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lights
- 팀 명 ‘몽고메리 김치’…경기장서 “동해물과 백두산”울려 퍼져
- 마이너리그 몽고메리, 한국문화 기념하려 한글 유니폼 입어
- 해외 첫 ‘한복의 날’ 만들어 낸 미 차세대 한인 고교생들
- 뉴저지 테네플라이 시장, 갓 쓰고 “코리언 한복의 날” 선포
최근 BTS 열풍과 한국 영화의 위상으로 미국은 한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프로야구 경기에 한글 ‘김치’ 유니폼이 등장했는가 하면, 뉴저지 주의 한 도시는 ‘Korean Hanbok Day’ 한복의 날을 공식 선포했습니다. 컬처 IN에서 자세한 소식 살펴봅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경기에 '김치' 유니폼을 입은 야구팀이 경기장을 누벼 눈길을 끌었다고요? 소식 먼저 전해주시죠.
유화정 PD: 네. 키워드부터 말씀드리면 "미국 야구팀 김치 유니폼 입고 승리"입니다. 미국 프로 야구 마이너리그 더블 A팀인 몽고메리 비스킷츠(Montgomery Biscuits)가 지난 16일 앨라바마 몽고메리 홈구장 경기에 한글로 큼지막하게 '김치'가 쓰인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선 것인데요. 선수들의 등 번호 위엔 고추 양념에 절인 귀여운 배추가 올라가 있는 김치 유니폼입니다.
이날 김치의 힘이었는지 11회까지 이어진 숨 막히는 연장 접전 끝에 몽고메리 비스킷츠는 상대 팀 빌록시 슈커스에 9대 8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진행자: 한글로 쓰인 ‘김치’ 유니폼뿐만 아니라, 이날 경기장 내에는 미국 국가와 한국의 애국가가 나란히 울려 퍼졌다면서요?
유화정 PD: ‘한국문화유산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의 행사는 한국과 앨라배마의 교류를 추진해온 비영리단체 ‘A-KEEP(Alabama Korea Education and Economic Partner)’과 몽고메리 구단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경기 전 구단 한국 홍보대사로 임명된 양수석 씨가 미국 국가와 애국가를 모두 불렀습니다.
‘몽고메리 비스킷츠’는 상징적인 의미로 하루 팀 이름을 ‘몽고메리 김치(MONTGOMERY김치)로 바꾸고 홈경기에 나선 건데요. ‘몽고메리 비스킷츠’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최지만 선수가 소속한 탬파베이 레이스의 산하 마이너리그 팀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음식은 문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 않습니까. 특히 최근 중국의 김치 원조 논란이 뜨거웠는데, 대중적인 스포츠 경기에 한글로 쓰인 김치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한국의 김치를 홍보했으니 현지 주민들에게도 화제가 됐을 것 같아요.
유화정 PD: 경기 당일 매점에서는 몽고메리 구단 상징인 비스킷츠에 김치 소스를 곁들인 김치 비스킷과 김치 나초, 만두 등 다양한 김치 음식을 판매했는데, 경기 못지않은 성황을 이뤘습니다. 구단 홈페이지에서는 김치를 캐릭터 화한 티셔츠 등을 판매했는데, 이 역시 이 불티나게 팔려, 해당 상품은 판매와 거의 동시 품절됐습니다.
구단 측은 김치를 이처럼 활용한 이유에 대해 “음식이 문화로 통하는 관문이라 믿는다”며 “비스킷이 미국 남부 지역 식탁의 주식인 것처럼 김치는 한국 음식의 기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미국의 비스킷은 과자가 아닌 부드러운 모닝 빵과 비슷합니다. 이날 경기와 함께 '한국 문화유산 밤’ 행사는 전통무용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The Montgomery Biscuits became the Montgomery Kimchi for one night. Source: AP
유화정 PD: 화제의 김치 유니폼은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온라인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유니폼 경매 수익금을 포함 행사 관련 수익금 전액은 지역 사회와 한국 학생들 간 문화 교류에 쓰여질 예정입니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몽고메리 구단은 지역 인구에서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인들과의 유대관계를 깊게 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몽고메리 구단측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아주 즐거워했다며 내년에도 한국 문화유산의 밤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앨라배마의 주도인 몽고메리 시는 현대 기업 등이 진출하면서 한인 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하죠. 현재 한인 거주 수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많은 분들이 앨라배마 하면, 학창 시절 교과서에 실린 미국 민요 오 수재너의 가사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벤죠를 메고 나는 너-를 찾아왔노라’를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그 옛날 목화 밭이었던 앨라배마에는 현재 현대 자동차, LG 전자, 효성그룹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 진출해, 2019년 외교부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몽고메리시를 비롯한 앨라배마주에는 한국 국적자 포함 1만 9,000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몽고메리시에는 2005년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 진출을 계기로 하청업계 등 한국 관련 기업이 속속 들어섰고, 심지어 ‘소나타 거리’도 있습니다. 이를 영향으로 주변엔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고, 2016년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건립되기도 했습니다.진행자: 앨라배마 몽고메리 시의 ‘김치’ 홍보 소식을 전해드렸고요. 앞서 지난 4월에는 미국 뉴저지주의 한 도시가 매년 10월 21일을 ‘한복의 날(Korean Hanbok Day)’을 지정했다는 보도가 화제 선상에 올랐는데,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 최초 죠?
Montgomery Kimchi uniform Source: A-keep
유화정 PD: 뉴저지 주 테너플라이(Tenafly) 시가 매년 10월 21일을 한복의 날’로 공식 선포한 것인데요. 우리 전통 옷 한복으 날이 외국에서 선포된 건 외국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테너플라이 시는 한국의 전통 복식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코리언’이라는 단어를 정식 명칭에 넣었고 ‘한복’도 발음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한복의 날’을 제정한 테너플라이 마크 진너 시장은 한복의 날 선포식에 한복을 입고 갓까지 쓴 차림으로 참석해 선언문을 읽어 내려가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요. 진너 시장은 “모든 테너플라이 시민들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기를 바란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10월 21일을 한복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애국가와 함께 시작된 이날 행사에선 한인 학생들이 한복 차림으로 장구춤 등 전통 무용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해외에서 ‘한복의 날’이 제정됐다는 게 놀랍습니다. 현지 한인 고교생들이 이끌어 냈다는데, 테너플라이의 시의 ‘한복의 날’ 제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유화정PD: 맞습니다.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한 한인 청소년 단체 재미 차세대 협의회(AAYC)가 주축이 됐는데요. 중국의 한 유투버가 김치와 한복이 중국의 문화라는 억지 주장을 펴는 데 충격을 받은 한인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 바로 지키기 운동을 펼치는 데 뜻을 모은 겁니다.
이 단체의 대표 브라이언 전(18) 군은 중국의 한복 종주국 주장을 접한 뒤 회원들과 대책을 논의한 결과 한복이 한국의 문화라는 근거를 남기자는 뜻이 일치했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미국 정치권과 지역 정치인들에 한복의 날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보냈는데, 이 단체의 상임고문이기도 한 마크 진너 테너플라이 시장이 이들의 요청을 수락한 겁니다.
재미 차세대 협의회 대표 브라이언 전군은 이날 행사에서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하면서, 테너플라이를 시작으로 다른 미국 지자체를 대상으로도 한복의 날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재미차세대협의회는미국내한인학생들의인권을지키기위해자생적으로결성된단체로알려졌죠?
False Chinese Claims Spur Korean American High School Students to Push for Korean Hanbok Day Asian American Youth Council Source: AAYC
유화정PD: 2017년 뉴저지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한국계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인종 차별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자생적으로 결성된 청소년 단체입니다. 지난 2월에는 구글이 김치의 원산지를 중국으로 표시하자 단체 항의 메일을 보내 원산지를 한국으로 바로잡기도 했습니다.
‘한복의 날’ 추진은 ‘한복의 날’이 미국 내에서 제정된다면 후세에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설 하나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됐고,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한복을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박할 역사적 근거를 백 년 후 후손들에게 남기기 위해 미국 정치인과 문헌을 남기는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단체는 밝혔습니다. 한복의 날 제정 반대 세력을 우려해 선포식 장소를 끝까지 비밀에 부쳐야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끝으로 미국에서의 ‘한복의 날’ 제정 의미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유화정 PD: 미 현지 언론은 "한국 전통의상 기원을 둘러싼 중국과 한국의 분쟁이 미국 뉴저지 자치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복의 날’ 제정의미는 ‘한복의 날’을 선포한 테너플라이 시의 진너 시장의 연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진너 시장은 “한복의 기원은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건국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며 한복이 수천 년이 넘는 한국의 역사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진너 시장은 테너플라이 시가 한복의 날을 선포하는 이유에 대해선 “한인사회의 힘과 대한민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하기 위해서”이며, 더불어 한인들이 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며, 한국문화와 전통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한복의날제정을이끈한인고교생들, 그리고마이너리그‘몽고메리김치’ 팀의승리소식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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