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특집: 호주 한여름 크리스마스의 색다른 매력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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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ater skiing Santa Clause heads down the Potomoc River at National Harbor, Maryland, near Washington. (AAP)

서핑 보드에 파도를 가르는 호주의 산타클로스! 호주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속에 숨겨진 다채로운 매력을 들여다봅니다.


포인세티아의 붉은빛이 초록 녹음과 보색 대비를 이루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입니다.

징글벨을 울리며 눈길을 달리는 썰매 대신 선크림을 바르고 서핑보드를 타고 나타나는 호주의 산타 클로스! 뜨거운 햇살 아래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해변에서 파도를 타며 맞이하는 이곳, 호주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

서양의 오랜 전통과 함께 다문화의 다양한 모습이 어우러지는 호주의 크리스마스, 그 속에 숨겨진 다채로운 매력을 들여다봅니다.

유화정 PD: 크리스마스 특집 ‘메리 서머 크리스마스’ 나혜인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네. 메리 크리스마스!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네. 나혜인 PD는 크리스마스인 오늘 어떻게 보내셨나요?

나혜인 PD: 네. 저희는 크리스마스 오늘도 어김없이 방송국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방송을 하는 제작부서 외에는 저희 SBS 방송국도 연말 연휴 기간인 shutdown에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이곳 스튜디오 언어방송 부서는 평소처럼 하루가 지나가고 있는데요. 그래도 크리스마스니 저도 오늘 초록색 옷을 입었고요. 주변에 빨간색과 초록색을 입은 동료들이 많이 있고, 소소하지만 초콜렛이나 캔디 케인, 사탕 지팡이를 나누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부디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저희보다는 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유화정 PD: . 오늘은 우리가 호주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려고 하죠. ‘가장 뜨거운 연말을 꿈꾼다면 호주에서’ 바로 외신에 오른 기사 제목인데요. 한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호주는 매년 전 세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산타는 반바지를 입고 등장한다’고 소개한 재미있는 기사도 있었죠?

나혜인 PD: 네. 해변에서 캐럴을 들으며 선탠과 서핑을 즐기고, 눈사람 대신 모래사람을 만드는 호주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풍경. 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죠. 저도 호주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랬던 것이 이 크리스마스 풍경이었는데요. 특히 산타 복장을 하고 서핑을 하는 사람들, 크리스마스 당일 모래사장에 꽂혀있던 크리스마스트리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하면 바비큐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당시만 해도 크리스마스하면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그때가 아직도 생각나네요.

유화정 PD: 네. 호주의 한 여름 크리스마스 풍경은 호주에 제법 오래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도 종종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색적인 풍경인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밤 사이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온 세상이 깨끗해진 듯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동경, 그 모습이 그리워 한국 방문을 겨울 시즌에 다녀오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눈길 위를 걸을 때 나는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그립습니다.

나혜인 PD: 뽀드득 뽀드득은 아니라도 호주 해변의 백사장을 걸으면 사르륵사르륵 소리가 나지 않을까요? 뜨거운 한 여름 햇살아래 바비큐를 즐기고, 노을 지는 해변가에서 캐럴을 들으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호주 현지인들의 모습은 진정한 할러데이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뭔가 열심히 활동을 하지 않고, 복잡한 생각 없이 그 시간을 오로지 즐기는 모습, 이것이야 말로 소확행이자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File image from 2014: A Christmas Day celebration on the beach in Sydney.
File image from 2014: A Christmas Day celebration on the beach in Sydney. Source: AAP
유화정 PD: 호주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진풍경, 한 여름 도심 곳곳에 세워지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장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드니 도심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에는 24미터 높이의 초대형 트리가 상징처럼 등장하죠. 명실공히 시드니의 크리스마스 랜드마크로 연말 시즌을 맞아 호주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높은 관광 상품이 되고 있는데요. 미국 뉴욕의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이 있다면 시드니에는 마틴 플레이스 크리스마스 라이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어요.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오랜 전통이라고요?

나혜인 PD: 네. 맞습니다. 마틴 플레이스의 성탄 트리 점등은 지난 1971년부터 시작됐는데요. 시드니 시티 카운슬은 매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Remembrance Day인 11월 11일을 보낸 뒤 마틴 플레이스에 성탄 트리 작업을 시작합니다. 트리는 워낙 대형이다 보니 지상에서 모든 제작을 마친 뒤 크레인을 이용해 설치되기까지 꼬박 한 주 이상이 소요되는데요.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산타클로스의 점등식은 크리스마스 시즌 마틴 플레이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선물을 배달할 썰매를 타고 나타난 산타가 이곳에 들러 크리스마스트리의 불을 켠다는 콘셉트로, 65인조 밴드의 찬란한 사운드트랙에 맞춰 산타가 등장해 트리 점등과 함께 트리의 형형 색색의 화려한 조명 쇼가 펼쳐집니다.

유화정 PD: 그런데 이거 아셨나요? 마틴 플레이스의 초대형 트리는 소나무가 아닌 꽃 장식 트리라는 것. 그래서 전 세계 어느 트리와도 차별화되는데요. 21미터의 초대형 트리에는 뱅시아(banksia), 와라타(waratah), 보틀브러시(bottlebrush), , 와틀(wattle), 유칼립투스 검 플라워 (eucalyptus gum flower), 캥거루 포우(kangaroo paw), 프란넬 플라워(flannel flower), 그리고 핑크 왁스 플라워와 화이트 왁스 플라워(pink wax flower and white wax flower)등 총 9종의 호주 토착종 꽃으로, 무려 1만 5,000송이가 꽂아집니다. 또한 800여 개가 넘는 플라스틱 나뭇가지에는 11만 개의 LED 조명이 화려한 빛을 발산하고요. 여기에 330개의 반짝이는 전통 성탄 방울 장식이 더해집니다. 트리 꼭대기에는 3.4미터의 컬러가 바뀌는 대형 별 장식이 올려집니다.
Christmas tree in Martin Place
Christmas tree in Martin Place Credit: timeout sydney
유화정 PD: 마틴 플레이스까지 가시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실 수도 있죠. 영화나 미드에서 보던 크리스마스 전구로 화려하게 빛나는 집을 동네 주택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많은 호주인들이 정말 열정적으로 집 데코레이션에 힘을 씁니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주택가를 돌며 이런 장식들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큰데요. 크리스마스가 서양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호주 현지인들은 정말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것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거의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하지 않습니까? 일 년 동안 잘 보관해 두었던 트리를 꺼내 크리스마스 조명과 장식으로 채우고 앞 정원에도 반짝반짝 라이팅 장식을 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훈훈함을 전하죠.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저도 매년 꼭 이런 집들을 찾아가는데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시면 사시는 곳 주변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한 거리를 분명히 찾으실 수 있습니다. 밤에는 많은 인파들이 몰려서 어떨 때는 주차를 하기가 힘들기도 할 정도입니다. 호주에서는 보통 11월 마지막 주를 ‘크리스마스 오프닝 위크’라고 부르는데요. 이때부터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 시작입니다. 슈퍼마켓에 가시면 대충 할로윈 상품들이 다 들어갔다 싶으면 이제 크리스마스 상품이 나오는 거죠!

집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잘 만들어 놓았다면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다니는데요. 유 피디님, 저희가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해 컬처인에서 살펴본 내용이 있었잖습니까?

유화정 PD:  네, 호주인들의 크리스마스 평균 소비 지출이 약 1,300달러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선물 구입에 사용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죠. 하지만 원치 않는 선물로 인해 매립지로 버려지는 상품의 가치가 무려 10억 달러를 넘는다는 점은 정말 생각해 볼 만한 문제입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잘 맞아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죠.

호주에는 ‘크리스 크링글’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시크릿 산타’ 문화가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랜덤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인데요, 예를 들면 직장 동료들 이름을 쪽지에 적어 무작위로 뽑은 후, 자신이 뽑은 사람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방식입니다. 보통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으로 선물 예산을 정하고, 각자 정성껏 준비해 오죠. 또한, 랜덤 선물을 준비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손글씨로 정성을 담은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호주에서는 여전히 손글씨로 카드를 쓰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가장 크리스마스답게 하는 파티 준비에도 호주인들은 진심이잖습니까?

유화정 PD: 네. 테이블 보, 와인 글라스, 플레이트, 커틀러리까지 모든 테이블 세팅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춰 심혈을 기울이는데요. 저도 몇 년 전 빨간색 크리스마스 테이블 보를 구입했는데, 그 후로는 매년 한 번씩 꼭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자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것. 신선한 식재료와 음료, 디저트 준비가 되겠죠. 호주인들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은 영국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여름 크리스마스에 맞게 독창적으로 발전했는데요. 칠면조 로스트나 햄 같은 전통 고기 요리도 여전히 인기가 많지만, 호주의 여름 크리스마스에 특히 인기 있는 음식은 신선한 해산물이죠.
Thousands of people are flocking to the Sydney Fish Market during the pre-Christmas marathon.
Thousands of people are flocking to the Sydney Fish Market during the pre-Christmas marathon. Source: AAP
나혜인 PD: 네. 그렇습니다. 특히 바닷가재(Lobster), 새우(Prawns), 굴(Oysters) 등이 크리스마스 만찬에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매년 시드니 피쉬마켓은 12월 23일 새벽 5시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5시까지 36시간 동안 영업을 하는 씨푸드 마라톤을 합니다. 이때 무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쉬마켓을 찾는데요. 피쉬마켓을 찾고 해산물을 준비하는 것도 뭔가 호주 크리스마스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해산물은 요즘은 회로 먹기도 하지만 바비큐의 나라답게 해산물 바비큐를 많이 하기도 하는데요. 이뿐 아니라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 플래터와 화려한 색감의 샐러드, 또한 수박, 체리, 멜론 같은 여름 과일 플래터도 인기이고요. 미트 파이나 소시지 롤 같은 간단한 핑거푸드 파티 음식도 빠지지 않죠.

유화정 PD: 다문화사회 호주는 각 문화별로 고유의 전통 풍습을 장려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호주의 전통 크리스마스 식단은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호주 크리스마스 하면 공통적으로 바로 떠오르는 디저트 바로 파블로바죠! 머랭 베이스 위에 휘핑크림을 듬뿍 얹고 신선한 과일을 올려 만든 디저트로 머랭의 바삭함과 크림의 부드러움, 토핑으로 얹히는 라즈베리, 블루베리, 키위, 망고, 패션푸르트 등의 과일의 상큼함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맛인데요. 한국인의 입맛에는 좀 많이 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통 호주 가정에서는 머랭도 직접 굽지만 요즘에는 미리 만들어진 재료를 구입해서 간편하게 만들기도 하죠.

나혜인 PD: 네. 파블로바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저트인데요. 그 유래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러시아의 유명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인데요.
1920년 대 공연차 남반구를 방문한 안나 파블로바의 우아함과 가벼움을 닮은 디저트라 해서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다만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자신들의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어느 나라에서 처음 시작됐는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Pavlova' Christmas dessert in Australia
A 'Pavlova' Christmas dessert is named after Russian ballerina Anna Pavlova. Source: Getty / Frank Walker/picture alliance via Getty Images)
유화정 PD: 호주인의 전통 크리스마스 식탁. 신선한 해산물 바비큐와 달달한 파블로바 디저트까지 나눠봤는데요. 오후 4시에서 5시 이 시간대가 살짝 출출한 시간이죠. 여러분 남겨둔 파블로바 한 조각 찾아보시고요. 저희는 흥겨운 캐럴 한 곡 듣고 잠시 후 2부에서 뵙겠습니다.

Music: Deck The Halls (A Christmas Wish)
Andy Powell·Linda Roan from the album A Christmas Time For All

유화정 PD: 호주의 독특한 메리 서머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명절,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하나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을 기념하고 즐기는 전통은 민족과 문화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갖고 있는데요. 호주는 영국을 비롯 영연방인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 함께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을 박싱데이(Boxing Day)로 기념하고 있죠. 박싱데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요. 가장 오래된 유래는 중세시대 왕과 귀족들이 크리스마스 다음날 남은 음식과 물건들을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관습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고요.

나혜인 PD: 네. 박싱데이란 이름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 부유한 귀족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상자에 넣는 전통에서 비롯했는데요. 그 시대 귀족의 하인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다음 날에야 귀족들로부터 받는 휴일 보너스로 하루를 쉴 수 있었습니다. 이때 크리스마스에 남은 음식과 선물 등을 상자에 가득 담아가도록 배려해, 하인들은 하루를 쉬며 가족들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 교회에선 성탄절 박스에 모인 헌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면서 박싱데이에 의미를 더했습니다.

유화정 PD: 그런데 오늘날의 박싱데이를 기념하는 방식은 많이 바뀐 모습인데요.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한 가족 여행이 늘고 있고,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쇼핑데이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죠.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다음날 박싱데이 쇼핑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지 오래인데요. 쇼핑업체들은 이 날 최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죠. 상점들이 박싱데이에 할인하는 이유는 한 해의 마지막 세일로 재고를 처분하고, 새해 상품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면서요?

나혜인 PD: 네. 시즌이 끝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들 주로 전자제품이나 올해 유행했던 옷등의 상품 할인율이 가장 높은 편인데, 특히 가전제품의 인기가 많습니다. 저는 사실 박싱데이 쇼핑을 즐기지는 않는데요. 우선 너무 많은 분들이 몰려들기 때문인데요. 저는 도저히 그 인파 속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쇼핑을 하는 게 불가능하더라고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박싱데이 당일은 평소 점잖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돌변할 수 있구나를 볼 수 있을 만큼 실제로 물건을 서로 사려고 옥식각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먼저 물건을 고르기 위해 주변에서 밤 샘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스마트하게 쇼핑하려면 박싱데이 전에 미리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보고, 사이즈도 확인해 두는 게 좋고요. 그리고 사야 하는 물건 중 정말 인기가 있을 상품부터 조금 천천히 구매해도 되는 상품까지 리스트를 정해 순서에 맞게 구매에 도전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나혜인 PD: 네. 박싱데이는 쇼핑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즐기는 날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매년 12월 26일을 기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드니 - 호바트 요트 레이스’가 출항을 알립니다.
2013 Sydney to Hobart
ahead of/during the 2013 Sydney to Hobart on Sydney Harbour on December 26, 2012 in Sydney, Australia. Source: Getty / Getty Images AsiaPac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24 Sydney to Hobart 요트 대회는 크리스마스 직후인 12월 26일부터 2025년 1월 2일까지 펼쳐지는데요. 해마다 12월 26일 박싱데이가 되면 시드니 항에는 수십 대의 요트가 정열해 숨 막히는 시드니 호바트 요트 대회 출발을 준비하는데, 매년 12월 26일 오후 1시에 출항이 시작되죠. 올해로 79회를 맞는 시드니-호바트 요트 레이스는 세계 3대 요트 대회로 꼽힙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롤렉스(Rolex)가 후원하는 대회로 롤렉스 시드니 호바트 요트대회로 불리기도 합니다. 요트 경기는 스타디움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관중들이 자유롭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데, 실제 시드니 투 호바트는 백만 관중을 자랑합니다.

나혜인 PD: 네. 주최 측은 ‘세상에서 가장 관중이 많은 경기’라고 주장합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관중들은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시드니 항구부터 해변을 따라 경기를 관람하는데, 약 7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30만 명은 선상에서 요트 경기를 즐깁니다. 이들에게 음식과 연료를 공급하는 배를 포함해 100척이 넘는 배가 시드니 항구를 가득 메워 장관이 연출되기도 하는데요. 겨울 한가운데에 있는 북반구의 국가들이 TV를 통해 태양이 이글거리는 시드니의 요트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크리스마스 연휴의 별미가 아닐까요.

유화정 PD: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호주, 시드니에서는 세계적인 요트 레이스 시드니 투 호바트 대회가 서막을 알리고, 한편 멜번에서는 박싱데이 연례행사로 크리켓 매치가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굽니다. 크리켓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경기죠.

나혜인 PD: 맞습니다. 이른바 박싱데이 테스트 (Boxing Day TesT) 매치로 불리는 경기인데요. 1950년대부터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박싱데이를 기해 멜버른 크리켓 경기장(MCG)에서 열립니다.
History of the Boxing Day Test.
Source: Getty / Getty Images
크리켓은 테니스, 요트 경기와 함께 호주 여름의 대표적인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세계 스포츠 애호가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크리켓은 요트나 테니스에 비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호주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Boxing Day Test는 호주 크리켓 팬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연휴의 일환으로 기대되는 중요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유화정 PD: 한국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 방영이 연말 최고의 선물로 기억되는데요. 호주의 여름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국민 스포츠와 함께 즐기게 되네요. 앞서 박싱데이 기념이 빅토리아 시대에 크리스마스 다음 날 귀족들이 하인들에게 하루의 휴가 보너스와 함께 선물 상자를 주는 관례가 정착한 것이라는 얘기를 나눴는데요.

영국에서는 박싱데이에 전통적인 축구 대회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원래는 전통적인 노동자 계급의 아마추어 축구 행사였다고 하는데요. 영국 BBC에 따르면, 당시 서민들은 주거 환경이 불편하고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연휴는 집에서 쉬는 날이 아닌, 거리로 나갈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해요.

나혜인 PD: 영국문화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축구인데, 크리스마스 연휴에 노동자 계급을 위한 전통 행사가 축구였다니 역시 축구 종주국 답네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와 박싱데이에도 축구 경기가 열려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는데요. 그러나 점차 크리스마스 경기는 사라져 갔는데, 크리스마스가 기차와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쉴 수 있는 날로 규정되면서 대중교통편이 줄어든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박싱데이에는 프리미어리그 (EPL)를 비롯한 영국의 리그 경기가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곳곳에서 열리고 있어 연휴에 노동자들에게 축구의 기쁨을 선사하던 영국 축구의 관습은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영국의 박싱데이가 ‘빡센데이’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유럽 대부분의 축구 리그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휴식을 취하는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EPL (English Premier League)은 유럽 4대 주요 리그 가운데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에도 축구를 하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죠. 어찌 됐든 'EPL 박싱데이(Boxing day)'는 축구 마니아들에겐 마치 성탄절 선물과도 같습니다.

나혜인 PD: 빡센데이 재미있네요. EPL에서 뛴 코리안리거들도 박싱데이와 인연이 깊다고 들었는데요.

유화정 PD: 네. 코리안리거는 'Korean tiger'의 줄임말로 한국 선수들의 파워풀하고 격렬한 플레이를 칭찬하는 표현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전성기를 보낸 박지성은 ‘박싱데이 사나이’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토트넘의 손흥민도 박싱데이에 공격포인트를 많이 쌓으며 인기를 더했는데요. 손흥민과 산타클로스를 합성해 ‘손타클로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아… 손흥민 선수 최근 바로 지난주에도 맨유와의 경기에서 기막힌 코너킥을 성공시켰잖습니까!

유화정 PD: 네. 손흥민 선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때 넣어보고 처음 코너킥으로 직접 득점에 성공했다” 며 운 좋게 들어갔다고 겸손을 보였는데요. 그런데 실제 코너킥이 다른 선수나 골키퍼를 거치지 않고 골이 되는 경우는 한두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아주 드물게 나온다고 합니다.
토트넘 훗스퍼 손흥민 선수. Credit: Tickettek
토트넘 훗스퍼 손흥민 선수. Credit: Tickettek
나혜인 PD: 우리의 자존심, 손타클로스의 활약상 앞으로도 기대되는데요. 계속해서 응원해 보겠습니다.

유화정 PD: 크리스마스 오픈 위크로 불리는 11월 마지막 주부터 26일 박싱데이까지 한 달 여 이어지는 호주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 그 숨겨진 매력들을 함께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오늘 크리스마스가 끝나도 호주의 연말 이벤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푹 쉬시면서 충전하는 것도 좋고요. 또 연말 다양한 활동들에 참여하시며 좋은 기억 많이 남기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집으로 꾸며본 메리 서머크리스마스, 나혜인 프로듀서 고생하셨습니다.

나혜인 PD: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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