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이제 달력 한 장만을 남겨둔 시점입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려는 마음과 동시에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설렘이 교차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해에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돌아보며 다가올 한 해를 더 철저히 준비하고자 하는 의지도 함께 다져지는 시기입니다. 새해를 준비하며 설렘과 다짐이 교차하는 이 시점,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세우고 어떤 도전에 나서야 할까요?
2025년, 을사년 '푸른 뱀띠 해'를 맞아 새해를 주도할 주요 트렌드와 변화의 흐름을 미리 살펴봅니다. 컬처인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나혜인 PD: 새해가 다가오면 많은 분들이 자신의 운세나 계획을 점검하기 마련인데요. 요즘은 토정비결 대신 손쉽게 모바일 앱으로 운세를 확인하곤 하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또 다른 키워드가 바로 '트렌드'입니다. 먼저 이 트렌드 어떻게 정의 되나요?
유화정 PD: 트렌드의 사전적 의미는 사상이나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을 뜻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 경향. 동향. 추세라고도 풀이되는데요. 사전적 의미 외에 미래학자들은 '일정 범위의 소비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동조하는 변화된 소비가치에 대한 열망, 또는 '3~5년 정도 사람들이 많이 추종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트렌드는 바다의 조류를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됐습니다.
나혜인 PD: 조류라는 단어가 현대에 와서 커다란 흐름을 뜻하는 말로 확장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물길을 흐름을 뜻하는 트렌드가 현대의 의미로 크게 확장된 데는 ‘조류’가 갖고 있는 중요성 때문이었는데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대항해시대가 있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호기심을 갖고 익숙한 조국을 떠나 미지의 영역으로 모험을 떠나기 시작한 것인데, 이런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조류였습니다. 조류의 방향과 세기, 빛깔을 보고 자신이 나아갈 길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죠.
나혜인 PD: "요즘 이게 유행이야"라는 말보다 "요즘 이게 트렌드 야"라는 말을 더 자주 듣고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얼핏 생각하기에는 '트렌드'가 '유행'과 비슷한 느낌의 단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있다고요?
유화정 PD: 유행은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단발성이라면, 트렌드는 지속성을 띱니다. 반면, 트렌드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지향하기 위해 현재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고 내가 나아갈 길을 찾는 이정표입니다.
트렌드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약 1년을 지속하면 패드(Fad)라 부르는데, 이는 보통 유행과 동일하게 보고 있고요. 상당수의 많은 사람들이 5년 이상 지속하는 것을 트렌드(Trend)라 부릅니다. 트렌드가 10년 동안 지속되면 메가 트렌드(Mega Trend), 더 나아가 30년 이상 지속될 경우 컬처(Culture)라고 통칭합니다. 컬처는 한 사회나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 신념, 관습, 예술, 법, 지식 등의 총체를 의미합니다.
나혜인 PD: 트렌드와 유행의 차이는 지속성에 있다고 했는데, 사회현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잠깐 인기를 얻다가 사라진 예를 들어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유화정 PD: 가장 유행했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들 수 있겠는데요.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기부 캠페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된 이 챌린지는 한때는 사회의 핫이슈였지만, 점차 SNS 상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다가 사라져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반면 트렌드란 고객들의 가치관, 태도, 행동의 변화로 오랜 기간 지속되며 사회를 바꿔나가는 힘을 가집니다. 한국의 경우 '혼밥' '혼술' 같은 '혼자' 열풍은 2010년 대 중반부터 불기 시작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혼자'라는 단어가 '외로움'과 직결되지 않는 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추세이고 확실하고 파급력이 강한 트렌드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나혜인 PD: 연말 시점이 되면 국내외 기관에서 매년 새해 트렌드를 분석하는 자료들이 나오고, 특히 한국에서는 연말 베스트셀러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데요. 사람들이 매년 새해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뭔가 새해에는 달라졌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또 어떤 이유들이 포함될까요?
유화정 PD: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 번째로 경기불황입니다. 상황이 좋지 못하다 보니 내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뭘 놓치지 않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는 것이죠. 다음으로는 정보 습득에 굉장히 능한 현대인들이 이미 발표되어 있는 정보를 나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보니 미리 준비하고 정보를 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사회적 연결 고리가 된다는 점도 놓칠 수 없는데요.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의 화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고,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죠. 이밖에 기업이나 사업가들은 트렌드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트렌드 분석은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나혜인 PD: 매년 11월 중반이 되면 다음 해를 준비하는 소비트렌드 분석이 10대 키워드로 요약돼 나오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10대 키워드의 앞글자를 따 그해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표제어를 정하고 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표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그해의 동물을 상징하는 영문 키워드로 표제어를 정해 매년 이목을 집중시키는데요. 지난 몇몇 해의 예를 들어보면 코로나 위기를 맞은 2020 경자년의 경우 힘센 쥐들이 함께 뭉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가 키워드였습니다.
2021년 신축년의 카우보이 히어로 COWBOY HERO는 불확실한 시대에 스스로 개척하고 살아남는 개인을 강조하며 혼돈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개척자 정신'을 의미했습니다. 검은 호랑이 임인년 2022년의 표제어 TIGER IN ACTION은 팬데믹 이후 회복 단계에 접어드는 시기에 걸맞게 도약과 실천을 상징하는 호랑이처럼 적극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한 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나혜인 PD: 2013년에는 RABBIT LEAP 토끼처럼 도약하고, 2024년에는 DRAGON ASCENT로 용처럼 비상하라는 의미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2025년 표제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2025년 표제어는 '스네이크 센스(SNAKE SENSE)'입니다. 지지부진한 경제 상황이 예상되는 2025년을 헤쳐 나가기 위해 뱀의 감각으로 트렌드를 예리하게 알아채고 기회를 낚아채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나혜인 PD: 스네이크 센스, 뱀의 감각으로 트렌드를 낚아채라! 민첩해야겠습니다. 2025년 변화를 주도하는 트렌드 코리아 10대 키워드 역시 흥미로운데요. 하나씩 짚어보죠.
유화정 PD: 첫 번째 키워드는 '옴니보어(Savoring a Bit of Everything: Omnivores)'입니다. 옴니보어는 사전적 의미는 ‘잡식성’이지만, 트렌드코리아에서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옴니보어 트렌드를 기업의 차원에서 본다면 기존의 고객 타겟팅 전략을 재고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요. 가령 과거엔 비싼 TV를 팔기 위해 주로 골프장 같은 부유층이 자주 가는 곳을 공략했다면 이제는 게임을 즐기는 게임 유저들을 타겟으로 설정해 마케팅을 펼쳐야한다는 겁니다.
나혜인 PD: 두 번째 키워드는 '아보하' 인데요. 영어도 아닌 듯한데 무슨 뜻인가요?
유화정 PD: '소확행'의 의미를 떠올려 보시면 유추가 가능하실텐데요.
나혜인 PD: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말이죠. 그러면 '아주 보물같은 하루'인가요?
유화정 PD: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말입니다. '아주 행복한 일이 없어도 괜찮아 하지만 힘든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늘 바쁘고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오히려 무난하고 평범한 하루를 희망하는 특징을 잘 캐치한 키워드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토핑 경제'입니다. 피자를 생각해보면, 토핑은 주인공이 아니지만 그 토핑 덕분에 피자의 이름이 정해지지요. 불고기가 올라가면 불고기 피자, 마카로니가 올라가면 마카로니 피자가 되듯이요. 특히 요즘 젊은 세대는 80~90% 완성된 상품에 자신만의 취향을 더해 커스터마이징하는 걸 즐기고 있어 내가 꾸미는 토핑, 나만의 독창성을 추가하는 토핑경제가 트렌드로 부각됐습니다.
나혜인 PD: 네 번째 키워드는 '페이스테크'예요. 페이스테크는 기계에 표정을 입히고, 사람의 얼굴과 감정을 인식해 사용자에게 친근함을 제공하는 기술을 말하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인공지능(AI)이 대중화되는 시대가 오면서, 감정을 읽고 인간적으로 반응하는 기술이 소비자에게 선택 받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표정을 넣어 뒤차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거나, 피곤해 보이는 운전자에게 경고 알림을 주는 방식 등이 될 수 있겠습니다. 2025년을 내다보는 코리아트렌드, 이어서는 무해력, 그라데이션 K, 물성매력, 기후감수성, 공진화 전략, 원포인트업 등이 키워드에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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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공진화, 생소한 용어죠. 상호 연결하고 협업하며 동반성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으로 다른 기업, 다른 사람과 협업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에 앞서 다섯 번째 키워드 '무해력'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드리면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의 공통점은 해롭지 않다는 점이 강조된 키워드입니다. 자극적이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굳이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작고 순수한 존재에 힐링을 느낀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가방에 다는 인형들을 보면 하나같이 귀엽죠?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주목받는 게 아니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작은 위안과 힐링을 주고 안정감을 얻게 해주는 무해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PD: 말하자면 무해력은 그 자체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존 비결이 되는 셈이네요. 마지막으로 열 번째 키워드도 짚어보죠.
유화정 PD: 마지막 트렌드 열 번째 키워드는 원 포인트 업입니다. 내가 실천 가능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원 포인트 업은 자기 계발 중 하나만 선택해 레벨 가능한 일을 꾸준히 하는 지가 중요합니다.
하루 5분이라도 운동을 매일 하는지, 몇 페이지 씩 매일 책을 읽는지, 매일 영어 단어를 5개씩 외운다든지 등 매일 매일 지속하는 데 의미를 둡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으려면 내가 좋아하고 성장하고 싶은 분야인지 먼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나혜인 PD: 이런 말이 있죠. "트렌드를 안다고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르면 100% 실패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고 있고,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하는 것을 알고 준비하는 것과 모르고 준비하는 것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오늘 컬처인에서는 을사년 '푸른 뱀띠 해' 다가올 2025년을 주도할 새해 2025 년 새해 트렌드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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