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드라마 ‘D.P.’ 뜨고… DP 병사 보직은 사라진다

A still from D.P.

A still from D.P. Source: netflixkr

탈영병을 쫓는 DP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세계적인 흥행을 몰아가는 가운데, 내년 7월부터 한국에서 DP(Deserter Pursuit·탈영병 체포조) 병사 보직이 사라진다.


‘한국 군대 문제를 제대로 다룬 첫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된 '탈영병 체포조', D.P. 병사 보직이 내년 7월부터 폐지됩니다. 자세한 내용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Highlights

  • “왜 그들은 탈영병이 됐나”…한국 군 드라마, 해외 반응 뜨거워
  • 군필자뿐 아니라 부조리한 집단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이 공감
  • 내년 7월부터 ‘DP’ 병사 보직 사라진다…국방부, “드라마와 무관”

조은아 PD(이하 진행자): 최근 사이 온·오프라인의 드라마 팬들은 남녀노소 없이 화제가 ‘군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같습니다. 바로 지난달 27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D.P.때문인데요.

유화정 PD: 요즘 정말 이 드라마 빼면 어디 가서 할 얘기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시리즈 6편을 그냥 하룻밤에 다 보셨다는 분들도 계신데요.

드라마 D.P. 는 '그들은 왜 탈영병이 되었나'라는 드라마 카피 아래, 폭력과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영하기까지에 이른 과정들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그려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여성들도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가 있어 몰입해서 봤다는 20대 여성,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데 걱정돼서 보게 됐다는 50대 어머니도 있습니다.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남녀를 불문하고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진행자: ‘D.P.’는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 ’Deserter Pursuit’의 약자이죠. 탈영병들을 잡는D.P. 소재로 드라마가 이처럼 화제의 중심에 서게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보편성'과 그에 따른 ‘공감’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D.P. 의 배경인 2014년은 후임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집단 따돌림으로 5명 사망한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 등이 벌어진 시기와 맞물립니다.

당시 군부대 내 강압적인 상명하복과 신체적, 정신적 폭력, 가혹행위와 각종 부조리를 극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군 복무를 했던 경험을 중심으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인데요.

다시 군대 가는 꿈을 꾸신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드라마 속 군 생활이 너무 실제 같아서, 아무래도 일종의 트라우마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됩니다. 특히 주인공 이병의 관점에서 어려운 내무생활을 통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병사들의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공감을 많이 얻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D.P'는 남성 군필자들뿐 아니라 부조리한 집단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New K-drama ‘D.P.’ showcases unfamiliar side of Korean Army
New K-drama ‘D.P.’ showcases unfamiliar side of Korean Army Source: netflixkr
진행자: 'D.P.'는 2015레진 코믹스에 연재됐던 'D.P 개의 날'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원작이 누적 조회수 1000뷰를 넘기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화제의 웹툰으로 기억합니다.

유화정 PD: 원작자 김보통 작가는 실제 본인이 군인 시절 때 헌병대 소속 D.P. 에서 복무를 했었고, 따라서 그의 만화도 본인의 경험과 당시의 상황을 토대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김보통 작가는 지난해 암환자의 삶을 그려 뜨거운 감동을 안겼던 동명의 카카오 오리지널 드라마 ‘아만자'의 원작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아만자’는 2015년 문체부 주관 한국 최고의 만화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하며 데뷔와 동시 크게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제목 ‘아만자’가 ‘암환자’를 발음대로 표기한 거였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극 중에서 주인공이 “나는 암환자예요!”라고 말한 것을 두고 누군가 인터넷에 ‘도대체 아만자가 뭔가요?’라고 물으면서 시작된 웃지 못할 제목이었는데요.

‘아만자'는 말기암 선고를 받은 27세 취업준비생이 고통스러운 투병의 현실과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꿈의 세계를 오가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휴먼 판타지로 2014년 올레웹툰 누적 조회수 2,000만 뷰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이번 넷플릭스 드라마 ‘D.P.’는 어느 날 '군무이탈 체포조'가 된 이등병 준호가 탈영병을 쫓으며 마주하게 되는 혼란스러운 청춘에 관한 이야기로, '군인 잡는 군인'의 시선에서 탈영병을 추적해가는 과정의 장르적 재미와, 탈영을 선택한 이들의 고뇌와 상처까지 균형 있게 그려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작가 본인이 헌병대 소속 D.P. 에서 복무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탄탄한 스토리에, 감독의 뛰어난 연출, 실력파 배우들의 케미 터지는 연기의 조화는 기대했던 이상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자자한데, 드라마 'D.P.'는 “군필자 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어쩌면 마디로 충분히 아우를 같은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은 역시 예비군, 민방위를 포함한 '군필자'들에게서 나왔는데요. 군대 자체를 그대로 반영해 너무나도 사실적인 내무반 배경과 다양한 인물들의 특정적인 말투와 행동들이 그 시절 자신의 군생활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 'D.P.'의 주인공 준호역의 주연배우 정해인은 실제 내무반과 거의 똑같은 세트장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실제 본인 이름으로 관등성명을 대 촬영 NG를 낸 적도 있을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에 리얼함을 담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사회 부조리 고발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다루지만 어렵지 않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지루할 새가 없는데요. 두 젊은이의 생동감 넘치는 매력과 탈영병을 잡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한 편의 로드 무비 같습니다.
Hunt is on for military deserters in new K-drama D.P.
Hunt is on for military deserters in new K-drama D.P. Source: netflixkr
진행자: 탈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일어날 있는 부조리와 폭력의 악순환을 다룬 스토리로서, 누구나 공감할 있는 보편성도 지닌다는 점이 바로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보여지는데, 특히 한국과 같이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 열기가 뜨겁다고요? 

유화정 PD: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통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 공개된 ‘D.P.’는 징병제가 있는 태국, 베트남 국가에서는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요.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등에서 탑 5로 순항 중이고, 일본, 영국 등에서도 열띤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단지 군대에 만연한 폭력에만 포커스를 맞췄으면 어떻게 보면 불편한 영화 드라마가 될 수 있지만, 인간의 결핍, 폭력적인 사회 외면과 반감, 그리고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규정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이 군대라는 한 작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이뤄내는 것 같습니다.
The series is an adaptation of a webtoon of the same title by Kim Bo-tong, which has recorded over 10 million views.
The series is an adaptation of a webtoon of the same title by Kim Bo-tong, which has recorded over 10 million views. Source: netflixkr
진행자: 지극히 한국적인 군대 문화를 다룬 드라마임에도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특히 영국의 매체는 ”올해 한국 드라마 최고”라는 극찬을 내놨다고요?

유화정 PD: 넷플릭스에 따르면 해외 매체들은 'D.P'에 대해 배우의 호연과 사회적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낸 수작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매체 ‘NME’는 “야만적인 구타, 성폭행, 비인간적인 굴욕 같은 괴롭힘에 대한 소설적 묘사는 슬프게도 과장이 아니다”며 "어렵고 비극적인 주제를 연민과 감수성으로 잘 그려낸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리뷰 사이트 ‘레디 스테디 컷’은 “어둡고, 심각하며, 보여주고 싶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 4.5점(5점 만점)을 줬습니다. 리뷰긱은 "가장 훌륭한 한국 드라마. 꼭 봐야 할 작품"라고 호평했습니다.

포브스는 "군기 확립이라는 명목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현실을 포착했다"고 전했습니다. 대중과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를 합친 IMDb 점수는 8.8점(1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진행자:넷플릭스 드라마 'D.P.'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국방부가 드라마 D.P.묘사된 폭력 가혹 행위 등이 지나친 점이 있으며, 드라마 병영의 모습은 요즘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후폭풍이 거셌는데요.

유화정 PD: 국방부의 입장 발표 바로 다음 날 해군 일병이 가혹 행위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의 설명은 무색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서욱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이 좀 극화되어 있는 부분이 있고, 지금의 병영 현실과 다른 상황이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해서 병영 문화가 많이 개선 중에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인터넷 공간이 뜨겁게 달아 오른 겁니다.

Hunt is on for military deserters in new K-drama D.P.
Hunt is on for military deserters in new K-drama D.P. Source: netflixkr
진행자:
그런데, 드라마 ‘D.P’의 소재가 ‘탈영병 체포조 병사 보직이 내년부터 자취를 감춘 다고요?

유화정 PD: 국방부에 따르면 탈영병을 체포하는 D.P. 병사 보직은 탈영병이 줄고 군 병력이 감소함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는 내년 7월부터, 육군은 8월부터 폐지됩니다.

이는 일반 병사를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DP병 폐지가 드라마 방영과는 무관하게 결정됐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입니다.

군 관계자는 "최근 군내 탈영병이 줄어 소요가 많지 않은 데다 체포 영장 집행 시 개인정보를 볼 수 있는 등 병사들이 하기에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며 "병력이 줄어들고 있어 전체적으로 행정인력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100여 명에 달하는 육군 군사 경찰 소속 D.P. 병 보직이 사라지게 되면 해군·공군처럼 군사 경찰과 부사관이나 범죄 수사 담당 군무원이 대신 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진행자: 군대를 경험했던, 경험하지 않았던 '주변의 이야기'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며 사회에 화두를 던진 화제의 드라마 'D.P.' 컬처 IN에서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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