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연봉 2억원 '쥐 박멸관' 뉴욕시…한국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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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쥐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 뉴욕시가 '연봉 2억원'에 쥐 박멸 책임자를 영입한 가운데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활용 성공 사례를 수년간 주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Key Points
  • 들끓는 쥐 때문에 골치 앓는 뉴욕시… '연봉 2억 원'에 쥐 박멸 책임자 영입
  • 분리수거 시작한 뉴욕시…한국의 20년 음식물 쓰레기처리 사례 수년간 주목해 와
  • 한국,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의 90% 재활용…동물 사료· 비료· 가정 난방용 연료로 전환
해외여행을 하면서,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왜 이렇게 분리수거가 안 되고 있지?"라고 느낀 적 있으실 겁니다.

세계적인 대도시이자 미국의 경제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칭을 뉴욕은 지난해에서야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의무화를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뉴욕시 당국이 20년 경력의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성공 사례를 수년간 주목해 온 것으로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뉴욕시는 앞서 코로나 19 이후 창궐한 쥐 떼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2억 원의 거액의 연봉을 걸고 쥐 박멸 담당자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한국에서는 20년 넘게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국 뉴욕은 지난해에서야 이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앞서 뉴욕시는 쥐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최초로 쥐 박멸 담당관을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먼저 이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진행자: 뉴욕시는 오랜 골칫거리인 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돈 2억 원이라는 높은 연봉을 걸고 쥐 박멸 담당관을 영입했습니다.

뉴욕시는 구인공고에서 "뉴욕에 서식하는 쥐 떼와 싸우기 위한 '킬러 본능'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신설한 이 자리에는 900여 명이 몰려 경합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10대 소녀 시절부터 쥐 퇴치 운동을 펼친 캐슬린 코라디(34)가 선발됐습니다.

예전부터 쥐 박멸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했지만 효율적으로 운영할 책임자가 없었기 때문에 고위직을 신설하게 됐다는 것이 뉴욕시의 설명입니다.
A woman in a blue jacket and a rat to the right.
Kathleen Corradi is New York City's new 'rat czar'. Credit: Getty - this image has been digitally altered.
진행자: 고액의 연봉을 걸고 쥐 전담 책임자를 영입할 정도라면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뉴욕은 미국 내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해외나 미국 내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젊은 층이 많은 젊은 도시입니다.

도시 구성원이 다양한 뉴욕에서 쥐는 오랜 골칫거리였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식당 영업이 중단되면서 쥐 떼가 실외로 나와 먹이를 찾기 시작했고 쥐가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습니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전엔 그 수가 2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됐는데, 한창때에는 300만 마리가 시 면적의 90%에 살고 있다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 센서스국에 따르면 뉴욕시 총인구는 2023년 현재 826만 명입니다.

진행자: 세계 경제와 문화 예술을 선도하는 도시 뉴욕이 수세기가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바로 '쥐'라는 얘기도 있던데요.

유화정 PD: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인 1865년 뉴욕타임스는 관련 기사에서 "현재 속도로 쥐가 늘어날 경우 '피리 부는 사나이'를 데려와서 박멸해야 한다"라고 개탄했을 정도입니다.

뉴욕의 쥐는 하수구나 시궁창, 지하철역 등에 퍼져 사는 랫(Rat)이라 불리는 이른바 덩치 큰 시궁쥐입니다. 상대적으로 작고 집 한 곳에서만 주로 사는 생쥐(mouse)와는 구별되는데요.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디즈니 만화 캐릭터 '미키'와 '미니'가 생쥐고 디즈니 영화 '라따뚜이'의 주인공 요리사 쥐가 시궁쥐입니다.

진행자: 맨해튼 마천루 사이를 걷던 뉴요커와 관광객들이 보도블록 위를 어슬렁거리는 쥐와 마주쳐 비명을 지르는 장면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라는데, 어쩌다 뉴욕은 다시 쥐들의 세상이 된 걸까요?
Time square in NY
Credit: wikimedia commons
유화정 PD: 워싱턴 DC 내 인구가 늘고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오른 데다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로 야외 식사 공간이 늘어나면서 쥐 번식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암컷 쥐는 새끼 6~12마리를 1년에 6~8번 낳는 엄청난 번식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의 사정을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시 위생 예산이 코로나 전 보다 대폭 줄었습니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느라 선택한 조치였습니다. 위생 예산은 줄었는데 쥐가 살 환경은 좋아졌습니다. 가건물로 만들어진 실외 식사 공간을 허용하면서 거리로 음식물이 뿌려졌고, 길거리에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가 제 때 제대로 수거되지 않으면서 쥐의 먹이는 많아졌습니다.

진행자: 쥐 떼들이 몰려다니면 위생 문제 외에도 안전사고 우려를 간과할 수 없는데, 들끓는 쥐로 고통받는 도시 주민들이 개와 고양이까지 동원해 쥐를 잡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죠?

유화정 PD: 덫이나 약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개 훈련사를 비롯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만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주민들이 개를 동원해 '쥐 잡기'에 나선 건데요. AFP통신은 쥐 잡기에 동원된 견종도 닥스훈트, 테리어 등 다양하다며 "비록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효과는 크다"는 주민들의 말을 전했습니다.

쥐의 천적인 고양이도 투입됐는데요. 미 반려동물 단체인 인간동물구조동맹에 따르면 이미 2017년부터 길고양이를 활용해 쥐를 잡는 '블루 칼라 고양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지역사회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에게 음식과 쉴 곳 등을 제공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쥐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게 프로젝트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A dog digging into a hole
A terrier of the Ryders Alley Trencher-Fed Society sniffs out a rat while on the streets of New York City. Credit: Calliste Weitenberg
진행자: 21세기에 쥐와의 전쟁이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쥐 박멸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인데, 뉴욕시는 그동안 분리수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요?

유화정 PD: 미국 뉴욕시가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분리해 배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로 웨이스트’ 법안을 가결한 것은 지난해 6월로 이전까지 뉴욕시 주민은 재활용품만 별도로 분리했을 뿐,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는 함께 배출해 왔던 것인데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법안의 목표는 뉴욕시가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는 폐기물량을 줄여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입니다. 뉴욕시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20%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식 분리수거 시스템을 수년간 주목해 왔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 주목받았나요?

유화정 PD: 뉴욕시는 한국이 음식물 쓰레기의 90%를 재활용해 매립이나 소각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였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한국은 2005년부터 음식물 쓰레기 매립을 금지하고, 이를 재활용해 동물 사료, 비료, 가정 난방용 연료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1인당 쓰레기 811㎏을 배출하는데, 재활용 비율은 23.4%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한국은 1인당 연간 배출량 400㎏으로 미국의 절반이고, 재활용 비율은 60.8%로 미국보다 두 배나 높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한국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네 행사에 가깝죠. 아파트의 경우 일주일간 모은 재활용품을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함께 쏟아냅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도 쓰레기 분리배출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뉴욕시의 경우, 쥐 박멸을 위해서라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더 신중하게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에 있어가장 논쟁적인 분리배출 항목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인데요. 미국의 패스트푸드점이나 학교에서 급식시간에 플라스틱 접시 두세 개를 사용한 후 남은 음식물과 접시를 쓰레기통 하나에 쏟아 버리는 장면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에서 분리배출을 ‘훈련’ 받은 사람들은 쉽게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입니다.

뉴욕시는 미국 내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 도시입니다. 뉴욕시에서 쥐가 번성하는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음식물 쓰레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거지역 쓰레기 분리배출 의무화 법안이 발표되자 관련 사이트에는 정책에 반대하는 다양한 의견이 달렸는데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건물에 배치될 경우 거리의 쓰레기 문제가 건물 안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였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성공 사례에 주목하고 이를 벤치마킹한 뉴욕시, 현재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이 시범적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 거죠?

유화정 PD: 뉴욕시는 2013년 사업장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법을 도입한 이후, 적용 사업장을 확대하고 과태료를 계속 강화해 왔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주거지역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2025년에는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렸습니다.

뉴욕시 위생 당국은 이번 분리수거 법안을 마련하면서 수년간 한국 시스템을 주시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 취재진은 실제 서울을 포함한 주요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 시설을 찾아 식탁부터 시설까지 음식물 쓰레기가 변환되는 과정을 취재했는데, 한국은 반찬을 많게는 12가지 넘게 식탁에 올리는 식문화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가 꾸준히 배출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뉴욕시의 분리수거 이면을 살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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