳으로 로튼 토마토라는 이름은 옛날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연기력이 형편없는 연기자들에게 토마토를 던졌던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진행자: ‘미나리’의 호주 개봉일 2월 18일로 확정됐죠? 다문화 이민사회인 호주의 특성상 영화 ‘미나리’호주 상영에 기대감이 들고요. 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은 번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길 바래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 하셨습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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