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방치해둔 포켓몬 카드가 억대에 팔렸다면 실감이 되시나요? 아마도 90년대에 태어난 지금의 20-30세대라면, 거의 대부분 어린 시절 포켓몬스터 주제가를 따라 부르며 포켓몬 캐릭터의 이름을 외우고 카드를 사모으던 추억들이 있을 겁니다. 최근 영국에서 희귀 포켓몬 카드 한 세트가 호주 돈 52만 달러에 경매되면서 포켓몬 열풍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 포켓몬스터 초판 희귀 세트 수 억 원 대 경매 낙찰
- 재테크 수단으로써 포켓몬 카드 주목 보고서 나와
- 캔버라 대 교수, 포켓몬 인기 향후 25년 지속 전망
진행자: 호주 돈 52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억 5000만 원인데요. 게임 카드 한 세트에 누가 이렇게까지 돈을 쏟아붓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유화정 PD: 코로나 팬데믹 이후 추억의 포겟몬 카드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크게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포켓몬의 성배(Holy Grail)'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희귀 포켓몬 카드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는 일종의 자부심이 공개적인 경매를 통해 드러나는 현상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2019년에도 포켓몬 카드의 억 단위 경매가 있었는데요. 카드 전문 경매 사이트인 ‘골딘 옥션스’에서 1996년 초판 리자몽 카드와 홀로그램 후딘, 거북 왕, 럭키 등 이른바 레어템이라고 불리는 희귀 카드 세트가 우리 돈 1억 3천만 원 상당에 낙찰된 바 있습니다.
이번 호주화 52만 달러에 거래된 매물 역시 1996년 미개봉 초판 세트로 36개의 부스터 팩과 3백 96장의 카드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미개봉 상태라는 점이 높은 경매가를 매긴 겁니다.
진행자: 올해로 포켓몬 탄생 25주년을 맞아 “포켓몬의 인기는 앞으로도 25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 라고 호주 캔버라 대학교 교수가 긍정 코멘트를 내놓았다고요?
유화정 PD: 호주 캔버라 대학교 아트 디자인학부의 제이슨 베인브리지(Jason Bainbridge) 교수는 "포켓몬이 앞으로도 계속 적응해 나간다면 향후 25년 동안 인기는 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베인브리지 교수는 포켓몬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하고 여러 논문을 저술한 바 있습니다.
포켓몬이 처음 출시된 1996년 이후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카드 게임과 활동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 백만 명이 사용하고 거래해오고 있는데요. 베인브리지 교수는 게임의 자연 이미지, 다양한 캐릭터, 컬렉션 구축에 대한 집중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재테크 수단으로써 ‘포켓몬 카드’를 주목해야 한다는 보고서도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긍정의 전망들이 카드 경매 열풍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영국의 금융서비스전문회사 Raisin UK는 “스포츠 선수나 유명인, 캐릭터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는 트레이딩 카드, 빈티지 만화책 등이 이전보다 더욱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는데요. 여기에서 말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는 트레이딩 카드’, 즉 대표적인 포켓몬스터 카드의 경우 시간이 지나고 ‘레트로’한 가치가 올라가면서 카드 경매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겁니다.
다수의 미디어 및 투자 전문가들은 포켓몬 카드의 가격이 치솟은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 유튜버, 유명인사들이 포켓몬 카드 수집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한 예가 되겠는데요. 호주의 인기 유튜버 Michal Anderson은 자신이 8년간 취미로 모은 포켓몬 카드를 팔아 2억 원 상당의 드림카를 마련했노라고 유튜브 채널에서 밝혀 주목을 끌은 바 있죠.. 차종이 아우디로 기억되는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또 그러한 개인적인 용도 외에도, 배우이자 권투 선수이며 전 세계 22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명 유튜버 로건 폴은 2020년 포켓몬 카드 언박싱(unboxing) 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동시 시청자 수 30만 명 달성기록을 보였는데요. 로건은 스트리밍 중 유저들에 의해 기부된 13만 달러 전액을 미국정신질환자연맹(NAMI)에 기부했습니다.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음악계 DJ인 스티브 아오키는1000달러를 기부할 시 포켓몬 희귀 카드 팩을 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자선 행사를 열어 6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포켓몬은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 2019년에는 실사 영화까지 개봉되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돼 왔는데, 최초 등장은 1996년 닌텐도가 개발한 휴대용 소형 게임기 '게임보이' 였죠? 포켓몬이 벌레 잡는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요?
유화정 PD: ‘포켓몬(Pokemon)의 아버지’로 유명한 포켓몬 창시자 타지리 사토시는 일본의 덥고 습한 여름철에 벌레를 잡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창작 영감을 떠올렸다고합니다. 당시 게임계가 고성능, 뛰어난 3D 그래픽에 치중하던 것과는 달리, 그의 목표는 혼자서 몰두하는 게임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육성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간편하게 휴대를 할 수 있는 소형 게임기가 적격이었고, 마침 닌텐도 ‘게임보이’에는 대전용 통신 케이블 기능이 탑재돼 있었던 겁니다.
무엇보다 타지리 사토시가 개발 단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캐릭터가 서로 교환하고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귀여워야’ 한다는 것이었는데요. 포켓몬스터(Poket Monster)는 이름처럼 작은 인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주머니 속에 넣어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었죠. 인간의 소유욕을 만족시켜 주는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진행자: 게임이 출시되기 무섭게 어린이도 조작하기 쉬운 게임 방식으로 단숨에 대중적 인기를 모았는데요. 게임 스토리도 동심을 사로잡았죠?
PikachuOutbreak is an annual festival held in Yokohama, Japan Source: pokemon company
유화정 PD: 내 포켓몬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재미는 실로 굉장하죠. 특히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모습이 변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포켓몬을 조종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하나의 성장기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는데요.
모험을 거듭할수록 각각 진화하고 발전해 사람들과 어우러진다는 게임 스토리는 동심을 자극했고, 150여 가지의 포켓몬의 진화 과정 또한 다 다르다 보니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진행자: 우리나라에 크게 보급된 것은 TV 만화를 방영 하면서부터로 여겨지는데요. 당시 초등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게임팩을 연결해 포켓몬 게임을 즐기고, 오후 6시엔 포켓몬 TV 만화를 보고, 만화방에선 포켓몬 만화책을 빌려보고,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씰이 들어있는 빵을 사 먹던 이른바 ‘포켓몬 세대’죠?
유화정 PD: 포켓몬 콘텐츠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어린이 문화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에 이어 TV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 등으로 출시됐고요. 특히 애니메이션은 포켓몬이 전 세계적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 이 90년대의 ‘포켓몬 세대’가 최근 급성장한 뉴미디어 인플루언서로 등장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포켓몬 카드에 대한 호기심을 크게 유발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포켓몬 카드의 가치가 앞으로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면으로 비춰집니다.
진행자: 한동안은 포켓몬 포획 게임인 ‘포켓몬 Go’가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인기와 더불어 곳곳에서 각종 사고를 유발하며 논란도 컸죠. 그런데 ‘포켓몬 Go’가 팬데믹 이후 오히려 수익사업으로 발전했다는데, 무슨 얘기 인가요?
유화정 PD: ‘포켓몬 Go’가 출시된 시점이 2016년입니다. 현실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의 특성상, 심지어 운전을 하면서도 게임에 열중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사건 사고들이 속출했었는데요.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종교계는 포켓몬Go 를 금지하는 파트와(Fatwa) 즉 이슬람 율법해석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포켓몬 Go게임이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 오히려 출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포켓몬 Go의 2020년 상반기 매출이 4억 4500만 달러(5337억 원)에 달해 출시 4년 만에 최고의 상반기를 보냈고, 2020년 7월 한 달 매출액만 1억 500만 달러에 달했는데요. 이는 팬데믹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소비자들이 온라인, 비대면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에 다양한 변화를 적용한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진행자: 포켓몬 세대들 중 대부분은 어린 시절 추억의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지만, 그중에는 게임과 카드 수집에 돈을 아끼지 않는 마니아 이른바 광 팬들도 있기 마련인데요?
유화정 PD: 취미를 넘어 아예 아예 본업으로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27세의 호주인 조이 투도츠 는 라이브 스티리머이자 포켓몬 고 블로거로 활동하며 아예 이를 전업으로 삼고 있고요. 어릴 때부터 스포츠 카드와 포켓몬 카드를 수집해 온 J. 프랫은 대학 졸업 후 직업 컬렉터의 길로 나서 트로피케이스카드(trophycasecard) 사이트를 통해 컬렉션을 전시하면서 이베이를 통해 수집품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런던 금융 부문에서 일하는 29 세의 댄 라이언은 거의 평생 동안 포켓몬 열혈 팬임을 자처하면서 “직장 동료들은 내가 매주 목요일에 포켓몬 카드를 하기 위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 피카추 재킷과 내 포켓몬 머그를 본다” 며 자신의 취미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희귀한 포켓몬 카드 수집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진행자: 포켓몬 탄생 25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카드가 또 출시됐다고요? 사고 파는 행위가 일종의 순환처럼 이어지면서 미개봉 포켓몬 카드는 더더욱 희귀해지고, 구매의 유혹도 커질 것 같아요..
유화정 PD: 영국에 본사를 둔 경매회사 '리처드 윈터튼 옥셔너스(Richard Winterton Auctioneers)'의 알렉스 켈러 대변인은“포켓몬은 수백만 장의 카드를 만들었기 때문에 열심히 알아보고 보석을 찾는 게 전부" 라고 팁을 줍니다. 그러면서 “포켓몬의 가치는 최근 몇 년간 절대적으로 치솟았고,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어릴 때보다 카드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의 향수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더 이상 추억의 장난감 카드가 아니라 장기 투자 내지는 투기의 목적으로 제품을 사재기하는 부작용도 크게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진행자: 코로나 19로 포켓몬 재 열풍이 불면서 재테크 수단으로써 주목되는 포켓몬 카드, 컬처 IN에서 자세히 다뤄 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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